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4

박원순이 '서울시청 토건족'에게 당했다고? "이상만 좇으면 실패... 난 슬로건 운동가 아냐" : 오마이뉴스

박원순이 '서울시청 토건족'에게 당했다고? "이상만 좇으면 실패... 난 슬로건 운동가 아냐"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지난 20일자 <경향신문>에 매우 도발적인 글이 한 편 실렸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경제학)가 '시청 토건족 그리고 박원순의 위기'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연재물에 올린 것. 이 도발적인 글의 요지는 "박원순 시장이 '시청 토건족'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오염지역의 '친환경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토건족한테 당했고, 가락시영 '종상향'으로 반은 먹혔다. 서울시 안의 토건족 관료들 그리고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토건 교수들이 한 달 만에 다시 기지재를 켜기 시작했다. 그들 입에서 '박원순, 별거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박원순도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우 박사는 "박원순 시장이 김상곤의 길이 아니라 노무현의 길에 가깝게 가 있다"고도 했다. 모피아(재정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과거 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편집자주) 등 관료집단에게 학습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한미FTA를 추진했듯이 박원순 시장도 '시청 토건족'과 손을 잡고 '가락시영 종상향'과 같은 '토건주의 도시개발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시민의 정부가 '토건의 정부'로 변질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하면서 박 시장의 핵심참모인 김수현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장을 불신임하라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이상만 추구하면 현실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우 박사의 칼럼을 챙겨서 읽은 박 시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한 인사는 "특히 지지자라고 생각했던 우 박사가 그런 칼럼을 써서 박 시장이 열 좀 받았다"며 "우 박사가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의 서울시장인 저는 우 박사처럼 언론의 자유를 즐기지 못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는 것에도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시장은 "우 박사 이야기는 지나치다"고 지적한 뒤,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은 독립적인 의결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거기에 시 소속 공무원이 일부 가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내가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2종에서 3종으로 상향됐지만 늘어난 20% 용적률은 임대주택(959세대)과 관련된 것이고 생태구역, 보행자 편의 보도, 복지시설 등 공공성이 많이 지켜졌다"며 "이 지역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일반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임대주택 8만호 건설이라는 선거공약 때문에 종상향을 결정한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공약에 집착해 그것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하면 되지 선거공약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일각의 시각을 일축했다.

박 시장은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을 재심의하라고 도시계획위원회에 지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도시계획위원회가 (독립된) 의결기구인데 그걸 할 수 있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류경기 대변인은 "어떤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은 "후락했고 불편해서 도저히 살 수 없다며 옥인동 뉴타운에 찬성하는 분들의 개발욕구에도 합리성이 있는데 이것이 현실적인 행정가들의 고민"이라며 "우 박사 등이 하는 얘기는 이상으로는 맞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렇게 많은 주민들의 욕구와 그들의 현실이 있어서 무작정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 시장은 "우 박사가 스케이트장을 토건사업이라고 했던데 왜 그게 토건이랑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확히 이해하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5년째 스케이트장으로 쓰고 있고 1년에 20만~3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돼 취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나도 시민운동을 해봤지만 이상과 현실을 잘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상을 놓치면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수구가 되고, 그렇다고 이상만 추구하면 현실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며 "김상곤 교육감이든 노무현 대통령이든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 박사가 서울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며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이 많이 고뇌하고 많은 현실적인 이해 사이에서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독선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박 시장은 "나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부패방지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수십 개의 법률안을 개정하거나 제정했다"며 "이론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늘 생각해왔고 서울시에 와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기존의 관료시스템으로 보면 내가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나는 일반 시민운동가와 다르다"며 "주변 사람들이 질릴 정도로 따지는 사람이어서 큰 이론이나 슬로건으로 하는 운동가와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달린 문제"

최근 큰 논란이 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과 관련, 박 시장은 "이것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와 선거제도를 유린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기관에서 충분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게 중요한데 계속 은폐했던 부분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단독범행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공범이 있고, 돈거래가 있었다는 걸 보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 사건은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달린 문제"라며 "만약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하면 특검으로 가고, 특검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면 그렇지 않아도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검찰은 더욱 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입당 시기와 관련, 박 시장은 "무조건 입당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라며 "내가 얘기한 '혁신과 통합'이 진전되는 걸 보면서 입당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이 완전히 통합되면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좀더 큰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욕구가 있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좀더 큰 혁신과 통합에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일부 언론에서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직을 포기한 상태에서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넘겼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언급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며 "설사 안 교수가 정말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의절할 수 없을 정도로 안 교수와 제가 만들어온 우정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보다 더 큰 꿈을 꾸기 바라냐'는 질문에는 "내가 바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딸과 관련된 의혹들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국의 경우 누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바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누가 뭐라고 하면 바로 보도하니까 그런(강용석 의원과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나는 이번 선거(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언론이 '3류 옐로 페이퍼'랑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며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판단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전문은 딸림 기사 참조).

Original Page: http://t.co/e4w35xy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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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2주' 채널A, 3개 외주프로에 '일방적 폐지 통보'

'개국2주' 채널A, 3개 외주프로에 '일방적 폐지 통보'

news.naver.com | Nov 30th -0001

[스포츠서울닷컴 | 오영경 기자] 아슬아슬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핵폭탄이 결국 터졌다. 동아일보가 만든 채널A의 다수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폐지 결정을 통보 받았다.

채널A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한 방송 관계자는 22일 <스포츠서울닷컴>에 "채널A에서 현재 방영중인 프로그램 3개가 폐지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폐지가 결정된 프로그램은 모두 외주제작으로, '다섯남자의 맛있는 파티', '연예 인사이드', '음치들의 반란 앙코르' 등 세 프로그램이다.

갑작스런 폐지 통보에 제작사들이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특히 데일리 연예뉴스 프로그램인 '연예 인사이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1일 생방송 준비 도중 폐지 통보를 받고 MC 손태영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올스톱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손태영은 당초 1월까지 계약이 돼있었지만 지난 21일 프로그램 녹화가 올스톱 상황이 되자 난감하다는 반응을 표하고 있다.

폐지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채널A 측이 개국 전부터 제작사들에게 너무 심한 횡포를 부려왔다. 그동안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버텨왔는데 방송을 시작한지 겨우 2주만에 갑자기 이런 통보를 받아 황당하다. 현재 이미 제작해놓은 분량도 많은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채널A 방송편성담당자도 방송 폐지 사실을 인정했다. 이 담당자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너무 낮아 광고 수주에 어려움이 많아 결국 폐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채널A측은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제작비 문제가 아니겠냐는 의견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종편 개국 후 시청률을 가지고 조급해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고 그쪽에서 대체 프로그램으로 내세운 프로 역시 시청률이 낮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작비도 방송사측의 요청으로 처음보다 반절 가까이 줄인 상황이다. 말도 안되는 제작비를 가지고도 책임감 하나만으로 지금껏 버텨왔는데 막상 제작비를 지급될 때가 되니 더 이상 안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려한 장밋빛 꿈을 안고 개국한 종편이 개국 2주만에 일방적인 진행과 통보로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셈. 공생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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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법관'에서 하루만에 '조폭'으로 평가바꾼 트위터

'개념 법관'에서 하루만에 '조폭'으로 평가바꾼 트위터

news.chosun.com | Nov 30th -0001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최종 판결을 담당한 대법원 2부 주심 판사의 실명(이상훈 대법관)을 방송에서 처음 거론한 것은 19일 오후 1시. 다음날이 되자 '이상훈 대법관'은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올랐고, 재판을 앞둔 20·21일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트위터에 오르내렸다.

나꼼수 팀이 맨 처음 방송에서 이 대법관에 대해 "훌륭하신 분"이라고 말했고, 이어 트위터에도 이 대법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 전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heybuba'는 "이상훈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고, 'roksta10'는 "이상훈 대법관님은 소신을 가지고 판결하실 듯. 좋은 결과 바래요"라고 적었다. '좋은 분', '개념 법관' 등의 표현도 나왔다.

그러나 22일 오전 10시30분, 대법원이 정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여론은 180도 달라졌다.

'hoongkildong'는 "이상훈 대법관은 주먹을 무기 삼아 흡혈하는 조폭 깡패와 동일! 니 더러운 얼굴에 침을 뱉어주마"라고 폭언을 했고, 'sarabolle'는 이 대법관이 "정봉주 의원 유죄 판결로 법치의 존엄성, 법관의 양심을 버리고 '수꼴법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고 조롱했다. 욕설이 섞인 원색적 비난도 쏟아졌다.

동일 인물이 판결 전후로 말을 바꾼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Maestro365' 20일 "이상훈 대법관은 훌륭한 분입니다. 참여정부때 사법개혁 주도하셨고 강기갑 의원 무죄 선고, PD수첩 2심 무죄 선고하셨던 개념 법관"이라고 칭송했지만, 판결이 내려지자 원래의 트윗을 지운 뒤 "사법부는 역시 그 나물에 그 밥..MB의 법무팀일 뿐이었다"고 비난했다.

koko8790는 판결 전 "오늘 정봉주 재판의 주심은 이상훈 대법관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상훈 대법관의 소신과 철학을 믿습니다"라고 했다가 몇 분만에 "대한민국 법이 사망한 날!! 오늘부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신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quickkorea'는 20일 "이상훈 대법관님의 치적을 높이 찬양하며, 그분의 상식과 양심으로 (정봉주) 의원님은 계속 달리 실 것입니다"라고 썼지만, 22일에는 '국민들 가슴에 염장치고 불지른 대법원의 꼼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악인'에서 '진정한 법조인'된 사례도

트위터 여론이 단 하나의 사건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경우 판결 하나로 '나쁜 사람'이 됐다가 다음 판결로 '좋은 사람'이 된 케이스.

그는 지난 7월 "상대 후보에게 선의(善意)로 2억원을 줬다"고 주장하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곽 전 교육감의)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때 역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즉각 달아올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은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판사입니다. 잊지 맙시다. 김환수!", "김환수를 빨리 민간인으로 환수시켜야", "이런 악인(惡人)을 잊지 말자"고 적었다.

타깃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sara*****'는 "영장담당 판사 김환수, 경북 대구에 고대 출신, 꼼꼼하지 않나요? 사법정의, 그런 거 없어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완전히 다른 지역출신에 다른 대학을 졸업했지만, 유언비어는 급속히 퍼졌다. 일부 네티즌은 '소망교회는 안 다니나'라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惡人)'으로 분류됐던 김 부장판사는 넉 달 만에 '진정한 법조인'이 됐다.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나와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때린 혐의로 체포된 김모(5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김씨의 행위가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참된 법관'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김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을 올리면서 "MB '엄벌 지시'에 맞선 법관의 소신"면서 "참된 사법관이 있다는 것은 서민에게 큰 위안"이라고 적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법관이 판결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며, 판결에 대한 비판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한 건 한 건 판결할 때마다 평가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것을 보면 웃음 밖에 안 나온다"며 "자기들 마음에 들면 훌륭하다고 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안 훌륭하다고 하는 식인데,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Original Page: http://t.co/ODtnj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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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 유죄판결에… 민주 ‘BBK 진실규명’ 다시 고삐

정봉주 전 의원 유죄판결에… 민주 'BBK 진실규명' 다시 고삐

hani.co.kr | Nov 30th -0001 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의 비비케이(BBK) 유죄 판결을 계기로 비비케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2라운드에 나선다.

민주당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차원의 비비케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정봉주 전 의원에게 계속 맡기기로 했다. 오종식 대변인은 "미국에서도 비비케이 관련 소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지를 담아 정 전 의원에게 위원장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비비케이의 진상 규명에 앞장섰던 박영선 의원과 김현미, 최재천, 정성호, 서혜석 전 의원 등도 진상조사위에 합류한다.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비비케이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박영선 의원은 "끝까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며 "이제는 비비케이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을 출마 이유로 꼽기도 했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비비케이(BBK)로 함께 고생했던 정봉주 전 의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 순간 제 마음이 파르르 떨렸다. 이번에는 접기로 했던 제 마음에 불이 당겨졌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비케이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판단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 소유한 ㈜다스와 김경준 전 비비케이투자자문 대표 사이의 올해 초 140억원 송금 등은 이 대통령의 재임 중에 이뤄진 일이므로, 새롭게 제기된 의혹을 서둘러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구명활동과 지원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박영선 의원은 오는 26일 오후 1시 정봉주 전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는 현장에 동행할 예정이다. 비비케이 진상조사를 함께했던 다른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 출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재경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구명을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당 차원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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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軍, 김정은 명령1호 당일 알았지만 누가 내렸는지 분석에 이틀간 허비"

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를 전후해 전군(全軍)에 김정은 대장의 명령인 '당 중앙군사위 명령 1호'를 내렸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이 명령은 "전군이 훈련을 중지하고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북한이 전군에 내린 명령은 우리 군 당국이 즉각 파악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명령을 놓칠 경우, 안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 사실도 우리 정보 당국이 즉각 파악해야 할 긴급 사안이지만, 군의 동향과 관련된 정보는 이보다 더 즉각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명령 하달이 이틀이 지난 뒤인 21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으나, 이 명령이 정확히 언제 내려졌고, 군 정보기관 등 우리 당국이 언제, 어떻게 이 내용을 파악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및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이 서로 엇갈리면서 의문을 키우고 있다.

①북의 전군 복귀 명령, 언제 파악했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국은 이 명령이 내려진 당일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감청 등을 통해 북한군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북한군의 명령을 놓고선 말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당국은 어떻게 북한의 명령 하달을 파악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당 중앙군사위 명령 1호' 정보는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로 분류돼 수집방법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수정보는 보통 무선교신을 가로챈 통신감청 정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명령 하달과 같은 중요 사안은 감청이 가능한 무전 대신 광케이블 등을 이용한 유선(有線)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정보(휴민트·Humint)와 통신감청 정보 등을 종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광케이블 등을 이용한 유선 통신은 감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급 부대 사이의 연락은 무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부분 정보가 취득된 이후, 우리의 휴민트를 통해 이 정보를 최종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북한의 전군 명령 하달 사실은 북한이 명령을 하달한 직후보다는 상당 시간이 흐른 뒤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②정보 해석에도 어려움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이 북한군의 전군 명령을 파악한 것 자체가 크게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 명령이 '김정은의 첫 명령'이라는 해석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 명령은 '당 중앙군사위' 명의로 내려졌다. 그리고 이 명령은 북한의 19일 낮 12시 김정일 사망 발표를 전후해 하달됐다.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북한 함경남도 동해안에서 KN-02 단거리 지대지(地對地)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실시했고, 오후에도 1발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상부의 철수명령을 받고 허둥지둥 철수하기도 했다. 현재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은 김정일이다. 북한 발표대로 김정일이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했다면, 이 명령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게 된 김정은의 첫 명령이 되는 셈이다. 이 의미를 해석해내는 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③"광케이블이 감청의 최대 적(敵)"

정보 소식통들은 지난 10년간 북한이 우리 군보다 통신보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대부분의 말단부대까지 광케이블을 깔아 놓았다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통신감청 부대장을 지낸 한철용 예비역 육군소장은 "북한군은 보통 중대급 부대와 DMZ(비무장지대)내 GP(최전방 소초)까지 광케이블을 깔아놓고 있어 보통 대대급까지 광케이블이 깔려 있는 우리 군에 비해 통신보안 조치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 휴민트(HUMINT)

'휴먼'과 '인텔리전스'의 합성어인 휴민트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을 뜻한다. 감청 등 신호 분석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긴트(SIGINT)와 함께 정보 수집의 양대 수단으로 꼽힌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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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문정치, 내일은 유훈통치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는 김정은 북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모습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조문(弔問)정치'에 나섰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상시켰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1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김정은은 검은 인민복을 입고 '장의위원 서열 1위' 자격으로 가장 앞쪽에 서 있었다. 붉은색의 '김정일화(花)'와 하얀 국화에 뒤덮인 유리관 주변에 늘어선 조문객들은 참배를 마치고 김정은 앞에 이르자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17년 전 김일성의 빈소에 인민복을 입고 나타나 외교 사절의 조문을 받으며 '지도자'의 지위를 과시한 김정일처럼 김정은 역시 통역을 대동하고 평양 주재 외교관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맞이했다.

서열 2위인 김영남(86)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영림(81) 내각총리가 김정은의 왼쪽에 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동안, 김정은은 몸을 곧게 세우고 조문객들과 악수를 나눴다. 백발의 조문객이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오열하자 어깨를 두드려주며 오히려 상대를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복을 차려입은 군(軍) 인사가 벗어든 군모를 옆에 끼고 김정은에게 절을 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도 TV화면에 비쳤다. 김정은의 조문 접견이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는 자리란 점을 입증하듯, 거수경례를 하는 군부 인사도 보였다.

조선중앙TV에 이어 22일엔 노동신문이 1면 사설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사설을 '선군(先軍)'과 '강성국가'란 단어로 도배했다. 선군이 21차례, 강성국가가 11차례, '강성'이 19차례 등장했다.

노동신문이 선군을 강조한 것은 일종의 유훈(遺勳) 통치를 시사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을 이어받아 김정은 시대에도 군을 앞장세우는 선군정치 노선을 계속 걷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세습 체제가 기존의 체제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김정일이 생전에 김정은 체제 출범을 위한 기반을 다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김정은은 거기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2012년)에 '강성대국 진입'을 자축하는 잔치를 열겠다는 계획도 이런 유훈 통치의 일환으로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장군님(김정일)의 강성국가 건설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는 데 우리의 숭고한 도덕 의리가 있다"며 "장군님의 유훈을 틀어쥐고 이 땅, 이 하늘 아래 반드시 세계가 우러러보는 주체의 강성국가를 일떠(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사망으로 강성대국 행사를 예정대로 치르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으나, 국상(國喪) 중에도 김정일이 입안한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이런 예측을 뒤엎은 셈이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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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운명, 배급제 부활 여부에 달려

향후 김정은 정권의 성격을 가늠하는 데 있어 "김정은이 배급제 회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는지가 중요하다"는 견해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22일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배급제 회복에 매달린다면 시장을 탄압하고 개혁·개방과는 담쌓고 살겠다는 뜻이고 그 반대라면 긍정적인 신호"라며 "배급제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급제 강화=반(反) 개혁·개방'

배급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주민들의 충성을 이끌어내 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자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이다. '배급 능력'은 '사회 통제력'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1952년 '국가 식량배급에 관한 규정'(내각 결정 56호)을 발표하면서 "국가가 인민의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원칙에 따라 식량 배급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957년에는 '양곡의 자유판매와 개인 상행위 금지' 조치를 발표해 배급제 강화에 나섰다.

배급제는 약 40년간 유지되다 김정일 집권 즈음인 1990년대 중·후반 급속히 붕괴됐다. 대량 아사(餓死) 사태로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배급능력을 상실한 노동당은 유명무실해졌고, 이때부터 김정일은 국방위원회를 앞세워 '선군(先軍) 정치'에 나섰다.

2000년 방중(訪中)을 통해 중국의 발전상을 접한 김정일은 제한적인 개혁·개방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했다. 이때 핵심이 배급제 포기와 장마당 양성화였다. 그러나 장마당 활성화에 따른 외부 사조 유입 등으로 위기를 느낀 김정일은 2005년 개방 조치들을 모두 철회하고 배급제 부활을 명령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배급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김정은은 배급제를 부활시킬까?

이후 배급제는 체제 수호의 핵심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에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배급을 받는 '평양'과 각자도생하는 '지방'으로 완전히 쪼개진 것이다. 바꿔 말하면 경제적으로 평양은 통제가 되지만 지방은 통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배급으로 살아가는 북한 인구는 평양시민 260만명과 북한군 120만명 등을 합쳐 약 4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나머지 북한 주민 2000만명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사(私)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사경제 확대는 배급을 받지 않는 주민들의 경제력을 키웠다. 반면 계획경제 영역 내의 자원들이 시장으로 유출되면서 북한 당국의 재정운용 능력은 크게 약화됐다. 배급제 약화에 따른 시장 확대가 북한 정권의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북한이 2009년 11월 단행한 것이 화폐개혁이었다. 계획경제를 되살려 배급제를 정상화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로 돈의 가치가 100분의 1로 하락하고 장마당이 폐쇄되자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 이어졌고 결국 화폐개혁은 3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장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놀란 김정일은 어쩔 수 없이 시장 활동을 용인했지만 언제든 시장을 탄압해 배급제를 되살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며 "김정은이 배급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가 관심거리"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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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金正日 사망' 긴급상황서 보인 정부와 野黨의 자세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 "북한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라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려 한 것이고, 북도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해)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한 것에 대해 긍정 평가한다"면서 "통합민주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초당(超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조의(弔意)를 표시했다.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과거 북이 김 전 대통령과 현 회장의 남편 정몽헌 전 회장 장례 때 조문왔던 데 대한 답례 형식으로 조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그 밖의 개별적인 조문은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정부 방침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김영삼 정부가 조의 표시도 않고, 일체의 조문을 불허했던 것에 비해선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침은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국민정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면서, 미국과도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당 열성 지지층은 정부 방침보다 조문 허용범위를 훨씬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부 야당 지도부는 이런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 원혜영 대표가 전날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정부보다는 반걸음 앞서 가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제안한 것도 이런 야권 기류에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별도 조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고, 국회도 안보문제는 정부 방침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 이 제안을 거부했다. 원 대표가 거리와 트위터로부터 들려오는 야권 지지층 목소리만 생각했더라면 정부와 박 위원장을 향해 좀더 많은 요구조건을 내놨을지도 모른다. 원 대표는 현재와 같은 긴급 상황에선 정부 조치가 어느 정도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미국과도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17년 전 김일성 사망 때 조문 파동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났을 때 상황이 그랬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야당의 입장을 수용하고 미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친 방침을 내놓고, 야당도 그런 정부 방침을 지지해 준다면 그 방침엔 큰 힘이 실리게 된다. 김정일 사망이란 긴급 상황에서 보여준 정부와 야당의 자세를 보면서 국민들은 조금은 안도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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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 '포스트 김정일 북한' 先占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국내외의 관심이 온통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향배에 집중되고 있다. 그간 관련 국가들이 은밀히 준비해왔던 '급변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큰 관심사의 하나는 북한과 전통적 혈맹(血盟) 관계이자 최근 부쩍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이다. 중국의 대북(對北) 인식과 정책은 김정일 사후 북한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가 북한을 들여다보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김정일 사후 북한의 많은 불안정 요인을 내심 우려하면서도 애써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공식 입장도 그렇지만,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시각이 대세이다. 비록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공고화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 체제 내에서 이미 권력 승계가 이루어진 상태이며, 그를 중심으로 한 권력 구도도 꽤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도 기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중국 나름의 평가를 토대로 한 것이겠지만, 북한의 장래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스스로를 북한 체제 안정에 가장 큰 이해 당사국으로 인식한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한반도의 안정을 희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과 북한의 붕괴 때문에 국경을 맞대고 싶어하지 않으며, 그런 상황 이전이라도 북한으로부터 대량 난민이 중국 동북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게 북한 체제 안정이란 지정학적 관점에서 파생되는 안보 보험이다. 중국은 무엇보다 한국을 비롯한 역내(域內)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려는 미국의 의도를 우려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른바 미국이 중동으로부터 아시아로 회귀한 이후, 중국은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최근 수차에 걸친 김정일의 방중(訪中)에도 중국은 그간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해 직답을 회피해 왔다. 오히려 내부적으론 전근대적인 3대 부자 세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중국이 김정일 사망 직후 즉각적으로 당·정·군·전인대(全人大) 공동 명의의 조전(弔電)을 통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과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더해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이틀에 걸쳐 집단적으로 북한 측에 조문을 행하는 등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물론 북한과 맺은 우호 관계 및 대북 정책 기조도 불변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절대 권력자의 유고에도 북한이 조속히 안정화되길 바라는 중국의 의중(意中)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이런 신호는 곤경에 처한 북한뿐 아니라 대응책을 고심 중인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북한의 새 지도부와 누구보다 먼저 긴밀한 친교(親交)를 맺는 것은 이런 발 빠른 조문 외교로부터 얻어지는 부수 효과이지만, 동북아 지역의 '포스트 김정일 정국'을 선점함으로써 대북 관계에서 주변국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파급 효과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장례 기간이나 그 이후 중국은 북한에 필요한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중국은 북한에 대해 대외적으론 보호막 역할, 대내적으론 취약한 정통성 보완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졸지에 매우 긴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 북한으로서는 대(對)중국 의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일정 기간 내부 정비 작업에 주력하게 될 것을 감안한다면, 향후 대북 관계 및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북한을 비롯해 주변 국가 모두가 당분간은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그 해석을 각기 달리하는 복잡한 상황이 도래했다. 그럴수록 해당 국가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근래 교착 상태에 있는 남북 관계나 불편해진 한중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위기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현재 정세는 우리에게 중차대한 외교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다. 새삼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전성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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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대통령 조문단 결단해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통적으로 조문정치, 조문외교야말로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돼 왔다"며 "엠비 정부 4년간 남북관계가 끊어지고 뒤집어지고 얽혀 있다. 이 대화 통로를 뚫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원 대표는 "정부가 하기 어렵다면 정치권이, 정치권도 어렵다면 민간이 이런 역할 해야 한다"며 "마침 오랫동안 남북간에 교류협력 중심적 역할 해왔고, 여야 보수 진보 세력 망라된 민화협이라는 단체가 있기에 이 단체를 민간 조문단에 대표로 보내면 남북 평화 회복에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곡히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협조해달라는 당부만 계속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평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야당이 열쇠까지 쥐어줬는데 그 문을 여는 걸 거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평화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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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유통기한 4년짜리 제1당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총선 여섯 번에서 원내(院內) 다수당, 즉 제1당의 이름이 매번 달랐다. 1988년 민정당, 1992년 민자당, 1996년 신한국당, 2000년 한나라당, 2004년 열린우리당, 2008년 한나라당 등이다. 제1당의 '유통기한'이 4년을 넘긴 적이 없었던 셈이다. 이는 총선 패배보다 '재창당'에 따른 당명(黨名) 변경의 영향이 더 컸다.

내년 4월에 실시될 19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계속 제1당 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요즘 당 지지율로는 원내 다수당을 꿈도 꾸기 힘들 뿐 아니라, 당 간판을 바꾸는 자구책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지난달 전국 4000명 대상 조사 결과, 총선에서 찍고 싶은 후보의 정당은 '안철수 신당' 36%, '한나라당' 24%, '민주당 등 야권' 16%, '모르겠다' 24%였다. 16개 시·도별로는 한나라당이 대구·경북·경남에서만 선두였고 나머지 13곳은 모두 열세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신당을 만들지 않더라도 국민 과반수인 반여(反與) 성향 유권자는 4개월 뒤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조사 말고도 최근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이 '마(魔)의 24%' 벽에 갇혀 있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얻은 187만표를 전체 서울 유권자 비율로 환산하면 23%였다.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대선 후보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 즉 친여(親與) 고정층도 24%였다. 투표 열기가 높아져서 내년 총선 투표율이 70%에 이를 경우 한나라당은 23~24% 지지율로는 전체 투표자 중 득표율이 33% 안팎에 그쳐, 개헌 저지선인 100석(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얻기도 빠듯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4년 탄핵 역풍 직후 당 대표를 맡아 치른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이라도 지켜달라"고 했던 호소를 8년 만에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고운 것도 아니다. 지지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야권은 자력 승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철수 바람'과 '야권 통합'에 기대어 승기(勝機)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선 민주당과 친노(親盧) 시민통합당 및 한국노총의 합당(合黨)에 국민 다수인 66%가 '관심 없다'(46%) 또는 '반대한다'(20%)고 했다. 민주당은 전신(前身)인 열린우리당이 '100년 정당'을 내걸었다가 3년 9개월 만에 해체하고 만든 정당이고, 이번 합당에 의해 민주통합당으로 바뀐 것은 2000년 이후 여섯 번째 개명(改名)이다. 한나라당도 1년 전 창당 13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정당으로 뿌리내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폐업 일보 직전이다. 100년은커녕 국회 임기 4년 동안이라도 국민 다수의 신뢰를 잃지 않고 버티는 정당이 언제쯤 우리 정당사(史)에 나타날지 궁금하다.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yl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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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편집국에서] 대학입시, 대한민국의 계급투쟁 / 김의겸

지난 13일 아침 교육부 출입기자한테서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편집회의에 들고 가서 "이건 내신을 쓸모없게 만들어 외고나 자사고를 키워주려는 정책"이라며 "한 면 정도는 펼쳐서 비판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편집국장은 한술 더 뜬다. "한 면은 모자라니, 두 면으로 갑시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아들이 고1이다. 외고·과학고·자사고 같은 '특별고'가 아니라, 그냥 집 근처 '일반고'에 다닌다. 그런데 녀석이 얼마 전 이러는 거다. "아빠! 나 외고 편입시험 준비해야겠어." 이유를 물었다. "앞으로는 수능, 내신 다 필요 없대. 스펙이 최고래. 그런데 선생님은 '학교에서는 못 해주니 각자 알아서들 하라'는 거야. 그래도 외고는 신경써서 스펙 잘 만들어준대." "컴퓨터 좀 작작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무시했지만, 왠지 불안하다. 서점에 가서 논술 참고서 한권을 샀다. 대입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는 할아버지의 재력도 엄마의 정보력도 없으니, 아비가 논술 첨삭지도라도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웬걸, 주말마다 자느라 참고서에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간다.

갈수록 대학입시가 복잡해진다. 입학전형이 3200개라니, 아무리 들여다봐도 '난수표'다. 분명 음모가 있을 거라는 의심이 싹튼다. 교수 하는 친구 녀석 말에 의혹이 커진다. "입학처 교수들이라고 제 자식 생각 안 하겠어? 애들이 대부분 '특별고' 다니니…."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건 건교부 실국장들이 다 강남에 집이 있어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대학입시도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드느냐를 놓고 특별고와 일반고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이라고 단정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지 싶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입시제도를 놓고 진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쟁이 없다는 거다. 제 자식이 고등학생일 때는 다들 목소리 높여 "입시제도가 아이들 잡는다"고 하다가도,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남 일이 돼버린다.

'매트리스의 딜레마'라는 게 있단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매트리스 때문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벌어진다. 다들 "왜 안 치우는 거야"라고 경적을 울려댄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매트리스 앞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려 매트리스를 치우기보다는 살짝 피해버린 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린다. 룸미러를 통해 뒤엉킨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지도 모른다.

그나마 매트리스를 치운 건 독재자였다. 박정희는 중학교 무시험 진학과 고교 평준화를 실시했다. 전두환은 본고사를 폐지하고 내신을 도입했다. 그 덕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지만은 명문 중앙고를 갔고 전효선은 서울대를 갔다. 그래도 손가락질할 일은 아니다. 학살을 자행한 냉혈한들이지만, 자기 자식의 고단함에는 가슴 아팠기에 과감한 개혁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민주화 시대에는 점점 더 있는 집 자식들이 대학 가기 쉬워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에게 물어보니 "부동산 폭등, 북핵 위기에 밀려 교육문제는 항상 후순위였다. 나중에는 더 악화시키지는 말자는 선에서 그쳤다"고 말한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다음 대통령을 고3 학부모 가운데서 뽑을 수는 없다. 박근혜는 아이가 없고, 안철수도 외동딸이 이미 대학 4학년이란다. 그러니 내년 선거 때 입시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나설 사람은 일반고 부모들밖에 없어 보인다. 석달 열흘 국민 토론회를 열어서라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시위로 날이 새고 진다는 한탄도 있는데, 입시 데모 한번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김의겸 사회부장 kyummy@hani.co.kr

미네르바 “약으로 하루하루 버텨…가족도 파괴”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19호 재판정.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경제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글로 유명세를 탔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3)씨가 증인석에 올랐다. '박대성은 가짜 미네르바'라는 요지의 비방성 글을 인터넷에 올려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황아무개(32)씨 등 세 명에 대한 재판이다. 519호는 박씨가 2009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던 바로 그 곳이다.

 증인석에 서자마자 박씨는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깊이 눌러쓴 청색 모자를 벗자 제멋대로 자란 수염 덮인 얼굴이 드러났다. 추운 날씨인데도 외투 없이 하늘색 카디건만 걸쳤다. 바지는 트레이닝복이었다. 2009년 무죄 선고를 받고 구치소에서 출소할 때보다 뺨이 더 움푹 패여있었다.

 박씨에 대한 상대방의 증인심문은 가혹했다. 상대쪽 변호인은 박씨가 포털사이트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아이디로 쓴 글의 진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영화 ○○를 본 적이 있나요?" "그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이 뭔가요?" "벳푸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 "요하네스버그는 어느 나라 수도인가요?" "2008년 이전에 일본에 가 본 적이 있나요?" "2008년에 여자친구가 있었나요?" 등등. 박대성씨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또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종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검사가 "공소사실과 관계없다"며 "증인이 인터넷에 쓴 글의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증인대에 세우고 질문한다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이건 고문입니다"라고 항의했지만, 변호사의 질문은 계속됐다.

  30여분의 증인심문이 끝나고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자 박씨는 울면서 호소했다.

  "이번 일로 저와 가족이 파괴됐습니다. 약(항우울제 등)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3년 동안 손가락질과 모욕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죄송스럽고, 동생은 대인 기피증에 걸렸습니다."

 박씨는 책상에 엎드린 채 4분가량을 흐느껴 울면서 "재판장님, 지난 긴 시간동안, 3년 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점을 선처해주셔서 판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무죄를 입증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본인의 무죄를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본인의 피해를 주장하는 자리임에도 박씨는 "무죄를 입증해달라"며 책상에 엎드린 채 울었다. 재판장도 미안한 듯 아무말도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재판 직전 기자와 만난 박씨는 증인 출석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법원에서 무언가를 받는 순간 울렁거리고 구토가 난다"며 "100여일간의 이유없는 감옥살이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1년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박씨는 요즘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지낸다. 텔레비전을 켜놓지 않으면 두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낮이든, 밤이든 혼자서 나가는 일도 너무 두렵다고 했다.

  재판이 끝나자 박씨는 다시 모자를 눌러쓰고 재판정 문을 밀고 뛰쳐나갔다. 재판이 끝난 뒤 인터뷰를 더 진행하기로 했지만 "더 이상 못 하겠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느냐"고 말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28일 박대성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났다. 이 판결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장애물을 한 단계 걷어올린 '올해의 판결'로 여러 단체들이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의 삶은 현재 한 치 나아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대 졸업' 등 신상과 실명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박씨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은 온라인 상에서 지속되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겨우 전문대'라는 편견과 그에 대한 욕설을 박씨는 견디기 힘들었다. 인터넷상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올린 글을 박씨의 허락 없이 모아서 출판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도 있었다.

 재판에 출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사람들로부터 구타를 당할 뻔도 했다. 박씨의 재판 등을 돕는 박찬종 변호사 보좌역 김승민씨는 "온라인상의 협박을 넘어서서 직접적으로 물리적 위협도 가해지자, 이후부터 박씨가 두려움을 심하게 느끼고 우울증도 심해졌다"고 말했다. 박씨의 변호를 담당했던 박찬종 변호사 역시 "인터넷에 글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구속당했고, 그 상처를 지금까지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가의 배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씨는 지난 4월19일 법원에 104일간의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보상금 지급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박씨의 형사보상금 청구를 담당하고 있는 안효상 한우리법률사무소 국장은 "보통 형사보상금 청구는 3개월 정도면 지급되는데 박대성씨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어서인지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측에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법원의 요구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의 무리한 법 집행으로 철저히 짓밟힌 한 젊은이의 영혼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파멸의 나락을 헤매고 있다. 그를 기소한 검사들은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도덕적인 정권' 치하의 '공정사회' 한국, 그 민낯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일러스트 김영훈

대법원, 정봉주 '유죄 확정'

대법원, 정봉주 '유죄 확정'

ohmynews.com

대법원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유죄를 22일 선고했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는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의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2008년 2월 검찰의 기소 이후 무려 3년 10개월을 끌어온 법정 공방도 막을 내리게 됐고, 정 전 의원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됨에 따라 내년 4월 총선 출마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인)는 정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그는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광만)는 "공직후보자 검증을 명목으로 근거가 빈약한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징역1년을 선고했고, 같은 해 12월 서울고법 형사2부(박홍우 부장판사)도 "정 전 의원이 추측을 근거로 BBK가 이 후보 소유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수사기관 등이 내놓은 결과와 다른 견해를 밝히려면 결과 발표 전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재판부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정 전 의원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자세한 기사 이어집니다)

Original Page: http://t.co/jfm0pr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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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를 찌르니 독자가 움직이더라

虛를 찌르니 독자가 움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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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스

입력 : 2011.12.17 03:03

2011 올해의 책 10권

책의 힘이 어느 때보다 셌던 한 해였다. Books팀은 '2011 올해의 책 10권'을 꼽았다. 외부 전문가들과 조선일보 Books팀 기자의 추천을 통해 논픽션 7권과 픽션 3권을 선정했다. 정유정(왼쪽), 스티브 잡스. '2011 올해의 책' 선정에는 22개 출판사의 대표와 편집장, 출판 전문가 3인, 온·오프라인 서점 관계자 5인 등 30인과 조선일보 문화부의 담당 기자 7명이 참여했다. 이들로부터 올해 독서계 흐름을 이끌었던 책을 5권씩 추천받았고 득표 순으로 10권을 골랐다. 소설 '7년의 밤', 전기 '스티브 잡스'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중환자실 간호사, 글을 건지다

7년의 밤
정유정 장편|은행나무|524쪽|1만3000원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이 2011년 조선일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까닭은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 아니다. '7년의 밤'이 돌파한 것은 사회적·문학적 편견.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할 샴쌍둥이라는 문학적 오해, 작가는 평론가나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트린 모범사례다. 정식 문학공부 한 번 받은 적 없던 이 전직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의 작가는, 강력한 이야기 하나만으로 독자들에 대한 구애(求愛)에 성공했다. 어쩌면 당연한 정공법인데도, 그 이전의 성공 사례를 꼽기 드물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함의는 강력하다.

스릴러의 외양을 지닌 '7년의 밤'은 한 소녀를 죽게 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딸을 죽인 범인은 물론 범인의 아들에게도 사적 복수를 감행하겠다는 소녀 아버지와의 대결이 핵심 서사. 서사의 스케일은 거대하고, 디테일은 치밀하다.

그리고 이 대중문법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드러난 사실과 숨은 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평온하다고 착각했던 일상으로 다가와 느닷없이 따귀를 때리는 운명이라는 놈에 대해, 그리고 인간은 그에 맞서 어떤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지에 대해. 바로 이 대목이 작가 정유정의 문학적 야심이다.

영웅의 민얼굴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925쪽|2만5000원

'i sad'.

지난 10월 5일 애플의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전 세계적 애도 물결이 일었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명언과 매킨토시 PC,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 IT 제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영웅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는 물결이었다. 10월 24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월터 아이작슨의 평전 '스티브 잡스'가 나오자 신드롬은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평전은 일방적 미화(美化)와 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잡스 본인과 가족은 물론 동료와 적, 과거 애인까지 100여명을 직접 인터뷰해서 구성한 '스티브 잡스'는 생생한 민얼굴의 잡스를 보여줬다. 암까지 이겨내겠다고 달려들었던 무서운 집념과 결점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 힌두교와 선불교 등 동양 사상에 심취하면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이뤄낸 한 천재의 모습과 함께 모순 덩어리인 '인간 스티브 잡스'가 그대로 노출된 것.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나는 필터가 없는 사람이야" 하며 인정사정없이 직원을 해고하고 동료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람.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기부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한 냉혈한 같은 면모에 대한 서술은 오히려 그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2만5000원으로 비교적 고가이나, 출간 2개월이 안 된 16일 현재 국내에서만 42만권이 팔렸다.

20대가 만든 밀리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320쪽|1만4000원

작년 12월 24일 출간 이후 51주 동안 150만권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시·소설·실용서를 제외하고 한국인이 쓴 교양서가 100만부 넘게 팔린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만큼 팔릴 줄 나도 몰랐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 젊은이들이 아프다는 뜻인지 모른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평균 연령이 80세쯤 된다 치면, 80세 중 24세는 아침 7시 12분"이라면서 "나태를 즐기지 말라. 은근히 즐기고 있다면 대신 힘들다고 말하지 말라.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술 먹지 말고,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하라"고 썼다. '아프니까…' 돌풍에 출판계는 환영과 당혹이 엇갈렸다. 이 책 구매자는 10명 중 7명이 20대다. "요즘 20대는 책 안 읽는다"지만 바로 그 20대가 '21세기 첫 국산 밀리언셀러'를 탄생시켰다.

언제까지 베낄 텐가?

디퍼런트
문영미 지음|박세연 옮김|살림Biz|327쪽|1만5000원

재미교포 2세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기업들은 '차별화의 대가(大家)'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자신들이 지금 만들어내고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나머지,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에게 직접 외진 상점까지 찾아와 물건을 직접 조립하게 하고(이케아), 딱 6가지 메뉴만을 고집하며(인앤아웃버거), 차가 얼마나 작은지를 더 강하게 광고하는(미니쿠퍼) 기업들처럼 시장을 다시 짜고 수요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차별화'의 길을 가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외가 던진 충격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장편|창비|355쪽|1만1000원

김애란의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2011년 한국 문학의 이중장부였다. 한 편에선 20만 명 가까운 독자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며 환호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예외적 주인공에 대해서는 예외적 감동만이 가능하다"며 "진정한 장편소설로 볼 수 없다"고 격하했다.

17세에 80세의 몸(조로증)을 지닌 '가장 늙은 자식'과 그 소년을 17세의 나이로 가졌던 '가장 어린 부모'의 사랑과 이별 드라마. 젊은 독자들은 조로증 아름이에게서 미래가 막혀 있는 자신들의 세대를 읽었고, 이 조숙한 주인공의 소설을 자신들의 장편으로 동의했다. 반면 인물과 서사 양 축에서 세계관의 대립과 충돌로 장편을 읽어왔던 기성세대들은 이 작품을 "단편의 확장"으로서 의심했다.

한글, 知의 혁명

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지음|김진아 외 옮김|돌베개|447쪽|1만5000원

일본인 한국어학자가 한글 창제의 언어학적·역사적·사상적 배경과 그 의미를 고찰한 역작이다.

책은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수천년 동안의 문자생활 및 환경을 설명하고, 조선의 임금 세종과 학자들이 탁월한 분석력과 창조력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냈는지를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창제된 한글이 사람들의 손에서 문장이 되고 텍스트가 됨으로써, 단지 하나의 문자 체계가 아니라 기존의 지식 체계를 뒤흔들어 놓은 존재로 등장했다면서 이를 '지(知)의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글자 탄생의 경이로운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열광 vs 혐오

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음|푸른숲|336쪽|1만3500원

"천안함은 원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100% 해석되며, 과거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고…." 이런 식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문장들 끝에 저자는 독자를 향해 우렁차게 외친다.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 들어.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

김어준이 주요 멤버로 참여하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지지자에겐 격렬한 열광을, 반대파에겐 극단적 혐오감을 촉발한다. 10월에 출간해 두 달 만에 35만부 팔렸고 12월 들어선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저자의 논지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2011년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철학은 삶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사계절|346쪽|1만7800원

"욕쟁이 할머니의 식당에서 느끼기 쉬운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이 어떤 삶의 문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인문학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철학적 어드바이스를 전한다. 라이프니츠·니체·스피노자·원효·데리다·한비자 등 동서양 철학자들의 인문 고전을 통해 그들 사유의 핵심이 현실적인 삶의 고민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자(莊子)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대학 강단보다는 일반인들을 만나 소통하는 대중 아카데미에서 주로 강의해 왔다.

그립다, 그 풍경

골목 안 풍경 전집
김기찬 사진|눈빛|592쪽|2만9000원

담배 피우는 할머니, 노상 방뇨하는 할아버지, 무거운 짐을 이고 터덜터덜 걷는 아줌마, 남루한 골목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 사진가 김기찬(1938~2005)은 1968년부터 평생에 걸쳐 가난한 지붕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를 찍었다. 그가 남긴 사진집 6권과 미공개 유작 34점을 모아 전집으로 묶었다.

저자는 서울 중림동·도화동·행촌동 일대를 주로 찍었다. 그 사이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노인 되고, 노인이 세상을 떴다. 저자는 평생 골목을 찍겠다고 다짐했지만, 재개발 사업이 번지면서 달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골목 안 사람들은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갔다. 그는 그 점을 못내 쓸쓸해하다 세상을 떠났다.

영혼에 우열이 있는가

흑산
김훈 장편|학고재|416쪽|1만3800원

자유와 영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고결한 영혼'도 있고, 현세에서 승리를 구가하는 '타락한 영혼'도 있다. 둘 다 승리자다. 하지만 작가 김훈의 관심은 늘 이 양 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 육신을 초개같이 버려 순교도 할 수 없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배교도 차마 할 수 없었던 '비루한 영혼'들이다. '흑산'의 시공은 천주교 박해의 절정기였던 19세기 전반부. 조용히 배교한 뒤 흑산도에서 물고기나 들여다보고 살았던 정약전을 중심으로, 작가는 스펙트럼의 양 극단 사이에 있는 약육강식의 군상을 비정한 언어로 그려낸다.

작가가 신뢰하는 것은 신념의 언어가 아니라 사실의 언어. 데뷔작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이래 이 원칙은 한결같다.

순위 밖 아차상

세계 2대 종교가 격돌한 십자군 전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십자군 이야기 1·2'(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는 역사적 배경과 명분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의지도 드라마틱하게 살려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박경철, 리더스북)은 자아찾기·사회인식·시간활용·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제시한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신정근, 21세기북스)은 논어를 101가지 주제로 나누어 원문의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다산의 재발견'(정민, 휴머니스트)은 1801~1818년 강진 유배 시기 다산의 육성을 담았던 친필 편지를 찾아내 연구하고 정리했다. '로지코믹스'(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랜덤하우스코리아)는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이 수리논리학자로 일세를 풍미하기까지의 여정을 만화로 흥미롭게 그려냈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청림출판)은 인간이 디지털 기기에 종속되어가며 잃어가는 것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저녁의 구애'(편혜영, 문학과지성사)는 도시 문명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하드보일드한 문체에 담아온 소설가 편혜영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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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수요 독점 전략 경영`

애플의 `수요 독점 전략 경영`

m.news.naver.com [이데일리 이정필 칼럼니스트] 2011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테크월드 최대의 화제는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다. 드라마 같은 인생역정 뿐만 아니라 애플 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잡스가 완성한 '애플 경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테크월드는 애플의 '수요독점(Monopsinist) 전략경영'을 한동안 눈뜨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애플 영업이익은 총매출의 40%가 넘는다. 월가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4.2%의 점유율로 52%의 수익을 가져가니 경쟁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누적 현금 보유액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 성공의 배경이 모두 혁신적 제품 개발 및 디자인에 있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애플의 영업이익이 유지되는 비결은 잡스의 수요독점 전략에 있다. 경영학적으로 풀이하면 구매자가 공급업체들로부터 단독 구매자 지위를 가지며 최대 구매력을 보유하는 의미다. 아이팟 출시 이후 10년동안 잡스가 꼼꼼하게 다듬어온 경영 모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애플은 첨단 부품 개발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필요한 첨단 부품회사에 뭉칫돈을 선금으로 주면서 부품 개발 또는 공동개발을 의뢰하고 구매 개런티까지 한다. 조건은 최소 6개월에서 3년 정도 독점적 구매 지위와 최저가를 보장받는다. 애플은 미래 기술을 미리 사용한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는 가격 구조를 유지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본다.

울트라북이 등장하고 있다. 2007년 등장한 애플의 슬림형 노트북 맥북에어의 대항마 성격이다. 초슬림 노트북의 과제는 초강력 CPU가 아니라 배터리 효율성과 스피드다. 애플은 인텔로부터 4년전 맥북에어 전용 CPU를 최저가에 독점공급 받았다. 경쟁사가 유사제품을 만든다해도 성능과 가격에서 맥북에어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 애플은 업계 최초로 노트북에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를 장착했다. 빠르고 가벼운 디스크로 포터블 기기에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알았지만 당시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매스 마켓에선 상상할 수 없는 부품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공급회사에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남들보다 더 빠르게 더 싼 가격에 SSD를 구매할 수 있었다. 2년전 출시된 아이패드는 뜯어놓고 보면 기능적으로 특별한 제품이 아니었음에도 경쟁사들은 가격적으로 매치할 수 있는 대항마를 내놓을때까지 18개월 이상 걸렸다.

또 애플의 구매력은 모니터 시장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일본 샤프와 차세대 스크린 생산을 놓고 5억달러의 선금지불 계약을 했으며 내년에는 애플TV 세트까지 나온다는 소문이다.

아이폰에 사용된 강화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일명 '고릴라 글래스'로 불리는 강화유리는 미국 코닝사가 개발했지만 너무 고가라는 이유 때문에 용도 폐기된 특허기술이다. 잡스는 2006년 코닝의 CEO 웬들 위크스를 만나 생산설비도 없는 고릴라 글래스의 공급을 설득했다. 고릴라 글래스는 이후 2년동안 아이폰의 전유물이었다.

현재 전세계 PC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시장의 50% 이상을 공급해온 태국의 홍수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하드디스크에서 SSD 체제로 넘어온 회사다. 아이패드와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 모두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한 제품이며 태국 홍수사태로 인한 피해는 경쟁사에 비해 최소수준이다.

애플은 한발 나아가 최신 SSD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한 아노비트(Anobit)란 회사를 5억달러에 인수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성능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앞서지만 안정성에서 아직이다. 그래서 대용량으로의 발전이 더디다.

하지만 아노비트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애플의 움직임을 읽어낸 삼성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인수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지만 애플의 현금 동원력을 맞설 회사는 아무도 없다. 애플이 기술을 취득하게 되면 또 다시 경쟁사들은 기술과 가격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써야한다.

잡스의 '수요독점 전략경영'은 미래의 첨단기술을 솎아내는 혜안과, 이어지는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이다. 벌어 놓은 돈으로 잔치를 벌이거나 비자금 만드는게 아니다. 2011년이 다 지나가도록 이런 비결을 알면서도 손놓고 쳐다보는 경쟁사들이기에 그들은 영원한 '대항마 회사'일 뿐이다.

Original Page: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5&oid=018&aid=000253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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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회계감사 근본 대책은] "기업별 적정 감사시간 정하고 시간당 보수제로 바꿔야"

[부실 회계감사 근본 대책은] "기업별 적정 감사시간 정하고 시간당 보수제로 바꿔야"

biz.chosun.com | Nov 30th -0001

회계감사 12~2월에 몰려… 회계연도 고르게 분산을
제대로 감사받고 있는 지주주들도 관심가져야

▲ 최종학 서울대 교수(경영학) 부실 회계감사 문제가 되풀이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회계사가 기업을 감사하는 시간 자체가 짧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니 제대로 감사가 될 리 없다. 그런데 감사 시간이 짧은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회계사만 압박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감사 시간 늘려야 문제가 해결된다

현재 회계감사 시장은 자유경쟁 체제이다. 회계법인들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려고 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일감 수임(受任) 경쟁을 벌인다. 아무래도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회계법인이 일감을 따내기 마련이다.

회계법인들은 보유한 인력을 놀리는 것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일감을 따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높게 제시하지 못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주주들이 감사의 가치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데, 싼값으로 감사를 하겠다는 회계법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감사 수임료는 국제적 수준에서 볼 때도 비정상적으로 낮다. 2008년 기준으로 자산 1조원 규모의 한국 기업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평균적인 감사 수임료는 해당 기업이 홍콩에 위치하고 있었다면 내야 할 돈의 33% 정도, 싱가포르의 52% 정도에 불과하다. 감사 수임료가 낮기 때문에 감사를 위해 투입되는 감사 시간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적정 감사시간 가이드라인 만들고, 감사계약을 시간당 보수제로 바꿔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첫째, 기업별로 적정한 감사 시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시간보다 실제 감사에 투입한 시간이 적은 회계법인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감리(監理·감독과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회계법인이 적정 감사 시간과 실제 감사 투입 시간을 감사 보고서에 반드시 나타내도록 해 주주나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의 회계연도를 분산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회계연도가 12월로 끝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회계감사 일감이 12월부터 2월 초에 집중된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엔 제대로 감사를 수행할 시간이 없다. 반면 3월부터 11월까지는 일감이 확 줄어든다. 12월 결산이 아닌 기업이 거의 절반 정도인 미국과 크게 다른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제로 또는 인센티브를 주어서 기업들의 회계연도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 감사 업무가 연중으로 분산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감사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

셋째, 회계법인이 개별 기업과 맺는 감사 계약을 현재와 같은 총액제가 아닌 시간당 보수제로 바꿔야 한다. 총액제라면 회계사가 감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수임료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감사 시간을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법인이 감사계약서를 쓸 때부터 시간당 감사보수를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또 '20% 정도 표본 추출을 해서 감사를 할 경우 500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만약 추출된 표본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면 감사 투입 시간을 늘려 더 많은 표본을 추출해 분석할 것'이라는 내용을 넣게 해야 한다.

부실감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더 근본적 이유는 주주들의 무관심이다. 주주들이 스스로 회사가 충분한 감사보수를 지급하면서 적정한 감사를 받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에 이를 요청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감사 관련 제도들이 고쳐지고 주주들의 인식이 전환되면 한국 기업들이 증시에서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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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원세훈, 대북전략국 해체…정보수집 구멍 뚫렸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009년 2월 취임 직후 3차장 산하의 '대북전략국'을 없애는 등 대북 교류 및 정보 기능을 크게 줄인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정보 수집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던 인적정보 수집망(휴민트·Human Intelligence)이 무력해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1일 "원세훈 원장이 취임 직후에 3차장 산하의 대북전략파트를 해체했다"며 "남북회담, 남북 비공개접촉, 교류협력 하던 파트였는데 이를 없앤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전략파트에는 오랜 시간 북한 문제를 다뤄온 요원 200여명이 근무중이었는데, 실무자들은 대부분 국내 파트로 전출됐고 고위급들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고 전했다. 원 원장은 대신 감청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 정보와 대북 공작·심리전 분야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국회에서 정보위를 맡았던 한 야당 인사는 "엠비(MB) 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에서는 해외에 근무중이던 '화이트'(상대국에 등록한 국정원 소속 외교관) 50여명을 일괄적으로 소환해 국내 근무로 돌린 바 있다"며 "이들이 현지에서 대북 업무에 종사하던 이들인데,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북 정보가 크게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국회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모든 정보기관의 정보는 90%가 수요자의 의사에 따르는 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당시 김만복 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에 따른 정보를 생산했다면, 지금의 정보체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재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관심이 북한보다는 국내 정치에 쏠리다 보니, 국정원은 대북 정보 수집보다 국내 정보 수집에 무게를 더 두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2008년부터 국정원과 기무사부터 검찰과 경찰까지 '과학정보 시대를 열겠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인터넷 패킷 감청, 이메일 감청 등 감청장비를 대거 구매했다"며 "결국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북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이런 감청장비들이 국내 일에 쓰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원장도 국회에서 북한 내부의 인적정보 수집망이 무너진 사실을 인정했다. 원 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우리 정보는 북한 권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가 아니라, 기술적 정보를 분석해서 파악하는 정보"라고 말한 것으로 복수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전했다. 원 원장의 이 발언에 대해 의원들은 "기술적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김정일 칫솔질' 등의 정보는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 권부 주변에서 나오지 않은 정보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추정되는 질환으로 쓰러진 뒤 정부 쪽을 출처로 해서 '왼손으로 칫솔질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은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런 인적정보망의 붕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 이게(휴민트) 완전히 붕괴됐다"며 "그다음에는 이게 제대로 복원이 안 됐다"고 말했다. 최재성 민주당 간사는 이에 대해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는 상주하면서 정보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을 드나들기 쉬워야 인적정보가 모일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정부 간 대화뿐만 아니라 민간대화까지 모두 끊기는 바람에 인적정보망이 무너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수뇌부에 정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시청 공무원 출신인 원 원장은 정보에는 문외한인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리비아 주재 대사관 직원 신분이었던 국정원 요원의 신분노출, 올해 2월 국정원 요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노출 파동 등을 거치며 "정보기관의 기본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이태희 이순혁 기자 hermes@hani.co.kr

디도스 공격 당일, 국회의장 비서-청 행정관 '돈거래'
MB조카사위 연루…'주가조작' 씨모텍 간부 고발
'김정일 사망' 일 정보기관은 낌새챘다
'난방물가' 9%나 뛰어…서민들 겨울나기 '막막'
올해의 민망한 배우 2위 송강호, 1위는?

대북정보 어떻게 수집하나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보는 인적정보(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신호정보(시긴트·Signal intelligence), 그리고 영상정보(이민트·Image intelligence)를 통해 수집된다. 이 중 영상정보는 미국 쪽, 인적·신호정보는 한국 쪽이 주로 수집한다.

미국은 영상정보 수집을 위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초정밀 첩보위성 KH-12를 한반도 상공에 운용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까지 판독이 가능한 수준이다.

인적정보는 군사정권에서는 북파공작원(HID) 등에 의존했으나, 국민의 정부 이후 정부 차원 또는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해외에서의 접촉 등을 통해 수집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외의 인적 정보 입수 방식이나 경로는 일체 극비로 부쳐져 있다.

신호정보는 통신감청을 주로 한다. 국정원과 국군정보사령부 등의 통신감청기지와 '백두', '금강' 등의 대북 정찰기 등에서 이뤄진다. 북한도 1990년대 말부터 군과 관공서 사이의 통신망을 모두 지하 광통신으로 돌려 한·미의 감청에 대응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서해안에 있던 북-중 간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감청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이를 알게 된 북한이 철거한 일도 있다고 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흐느끼며 '김정일 사망' 전한 리춘히 아나운서
삼성, 김정일 사망 미리 알았다?
"이 정권 무능이 여실히 드러난 오늘"
사망 진단 확정된 뒤 발표…김일성 때와 같아
17일 사망…국정원도 정부도 몰랐다

남북대화 복원할 기회 놓치고북 지도부 인정안해 효과 반감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알려진 다음날인 20일 '조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민간 차원의 조문 방북을 허용했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없는 미숙한 조문 외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판의 가닥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조문단을 파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우선 남북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200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비핵 개방 3000'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잘살게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핵 포기와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만남과 대화가 필요한데 이 과정은 생략된 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됐고 급기야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일어났다. 조문은 말문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또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김정일 이후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정상회담을 비롯해 활발해진 남북교류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에 대한 정보가 늘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확연해진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1976년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이 사망했을 때 한국전쟁 당시 적이었음에도 미국은 전·현직 대통령이 조문단으로 가서 외교를 했다"며 "북의 새로운 지도부의 면면을 익히고 남북관계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셈"이라고 말했다.

둘째, 조의 담화문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다. 담화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로 시작한다. 담화문의 발표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인데 위로를 받는 쪽은 '북한 주민'이다. 국상을 치르고 있는 북한 정권과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상주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는 북 정권과 새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이 대화를 하면 북의 지도부와 하지 주민과 마주앉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북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국회 발언이다. 원 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 사망 발표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의 공식 발표에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조의 표명 효과마저 반감시키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는 인터넷매체 에 기고한 글에서 "조문 외교를 통해 나라 간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꼬투리를 모색하고 상대국의 정세와 의중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싫고 좋고를 떠나 무조건 조문사절을 보내야 했다"며 "현재 집권당에서는 박근혜만큼 적합한 인물도 없다. 그를 조문특사로 임명해 정계·재계·종교계 대표들로 공식적인 조문단을 꾸려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우석훈의 시민운동 몇 어찌](41) 시청 토건족 그리고 박원순의 위기

[우석훈의 시민운동 몇 어찌](41) 시청 토건족 그리고 박원순의 위기

m.khan.co.kr | Nov 30th -0001 영화 <언터처블>은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 대부가 된 알 카포네를 체포하게 된 공무원들에 관한 실화이다. 법무부 공무원인 엘리어트 네스가 "절대로 매수되지 않는" 9명의 '언터처블'들과 알 카포네를 체포한 것은 그가 26세였을 때다. 미국의 영웅이 된 엘리어트 네스는 재무부 관료들의 도움을 받아 조세 포탈로 알 카포네를 감옥에 넣는 데 성공한다. 한국에는 정부 내에 세 종류의 마피아가 있다. 그중에 1악은 모피아, 2악은 토건족, 3악은 교육 마피아다. 이 세 마피아가 결국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렸고, 멀리는 DJ 정부도 무너뜨렸다. 물론 삼성과 같이 손대기 어려운 재벌들도 있지만, 이건 정부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다. 자, 노무현 정부가 무너지는 과정을 잠시 복기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구성에서 이미 무너졌다. 요즘 '민주당 X맨'으로 불리는, 한·미 FTA를 은근 슬쩍 통과시켜주고, 그냥 원내로 복귀하자고 주장하면서 야권 연합전선 붕괴의 맨 앞에 선 김진표가 노무현 정부 붕괴의 1등 공신이었다. 그를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노 정부는 모피아와 손을 잡았고, 한국 모피아의 명실상부한 대부, 이헌재를 경제부총리로 올렸다. 그 과정에서 이헌재를 고용했던 김&장과 삼성이 한국의 통치자가 되었고, 이헌재는 '한국형 뉴딜'로 토건족들을 등용하였다. 그리고 김진표가 다시 교육부총리가 되면서 교육 마피아도 노무현 시대에 제 시절을 만났다. 그렇게 붕괴한 노 정부가 결국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 역사를 보면, 이 세 종류의 마피아한테 먹히지 않은 정치인은 딱 두 명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로 부작위 작위라는 미학을 보여준 서울 시장 시절의 고건, 그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관료이다. 들어가자마자 토건족에 먹힌 건 정운찬 총리, 요즘 토목학회 앞잡이로 전락한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를 보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언론민주화의 영웅, 최문순은 당선되자마자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토건족에 먹혔다.

모피아와 토건족에 먹히지 않은 또 다른 정치인은 바로 김상곤 교육감이다. 김두관 지사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중이고, 송영길 인천시장은 바로 먹힐 것으로 봤는데, 의외로 잘 버티는 중이고. 곽노현 교육감은, 지금 감옥에 있다. 굵으면 부러진다, 그 얘기이다.

그렇다면 김상곤은 어떻게 모피아나 토건족 혹은 교육 마피아에게 먹히지 않고 아직도 버티는가? 많이 듣고, 회의 많이 하고, 시간을 끌 만큼 끌다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시민단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가장 적절히 구사한 김상곤식 리더십이 그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김상곤의 친위대와 공무원 사이의 조화, 그 소통의 리더십이 김상곤의 힘이다. 고건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또 다른 '행정의 달인' 탄생을 목전에 보는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상곤의 길이 아니라 노무현의 길에 가깝게 가 있다. 오염지역의 '친환경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토건족한테 당했고, 가락 시영 '종상향'으로 반은 먹혔다. 서울시 안의 토건족 관료들 그리고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토건 교수들이 한 달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들 입에서 "박원순, 별 거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박원순도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지금 시장에게는 엘리어트 네스도 없고, '언터처블'도 없고, 토건 시대에 이리저리 줄 대면서 영광을 누렸던 마피아들만 잔뜩 있다.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노통은 자신이 어떤 학자보다 더 잘 안다고 했다. 지금 박원순은, 종상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뭔가 깊은 오해를 한다고 했다. 정관용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는데, 오해는 지금 시장이 하고 계시다. 세세한 얘기는 천천히 하고….

고언 드린다. 보궐로 인수위가 형성되지 않았던 서울시장의 인수위원장 역할을 했던 김수현 교수를 주위에서 물리시기 바란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 요인 중 결정적이었던 부동산 정책을 청와대에서 총괄하던 사람이었고, 그의 실패가 바로 노무현의 실패였다.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는 지금의 변화에 적합하지 않은, 너무 옛날 패러다임의 사람이다.

그리고 가락 시영 '종상향'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재심사하도록 지시하고, 이 결정에 관여한 사람을 전부 불신임하시라. 서울시의 김진표 역할을 할 사람, 지금 시장 주변에 너무 많다. 시민의 정부가 '토건의 정부', 이렇게 변질되는 건 시간문제다. 대한토목학회, 도시계획학회 이런 곳과 결탁한 사람들은 과감히 내리고, 젊은 공무원들을 많이 활용하시기 바란다. 지금 서울시가 실패하면, 내년의 총선, 대선, "이렇게 바꾸자"는 얘기를 우리가 할 수가 없다. 토건족들이 김수현을 바람막이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하는 중이다. 급히 가면 체하니, 김상곤이 했던 것처럼, 급한 결정들은 일단 보류하고 기본부터 재점검하시기 바란다.

한마디만 보태면 '시정의 일관성', 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부의 토건족들이다. 한나라당 10년 시정을 바꾸는 중인데, 일관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Original Page: http://m.khan.co.kr/view.html?category=&med_id=khan&artid=20111219212555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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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뮤직

Daum 뮤직

music.daum.net | Nov 30th -0001

모든 것에는 각자의 영역이 있다. A와 카테고리가 다른 B를 A의 기준으로 재단해봤자 헛수고일 뿐이다. 그러나 조규찬은 해냈다. 찌질 모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규찬은 'C.F'에서 사랑의 감정을 수학적 통계로 재단하려는 모험을 감행한다. 많이 본 횟수로 사랑에 빠지면 나는 동네 슈퍼 아주머니랑 연애해야 하나? 감정은 기간과 횟수에 대체로 비례할 수는 있지만 절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인생의 진리, 조규찬이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결국 그 숭고한 절박함은 사랑의 감정마저 통계로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창조해내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보란 듯이 이 글의 10위를 성취했다.

찌질-펀치라인=> '내가 널 다섯 번 볼 동안 너의 남자친구는 아마 겨우 한두 번쯤 만나는 게 고작일 테고'

언뜻 보면 한없이 아름다운 가사다. 꿈속으로 찾아가 얘기를 듣고 오겠다니, 이 얼마나 애틋한가. 요즘 가요계에 이런 가사가 나올 수만 있다면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 각오도 되어 있다. 하지만 스토커는 스토커다. 그것도 현실을 뛰어넘어 상대의 무의식 세계까지 침범하려고 하는 악질 스토커 말이다. 더군다나 꿈속은 복습교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정상인은 현실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다시 꿈으로까지 꾸지 않는다. 설마 이렇게 말하는 나. 내 안의 낭만은 죽은 건가? 여담이지만 '그렇다면' 혹은 '그러면'이 아닌 '허면'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자가 서울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겠다.

찌질-펀치라인=> '나 그대 아주 작은 일까지 알고 싶지만 어쩐지 그대 내게 말을 안 해요 허면 그대 잠든 밤 꿈속으로 찾아가 살며시 얘기 듣고 올래요'

이제는 나스(Nas)의 [Illmatic]이 발매되었던 해가 아닌 카라의 강지영이 태어났던 해로 역사에 기록될 1994년에는 임종환도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이 기억되어야 마땅하다. 고인에 대한 이야기라 조심스럽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히트곡의 재기를 다시 음미하는 일이 그에 대한 무례는 아닐 것이다. 노파심에 말해두지만 전화를 걸었는지 길을 걸었는지에 대해 언쟁을 할 필요는 없다.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기 때문이다. 이 절묘한 중의법은 황희 정승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나 절묘하다고 해서 찌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냥 걸었다고 했다가, 너의 집 앞이라고 했다가, 나 그냥 갈까 워우워우워우워 하는 그의 모습은 세상의 가장 초라한 존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는 당시 이 노래를 들으며 그를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었다. 언젠가 이 수법을 꼭 써먹으리라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써먹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써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놈의 '오빠믿지' 어플..OTL

찌질-펀치라인=> '나 그냥 갈까 워우워우워우워'

물론 아무도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석원의 작사 실력을 절대 얕보아서는 안 된다. 015B의 많은 노래를 비롯해 박정현의 '미장원에서' 등에서 볼 수 있듯 그는 훌륭한 프로듀서인 동시에 뛰어난 작사가였다. 정석원은 이 곡에서도 입대를 앞둔 남자의 보편적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해낸다. 덕분에 이 곡에서 이장우는 준-츤데레로 분한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끌려가야하는 나를 여자친구가 당연히 기다려주길 원하지만 일단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고 보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계속 가식모드로 갔다면 츤데레가 완성되었겠지만 마지막에 결국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에 완성의 꿈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슴팍에 강렬하게 와닿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갑자기 울적해진다. 입대할 때 나는 그녀에게 대놓고 내가 지금껏 참아주고 받아주고 잘해주었으니 이제 네가 기다릴 차례라고 했다. 하지만 작대기 두 개를 달 즈음 부대 안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는 쫄병 주제에 부대가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그녀는 올해 가을 결혼했다. 우리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찌질-펀치라인=> '날 기다리진 마 네게 부담주긴 싫어 좋은 사람 만날 기회를 나 때문에 피하지는 마 하지만 그래도 니가 나를 못 잊어 아무 것도 없이 새로 시작할 날 허락한다면 그땐 너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해당 음원은 온라인 서비스 불가한 음원인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6위. 한경훈(빛과소금)이 패배자를 자처하며 동정심 유발 작전을 폈던 순간: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1991)

일단 이 곡은 한경훈이 불렀기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장기호가 불렀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장기호의 스타일리쉬한 보컬로는 패배자가 될 수 없다. 한경훈처럼 음정도 조금씩 지속적으로 불안정하고 곳곳의 기교는 이게 가녹음 버전이 아닌지 의심하게 하며 무엇보다 사랑에 처음 데인 대학 초년생 느낌이 있어야 한다. 한경훈은 이 곡에서 그걸 해내고 있다. 또한 보통 이별노래에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같은 가사는 잘 쓰이지 않는다. 대신에 '이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나 '나는 너 없인 이제 견딜 수 없어'같은 보다 직선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한경훈은 이별 후 브레인스토밍의 시작을 굳이 중얼거리며 알린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 자조적인 혼잣말은 그래서 더 애처롭다. 패배자 한경훈의 동정심 유발 작전은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찌질-펀치라인=>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이 곡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윤종신이 인터뷰에서 '지하 5층 깊이 찌질함'으로 인정한 노래 되겠다. 사실 이 곡에서 특별히 강렬하게 찌질한 구절은 없다. 하지만 이 곡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눈으로 보아야 비로소 찌질함을 발견할 수 있다. 유별나게도 제목에 찌질함이 서려 있는 것이다. 5월12일이 대체 무슨 날인가? 015B의 결성일인가? 아니면 정석원의 생일인가? 아니다. 모두 틀렸다. 그런 식상한 예측은 모두 치워라. 5월12일은 바로 정석원이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이다. 이 곡과 관련해 정석원이 직접 쓴 글에서도 알 수 있듯 정석원은 1987년 5월12일 이화여대에 다니는 한 여성과 처음 만나 2년 반 동안 교제를 하다 그녀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를 비롯한 015B의 다른 이별 노래들도 거의 그녀에 관한 곡이라고 한다. 아무튼 제목만 보고는 물론 노래를 들어봐도 정확히 무슨 날인지 알 수가 없는 자기 혼자만 아는 날짜를 노래 제목으로 한 것 자체가 참 찌질하다. 나랑 상관도 없는 이 날을 매년 기념하는 내가 더 찌질하지만.

찌질-펀치라인=> 제목

4위. 박용준(더클래식)이 인간의 기본 예의에 이의를 제기했던 순간: '내 슬픔만큼 그대가 행복하길' (1996)

당황스럽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다. 도덕이 흔들렸던 순간이기도 하다. 박용준씨에게 묻는다. 내가 진짜 당신 팬이다. 아 이건 아니고. 박용준씨는 그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잘해주지 않고 어떻게 대하나? 얼굴 붉히고, 만난 지 3초 만에 말 놓고, 앉으라고 한 다음 뒤에서 의자 빼고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잘해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 예의다. 그녀는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또 부모님의 가르침처럼 처음 만난 당신을 예의를 갖추어 대했다. 무엇이 잘못된 건가? 그녀는 당신에게도 그랬고 다른 사람에게도 언제나 그랬다. 앞으로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그렇게 대할 것이다. 인간의 기본 예의, 망각하지 말자. 하, 그런데 왜 눈물이..

찌질-펀치라인=> '처음부터 왜 잘해주었나요 다른 사람에게도 언제나 그런가요'

아마 토이의 이름으로 발표한 모든 곡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한 방이 아닐까? 전형적이지만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심금을 울리는 노래다. 김연우의 보컬이 최강 포스를 발휘한 곡이기도 하다. 일단 이 곡은 헤어진 여자친구는 물론 앞마당의 바둑이마저 귀 기울이지 않는 독백 류 카테고리에 속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기본 찌질력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 곡은 한문 숙제하는 순간에 절정으로 치닫는다. 왜 그녀의 이름으로 한문 숙제를 하나? 그녀의 이름이 한문 시험에 나오기라도 했나? 다시 한 번 똑똑히 말해두지만 빈 종이에 가득 써야할 건 영단어 혹은 고사성어 뿐이다. 혹시라도 숙제하다 모르는 한자 물어보려고 그녀에게 전화 걸었던 것이라면 이 글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한다.

찌질-펀치라인=> '하지만 말야 빈 종이에 가득 너의 이름 쓰면서 네게 전화 걸어 너의 음성 들을 땐 나도 몰래 눈물이 흘러'

2위. 오태호가 놓친 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던 순간: '친구 수첩 속의 너의 사진' (1993)

순위에 오른 노래 중 유일하게 찌질-펀치라인이 의성어다. 나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찌질했다는 뜻도 되겠다. 오태호는 말 한마디 없이 효과음으로 제압한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노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가 지갑을 꺼냈는데 그 속에 예전 여자친구 사진이 들어있음을 발견하고 그만 잡고 있던 컵을 놓쳐 깨뜨리고 말았다는, 뭐 그런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기까지는 솔직히 보기에 따라 안 찌질하거나 덜 찌질해 순위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오태호가 찌질함의 문턱을 끝내 넘을 수 있었던 까닭은 컵이 깨지는 소리를 곡의 도입부에 효과음으로 삽입할 생각을 했으며 그것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화들짝 놀라곤 한다.

찌질-펀치라인=> 쨍그랑(의성어)

사실 이 글을 기획한 순간부터 이미 1위는 정해져 있었다. 본격 나 자신과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대 윤종신만으로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채울 수도 있었다. 윤종신의 앨범을 늘어놓고 눈감고 아무 곡이나 골라잡아도 순위권이라는 작금의 현실이 황당하다. 그래서 고심 또 고심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추려냈다. 미안할 일 아닌데 미안하다고 하기('오늘', '잘했어요' 등), 그녀를 잊으려 괜스레 생돈 들여 이사 가기('도피' 등), 같이 갔던 곳 혼자 다시 가기('모처럼', '바다이야기' 등) 등등이 있었지만 역시 '안 물어봤는데 말하기'를 당해낼 곡은 없었다. 그래, 뭐 가사의 한 두 줄 정도는 안 물어본 말도 늘어놓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건 뭐, 곡 전체가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말이고 동시에 누구도 듣고 있지 않은 말들이다. 이봐,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궁금해 하지 않아. 담배를 끊었는지 못 끊었는지, 친구 중 한 명이 부자가 되었는지 쫄딱 망했는지, 당신이 이사를 갔는지 안 갔는지, 절대, 전혀, 아무 것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크게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보편적인 찌질 수준이라고 치자. 그런데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이 곡 역시 1위를 차지할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부질없이 내 소식 말하는 걸 처량한 후횐 줄 오해 말아 누구나 한번쯤 돌아보는 세월 그 중에 너를 빼놓을 수 없어서'라니. 너 지금 후회하고 있잖아. 그것도 엄청나게 처량한 모습으로. 그리고 정말 절망적이지만 이것도 안 물어본 거야 OTL. 그녀는 그녀가 안 물어본 것들을 당신이 굳이 늘어놓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구! 하..어떤가. 1위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음악왕은 사실 찌질왕이었다.

찌질-펀치라인=> '부질없이 내 소식 말하는 걸 처량한 후횐 줄 오해 말아 누구나 한번쯤 돌아보는 세월 그중에 너를 빼놓을 수 없어서'

(글: 김봉현 대중음악 평론가) 해당 컨텐츠 관련 아티스트들 100비트 | 김봉현 (100비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대중음악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흑인음악을 정체성으로 여기고 90년대 맑은 가요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힙합, 우리시대의 클래식]이 있고, 역서로 [제이지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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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의 영어공부 10계명

양승진 기자의 영어공부 10계명

web.me.com 1. 시험공부는 그만, 실제로 써먹는 영어공부를 한국의 영어공부 상황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TOEIC, TOEFL, TEPS 등의 영어관련 자격시험 공부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신사도 토익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서 소위 '찍는 요령'을 배우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고, 바람직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대학시절 때부터 직장생활 5년차가 넘었는데도 수험용 영어참고서를 붙들고 있다면 당장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할 것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기초적인 독해실력은 갖춘 것이다. 당장 자신이 근무하는 분야에 관한 영어잡지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보기 시작하라. 하루에 한 가지씩 흥미 있는 기사를 골라 그 내용을 노트에 영어로 짧게 요약·정리하라. 그리고 나서 남에게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혼자 말해보라. 혹은 마음 맞는 동료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라. 영어로 된 업무상 표현이나 취미와 관련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목표이자 지름길이다. 당신의 영어실력은 평소에 활용해야만 늘게 마련이다. 죽기 직전까지 시험만 쳐서 영어실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결과는 허무할 수밖에 없다.
2. 영자신문 읽기를 습관화하자 앞서도 말했듯이 영자신문을 읽는 습관은 매우 능률적인 학습법이다. 그러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자칫 이런저런 이유로 읽기를 게을리하면 펴보지도 않은 신문이 차곡차곡 쌓이고 만다. 처음 영자 신문을 대할 때는 우선 과욕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코리아 헤럴드의 경우 매일 20면씩 발행되는데 그 분량은 예상 외로 많다. 일단 1면부터 끝까지 신문을 죽 넘기면서 제목과 사진만이라도 들여다보며 대충 어떤 일들이 오늘의 중요기사인가 살펴보자. 그러고 나서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섹션으로 넘겨 기사 한두 개를 선택해 집중해서 읽는다. 선택의 기준은 '흥미가 가는 분야 위주일 것'.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바로 찾지 말고 대의를 파악한 후에 사전에서 확인한 후 큰 소리로 여러 번 읽어본다. 물론 매일 반복해야 한다.
3. 독해는 두 눈 부릅뜨고 능동적으로 독해는 물론 영어로 된 자료에서 필요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작문을 위한 핵심적인 밑거름이다. 평소 영어로 쓰인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를 볼 때 조금만 세심하게 살피면 여러 가지 유용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피동적인 내용파악보다는 실제 활용을 고려한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를 해야 한다.  하나의 문장에도 여러 가지 좋은 표현과 문형의 예를 찾을 수 있는데, 평소에 능동적으로 독해를 하지 않으면 이를 놓치고 넘어가기 쉽다. 좋은 표현과 정연한 논리로 되어 있는 영문자료를 읽되 표현노트를 만들어 한-영 방식으로 예문까지 적어놓는 것이 효율적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표현노트는 자주 복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4. 영작은 틈나는 대로 영작은 이메일이나 일기, 메모 등을 활용해 평소에 많이 해봐야 한다.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틈만 나면 종이에다 뭔가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영작할 내용이나 소재가 없다면 자신이 공부하는 독해나 청취 자료를 영어로 요약하는 연습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영어로 글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웰의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1946)에 나오는 영작의 기본원칙을 살펴보자.
1) Never use a metaphor, simile or other figure of speech which you are used to seeing in print.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멋진 비유법을 함부로 쓰지 말라. 멋있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끼어 맞추면 대부분의 경우 원어민의 교정에서 삭제, 수정된다. 멋있는 비유라고 해서 무작정 본인의 영작에 쓰지 말고 정말 적합한 경우에만 아껴 쓰라. 2) Never use a long word where a short word will do.  어렵고 복잡한 단어를 열심히 외워서 자랑하고 싶더라도 함부로 쓰지 말라. 대신 쉽고 간단한 단어 위주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기 전에 항상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3) If it is possible to cut out a word, always cut it out.  자신도 모르게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깨닫기 위해, 일단 자신이 쓴 글에 있는 모든 형용사, 부사를 찾아 지워 보라.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정말 반드시 필요한 형용사와 부사를 찾아서 추가한 뒤 원문과 비교해 보라. 4) Never use the passive where you can use the active.  수동태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항상 능동태의 'action verb'가 중심이 되는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5) Never use a foreign phrase, a scientific word or a jargon word, if you can think of an everyday English equivalent.  너무 어려운 라틴어 표현, 혹은 불어 표현을 자신의 단어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쓰지 말라. 6) Break any of these rules sooner than say anything outright barbarous.  영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을 명심하고 글 실력을 키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의미전달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하는 편이 좋다. 5. 청취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말자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한 시간에 비해 영어가 쉽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포기할지 말자. 임계치에 해당하는 듣기 훈련을 위해서는 하루에 1~2시간씩 대략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단 매일 청취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 두고, 회화테이프를 들을 때는 반드시 스크립트가 있는 것을 구해 사용하자.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전혀 보지 않고 반복해서 들은 뒤, 나중에 모르거나 들리지 않는 부분을 위주로 원문과 대조해 나간다. 또한 뉴스, 드라마, 영화, 소설, 코미디 등 되도록 다양한 자료의 서로 다른 억양과 액센트를 접하는 것이 실전에 도움이 된다. 영어청취는 어렵지만 가장 실용적인 분야임을 명심하자.
6. 회화공부는 일단 입을 최대한 활용할 것 회화는 청취를 통해 배워야 제격이다. 회화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회화교재 테이프의 일정한 의미단위 부분을 정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은 뒤, 똑같은 억양과 액센트로 비슷하게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효과가 높다. 필자들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30~40번 정도 한 문단을 앵무새처럼 따라서 읽으면 거의 대부분의 표현을 입으로 외우게 되고, 실전에서는 이렇게 입으로 외운 표현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풍부한 화제를 갖추기 위해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라. 기본적인 인사가 오간 뒤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은 종종 영어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특별히 나눌 만한 대화주제가 없어서인 경우가 허다하다.
7. 콩글리시를 두려워 말자 누구나 콩글리시를 거쳐야 제대로 된 영어를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하게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보면 문법적으로 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무조건 혼내기만 했다가는 언어장애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어른들의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틀리더라도 사용빈도를 높이는 것만이 실력증진의 유일한 방법이다. 콩글리시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말하며 틀리고 영문으로 오류투성이 글을 쓰는 것이 꿀 먹은 벙어리로 남는 것보다 백배 낫다. 그러다 보면 영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실용적인 회화나 영작에서는 빠르게 진전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작더라도 자신의 영어실력 향상을 느끼거나 하나둘씩 자신이 쓰는 문장의 틀린 곳을 찾아내는 기쁨은 영어공부의 강력한 동기유발이 된다.
8. 자료는 편식하지 말자 영어에도 종류가 있다. 영국식, 미국식, 한국식 등 지역 및 문화차이에서부터, 같은 지역이라도 글로 쓰느냐 말로 하느냐, 공손한 표현이냐 친하게 지내는 사람끼리만 쓰는 말이냐 등 영어의 사용상 분류는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영국식 표현만 많이 외운다든지, 문어체만 많이 습득하고 실용회화표현을 게을리한다든지, 공손한 표현만 외운다든지 하는 '절름발이 영어'. 한국 기성세대들의 영어는 상당수 이런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한국의 영어교육이 문어체와 단어 위주의 '편식'을 강요해온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전을 많이 펼쳐보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항상 사전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영한, 한영, 영영, 동의어사전을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이미 아는 단어라도 꾸준히 펼쳐 읽으며 확인하는 것이 좋다. 
9. 인터넷을 항상 활용하자 무궁한 인터넷의 바다에는 회화, 독해, 문법, 영작 등을 동영상이나 기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강의하는 곳이 널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흥미를 주는 영어공부 자료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 변화다. 독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적합한 사이트를 찾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영자신문과 인터넷을 병행해 활용하면 효과만점. 종이신문을 매일 아침 꾸준히 읽어 그날의 중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감을 잡고, 이를 토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독해를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주요 영어신문, 잡지, 실시간 뉴스사이트와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전문지, 온라인사전, 검색엔진 등을 활용해 영어와 만나라. 큰돈 들이지 않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0. 하루라도 빼먹지 말자 영어에 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 상당수는 '제대로 영어를 습득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언제 시작했는가 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오늘 갑자기 15시간 공부하고 15일 내내 노는 것보다 하루에 한 시간씩 집중해 공부하는 것이 수십 배의 효과를 가져온다. 영자신문을 구독하는 경우 매일 주요기사 1~2개를 정독하고 표현을 정리할 경우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기사 하나에서 건질 수 있는 유용한 표현이 대략 10개라고 치면, 하루에 두 꼭지의 기사만 읽어도 20개, 한달이면 500개의 표현을 정리할 수 있다. 1년이면 무려 6000개의 표현을 습득할 수 있는 것. '그까짓 30분'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영어공부에 자발적으로 '중독'되는 시간을 정해보자.

Original Page: http://web.me.com/sungjin/english/102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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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김정일 사후를 보는 진보·보수의 시각과 제언

[논쟁] 김정일 사후를 보는 진보·보수의 시각과 제언

hani.co.kr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앞날에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 북한 내부를 비롯한 한반도의 정세는 어떻게 전개될지, 이명박 정부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김정일 사후를 바라보는 진보·보수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

보수진영이 흡수통일의 비현실성
깨닫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
한·미의 조의 표명, 인도적 지원,
'키 리졸브' 중단 등 과감한 조처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최고 권력자로 올라선 김정은이 과연 권력을 순조롭게 장악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북한 권력구도에 불확실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점차 '김정은+집단지도' 체제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 여부는 북한 내부의 동학(動學) 못지않게 외부와의 상호작용도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북한의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내 돌발상황 발생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통제력 상실로 이어질 것을 가장 우려한다. 미국이 대북 감시태세(워치콘)와 방어태세(데프콘)를 격상하지 않기로 한 것도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적 최우선순위는 당연히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신속하게 조의를 표하고 북한과의 우호협력관계 발전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두 나라는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들도 휘말릴 수밖에 없는 한반도 무력충돌 방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김정일의 급사라는 돌발변수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 '협력'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절된 남북관계는 대북 정보망마저 '먹통'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대북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정일의 사망을 통일의 호기로 바라봤던 굴절된 믿음은 한반도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견제에 직면해 있다. 하여 이명박 정부와 보수진영이 현실로 다가온 '김정일 사후의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자해적인 것인가를 깨닫는다면, 김 위원장의 사망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중요한 출발점은 한-미 공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조처를 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양국이 북한에 조의를 표명해야 한다. 양국의 조의 표명은 김정은 체제와의 신뢰구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양국 내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이명박 정부의 조의 표명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북 인도적 지원과 대화 재개의 로드맵을 짜야 한다. 북·미 양국은 대북 식량지원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 일시 중단을 골자로 한 북-미 대화를 예정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일각에서도 유연한 대북 접근을 모색했었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더 능동적인 자세로 교착 국면을 타개할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조문 국면이 누그러지는 시점에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 그리고 6자회담 재개가 선순환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대북 지원도 조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알리면서 남북의 합의와 주변국들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의사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회의 창'은 분명 열려 있다.

끝으로 한·미 양국이 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중단을 전격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이는 북한의 신생 정권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자, 더욱 불확실해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20년 전 한·미 양국 정부의 '팀 스피릿' 중단 선언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가져왔던 사례를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떠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김정은의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핵포기·민주화 유도해야

성공적 권력승계 가능성 높지만
급변사태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개혁·개방이 남북의 공생공영에
기여하리란 점을 적극 설득해야

1974년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되어 37년간 북한을 철권통치해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7일 사망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면서 경제난 극복과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의욕적으로 활동했던 김정일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대내외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눈을 감았다. 김정일의 3남인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게 되었지만 김정일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까지 상속받게 되어 북한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1994년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소련 및 동유럽 공산정권의 붕괴와 중국의 개혁·개방 등 안팎으로 처한 최대의 위기상황에서 북한 체제를 굳건히 지키면서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 대가도 만만치 않다. 핵개발로 인해 국제적 고립과 남북관계의 후퇴를 자초했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김정일이 물려준 유산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최근 미-북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은 우라늄 농축 계획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북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일은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 연결사업에도 협조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도 예상되고 있었다. 즉,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핵문제와 미-북 및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전환기적 상황에서 김정일이 사망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의 진전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8년 김정일의 뇌졸중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준비해 왔으나, 당과 군에서 아무런 경력도 없는 29살의 김정은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아시아로 불어올 가능성, 중국을 통한 황색바람과 한류의 유입,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과 식량난, 핵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 등 김정은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여 경제난과 식량난을 해결하면서도 내부 결속과 권력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핵협상에 성공하여 미-북 및 일-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후계체제의 안정성과 지속성 확보에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외교협회(CFR)는 권력승계, 승계 경쟁 및 승계 실패 등 세가지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장성택 또는 군부의 후견으로 김정은이 권력승계에 성공하는 것이며, 둘째는 당 또는 군부의 실세들이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반발하여 권력투쟁 상황에 들어가는 것이며, 셋째는 김정은이 권력승계에 실패하고 급격한 체제붕괴 또는 내전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중에서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첫번째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당과 군의 요직에 지지세력을 포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분간 김정은은 군의 지지를 기반으로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는 북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내부 권력투쟁 또는 급변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북한 내의 핵무기와 핵물질이 통제되지 않는 집단에 넘어갈 경우 우리의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대량살상무기의 안전한 관리와 통제를 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수립이 시급하다.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군 상부구조개편 관련 법안개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길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가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남북 공생공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유연성을 넓히는 지혜도 필요하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선도해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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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비 무기가 이란 장난감 된 사연

미국 극비 무기가 이란 장난감 된 사연

sisainlive.com 이란 핵 개발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의혹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1월8일 발표한 보고서 때문이다. IAEA는 15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신뢰할 만한 첩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란이 컴퓨터를 활용해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으며, 핵무기 구성장치들의 성능을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거 심증뿐이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한층 명확히 하는 내용이다. IAEA가 이란 핵무기 의혹에 대해 직접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AEA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공식적으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되는 것은 IAEA가 물증까지도 확보했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AEA도 "광범위한 첩보를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IAEA는 이번 보고서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한 셈이다.

유엔안보리 제재안보다 훨씬 강도 높아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는가 하면 이란의 주 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강도 제재안을 꺼내들었다.

이번 제재안은 종전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나왔던 대(對)이란 제재안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21일 이란이 핵 개발을 지속하는 한 국제사회가 이란을 압박하고 고립시킬 것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란 제재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영국 정부도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21일부터 영국 기업들은 이란 중앙은행 등 모든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다. 유럽 국가들도 이란에 대한 제재 확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 나라가 이처럼 이란에 대한 초강력 경제 제재에 들어간 것은 이란 수입원의 70%를 차지하는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 압박하기 위함이다.

이란은 서방세계의 이 같은 경제 제재 조처에 크게 반발했다. 서방 은행과의 거래가 끊기면 이란 기업의 석유 수출길이 막히고 수입도 줄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 발표 직후 이란 측은 "핵 기술은 핵연료 개발을 위한 것이지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IAEA 주재 이란 대사도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처에 반발한 이란의 과격 시위대가 11월29일 영국 대사관을 습격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 이란 청년 수십 명이 난입해 "영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여왕 초상화까지 훼손했다. 영국 외교관 단지에도 시위대가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영국 대사관 직원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영국 정부는 이란 경찰이 적극 저지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이 사건 배후에 이란 정부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필 영국 대사관이 표적이 된 것은 IAEA 보고서로 인한 추가 경제 제재에서 영국이 가장 먼저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사건의 여파는 컸다. 피해 당사자인 영국은 대사관 습격 사건 직후 테헤란에 있는 자국 외교관 전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한편 런던에 있는 이란 대사관에도 즉각 폐쇄를 통보했다. 유엔안보리도 긴급 성명을 발표해 "안보리 회원국은 이란 시위대에 의한 영국 대사관 공격 사태를 강력히 비난한다"라고 밝혔다. 독일, 스웨덴 등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논의를 막 시작하려던 나라들도 이란에 등을 돌렸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두둔했던 러시아조차 "이번 사태는 일반적으로 국제법 규범에 반하는 행동이다"라면서 이란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테헤란 공관을 철수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일부 철없는 학생들이 저지른 짓이며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버티던 이란도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이란의 보수 강경 성직자인 아흐마드 카타미는 <걸프 뉴스> 인터뷰에서 "외국 공관 습격은 불법이며 상대국을 침략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관련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 본을 방문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 또한 이란 주재 독일 대사관 철수를 검토 중인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정찰기 격추로 곤혹스러워진 미국

그런데 경제 제재와 영국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국제적 고립 속에 놓여 있던 이란이 다시 승기를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월4일 이란군이 자국 동부 지역에서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란 영토에서 미국 CIA 소속의 RQ-170 미국 무인기를 이란군이 격추해 기체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RQ-170 무인기는 아직 사진조차 공개된 적이 없는 미국 공군의 극비 최신기이다. 관측이 잘 안 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감시하고 정찰하는 무인기로 2009년부터 아프간에 배치돼 있다(X-마스에 공습 개시? 세계가 떤다 기사 참조).

문제는 이 RQ-170기 표면에 적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미군이 개발한 특수 코팅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군의 B-2 폭격기와 더불어 미군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로, 미국이 기술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핵심 사항이다. 추락한 이 무인기의 잔해로 인해 미국의 핵심 기술이 이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이란이 만약 스텔스(은폐) 기술에 몰입 중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이 잔해를 넘기면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워싱턴 포스트>도 "RQ-170이 (격추당한 것이) 맞다면 이는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이란과 그 동맹국에는 미국의 최신 무기 기술을 파악하는 더없이 유용한 소재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란은 12월8일 국영 IRIB TV를 통해 RQ-170 기체를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역공에 나섰다. 이란 외교부는 미군 무인정찰기가 이란 영공을 침입, 비밀 정탐을 한 것은 국제협정 위반이라며 "불법 행위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한다"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이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하는 국가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란의 핵 개발 의지는 더욱 확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12월17~18일 양일로 예정된 IAEA의 이란 핵 개발 관련 이사회를 앞두고 이란 대학가에서는 IAEA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이란이 IAEA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AEA의 이란 핵 개발 보고서가 오히려 이란의 보수 강경파를 단결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한 이 문제가 당분간 세계 안보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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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호] 시민의 시장, 토건시장이 되려는가 : 사회 : 뉴스 : 초점 : 한겨레21

[제891호] 시민의 시장, 토건시장이 되려는가 : 사회 : 뉴스 : 초점 : 한겨레21

h21.hani.co.kr 박원순표 서울시정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임 시장 시절부터 추진된 각 지역의 뉴타운·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기존 2종에서 3종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12월7일 통과시켰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마저 투기 과열을 우려해 보류했던 사업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이에 따라 용적률은 285%까지 상승했고, 이 구역에는 평균 28층, 최고 35층 규모의 공동주택 8903가구가 신축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부는 △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완화 및 폐지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1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가 동시에 건설자본과 부자들만을 위한 핵폭탄급 선물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를 두고 "시점도, 내용도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 줄 것"

서울시는 이번 결정으로 1179가구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들어서게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기존 계획에서 장기전세주택은 200여 가구였다. 도계위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 문승국 행정2부시장은 "'종 상향' 문제만 너무 부각됐는데, 이번 사업으로 1천 가구 넘는 장기전세주택을 확보했다는 공공성 측면을 헤아려달라"고 했다. "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박원순 시장 공약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종 상향 결정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서울시정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시민사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대외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홍성태 상지대(문화콘텐츠학) 교수는 "당장 4천여 세입자 가구가 쫓겨나게 생겼는데, 장기전세 물량 몇 건을 더 만들었다고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가락시영아파트의 초고층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망국적인 서울 고층화와 집중화의 완성"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토건시정 종식을 선언한 박원순 시장이 토건시장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도계위의 이번 결정은 박원순 시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일까. 서울시의 공식 태도는 "도계위는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독립기구로,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나면 서울시는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민간 위원들의 임기는 2년이다. 모두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도계위에는 위원장인 행정2부시장 외에도 서울시 주택국장, 도시계획국장, 뉴타운사업본부장 등이 참여한다. 서울시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원순 시장의 측근 인사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도 이번 사안을 미리 보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 시장 본인은 물론 시정 전반을 보좌해야 할 정무라인과 자문위원단은 사안의 중요성과 종 상향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선 폭넓게 검토하지 못했다. 이번 결정으로 확보될 시프트 물량만을 산술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보수언론의 프레임과, 정작 부동산 정책을 책임져야 할 중앙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내심 즐기고 있다는 외부적 상황도 이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세훈표 도시계획위원회'의 도발?

서울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종 상향 발표가 이뤄진 직후 "대형 필지의 종 상향이나 대규모 개발 행위에 대해선 신중하게 판단하고, 내·외부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뒤집어보면, 이번 도계위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김형주 정무부시장은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인 만큼 하나의 사업이 전체적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을 보좌하는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김수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 자문위원은 "개인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자문위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기류가 많이 보인다"며 "사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적 프로세스로 처리돼버린 듯하다"고 했다. 이 자문위원은 "용적률 285%인 지역에 가보면 그야말로 고층 아파트로 이뤄진 성(城)"이라며 "도계위가 종 상향을 발표하는 시점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수현 자문위원장은 "자문위는 구체적인 현안 하나하나에 개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큰 틀에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라며, 이번 종 상향 결정의 배경과 관련된 질문에는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종 상향 결정으로 각종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돌파해야 할 서울시의 발걸음이 꼬였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가락시영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역도 바로 옆에 있어 종 상향이 가능한 것으로 (도계위에서) 결정한 것 같다"며 "지역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지, 다른 모든 지역에도 해당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성태 교수는 "대로변 운운하는 해명은 초등학생도 할 수 없는 어리석은 이야기"라며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박원순 시정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문제의 근원은 도계위의 비밀주의"라며 "당장 회의록을 공개하고 서울시가 도계위에 재심을 요구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쪽은 "이미 소위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서울시가 도계위의 결론을 뒤집을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은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실련은 "이번 결정으로 여타 재건축·뉴타운 사업도 형평성을 제기하며 종 상향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개포지구·둔촌주공·고덕지구 등은 가락시영의 사례를 들어 종 상향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도계위는 지난 12월16일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의 종 상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류했다.

"나는 팔자 사나운 서울시장"

박 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2월14일 서울시청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는 각 뉴타운과 재건축 지역에서 몰려든 원주민들로 파행을 겪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살 곳을 잃게 된 원주민들은 "무분별한 뉴타운·재건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가락시영아파트 종 상향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어떤 분이 저보고 '팔자 사나운 시장'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다"고 토로했다. 정책적 차원에선 '오세훈 지우기'와 '시정의 연속성', 구체적 사업에선 복잡하게 얽힌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하소연으로 행정 책임을 피하기엔, 서울시장은 너무도 무거운 자리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Original Page: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0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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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백두혈통 아니면 통치 못해… 김정은 실권 강화될 것”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백두혈통 아니면 통치 못해… 김정은 실권 강화될 것"

news.khan.co.kr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66·사진)은 20일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놓고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일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그것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풀려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망) 하루 만에 (조의 표명이) 나온 것은 좋은 일이고 적절한 조치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해줌으로써 북·미 접촉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6자회담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접촉을 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미국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이 비칠 때 건초를 말릴 수 있다. 북한이 어려울 때 손을 내민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로했지만, 조문단 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해외 조문단을 안 받겠다는데 들어갈 수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는 조문단을 안 받고, 자기들끼리 장중하게 하는 게 관례다. 안 보내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북한이 섭섭했던 것은 정상회담까지 예정됐었는데, 조의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주민을 위로했다. 정부가 남은 기간이라도 남북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정부가 6자회담에서 북한을 만나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이번에 조의를 표시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본다."

- 하지만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은밀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남북정상회담도 어려워졌다.

"김정은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보다도 나이가 어리니까 (정상회담은) 국민 정서상 안 맞을 것이다. 동양의 관념으로 조금 어렵게 됐다. 차라리 과거에 있었던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리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달라. 북핵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을 자주 만나서 엉뚱한 길로 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낙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지만, 잘 관리하면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입장을 하나씩 취하면 한반도 상황은 나빠질 것은 없다."

- 현재 상황이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북·미 간 핫 이슈가 핵문제고 남북관계가 경직돼 있다는 점에서 그때와 현재 상황이 흡사하다. 당시에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에서 핵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벌였는데, 현재 미국도 북한과 6자회담 재개를 협상하고 있다. 22일로 예정됐던 북·미 간 3차 접촉은 연기되겠지만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는 틀이 예상보다 빨리 잡힐 수 있다. 물론 카터의 방북으로 1994년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됐던 사실은 현재와 다르지만, 크게 볼 때 상황의 차이가 크지 않다."

-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정부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클린턴 정부의 북핵 정책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정부는 김 주석 사후 북한의 어려운 점을 '십이분' 활용했다. 경수로 건설과 수교협상을 해달라는 북한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핵문제에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현재 미국도 북한을 잘 구슬러 6자회담 재개 합의를 끌어내고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지원과 북·미수교 및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우리도 그런 흐름을 비켜 갈 수는 없다. (그간) 남북 간 접촉이 었었던 만큼 우리가 직접 판을 짤 수는 없지만, (북·미 대화에 대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 북한이 북·미 접촉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미국이 나서면 북한은 거기에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자기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고 외교적 고립을, 외교적 어려움을 푸는 그런 어떤 탈출구로 활용하리라고 본다."

- 정치적으로 미국이나 한국도 대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 대선 때문에 북핵에 대해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한국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부도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여서 재미도 못 보지 않았느냐. 어려운 시기에 남쪽에서 압박이 들어온다는 의식을 북한이 갖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수 있겠는가.

"자연인 김정은으로 보지 마라. 김정은 한 사람의 퍼스낼리티나 포텐셜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이 아니면 북한을 대표할 수 없는 게 현재 북한의 정치문화다. 상징성 면에서 누가 도전할 수 없을 것이다. 군권도 김정은 중심으로 개편됐다. 북한 정치문화의 맥락에서 볼 때 하루아침에 거부당하거나 밀려날 여지는 없다고 본다. 나이가 어려서 결격사유가 있고 그것 때문에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의 정치문화 특성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 김정일 위원장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고모부인 장성택이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이고, 당의 행정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고모인 김경희는 당의 경공업부장이다. 후견인인 두 사람이 섭정형식으로 통치를 하면서 점차 김정은의 실권이 강화되는 그런 상황으로 발전되어 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아마 절대로 다른 사람이 권력을 분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 같은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 내년에 목표로 했던 '강성대국'을 이루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지 않겠는가.

"강성대국이란 말이 강성국가로 바뀌었다. 중앙통신에 2~3번인가 나왔다. 슬그머니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신중하고 용어 선택을 할 때 보면 책잡힐 소리를 안 한다. 또 내년에 어려워지더라도 갑작스럽게 김 위원장이 사망해서 (강성국가 실현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 있다. 북한 당국에선 변명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가 극복해야 할 위기는 무엇인가.

"경제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대처를 잘 못하면 주민들의 지지가 조금씩 내려가고 힘이 빠질 수 있다. 특히 핵문제를 잘못 다뤄서 미국 등 외부로부터 강한 제재와 압박이 계속된다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경제난의 해소 기미가 안 보인다면 책임문제가 불거져 북한 내부에서 세력교체가 있을 수 있다. 현재의 후견인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더 강경파나, 더 온건파가 나올 수 있다."

- 김정은 시대에 개혁·개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폐쇄사회가 개혁·개방을 하는 필요충분조건은 개방을 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인 보장이 확실할 때다. 현재처럼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선 개방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자진해서 문을 열 것 같지 않다. 6자회담을 통해서 북·미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서 군사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야 개방·개혁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나 풀어보자고 빗장을 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 같나.

"대중·대러 관계는 미국과의 관계가 난망할 때의 대체재나 보완재다.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면 한방에 끝나는 것이다. 대미관계가 잘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내려가게 돼 있다."

- 한나라당 등 여권 일각에선 북한 체제 붕괴 등 급변사태를 예상하기도 한다.

"(붕괴되려면) 밖의 정보가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아랍 세계만 해도 외국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지 않은가. 동독만 해도 서독과의 교류협력이 얼마나 활발했었나. 북한은 핵문제 등을 이유로 밖으로부터 빗장이 걸리고 안에서도 빗장을 걸어놨다. 정보가 차단된 곳에서 체제 불만이 쌓일 수 있겠는가. 북한 같은 나라에선 (붕괴가) 안 일어난다. (튀니지 등 중동 곳곳에서 분출됐던) 재스민 혁명 같은 것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도 당분간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다."

Original Page: http://t.co/QbOw03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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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걱정에 잠 안온다”는 MB에누리꾼 “우린 대통령때문에 잠 못자”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신년인사에서 "청년들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고 밝힌 것에 대해 누리꾼들이 "우리는 당신 때문에 잠이 안온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2년 신년인사를 건네면서 "올해를 되돌아보면 중산층의 삶도 쉽지 않았고, 서민 생활은 더더욱 힘들었다"며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모든 일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더욱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신년인사에 대해 "당신 때문에 잠이 안온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do**는 "4대강으로 국토 파헤치고 한미 FTA로 경제주권 넘겨주고. 단 하루도 편히 잘날이 없었지"라며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누리꾼 @styleutil***는 "다음에 댓글이 9000개가 넘음. 첨보는 숫자임 조롱과 해학이 넘침. 암만해도 연말 예능대상 노린 듯"이라며 신년인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트위터 이용자 @congn***는 "오늘,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가장이 안쓰러워서 한 번, 달려가 끝을 봤지만 원망만 듣는 그 윗세대의 가장 때문에 한 번, 그리고 서민 때문에 잠을 못이룬다는 mb 망언에 부르르 떠는 여지없는 99%임이 확실한 나 때문에 한 번 운다"며 비통한 심정을 트위터에 남겼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신년인사에서 이밖에도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해냈고,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역사적 성과도 거뒀다"며 "또한 세계에서 경제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가 됐다"고 한미 FTA 등을 성과로서 강조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2011-12-20

김정남, 올초 김정은 인정김정철, 정치 영향력 미약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전망하는 주요 관건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대체할 세력이 존재하느냐 여부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노동당 당 대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정은의 잠재적 위협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북의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과 군 내부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향해 반기를 들 가능성이다.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5개 기관 명의로 발표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을 보면 당과 군이 김 부위원장을 '위대한 계승자', '탁월한 영도자'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권력승계 기간이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매우 짧다. 지난해 9월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된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유훈통치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권력승계 기간이 3~4년 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김정일 위원장은 장장 30년 동안 등극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가 체계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한다. 김 부위원장 선임 뿐 아니라 당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위원 선임 등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당 체제를 복원시켜 '김정일 이후'를 대비하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배층 내부에서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낮게 본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권력투쟁을 벌였다가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지난해 9월 당 대회에서 체계를 복원하고 인사를 단행해 당을 통해 군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이 정상화된 것으로 본다"며 "북한 내부 논리는 수령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권력실세들이 자기 이익을 계산한다면 권력투쟁을 벌이다가 같이 망하는 길보다는 김정은을 앞세우고 당과 군의 집단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혈통' 내부에서의 대체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태다.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은 2001년 가짜 여권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산 뒤 권력으로부터 멀어졌고, 10여년 이상 중국 마카오 등 북한 바깥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올 1월 일본 과의 인터뷰에서 세습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후계자 김정은이)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해서 주민생활을 윤택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주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후계자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남이나 김정철은 현재로선 김정은의 대항마로서의 위상과 세력이 전혀 없다"며 "김정남은 김평일 폴란드 주재 대사(김정일 위원장의 이복 동생)처럼 외국에 거주할 테고 김정철은 국내에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제의 또다른 잠재적 위협은 북한 인민들의 조직적인 저항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가능성을 낮게 본다. 시장이 열리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는 등 과거와 달라지기는 했지만 조직적 구심력과 매개체, 역사적 경험이 없는 데다 저항 의식이 성장하지 않은 점을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저항은 가장 어려운 조건보다는 조금 나아지려는 기미가 보이고 일정하게 통제가 약화되고 저항의 경험이 축적될 때 발생한다"며 "역설적이지만 탈북자가 늘고 있는 점도 저항의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난 매일 제트스키 타는데 국민은 어떻게 하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전 세계 눈길이 후계자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쏠리고 있지만 그의 개인적인 면모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 부위원장의 단면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채널은 북한의 공식 보도와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명)의 증언, 각국 정보기관이 간신히 파악한 감질나는 몇가지 정보뿐이다.

■ '김정운'에서 '김정은'으로 김 부위원장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는 '김정운'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2009년 10월이 돼서야 비로소 한국 정부는 '김정은'으로 표기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정은'으로 표기된 북쪽 내부용 선전벽보 등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김정운'이란 잘못된 표기는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쪽은 김정일 위원장의 3남은 '김정운'이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올바른 정보를 일찍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김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고영희 사이에서 1983년 1월8일에 태어났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우리 정부도 82년 또는 84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출생 연도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셈이다. 83년에 태어났다면 만28살이 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영희를 1975년께 만나 1976년경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에겐 친형 김정철(1980년생)과 여동생 김여정(1987년생)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은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배다른 형제다. 일부에선 북한 당국이 김 부위원장이 태어난 평북 창성의 고영희 관저를 사적지로 지정해 극비리에 확장 재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스위스 유학 시절 김정은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정식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며, 1998년 9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스위스 베른의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를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운(은)'이라는 가명에서 '박'은 스위스 외교관인 이모부 박건의 성에서 따온 것이고, '운(은)'은 김정은의 이름 끝 글자에서 따온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김 부위원장은 스위스에서 학교와 집 외에는 별로 외출을 하지 않았고 외식할 때도 당시 리철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가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취미 외신들은 스위스 유학 시절 친구들의 말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이 가끔 만화를 그렸고 영화를 좋아했으며 영화배우 장클로드반담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점에 비춰보면, '부전자전'인 셈이다. (CNN) 방송은 스위스 유학시절, 김 부원장이 미 프로농구(NBA) 팬이 됐는데, 마이클 조던을 특별히 좋아했다고 보도했다.

■ 포격에 능한가 북한은 김 부위원장이 포사격술에 능하다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본 신문이 2009년 공개한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 문건에는 김 부위원장이 대학 시절 포병 지휘관에 이어 연구원까지 5년 과정을 전 과목 최우등으로 졸업할 만큼 포병전에 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가 군대를 통솔할 능력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강한 승부욕과 리더십 김 부위원장은 어려서부터 강한 승부욕과 리더십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의 형 김정철은 어렸을 때부터 화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고 야망이 없기 때문에 북한을 통치할 능력이 없다"는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말을 전했다. 후지모토는 11년간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를 지냈다. 정철팀과 정은팀이 농구시합을 한 후 정철은 팀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치는 데 비해, 정은은 오랜 시간 반성회를 가졌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은 후지모토를 처음 만나 악수할 때 험악한 얼굴로 노려봤다고 한다. 후지모토는 그의 수기 등에서 김정은의 당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적고 있다.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대담한 성격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최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김 부위원장의 모습을 보면, 직접 지시를 하거나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자주 잡히고 있다.

■ 세심한 성격도 김 부위원장에게는 강한 면만 있는 것이라 아니라 사람을 감동시키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후지모토는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했더니 며칠 후 그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양쪽 바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면서 마시라고 내밀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18살 때에 후지모토 겐지에게 "나는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해양스포츠를 하고, 롤러블레이드와 승마를 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후지모토 겐지는 2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17살때쯤 둘이서 술을 마셨는데, 그때 북한의 공업기술이 모자라 전력부족이 심각하다며 울기도 했고 유럽의 상점에는 먹을 것이 넘치는데 우리나라의 상점에만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실태를 아는 만큼) 개혁개방 정책으로 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 김정은 결혼했나 김 부위원장의 결혼 여부에 대해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일부 한국 내 민간단체 등은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9월28일 개최된 노동당 대표자회에 즈음해 결혼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정일과 김정은 후지모토는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을 닮아 적극적인 김 부위원장을 더 좋아했다고 술회했다. 한 번은 식사 후 정철과 정은 두 아들이 농구장으로 나가자 김정일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정철은 마음이 여려서 안 된다. 정은은 나하고 닮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 언제부터 후계자 수업 자신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살아있을 때는 김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에 자주 동행했지만, 2004년 고영희의 사망 이후 한동안 동행을 중단했다가 2007년부터 다시 김정일의 공식활동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도 높은 후계수업은 아니지만, 통치 수업은 일찍부터 시작한 셈이다.

■ 김정은의 건강상태는 운동 부족 등의 이유로 과체중이며 아버지 김정일처럼 당뇨병과 심장 질환이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은 전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 에서 "김정은은 10대에도 술·담배를 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이용인 전정윤 이정애 기자yyi@hani.co.kr


'야권 대통합'이라는 동상이몽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던 야권 통합 논의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드라마틱한 등장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야권 통합 논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간의 문제였다. 민주당이 자신의 '왼쪽에 있는' 모든 정당들의 지지를 획득해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1 대 1 구도를 형성해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많은 사람들이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보정당에 무엇을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는지, 양보의 대가는 무엇인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고 선거게임에서 부동층 혹은 중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강한 열망이 바람으로 표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안철수 원장의 등장부터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2012년에 불 수 있는 바람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듯 그전까지 진보정당과의 통합과 연대에 방점을 찍던 사람들의 발언도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왼쪽과의 통합'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정치 바깥과의 통합'이 핵심이다"는 것은 '혁신과 통합' 쪽의 공공연한 주장인데, 이런 표현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상황의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안철수 시프트, 좌우에서 안팎으로

이렇게 '다른 방향'이 제시되고 나서야 야권 통합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왼쪽과의 통합'에 대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발언해왔고, 이루려 노력해왔지만 실질적 진척은 없었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정치세력과 협상해야 하는 것이므로 서로 풀어야 할 복잡한 매듭에 각자가 손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바깥과의 통합'이라는 것은 실제로 대의정치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정치적 존재들에 대한 것이다. '왼쪽과의 통합'과 비교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의지의 문제'로 바꿔 설명할 수 있다. 정치 바깥에 머물고 있는, 하지만 안철수 원장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면 언제든 대의정치에 환호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자기 혁신을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발견하는 것은 야권 통합 논의가 흔들리고 있다거나, 민주당 내부에 이것으로 인한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얘기 등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이제 이런 의문은 민주당을 둘러싼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바깥과의 통합'이 범야권의 대의정치 공간 안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 내부의 특정 정파 간 통합으로 번역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자유주의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정치 바깥'은, 참여정부의 실패와 이로 인해 불거진 내부의 정파 투쟁을 통해 대의정치 공간을 떠나버린 '친노' 그룹을 달리 부르는 말이 돼버렸다. 시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수용하고 범야권 통합을 이루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주장을 내건 '혁신과 통합'은 비록 자신들이 시민사회의 일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요직에 있었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한 사람들이 다수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기득권층에게 불안감을 선사한다.이 불안감의 핵심은 2003년의 뼈아픈 기억이다. 2003년에도 새천년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 개혁을 내세우며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하는 바람에 사실상 자유주의 세력이 양분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때 분열은 정권 말기가 되어서야 해소되었고, 이 과정에서 몇몇 유력한 정치인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 역사를 잘 아는 민주당 안의 정치인들이 '혁신과 통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또다시 사실상의 분당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반대편에서 순진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거의 교훈이 있으므로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분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현실은 계속 분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것은 왜일까?

자유주의 세력에 외부는 곧 '친노'

비록 대의정치 내부의 공간에서 '정치 바깥'이 '친노'로 대표되고 있지만, 대의정치 공간을 벗어나면 여전히 '정치 바깥'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현실 정치에 냉소적인 다수의 소시민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렇다. 이들은 정치개혁을 요구한다. 대의정치 공간에서 '정치개혁'이란 100가지 말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한 가지 행동을 시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자신의 뼈를 깎는 혁신, 즉 '공천개혁'이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통합 논의에서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공천개혁'의 핵심은 현역의원 다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결정을 현역의원 자신의 손으로 내려야만 한다. 특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이다. 민주당이 호남 지역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므로, 결국 '뼈를 깎는 혁신'은 호남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철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의원 같은 중앙정치에 영향력이 큰 계파 수장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공천을 못 받는 경우는 없고, 그것보다는 정권 교체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에 큰 관심이 없다. 특히 손학규 의원은 민주당 대표임에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의에 동참하자'는 헐거운 메시지를 보낼 뿐이다. 박지원 의원 정도만 호남 지역 정치인들을 달래고 어떻게든 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 요구는 호남 정치인으로 향하고

자유주의 정치세력에서 '현역 정치인'이 갖는 불안감은 또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새진보통합연대가 구성하는 진보정당 블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비록 야권 통합의 핵심은 여전히 '정치 바깥과의 통합'에 있지만, 이전보다 덩치를 키운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왼쪽과의 통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이들이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선거연합을 거부하고 독자적 출마를 감행한다면, 모두가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 정권 교체가 요원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진보정당도 이 상황에 대해서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는 듯하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요한 지도자인 노회찬 전 의원은 이전부터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약속하면 얼마든지 선거연합에 응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또 다른 지도자인 심상정 전 의원은 "선거연합을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진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참여당의 간판 스타던 유시민 전 의원은 "야권 대통합은 진보정당까지 함께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합의 대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늘 밝혀왔다.

그래서 이들이 2012년의 정치 일정에서 일관되게 운용할 만한 전술은 정치협상을 통한 선거연합으로서, 총선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선거구를 할양받고 대선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전술을 고려한다면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입장에서는 진보정당에 제공해야 할 선거구의 리스트를 확정하고, 거기에서 대기하던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치지망생 혹은 현역의원의 기회를 박탈해야 하는 곤란함에 빠지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은 것임은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의 위상은 '협조자'

그러나 그 모든 장애물을 넘어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에 의해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더 진보적 가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면, 대의정치 공간의 정치세력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응원할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이쯤에서 좀더 진지한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야권 대통합으로 생명을 얻어 집권하는 정치세력들이 만든 세상이 과연 우리를 좀더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해줄 수 있을까?

대중의 광범위한 냉소는 대의정치 공간에서 각 정치세력이 '개혁'에 매진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큰 만큼 정치개혁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 따라서 차기에 집권하는 정치세력의 운명은 다음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첫 번째는 이 개혁정부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 만한 거창한 개혁을 실시하는 경우다. 통치에 의한 커다란 사회적 변화는 언제나 그와 상응하는 정도의 반발과 혼란을 야기한다. 게다가 그런 '사회적 변화'는 반드시 '진보적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장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이미 겪은 바 있다. 바로 참여정부의 예다. 이들의 실패로 생겨난 실망과 조소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역사가 반드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를 잘 운영하기 위한 개혁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문제가 된 상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 사례가 부지기수다. 야권 대통합의 결말은 다를 것이라고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

집권 이후 더 큰 위기 맞을 수 있어

두 번째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중심이 된 개혁정부가 충분한 개혁적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현상을 유지해 대중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 대중의 정치에 대한 냉소는 한층 더 심화될 것이고, 사회의 구체적 모순에 대해 발언하기보다는 구체제를 일소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여론이 팽배해질 것이다.

핵심은 이런 상황, 개혁정부로부터 대중의 마음이 떠나고, 그것이 더욱 커다란 '정치 바깥'을 향한 열망으로 표현되었을 때 책임질 수 있는 정치세력, 혹은 그 맹아가 존재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바람직한 상황은 그 열망을 진보정당이 끌어안고 역사의 진보를 추동하는 것인데, 한국의 현실에서 새롭게 태어난 진보정당은 이 시기를 준비하기는커녕 개혁정부에 뜻을 같이하는 길로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만약 대중의 이 열망이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한국의 대의정치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하겠다'는 선언조차 하지 않은 안철수 원장이 정국을 주도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경고'에 불과하다. 야권 대통합으로 만들어질 개혁정부의 실패를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대의정치는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 / 김민하 정치평론가 (2009), (2011·공저) 등을 펴냈다.


지옥에서 보낸 14년

[기획-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③ 여성의 성매매] 빚, 감금, 폭력으로 얼룩진 청춘… 14년 만에 성매매의 늪에서 벗어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성매매 유입 경로와 실태

일부 여성은 왜 몸을 팔게 되는가. 날마다 몸을 내줘야 하는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여기, 전직 성매매 여성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성매매를 둘러싼 유입 경로와 실태를 훑는다. 한 사람의 이야기로 우리 사회의 실태를 그려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대 여성연구소와 여성인권진흥원의 연구자료로 질문에 대한 답을 보탰다. _편집자

1991년 늦가을이었다. 강원도의 작은 도시에 살던 15살 여중생 은경이는 집을 나왔다. 친구와 함께였다. 아버지는 딸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의 폭력을 버티다 못한 엄마는 그해 봄, 은경이보다 먼저 집을 떠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는 그날 아침을 기억했다. 엄마는 은경의 손을 잡고 "나 없어도 오빠와 동생에게 잘해줘"라고 부탁했다. 어린 딸은 엄마를 잡지 않았다. 아빠한테 맨날 맞기만 한 엄마는 차라리 떠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가서도 계속 엄마 생각만 했다. 서둘러 돌아온 집에, 역시 엄마는 없었다. 외로웠다. 속마음 터놓을 친구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다. 친구의 엄마는 성매매 여성이었다. 친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기댈 곳 없는 두 여중생은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돌아올 차비도 없이 서울로 떠났다.

어린 중학생이 갇힌 '빨간 불빛의 집'

서울의 공기는 찼다. 두 여중생은 서울역 앞에서 이틀을 노숙했다. 배고팠다. 3일째, 키가 작은 '가죽점퍼'가 다가왔다. 밥을 사줬다. 일자리도 구해준다고 했다. 법원 근처 어디에 있는 식당이라고 했다. 함께 택시를 타고 1시간 넘게 이동했다. 대도시를 벗어난 외진 곳에 이르니 '빨간 불빛이 나오는 집들'이 있었다. 고향에서도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그곳이 경기도 파주 법원리 성매매 집결지라는 것을 알았다. 낯선 곳에서 어린 중학생들은 잔뜩 위축됐다. 아이들은 작은 방으로 인도됐다. 잠시 기다리니 나이 든 여인이 따뜻한 밥상을 차려왔다. 가죽점퍼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애원했다. 식당인 줄 알고 왔으니 집에 보내달라고 했다. 답이 돌아왔다. "이년들아, 진작에 얘기했어야지. 몸값으로 얼마를 냈는데." 그렇게 성매매가 시작됐다.

몸값은 한 명에 250만원씩이었다. 여기에 은경이가 묵는 방에 새로 들여놓은 침대와 가구, 텔레비전 가격도 빚이 됐다. 단숨에 빚은 750만원으로 불어났다. 할머니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 했다.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됐다. 아빠와 엄마에게는 함께 사는 '진짜' 아들과 딸이 있었다. 딸은 보육교사였고, 아들은 서울에 직장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마루와 복도를 공유했다. 딸과 아들은 가게 뒷문으로 출퇴근을 했다. 은경의 '일터'와 한 가정의 보금자리는 기괴하게 뒤섞였다.

첫 구매자를 지금도 기억한다. 왁자지껄한 일군의 남자들이 우르르 업소로 몰려왔다. 술로 만신창이가 된 한 명만 업소에 남았다. 남자들은 "우리 친구 군대 가니까 잘해달라"며 떠났다. 남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은경은 방구석에 숨죽이며 옹크리고 앉았다. 밤이 무척 길었다.

나이가 어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누가 물어보면 스무 살이라 말하라고 가르쳤지만, 누구도 그렇게 믿지 않았다. 남자들은 "더 어린 거 같은데?" "어려도 괜찮아" 따위의 말만 했다. 누구에게도 은경의 실제 나이가 문제되지 않았다. 이 업소에 있는 동안 은경은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영업시간이 지나면 업소의 모든 문은 잠겼다. 모든 물품은 전화하면 배달이 됐다. 화장품이나 생리대, 음식 등 직접 나가서 살 일이 없었다. 아니, 사러 나가는 것이 금지됐다. 주변에는 하나의 상권이 맞춤형으로 짜여 있었다.

벌이는 좋았다. 한 달 수입이 800만원을 넘기도 했다. 하루에 10명 이상 구매자를 맞기도 했다. 수입은 5:5로 나눴다. 정작 은경에게 떨어지는 돈은 없었다. 방세와 세탁비, 식대, 가재도구 등 비용을 대고 나면 실제 남는 돈은 70만원 정도였다. 그 돈은 빚을 갚는 데 쓰였다. 결국 월급은 고스란히 엄마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1년이 지나서 빚을 간신히 갚았다. 엄마에게 집에 다녀오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번에는 엄마도 그를 잡을 명분이 없었다.

"이년아 빚은 갚고 죽어야지"

고향에 돌아와도 할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관심했다. 친구 어머니의 권유로 다방에서 배달일을 시작했다. 월급이 40만원이었다. 1년쯤 지나자 '티켓'을 팔라는 권유가 들어왔다. 16살 때부터였다. 가진 것 없는 미성년자에게도 성매매 유혹은 지뢰처럼 깔려 있었다. 이후 '일터'는 다방, 단란주점, 룸살롱 등으로 바뀌었다. 직업소개소의 '소개쟁이'가 업소들을 알선했다. 이들의 권유에 따라, 업종과 지역을 달리해서 떠돌았다. 23살이 되던 해에 몸이 이상을 보였다. 일로 먹는 술과 커피는 위를 갉아먹었다. 술을 안 마시고도 영업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서 흘러들어간 곳이 인천 숭의동 '옐로하우스'였다. 이른바 '유리방'(업소의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행인들이 성매매 여성을 '고를' 수 있는 업소)들이 밀집한 성매매 집결지였다.

한번 들어간 업소는 떠나기 어려웠다. 빚이 가장 컸다. 도망가게 되면 이른바 '해결사'가 붙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일을 시작하며 업소에 신분증을 맡겼다. 신분증에 적힌 주소는 해결사들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추적해오면 도망간 여성들이 다시 끌려 들어오기 일쑤였다. 해결사에게 붙잡혀온 여성에게는 자리를 비운 기간의 월급만큼 채무로 쌓였다.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도 무서웠다. 성매매 업주의 구타도 두려웠다.

그래도 은경은 업주에게 맞아본 적은 없었다. 더 무서운 쪽은 성구매 남성들이었다. 강원도 횡성의 다방에서 일할 때였다. 티켓을 끊은 남성이 밤에 그를 다짜고짜 산으로 끌고 갔다. 영문은 알 수 없었다. 공포는 본능적으로 다가왔다. 남성에게 저항하자, 매질이 시작됐다. 간신히 그를 피해 도망쳤다. 야밤에 피투성이가 된 채로 길을 걷는 여성에게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다. 그렇게 4시간을 걸었다. 성매매 업소에 와서 마약을 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눈앞에서 남성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이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형사에게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만으로 팔이 부러질 정도로 구타를 당한 동료도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태적 행위를 강요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자신도 함께 미쳐가는 것 같았다. 업주도 딱히 성매매 여성의 편이 아니었다. 성구매 남성과의 분쟁은 종종 여성 탓으로 간단히 돌아왔다.

성매매를 그만둘 수는 없었을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배운 것도 적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꿈은 아무래도 멀어 보였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빚의 굴레도 무서웠다. 일은 넘쳤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23살 때 2800만원이던 빚은 인천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한 5년 동안에도 계속 족쇄처럼 떠나지 않았다. 액수만 650만원으로 줄었을 뿐이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다. 어느 날, 강원도의 한 여관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울다가 벽에 걸린 못에 줄을 이었다. 줄이 목에 닿는 순간,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 잠시 올라섰다가 다시, 지옥으로 돌아왔다. 수면제를 한 움큼 먹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음날은 또 시작됐다. 나중에 얘기를 전해들은 업주는 "빚은 갚고 죽어야지"라고 타박했다.

2004년 업주가 건강 때문에 업소를 닫았다. 머물 곳이 없어지자, 은경은 아는 사람의 집에 잠시 몸을 의탁했다. 그게 계기가 됐다.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상담소가 떠올랐다. 상담소 문앞까지 갔다. 그리고 세 번을 그냥 돌아섰다. '누구세요?'라고 물으면 도대체 뭐라고 답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네 번째로 상담소를 찾은 날, 간신히 문을 열었다. 상담자들은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말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졌다. 처음 보는 이들 앞에서 그는 오래 울었다. 지난 11월30일 기자와 마주 앉은 박은경(35·가명)씨는 "그동안 쌓인 게 많았나 보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이름도 갖게 됐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14년 동안, 그는 한 번도 본명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소라, 지선 따위가 그의 가명이었다.

성매매 여성 자활 도우며 새 삶 찾아

그는 이제 가정이 있다. 딸도 둘 있다. 남편은 그의 과거를 알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 물론 결혼 뒤에도 위기는 있었다. 박씨는 새 살림에 뭐라도 보태야 할 것 같았다. 노래방 도우미 자리를 알아보려 했다. 남편이 말렸다. 그는 "죽기보다 싫었다면서 왜 또 하려고 하냐. 그냥 쉬어라"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를 나오고 처음 잡은 직장은 식당이었다. 13일 만에 잘렸다. 사회생활에 도무지 서툴렀다. 계산도 서툴렀다.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두려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박씨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오래 머물던 성매매의 늪에서 마음까지 헤어나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단체의 도움이 컸다. 2005년 7월12일, 그는 지금도 이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자활단체를 통해 처음 일거리를 잡은 날이었다. 그는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인천 지역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인 '인권희망센터 강강술래'에서 일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해주고, 자활을 돕고 있다. 그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이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성매매를 하게 됐거나 성매매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랜 굴곡에서 마침내 벗어난 운 좋은 경우다. 서울대 여성연구소가 지난해 말에 작성한 보고서 '성매매 실태조사'를 보면,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알선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국에 1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만큼 많은 수의 '박은경'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으로 남아 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성매매방지법이 낳은 변화?

"업주의 수익 창출 방식 더 교묘해졌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이 성매매 현장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서울대 여성연구소가 내놓은 심층 인터뷰 보고서는 현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현장 성매매 여성과 업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완화됐지만, 한편에서는 우회적 압박 수준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게다가 한동안 주춤하던 업소 수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의 말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뽑아봤다.

"법 제정 이후 (업주와의 관계는) 똑같았고,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티켓다방 여성)

"업주와의 돈 분배(조건)가 더 나아졌고, 몸이 아프면 일을 쉬거나 출퇴근하는 것 등 다소 자유로워졌다."(성매매 집결지 여성)

"법이 제정된 것을 알았지만 현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성매매 집결지 여성)

"단속이 들어오면 한 달 정도 (쉬고) 있다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업주들도 법을 의식해서 태도가 나아졌다."(룸살롱 여성)

"성매매방지법 직전에는 80개 업소, 900명의 여성이 집결지에 있었는데, 법 제정 직후 단속이 강화되자 업소가 50개로 줄었다. 지금은 다시 60~70개로 늘었다."(성매매 여성 지원시설 관계자1)

"집결지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단속보다는 오히려 재개발 등 경제적 논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다."(관계자2)

"업주의 수익 창출과 (성매매 여성에 대한) 통제 방식이 상당히 교묘해졌다. 업주가 직접 선불금을 주는 대신 사채와 대부업체 등 제2·3업체 등을 활용해서 법적 분쟁에 대비한다."(관계자3)

"성매매 여성이 업소를 임대해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업주는 영업권을 넘겨주고 임대 또는 투자 수익을 챙긴다."(관계자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