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8

박원순 서울시장 ‘발등에 떨어진 2가지 과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취임 첫날 새벽부터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보궐선거로 당선된 그에게는 남은 임기가 2년8개월로 길지 않다. 정교한 시정 운영 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1만6000여명의 직원을 둔 거대조직 서울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 야권 공동정부 가동, 어떻게? 박 시장과 시민사회는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 3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등과 채택한 합의문을 통해 서울시를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함께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시장 직속의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운영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던 터라, 이후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꾸려가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와 어떻게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시민사회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치(거버넌스)도 높은 관심거리다.

박 시장이 야권 공동정부를 조율하는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문기구를 통한 협치가 시정의 핵심"이라며 "시의회가 의결기구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자문기구'로서 운영할 구상임을 피력한 셈이다. 시정운영협의회와 시의회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소통을 강화해나가면서 협치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야권 공동정부 운영은 난제로 꼽힌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가 단체장으로 당선된 경남도나 경기 고양시 등에서 1년 넘게 비슷한 실험을 해오고 있지만,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 시민단체 출신 시장과 관료조직의 화학적 결합?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는 대폭 물갈이 인사를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시장이 취임 첫날 간부들과 만나 "함께 일할 동지, 파트너가 되자"고 요청하고 팀워크를 강조해, 우려가 누그러진 듯한 분위기도 엿보이지만 부시장 등 간부급 인사에 공무원들의 관심은 크다.

박 시장은 이날 간부들에게 "인사를 빨리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시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사표를 낸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김영걸 행정2부시장의 후속 인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이 선거 캠프 인사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얼마나 참모로 기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용인캠퍼스와 통합 안돼” 외대학생들 씁쓸한 투쟁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노천극장. 이 학교 총학생회가 소집한 비상학생총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재학생 8796명 가운데 1500여명이 모였다. 총회 구성요건인 '재학생 10%'를 훌쩍 넘긴 숫자다.

이날 총회는 본교인 서울캠퍼스와 분교인 용인캠퍼스의 통합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쪽에 "학생들과의 합의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하기 위해 소집됐다. 총회를 마친 학생들은 오후 6시께부터 학교 본관을 1시간 정도 점거하기도 했다. 박원 총학생회장(국제통상학과 4학년)은 "이번주까지 학교 쪽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주부터 수업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쪽은 최근 전체 학생들에게 보낸 '본·분교 통합에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선진화' 방침에 따라 본·분교를 통합하지 않으면 국고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언론사 등의 대학 평가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회에 참가한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되레 "본·분교가 통합되면 용인캠퍼스 학생들과 우리가 같은 등급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베트남어과 4학년 신아무개(28)씨는 "삼수 끝에 어렵게 이 정도 서열의 대학에 입학했고, 연세대나 고려대도 본교와 지방캠퍼스 학생들을 분리해서 대우하고 있는데, '용캠'(용인캠퍼스) 학생들이 나와 같은 졸업장을 받게 되면 내가 손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 입학)을 했는데, 용캠 학생들이 학벌세탁을 하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학교생활 4년 만에 처음 학생총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외대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학내 정보포털사이트 '훕스라이프'(hufslife.com)에서는 용인캠퍼스 학생들을 비하하는 표현도 볼 수 있었다. 일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본·분교 통합 반대운동은 차별과 학벌주의를 강화한다. 비상학생총회를 거부하자"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돌렸지만, 노천극장 한쪽에는 이 문건이 찢어진 채 버려져 있기도 했다. 문건을 작성한 중국어과 4학년 양아무개(23)씨는 "학생들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내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인식만으로 이 사안을 보게 되면 우리는 영원히 누군가에겐 이겼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패배하는 존재로 남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자보는 붙이는 족족 찢겨지고, 소통을 위해 남긴 휴대전화 번호로는 지지 문자보다 항의 문자가 더 많이 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영문학과 4학년 이윤지(24)씨는 "학교 쪽의 일방적인 행정이 학생들의 학벌 콤플렉스와 불안감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면 분노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본·분교 통합 반대 움직임에 대해 김기정 외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아프리카어과 3학년)은 "일부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감정적인 비하 표현과 편협한 우월주의에 용인캠퍼스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과)는 "대학 교육이 획일적인 줄세우기의 도구가 돼 파행으로 치닫고 있고, 대기업은 학벌에 따라 취업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의 차원에서 '브랜드'를 따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학벌사회'라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학생들의 이런 비윤리적인 행태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박원순 첫 출근 "기자들 없을 때 다시 올게요"
선거 다음날 'MB를 지킨 남자' 돌아왔다
안철수·박원순 '변화의 핵폭풍'…정치권 빅뱅 시작됐다
"사실상 승리"라던 홍준표 이번엔 "무승부다"
일왕 손녀도 한류팬…'소녀시대' 춤춰

‘박촘촘 나숭숭’…소통량 확연한 차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어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는 나경원 후보보다 훨씬 촘촘하고 광범위한 트위터 소통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트위터 관계망 분석 사이트 트위앵귤레이트닷컴(www.twiangulate.com)에서 추출한 두 후보의 트위터 네트워크를 보면, 소통의 양과 빈도에서 박 후보가 나 후보를 압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후보를 중심으로 선의 밀도가 높을수록 트위터를 통한 소통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박 후보의 밀도는 매우 높고, 나 후보의 밀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다. 후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소통량과 공통의 친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름 옆의 퍼센티지는 공통의 친구가 많고 적음을 보여준다. 박 후보가 오랫동안 트위터를 통해 일상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왔음을 알 수 있다.

엄원석 한겨레 디지털퍼블리싱 기획단 기술분과장 ws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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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여당우세 왜? 분석 만발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22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박원순 후보보다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용산구의 선택'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도 용산구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야당 후보보다 높았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제 강남3구에 용산까지 합쳐 강남4구라 불러야 하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27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10·26 재·보궐선거 최종 득표 결과를 보면, 용산구에서는 나 후보가 51.8%의 득표율로 47.8%를 얻은 박 후보를 4%포인트 앞섰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한남동·동부이촌동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며 "강남3구 못지않은 부촌이니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남동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상당수 살고 있고, 동부이촌동에도 연예인과 부유층이 다수 거주한다.

용산구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이라 땅값이 급등하고 있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심리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산구 후암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선아무개(50)씨는 "해방촌으로 불리던 서민지구, 옛날 용산을 생각하면 안 된다"며 "후암동 등도 재개발 이후 잘 사는 사람이 들어와 70% 이상 물갈이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자인 이아무개(48)씨는 "용산구는 80%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이라 한나라당의 부동산·개발 정책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이라며 "박 후보가 당선되면 집값·땅값부터 잡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당연히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2011-10-25

"투표율 52% 넘으면 승리... 젊은층에 달렸다" [무지개 연합군②]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시사 님께서 보내신 OhmyNews의 기사입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5일 자정을 끝으로 마감된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야권에서는 한국 정치사상 보기 드물었던 현상, 야5당이 단합해 '무소속 비정치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무지개연합군'을 만나 직접 선거를 뛰어본 소감, 이번 선거의 의미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야권통합 의제 등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말>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야권단일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유세에 박 후보의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인영(왼쪽) 민주당 최고위원과 송호창 대변인이 시민들에게 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기호10번'을 상징하는 열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인영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삔 역에서 저격한 날이다. 1979년 10월 26일,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했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역사적인 10월 26일을 맞이한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에 맞서, 민주시민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다. 10월 26일 '투표혁명'으로 희망의 대한민국, '복지 서울특별시'의 발걸음을 시작하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이런 호소문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투표를 호소한 것이다.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본부장을 맡은 그는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외치기 보다는 선대위가 잘 돌아가게끔 살림하는 데 힘썼다. 일종의 내조다. 호소문을 낸 것도 그 일환이다.

 

25일,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탓에 정신없이 바쁜 그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무지개 연합군'으로 이번 선거를 뛴 소감을 묻기 위해서다. 그는 "무지개 연합군에는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있다,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이기에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지 않은 게 성과고, 동시에 정당이 아니기에 가진 한계가 있다"며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면서 향후 어떻게 하면 화학적이고 본질적인 연합을 형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박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지 않았다. 그는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했다. 투표율이 52%정도 되면 이기고 45% 밑으로 가면 힘들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승리를 가늠할 7%는 젊은층의 투표율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이기면) 박원순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연합군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MB 정권은 심판된 것이고, 이명박-오세훈 토건 행정은 마무리 될 것이며, 이제 사람중심의 복지 행정이 채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한 데 어우러진 '무지개 연합'이 가능했던 원동력에 대해 "변화에 대한 열망과 통합에 대한 절박감, 그리고 승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한몫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인영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45% 밑이면 힘들다... 젊은층 투표율에 달렸다"

 

- 이번 선거의 의미는?

"복지와 반복지의 국론을 결정하는 선거다. 우선, 토건에서 사람으로 갈 것이냐를 선택하고 결단하는 의미가 있다. 또 이명박 정권과 이명박·오세훈 시장 10년을 심판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발판을 만드는 의미가 있다."

 

- 야 5당이 후보를 못 내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 당선을 위해서 뛰었다. 이전에 이런 선거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능했던 원동력은?

"변화에 대한 열망과 통합에 대한 절박감이다. 승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한 몫했다. 이를 통해 야 5당이 함께 뛰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 선대위원장단이 서울광장에서 '기호10번'을 뜻하는 열손가락을 펴보이며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박원순

- 전략가로서 본 이번 선거의 핵심 포인트는?

"네거티브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에 포인트가 있었다. 우리가 포지티브로 일관하고 참을만큼 참은 게 네거티브를 도로 튕겨냈다. 그래서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네거티브에 반격할 수 있었고, 적절하게 먹혔다. 지난주 중반, 네거티브 역풍이 몰아쳤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1억 원 피부숍 이용 등이 나 후보가 가진 방어막을 날아가게 했다.

 

전체적으로 서로 차이가 있는 (야권) 세력을 하나로 만드는 게 중요했는데, 지난주 초중반 '네거티브 반격'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했다.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안철수 효과'와 야권단일화 바람에 담긴 '정권 심판론'은 좀 다른다. 그런데 반 네거티브라는 공통적 목표로 서로 다른 점들이 해소됐다."

 

- 박 후보 캠프가 표방한 작은 유세, '경청투어'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줬나. 

"시민들에게 포지티브한 인상을 남겼다. 박원순 후보는 '작은 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서 큰 변화로 연결시키겠다'며 작은 선거를 치렀다. 시장이 되면 뭘 하겠다는 걸 쉽게 설명하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경청투어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도 '서민의 말을 듣겠다'며 유세에 임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미지만 내세웠다. 피부숍과 다이아몬드 반지 등으로 시민들은 '나 후보도 대한민국 1%의 삶과 다르지 않구나'를 확인했고, 그 순간 나 후보는 무너졌다."

 

"피부숍과 다이아몬드 반지... 나경원 무너졌다"

 

- 유세에서 시민들 반응은 기존 선거와 달랐나. 

"내부 살림 챙기느라 유세 현장에 많이 다니진 못했다. 그래도 틈틈이 다녀보면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의지가 많이 보였다. 이제는 아이들 손 잡고 유세 현장 나오는 게 생활화 됐다."

 

- 골수 민주당원들도 10.26 선거 당일에 움직일 거라고 보나.

"너무 관성적인 얘기다.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해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90% 이상이 결집하고 있다. 골수 당원들도 당연히 움직인다."

 

- 박원순 후보가 당선 될 거라고 보나.

"투표율이 관건이다. 투표율이 52% 정도 되면 이길 것 같지만, 45% 밑으로 가면 힘들다. 젊은층의 투표율 등이 그 7%를 가른다고 본다. 예전보다는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 박 후보가 당선하면, 그 의미는?

"박원순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연합군의 승리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권은 심판된 것이고, 이명박-오세훈 토건 행정은 마무리 될 것이다. 이제 사람중심의 복지 행정이 채택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복지 동맹의 승리다."

 

- 승리한다면, 새 정치 요구가 봇물을 이룰텐데, 민주당의 대책은?

"정당 변혁과 혁명이 있어야 한다. 정치 문명이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전통적인 야권층 못지 않게 뉴리버럴이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에 걸맞는 정치 행태로 변화해야 한다. 정치 혁명은 시민들이 시작했고, 이제 당은 정당 혁명을 이뤄야 한다. 새로운 시대 정신을 가진 새로운 세대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또한 민주진보연합당을 꾸리는 야권 통합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무지개 연합군으로 뛴 개인적 소감은?

"무지개 연합군에는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성과만 부각될 것이고, 패배하면 한계만 부각될 것이다. 지금은 선거에 이길 것 같으니 성과만 얘기하고, 한계는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둘을 동시에 봐야 한다.

 

박 후보가 무소속이었기에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지 않고 연합을 이룬 게 성과다. 동시에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가진 한계도 있다. 캠페인의 물리력부터 차이가 난다. 정당은 합법적인 선거 운동원을 2000명까지 쓸 수 있는데, 박 후보 캠프는 500명 밖에 쓰질 못했다. 또한 시각적인 효과나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결합이 아닌, 화학적이고 본질적으로 하나되는 연합을 형성해 이를 어떻게 정당 수준으로 높여낼 것인가의 고민이 남았다."

2011.10.25 17:19 ⓒ 2011 OhmyNews

[야! 한국사회] 카다피 단상 / 진중권

지금은 누구나 카다피를 비난하나, 한때 그는 제3세계의 영웅이었다. 1980년대에는 그의 저서()가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널리 읽히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 시절 그는 국내의 일간신문에 리비아 혁명을 선전하는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시민군들에게 짐승처럼 끌려다닌다.

동영상 속의 그는 린치를 당한 듯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래도 목숨은 붙어 있는지 힘없는 손으로 그 피를 닦아낸다. 하지만 잠시 후 화면에 다시 나타난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살해된 그의 사체는 성난 군중의 손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 어느 정육점의 냉동창고로 옮겨져, 거기서 대중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차우셰스쿠의 최후를 담은 기록영상이 기억난다. 변호사조차 없는 비밀재판의 결과야 뻔한 것. 놀라운 것은 외려 형 집행의 속도였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그와 그의 부인은 곧바로 법정의 마당으로 끌려나가 거기서 처형당했다. 영상의 마지막 자막이 기억난다. "루마니아의 민주주의는 스탈린주의 재판으로 시작됐다."

두 독재자는 여러 면에서 한반도의 독재자들을 닮았다. 가령 카다피는 쿠데타로 집권하여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박정희와 통하고, 차우셰스쿠는 항독 레지스탕스를 바탕으로 권력을 잡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김일성을 닮았다. 유럽의 공산국가에서 보기 힘든 루마니아의 개인숭배 역시 차우셰스쿠가 북한에서 배워온 것이라 한다.

한반도의 독재자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얼마 전 공개된 김재규의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궁정동 술자리에서 박정희는 "서울에서 소요가 일어나면 내가 직접 발포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때 차지철은 "30만을 죽여도 끄떡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박정희의 최후도 아주 험했을 게다.

차우셰스쿠와 달리 김일성은 인민의 오열 속에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이번에 카다피의 최후를 보는 심정이 남다를 게다. 카다피는 군사·경제·외교 측면에서 김정일의 절친한 친구. 게다가 '서구 제국주의'의 군사적 개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 자기가 다스리던 인민에게 처형당하는 시나리오가 어디 남의 얘기겠는가?

인민들은 복수할 권리가 있다. 스탈린주의자 차우셰스쿠를 스탈린주의 재판으로 처형하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거야말로 공정하지 않은가? 카다피의 정치범들 역시 친위대의 손에 재판 없이 처형당했다. 반대자를 재판 없이 처형한 자를 현장에서 즉결처분하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거야말로 공정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 힘도 없는 노인에게 린치를 가하고, 사체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정육점 냉동창고에 갖다 놓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까지도 '정의'일까? 정의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의미한다면, 가령 토막살인범은 똑같은 방식으로 처형해야 마땅할 것이다. 카다피의 죽음은 인민의 해방을 의미하나, 저 잔혹성은 그다지 민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80년대에 대학 캠퍼스에 광주에서 학살당한 사체들의 사진이 전시된 적이 있다. 그 잔혹함을 가감 없이 그대로 공시한 것은 물론 군부독재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기 위해서였을 게다. 하지만 잔혹성도 웬만해야 '독재'에 대한 정치적 분노를 자아내지, 정도를 넘으면 외려 '인간' 자체에 대한 철학적 회의만 낳게 된다.

리비아 잔혹극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정의가 실현된 것은 기쁜 일이나, 실현의 방식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했다. 이 과도한 잔혹함은, 독재냐 민주냐의 차원을 넘어,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죄의식을 느끼게 만든다. 예수의 말대로, "주여,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한겨레 프리즘] ‘처널리즘’과 황우석 보도 / 오철우

요령 있게 만든 새말은 관심을 끈다. '처널리즘'이란 말도 그랬다.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뜻의 '천 아웃'(churn out)과 저널리즘이 합쳐진 서양말 처널리즘은 쉽게 저널리즘을 떠올리면서도 엇나간 저널리즘 세태를 찌른다.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2009년 세계 과학언론인회의 런던 대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관련 주제의 토론을 지켜보며 느낀 분위기로는, 처널리즘은 이미 영국 언론계에서 유행어였고, 특히 전문 분야 홍보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과학 기사를 쓰는 이들 사이에서 관심사였던 게 분명했다.

이 말은 만든 사람이 따로 있지만 영국 탐사보도 언론인 닉 데이비스의 책 (2008)를 통해 널리 퍼졌다. 그는 이 책에서 영국의 유수 언론에 실린 기사 중 상당수가 보도자료에 의존한 것이라는 어느 매체 연구 결과를 다뤘고 이는 논쟁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이 말은 이제 '홍보자료나 통신사 보도를 그대로 옮겨적는 언론 보도 세태'를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그저 언론 세태를 꾸짖는 신조어 중 하나려니 생각했는데, 몇달 전엔 영국에서 처널리즘닷컴(churnalism.com)이라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졌다. 보도자료와 기사를 비교 검색해 기사가 보도자료를 몇 퍼센트나 그대로 옮겨적었는지 계산해주는 검색엔진이다. 홍보자료 전체나 특정 문장을 따다가 검색창에 넣으면 홍보자료와 닮은 영국 매체 기사를 보여준다. 일치 비율이 20% 미만인 기사도 많지만 70~80%나 되는 불명예 기사도 뜬다. 이름난 (BBC) 방송의 기사도 처널리즘 혐의에 걸려들기도 한다.

이 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 국내 과학 기사들은 사정이 어떨까 궁금했다. 국내엔 이런 검색엔진이 없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먼저 보도된 뉴스의 홍보자료 원문을 정부나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찾는다. 그런 뒤에 일부 문장을 따다가 네이버 뉴스의 검색창에다 넣고 검색한다. 그랬더니 '너무 많은' 매체 기사들이 홍보자료와 '너무 많이' 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자존심과 같은 첫 문장(리드)이 홍보자료의 첫 문장과 일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좋은 보도자료는 많이 인용될 만하다. 마감에 쫓기며 생소한 기사를 쓰는 기자한테 홍보자료는 취재의 유익한 출발점일 수 있다. 기사가 보도자료와 닮았다 해서 곧바로 비판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기사가 홍보자료와 닮은 '집단적 패턴'은 무언가 깊은 씁쓸함을 던져주었다.

몇달이 지났다. 최근 황우석 박사 연구팀과 경기도가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를 개 난자를 써서 복제했으며 이런 이종복제는 개과 동물로 세계 최초"라는 연구 결과를 크게 홍보했을 때 다시 처널리즘이 떠올랐다. 많은 매체가 연구 성과에 찬사를 보냈으며 '황우석의 컴백' 드라마를 전하는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보도에서 우리 언론은 홍보자료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다시 궁금해졌다.

경기도와 연구팀이 낸 홍보자료의 문장들을 따서 뉴스를 검색했다. 여러 온라인 기사에서 홍보자료의 주요 대목이 토씨까지 똑같게 나타났다.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라는 잘못된 문구도, 학술적 논란의 여지를 남긴 '세계 최초'라는 연구팀의 자체 평가도 여과 없이 기사에 옮겨졌다. 첫 문장까지 같은 기사도 꽤 있었다.

온라인 시대에 많은 매체가 거의 실시간으로 빠르게 보도하려고 경쟁한다. 이제 더 빠르고 더 많아진 뉴스는 독자의 정보생활을 유익하게 바꿔놓았을까? 속도 경쟁에 빠진 우리는 홍보자료가 마련해준 스토리텔링의 길을 따져보지도 못한 채 잘라내기와 붙여넣기로 따라가고 있진 않은지 다시 생각해본다. cheolwoo@hani.co.kr

2011-10-24

김여진 브리핑 전문-20111024

브리핑 전문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여기에 왜 왔는가. 얼마 전 기사에 제가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에 멘토로서 결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다음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연예인 부를 수 있다’, 이렇게.

정확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누가 불러서 온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의 후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고 자위대 행사에 갔었죠. 한 사람은 우리나라 종군위안부 문제를 갖고 일본 법정에 일본왕을 고발한 사람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등록금, 최근 < 도가니 > 등 사학법개정을 반대했던 사람, 족벌 사학의 이사로서 홈페이지에 이름 올렸던 사람이다. 다른 한 분은 사학법 재단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이끄셨던 분이다. 1억원 단위의 피부 미용실에 갔다, 안갔다로 구설수, 디자이너 브랜드 후원 받고, ‘시장(市場) 옷 입지 않는다’고 하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우리나라 0.1%만 드나들 수 있는 곳만 드나들고 0.1%만 입을 수 있는 옷을 입고 또한 시장에 가서 시민들 만나면서도 시장에선 옷 사입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중고가게를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는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나 다름없는공간입니다. 저 역시도 그곳에 옷을 갖다주고 물건 사곤 했습니다. 그곳이 생기기 이전에 누구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습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연예인이라서, 누가 불러줘서 온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금 엉망이 된 서울시정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는가, 누가 정말 서민의 편에 서 있는가, 누가 문제해결능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확연한 판단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경원 후보님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연예인 오라 가라 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박원순 희망캠프 일일대변인 김여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