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야신' 경질로 시행착오 자처한 SK- 정강훈// 스포츠서울, 2011-08-18 21:19

[취재석] '야신' 경질로 시행착오 자처한 SK

스포츠서울 | 기사전송 2011/08/18 21:19


▲김성근 감독 / 사진=스포츠서울 DB
 
'야신' 김성근 감독(69·SK)이 18일 전격 경질됐다. 남은기간 동안만 팀을 지휘한 뒤 시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가 프로 원년부터 지도자생활을 한 이른바 '1세대 감독'과 작별을 고한 날이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이 합당한 예우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 감독은 "책상에 앉은 사람들이 유니폼 입은 사람들을 무식하다며 아래로 보는 시각이 3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탄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베테랑들이 홀대받는 풍토가 고착화됐다는 뜻이다. 조금이라도 제어하기 어려우면, 갖은 구실로 은퇴를 종용한다. 베테랑들이 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연륜이 비집고 갈 틈이 많지 않다. 대부분 위정자의 자리보전과 권력유지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구단은 '세대교체'를 변명거리로 내놓는다. 적어도 한국 프로야구에서만큼은 성급한 세대교체가 실패로 끝난 사례가 더 많았다. 경험이 적은 사람은 위기를 빠져나가는 노하우가 없다. 모든걸 다시 익혀야 해,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베테랑이고 원로다. 그런 베테랑들을 홀대한다는 것은, 스스로 반석 위에 올라설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구단은 팀 성적이 좋아지면 마치 자신들이 모든 걸 이룬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면서 선수단 운영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선수단에 입김을 넣으면,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없다. 나는 평생 그런 외압에 맞서 최전방을 지키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한 구단에 오래 머물 수 없었던 이유도 구단의 말을 듣지 않아서다"라고 밝혔다. 아직은 완성된 팀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에 저항한 것이다. 그렇게 해고를 할 때마다 구단은 "팀의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2000년 창단한 SK는 이제 겨우 열살을 넘겼다. 팀의 기틀을 세우는 단계다. 하지만 구단은 4년간 좋은 성적을 냈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눈으로 김 감독을 바라봤다. 그 시선으로 현역 최고령 감독을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선수단을 지키던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진 것이다. SK는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장강훈 체육2부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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