2011-07-28

오세훈 시장이 사랑받는 법- 김은남 편집국장- 시사인 172호

  > 뉴스 > 인터뷰ㆍ오피니언 | 편집국장의 편지
오세훈 시장이 사랑받는 법
[172호] 2010년 12월 27일 (월) 10:27:04김은남 편집국장  ken@sisain.co.kr
멀리서 보기에도 훤칠했다. 1990년대 중반, 한 시민단체 행사를 취재하러 갔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처음 봤다. 그때는 물론 ‘시장님’이 아니었다. 그 단체에서 자문 변호사인가를 맡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평도 좋았다. 합리적이고 똑똑하고 겸손하고…. ‘우월한 유전자군’ 싶더라니 역시나, 몇 년 안 있어 국회 입성 소식이 들려왔다. 그를 다시 본 건 이른바 ‘오세훈법’ 파동 때였다. 자신의 약속대로 총선에 불출마한 뒤 철인 3종 경기에 임하는 그를 보며 잠시 경탄했다. 그렇게 그는 서울시장이 되었다.

좋지 않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 건 그가 시장 임기 반환점을 돌 즈음이었다. 취임 초반만 해도 다양한 민관위원회를 설치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던 오 시장이었다. 그런데 한강 르네상스부터였던가. 민간 인사들의 입에서 “시장이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평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명박 시장 시절에 비해 결재도 까다롭고,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했다. 공무원 특유의 불평불만이리라 여겼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들도 민간 인사들과 같은 말을 했다. 시장이 자기네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내가 아는 한 공무원은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고전한 원인으로 밑에서 전혀 돕지 않았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오 시장이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무상급식,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른바 부자급식에 정치적 명운을 걸면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부자급식 어젠다를 들고 나온 뒤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본인도 대선 출마 의지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 기색이다. 권력 의지를 갖는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전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과연 무엇을 위한 권력 의지냐 하는 것이다.

언젠가 ‘사랑받는 노인이 되는 법’이라는 글을 읽은 일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였다. 정치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 말을 앞세우기보다 유권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구석진 데, 억울한 데 없게 보살핀다면 절로 사랑받는 정치인이 될 터이다. 반대로 고집스럽게 내 말만 하고 내 잇속, 내 가족만 챙기려 든다면 그게 바로 노추(老醜)일 것이다. 요즘 오세훈 시장을 보며 불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과 행동을 단호하게 하는 것과 남의 의견에 귀를 닫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내 지지층을 다지자고 편을 가르는 행태도 고루하기 짝이 없다. 자신은 정치적 승부수라고 던진 게 자칫하면 정치적 노추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EBS 지식채널e <공짜 밥>이 요즘 화제라던데, 연말에 그거라도 한번 보면서 사랑받는 법에 대해 고민하셨으면 한다.
ⓒ 시사in(http://www.sisainliv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