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4

길 잃은 민주당…새판짜기냐 독자쇄신이냐 ‘백가쟁명’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진로를 두고 당 안팎에서 백가쟁명의 논쟁이 일고 있다. 당의 구조와 연합정치 노선, 정책 등 여러 층위로 논쟁이 진행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표대행은 대선 국면에서 세운 '국민연대'를 통해 민주당을 '국민정당'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를 재검토중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했지만 이번 기회에 진영 전체의 미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경환 교수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접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지금 민주당 구조로는 문재인 후보가 받았던 지지율을 온전히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틀을 구성해 지지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 건설에는 몇 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이 이끄는 진보정의당의 합류 문제와 안철수 세력의 결합 문제가 대표적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세력에 대한 견인을 오로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맡기고 중도파에 대한 정책이나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는 게 주요한 패인 중 하나였다. 진보정의당의 합류는 진보당을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1일 의총에 앞서 열린 중진의원 조찬에선 안철수 세력과의 결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한다. 서울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선을 긋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서울 지역의 다른 3선 의원은 '안철수 세력을 끌어안아야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특히 비주류 쪽에선 '국민연대가 주류의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토대 아니냐'고 의심해 왔다. 비주류 쪽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주류들은 '이-박 담합'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론을 정면돌파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국민연대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돌파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론을 재검토하는 것은 이런 면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현재는 당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보다 당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지금은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할 때지, 사람을 더 늘릴 때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그간 하드웨어를 확장하는 데만 몰두하다 정작 정책 마련과 대안 제시라는 소프트웨어는 경시해 왔다. 지금은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의견을 냈다.

당내의 공개적인 의견 개진도 이어지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22일 저녁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하면 된다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를 맞추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국민을 끼워 맞추려 했다.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교체,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게 아니었다"고 지적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진보 쪽의 정책통으로 통하는 민주당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의원실)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야권연대-단일화 노선'을 실패로 규정하고 독자 집권이 가능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보좌관은 "문재인 캠프가 출마 선언 직후부터 과도하게 '야권 단일화' 의제에 매달리면서" 자신들의 가치, 노선과 비전을 알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최 보좌관은 "군부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선명 야당'의 노선을 버리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명림 교수와 최태욱 교수는 대담(21일치 1·4·5면)에서 민주당의 단독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안철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 정당이 나오면 민주당, 진보정당 등 3대 세력이 결선투표를 고리로 연대하는 '연합정치 강화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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