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0

민주화운동 대부 김근태 민주당고문 별세

민주통합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께 별세했다. 향년 64세.

김 고문은 유족과 민주당 이인영 전 최고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발인 시간과 장지는 이날 오전 중 결정될 예정이다.

김 고문은 지난 11월 말 서울대병원에 뇌정맥혈전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틀전부터 폐와 신장, 간 등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중태에 빠졌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김 고문은 전날 밤 의사들이 기계장치를 이용해 강제로 호흡을 유지시키고 있을 정도로 위중했었다.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고문은 1947년 2월14일 경기 부천에서 태어났다. 196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한 김 고문은 학생운동에 뛰어든 뒤 19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2년간 수배를 받는 등 20여년간 시국사건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수배와 투옥을 반복해왔다.

김 고문은 지난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전기고문을 받았다. 전기고문을 받은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는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았다. 전기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2006년께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왔으나 이를 숨기고 치료를 받아왔다. 정치인에게 건강 악화는 치명적 약점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다시 건강이 악화돼 한반도재단이 지난 8일 이례적으로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정밀진단 결과 뇌정맥에서 혈전이 발견됐고 입원 치료 중 갑자기 출혈이 발생해 위급한 고비를 넘겼다. 당시 김 이사장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 병민(29)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95년 정계에 입문한 김 고문은 1996년 서울 도봉갑에서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7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06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8년 18대 선거에서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과 겨뤘으나 낙선했고, 그동안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야권통합을 도왔다.

디지털뉴스부 digitalnews@hani.co.kr





2011-12-29

애플은 아이튠즈로 3개월에 15억달러 벌어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음악 시장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컨설팅회사 PwC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가 33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처음으로 음반 시장 규모(31억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음악시장의 최강자는 애플이다. 애플은 2003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란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70~80%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2008년부터 월마트를 제치고 온·오프라인을 합쳐 최대의 음악 판매회사로 떠올랐다. 작년에는 전체 음악시장 매출의 33%를 애플이 차지했다.

애플의 음악 사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은 올 6월까지 아이튠즈에서 팔린 음악이 총 150억곡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작년 3월 1억곡 판매를 돌파한 지 1년여 만에 판매량이 50% 증가한 것이다. 올 3분기에는 아이튠즈 사업으로 매출 15억달러를 올렸다.

애플은 최근 음악 파일을 온라인 저장공간(아이클라우드)에 올려두고 스마트폰이나 PC로 들을 수 있는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도 시작했다. 연간 24.99달러를 받는 일종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음악 파일을 일일이 내려받거나 기기마다 복사할 필요가 없어 편리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디지털 음악 시장의 2위 업체는 점유율 13%의 아마존이다. 온라인에서 CD와 책 판매로 기반을 잡은 아마존은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애플의 아이튠즈에 도전장을 냈다. 올 3월 아마존에서 디지털 음악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온라인 저장공간 20기가바이트(GB)를 무료로 제공한다. 저장한 음악은 199달러짜리 보급형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는 물론이고,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로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다. 구글도 지난달 EMI·소니뮤직·유니버설뮤직과 제휴해 클라우드 음악서비스 '구글 뮤직'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스포티파이·디저·위7 같은 온라인 음악감상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전후에 나오는 광고를 들으면 음악감상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에 음악 파일을 내려받는 것은 유료다.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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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음악산업 얼마나 성장했나] 온라인 음악 매출 年 7000억원… CD 판매액의 4배

한국의 음악 산업은 온라인이 지배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악 유통업의 매출은 6222억원이었다. CD나 테이프를 판매하는 일반 음반 도소매업(오프라인)의 매출은 1298억원에 그쳤다. 한국 음악의 80%가 온라인에서 팔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온라인 음악 산업은 10% 이상 성장했지만 오프라인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산한다. 이대로라면 2014년에는 음악 판매의 90%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게 된다. '음악 = 온라인'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음악시장 80%는 온라인 서비스가 차지

현재 온라인 음악 시장의 1등은 SK텔레콤 계열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이다. 시장 점유율은 47%. 가입자 1700만명에 유료 회원이 200만명이다.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던 시장에 합법적으로 디지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당시에는 없던 '음악 임대' 개념을 도입해 음원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주효했다.

멜론의 무기는 다양한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이다. 한 달에 3000원만 내면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7000원을 내면 무제한 음악 청취와 함께 스마트폰·PC 등 기기에 노래 40곡을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SK텔레콤 가입자에는 반값 할인을 제공한다.

2위는 CJE&M의 '엠넷'이다. 서비스 내용과 가격은 멜론과 거의 같다. 엠넷은 케이블TV 채널로서 쌓은 인지도와 방송 콘텐츠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인기를 끌면서 순위를 높였다.

3·4위는 네오위즈인터넷의 '벅스뮤직', KT의 '올레뮤직'. 2000년대 초반 음악 공유의 대명사로 통하며 저작권법 논란을 빚었던 '소리바다'는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날개 달아

온라인 업체들의 음악 시장 지배력은 작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작년 매출은 1389억원. 2009년에 비해 37% 늘어났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유료 음악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9년 초 멜론 사용자 중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1%에 불과했다. 현재는 62%로 급증했다. PC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두 손안에 MP3플레이어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셈"이라며 "음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 파일을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4세대 이동통신(4G LTE),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보급도 온라인 음악 시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음원 합법 사용률을 약 50%로 본다. 2명 중 한 명은 불법 다운로드한 음악을 듣고 있다는 뜻이다.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가 빠르게 커가고 있지만 사용자 아이디(ID)를 돌려 쓴다든지, 내려받은 음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식으로 복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클라우드가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 서버에 음악을 저장해두고 어느 기기에서나 이를 꺼내 쓰는 방식이다. PC에 음악을 내려받은 후 MP3플레이어에 복사해서 쓰는 방식보다 더 편리해서 합법 서비스를 쓰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음악 덤핑판매 논란 해결해야

저작권 보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덤핑 판매 문제다. 업체들이 불법 다운로드 사용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노래 판매가격을 너무 내리는 바람에 좋은 음악을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노래 1곡을 평균 6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판매액의 절반 정도가 기획사·가수·작곡가 등 음악 제공자에게 돌아간다. 음악 유통사 KMP홀딩스의 김창환 대표는 "온라인에서 100만명이 구매하는 히트곡이 나와봤자 음악계에 돌아오는 돈은 3000만원밖에 안 된다. 이 돈으로는 뮤직비디오 한 편 찍기도 어렵다"며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가수와 기획사는 온라인에 음악을 내놓지 않기도 한다.

KT는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21일 새로운 온라인 음악 서비스 '지니'를 발표했다. 지니에서 구매한 음악은 KT의 온라인 저장공간 '유클라우드'에 넣어두고 스마트폰·PC 등 어느 기기에서든 들을 수 있다. 음악파일을 내려받는 시간과 저장공간을 절약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음악 제공자에게 돌아가는 수익 배분 비율을 70%로 높이고, 음악 판매 가격도 음악 제공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기존에 서비스 제공사가 갖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음원 제공사들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표현명 KT 사장은 "조건이 더 좋은 만큼 음악 기획사들도 지니에 더 먼저 음악을 내어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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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官製언론 김정일 평가와 대한민국 역사 교수들의 평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례식 날인 28일 발행된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남긴 최대 업적으로 핵무장을 꼽았다. 핵무장이 "대국들 틈에서 한(恨) 많던 약소민족의 가슴을 당당히 펴도록 해주었다"고 했다.

김정일은 길게 보면 아버지 김일성의 후계자로 추대된 1974년 이후 37년간, 짧게는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7월 이후 17년간 북한을 다스려왔다. 그 오랜 기간 혼자서 나라를 주물렀던 그가 북한 인민 손에 쥐여준 게 사실상 핵 하나뿐이란 진실이 김씨(金氏) 왕조의 사관(史官)들 눈에도 용케 들어온 모양이다.

김정일이 김일성과 북한을 공동 통치하기 시작한 74년 남·북한 경제 수준은 엇비슷했다. 지난해 남·북한의 1인당 소득은 19배 차로 벌어졌다. 김정일이 단독통치에 나선 1995년 80만원이던 북한 1인당 소득은 지난해 124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경제는 1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유일 통치자로 나선 94년부터 4년 동안 북한 백성 수백만명이 굶어 죽었고 수십만명은 '먹기' 위해서 고향을 등져야 했다. 그들은 지금도 중국과 동남아를 떠돌고 있다. 북한은 1945년 분단 당시 한반도 핵심 산업시설의 80% 이상을 넘겨받았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통치 66년은 그런 나라를 수백만 국민을 굶겨 죽이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바꿔놓고 말았다.

김정일이 통치해온 기간 동안 중국은 78년, 베트남은 86년부터 개혁 개방을 시작했고 소련과 동유럽은 정치적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의 길로 나아갔다. 김정일은 이런 세계의 대세(大勢)와 거꾸로 갔다. 헌법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공산주의란 표현조차 삭제하며 사회주의라는 문패까지 내려버리고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김일성을 조선의 시조(始祖)로 내세웠다.

김정일은 2000년대 들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허용하면서 들어온 돈을 핵무기 개발과 체제 유지에 필요한 충복(忠僕)들을 비롯한 북한 특수계급의 충성심을 사들이는 데 쏟아부었다. 중국 개혁 개방의 현장을 견학하며 "천지(天地)가 개벽했다"는 소감을 내놓은 것도 잠시뿐, 체제가 동요하면 배급이 끊긴 주민들이 생계를 기댔던 마지막 숨통이었던 시장을 폐쇄해버렸다. 그의 말년(末年)에는 돈이 되는 것이면 지하자원 채굴권이고 항구 조차권(租借權)이고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넘겨 버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시대는 2400만 북한 동포에겐 굶주림과 폭압(暴壓)의 시절이었고 50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겐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핏줄의 모습을 국경 아닌 국경 너머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통한(痛恨)의 세월이었다.

북한 관제 언론도 김정일이 북한 동포에게 물려준 최고 유산으로 핵무기 개발밖에 꼽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현대사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시각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온 역사 교수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 관제 언론보다도 김정일의 진실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후대(後代) 역사의 평가보다 지금 더 절실한 건 대한민국 당대(當代) 역사 선생님들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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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남자(수르코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는 왜 크렘린궁을 나와야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최측근 인사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47)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27일 경제현대화와 혁신을 담당하는 부총리에 임명됐다.

그는 광고업계에서 일하다가 1999년 대통령 행정실에 들어간 후 푸틴의 '책사'로 불려왔다. 그는 2001년 집권 통합러시아당 창당 작업을 맡아 푸틴의 정치적 기반을 만들었다. 또한 서방의 위협에 맞서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다는 '주권 민주주의' 아이디어를 푸틴에 제공했다. 그는 푸틴을 지지하는 청년단체 '나시(회원 25만명)'를 만들었다. '푸틴 연임→메드베데프에 4년간 권력 이양→푸틴 재집권'이란 시나리오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크렘린(대통령궁) 부실장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푸틴의 심복인 수르코프는 지난 12년 동안 푸틴의 통치철학 정립에서부터 인사, 대통령 이미지 메이킹에 이르기까지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의 별명이 막후에서 모든 결정을 한다는 의미의 '회색 추기경(gray cardinal)'인 것도 이 때문이다. 수르코프는 2008년 푸틴이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후에도 크렘린에 남아 푸틴과 메드베데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푸틴의 남자' 수르코프는 크렘린을 떠나 내각 부총리로 이동하면서 일단 국내정치 문제에선 손을 떼게 된다. 이와 관련, 푸틴이 총선부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측근을 좌천시켰다는 분석과 앞으로 수르코프를 중용하기 위해 총선부정 논란으로 시끄러운 크렘린을 벗어나게 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수르코프는 부정선거의 진원인 통합러시아당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수르코프 후임엔 뱌체슬라프 볼로딘(47) 부총리 겸 총리 비서실장이 내정됐다. 볼로딘은 푸틴이 내년 3월 대선을 위해 여야와 청년·시민단체 인사들을 망라해 설립한 '전러시아국민전선'의 대표다. 정치분석가 스타니슬라프 벨콥스키는 "전러시아국민전선은 통합러시아당을 대체할 조직이기 때문에 푸틴이 볼로딘을 새 부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수르코프의 이동 결정은 푸틴이 한 것이며 푸틴이 정치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르코프가 내각으로 이동하면서 그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푸틴이 내년 3월 대선을 거쳐 대통령이 되면 총리 역할은 지금보다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부총리 수르코프가 허약해진 총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푸틴은 이미 경제현대화를 대선 후 자신의 비전으로 공식화했다. 수르코프는 28일 "부총리 업무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권경복 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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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닮고 싶어… 20代 땐 잠도 아까웠다"

"미술대학을 다니던 시절 제 별명은 '눈이 부은 송(swollen Song)'이었어요. 잠이 모자라 늘 눈이 부어 있었거든요."

스마트폰 등으로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앨버트 송(35·한국명 송재훈)씨는 대학 시절 별명을 말하면서 "치열했던 20대를 기억나게 하는 별명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27일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 언뜻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 평생 같이 지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미혼이라는 그는 짧은 머리였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동양적 분위기를 풍기는 하얀색 굵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저를 멋있게 디자인한 겁니다. 어때요?"

그는 인터뷰 내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노트북, 킨들(kindle·전자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최신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의 창의력을 닮고 싶어요." 그는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야후 미국 본사의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디렉터로 발탁돼 명성을 쌓았다. 사용자경험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경험과 사용 패턴, 감성을 분석해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는 것이다.

송씨가 디자인한 앱 '인투나우(IntoNow)'는 이달 초 미국 타임지(誌)가 선정한 2011년 가장 인기 있었던 앱 톱(Top) 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월에 출시돼 1개월여 만에 1000만명이 다운받았다.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을 제쳤다. 인투나우는 애플 앱스토어의 '2011년 가장 인기 있었던 앱, 소셜 네트워킹 부문 톱 5'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송성진 전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외삼촌은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몬트에서 태어난 송씨는 초등학교 6학년~고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의 앨버타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때 전공을 바꿔 '에밀리 카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공학 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수강한 미술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송씨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미술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도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교육자 집안의 '돌연변이'였던 셈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선택을 격려했다. "아버지는 '나는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너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라.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송씨가 2003년 졸업작품으로 만든 2분짜리 3D 애니메이션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캐나다 CBC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귀국해서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직원 20여명의 중소 게임개발업체에서 월급 150여만원을 받고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때 그 회사가 개발 중이던 게임 작업에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그는 1년 후 소프트웨어회사 '이노티브'의 디자인팀으로 자리를 옮겨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한국 진출 행사를 맡았고, 명품 루이비통 VIP룸에 설치된 100인치 터치스크린 등을 디자인했다. 지난 2008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500여명의 개발자들 앞에서 20여분간 디자인 노하우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기대하세요. 내년에는 더 새로운 앱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겁니다."

☞ 애플리케이션 '인투나우'

영화나 TV를 보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인투나우 앱을 실행시키면 등장인물의 대화나 배경음악 등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영화 제목, 관련 정보, 네티즌들의 평가 등을 알려준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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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정치 左군부 '호위 7인방'… 김정은의 핵심세력 대내외에 과시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일 시신이 실린 운구차를 양쪽에서 호위한 7명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이들 7인은 김정일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장군님(김정일) 유훈을 받들어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하겠다'고 대내외에 맹세한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를 떠받칠 핵심 7인방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7인방'은 미묘한 역학관계로 얽혀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김정은의 후견인'이란 평가답게 김정은 바로 뒷자리를 차지했다. 노동당 최고 권력부서인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어 당 사업에 밝은 데다, 장성 출신의 형들 성우(2009년 사망)·성길(2006년 사망)의 후광으로 군부 내에도 지지세력이 많다. 공안기관을 관리하는 행정부장을 맡아 반대파 감시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권력이 큰 것이 약점이다.

장은 김정일 생전에는 공식 행사에서도 주로 뒷줄에 조용히 자리를 했지만, 이번 장례 기간 중 처음으로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전면에 나섰고, 이날도 김정은 바로 뒤에 위치에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운구차 왼편에 있던 군부 인사들은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2009년 1월) 직후부터 승진과 영전을 거듭한 '김정은의 남자들'로 장성택과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그중에서도 '포(砲)의 달인' '김정은의 군사 과외교사'로 불려온 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리영호 차수는 28일 장례식에서도 영구차 좌측 최선두에 서 김정은의 심복임을 과시했다. 그런 리영호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대장)이다. 총정치국은 소대장에서 총참모장까지 북한군 장교 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조직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군 장악 과정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김정각"이라고 했다.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김정은의 최측근이란 평을 듣는 인물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제일 먼저 후계수업을 받은 곳이 보위부"라며 "시간이 없는 김정은으로선 공안기구 장악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보위부 장악에 적극 협력한 대가로 우동측은 2009년과 2010년 연달아 진급해 대장이 됐다.

정부 소식통은 "리영호 뒤에 있던 김영춘의 심리상태가 궁금하다"고 했다. 1995년 6군단 반란 사건을 진압해 '김정일의 남자'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최근 인사에서 연거푸 고개를 떨궜다. 작년 9월 28일 당대표자회에서 한참 후배인 리영호에 밀려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지 못했고, 당중앙군사위에서도 리영호(부위원장)보다 낮은 위원직에 머물렀다.

'노동당의 두 거목'으로 불리는 김기남·최태복 비서도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다. 특히 통치 경험이 없는 김정은으로선 '우상화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기남 선전 비서의 역할에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사 책임주필 출신으로 선전선동 분야에서 45년을 종사한 그는 '김씨 왕조'의 우상화 작업을 총지휘해왔다. 김기남은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 사망 후 북측 조문단 단장으로 서울을 찾았었다.

최태복 교육·과학 비서는 '과학기술 발전'이란 특명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 이후 북한 매체들은 'CNC(컴퓨터수치제어)' 기술 보급을 김정은 치적으로 선전하는 등 과학기술을 갑자기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일성의 '주체', 김정일의 '선군'처럼 김정은도 자신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김정은의 화두는 과학기술 쪽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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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당선 횟수만 늘린 의원, 스스로 책임져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강정책·총선공약 분과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재벌 개혁을 포함해 경제정책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적 잣대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 조항(제119조 2항)' 삽입을 주도했고 이 조항은 재벌의 지나친 비대화를 막는 정책의 근거가 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김 위원을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국민 45%가 자신이 하층민이라고 응답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 비율이 75% 정도였다. MB노믹스가 뭐냐. 기업 투자가 왕성해져서 고용이 늘었나?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나?"

―어떻게 바꿔야 하나.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해서 1987년까지 25년간 압축 성장을 했고 그 뒤 25년간 정치 민주화를 이뤘다. 하지만 민주화 기간에 부의 집중 현상은 오히려 커졌다. 30~40대는 이념에 관심이 없다. 그 사람들이 희망을 갖는 정책을 만들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벌 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부가 편중되고 기업 힘이 강대해진 이유는 정부가 하도급법 등 룰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자란 기업의 힘이 너무 세졌고 정부는 경제 세력의 힘에 눌려 있다."

―박 위원장은 그런 재벌의 힘에서 자유로운가.

"그 사람은 특정 재벌이나 이익집단으로부터 굉장히 자유롭다. 본인이 확고한 의지만 갖고 있으면 시정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본다."

―업계로부터 반발이 있을 텐데….

"과거 슘페터가 재벌이 3대 상속을 하면 오너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건 상속세와 증여세가 정확히 적용되고 작동될 때다. 그런데 우리는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법이 엄히 다스리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다. 지금이라도 엄하게 해야 한다."

―박 위원장도 이런 의견에 공감하고 있나.

"이미 박 위원장에게 충분히 얘기했다."

―조세 제도 개편 필요성은.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전면적인 세제 개혁을 공약해야 한다. 합리적인 세제를 만들어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할 필요가 있다. 세수가 부족한데 재원을 마련하려면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복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나.

"현재 복지 제도의 효율을 어떻게 높일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은?

"국민은 앉아서 편하게 선수(選數)만 늘린 사람이 누군지 다 안다. 그런 사람들이 출마하면 당선도 어렵고 당에도 부담이 된다.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다. 지금 한나라당은 여러모로 변신해야 바닥으로 내려간 인기를 회복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의 집권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비대위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박 위원장 자신도 상황 극복 능력을 인정받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안철수 교수를 대안으로 생각해 본 적은.

"추호도 없다. 누가 나더러 (안 교수의) 멘토라고 하는데 내가 멘토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안 교수의 생각에도 장점이 있지만 그런 장점이 있으면 정치에 투신하라는 거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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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비상체제 끝난 北, 절대권력의 공백 시작됐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장례를 치르던 김정일은 침통한 표정만 지었을 뿐 눈물은 자주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28일 김정은은 울면서 김정일의 운구차 옆을 걸어갔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당시 52세의 김정일은 이미 북한이란 신정(神政)체제에선 신(神)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1974년 후계자에 내정된 이후 김일성과 20년째 북한을 공동 통치하던 김정일의 권위에 도전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대 후반인 김정은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에게 거의 존재감이 없던 애송이"(한 고위 탈북자)다.

◇중대 결정 내릴 카리스마 부재

김정일 급사(急死) 이후 지난 열흘간 김정은은 일종의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됐다. 주변에서 모든 절차를 챙겨줬기에 별문제 없이 장례식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북한을 움직인 건 수령(首領)의 권위였고, 헌법보다 수령의 교시(지시)가 앞섰다. 당과 군은 수령의 입만 쳐다봤다. 수령이 모든 중요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나빠도 그 누구도 감히 책임을 물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2년여 만에 속성으로 후계자에 오른 김정은에게 이런 절대적 권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결정에 대해 원로와 군부 엘리트 등이 의심을 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모부 장성택 등이 집단으로 김정은을 보좌하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정보 당국자)이란 분석이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에게 '카리스마'를 만들어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위대한 영도자' '21세기 태양' 등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이고 있다. 최고사령관·총비서 등의 직위도 사실상 부여했다. 이날 이을설 원수 등 북한의 대표적 원로들이 노동신문 지면을 통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 분야 미숙은 더 심각

더 큰 문제는 대외 관계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고비마다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쓰며 미국과 중국을 괴롭혔다. 대남 전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외교 소식통은 "벼랑 끝 전술도 벼랑 끝이 어딘 줄 알아야 써먹을 수 있다"며 "김정은은 벼랑의 시작이 어딘지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대중(對中) 외교에서 김정일의 공백은 커 보인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김정일의 '배 째라'식 전술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반면 김정은이 자기보다 30~40년 연상인 중국 지도자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난 타개도 쉽지 않아

북한 내부 소식통은 "주민들은 내년 4월 15일(김일성 출생 100주년) 당에서 뭘 줄지 기대가 크다"며 "특별 배급이 형편없을 경우 집단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환상으로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 김정일이 사망 직전 우라늄 시설 가동 중단과 미국의 영양 지원 24만t을 맞바꾸려 한 것도 그만큼 식량 확보가 다급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절대 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민 불만은 찻잔 속의 바람으로 끝나겠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김정은은 내년 잔치를 위해 쌀부터 구하러 다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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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11월부터 大選과외 받고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국제관계·남북관계·경제 등 국정(國政) 여러 분야에 걸친 '대선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또 야권의 현역 중진 의원 등이 여러명의 분야별 전문가를 소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현실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아온 안 원장이 사실상 대선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11월쯤부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빙해 대화형 학습을 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학습 분야는 자신이 잘 아는 IT (정보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경제·사회복지·국제관계·북한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문제 전문가인 경남대 김근식 교수도 12월 초 안 원장을 만나 몇 시간에 걸쳐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어 김정일 위원장 급사(急死) 후에도 다시 만나 북한 정세와 대북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안 원장의 기부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강인철 변호사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며, '햇볕정책의 발전적 계승'을 주장하는 중견 학자다.

야권의 다른 관계자는 "안 원장과 가까운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이 안 원장의 대선학습을 돕고 있으며 이 외에 돕는 의원들이 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 1일 '안철수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설은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아 여러 관측을 낳았었다.

안 원장은 '대선 과외'와 더불어 내년 초 기부재단을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37.1%)의 절반을 투입해 설립키로 한 기부재단을 내년 초 가급적 이른 시기에 출범시킬 예정이다. 강인철 변호사는 "어떻게 하면 소액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재단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록 정치전문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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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편 특혜’ 미디어렙법안 두번 손들어준 민주당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과 엊그제 잠정 합의했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타협안이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크게 해친다는 비판이 높자 재협상 방침을 정했다가 하루 만에 180도 방향을 튼 것이다. 제1야당의 행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락가락이고 무원칙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당이 합의해준 미디어렙법안은 미디어렙의 근본 취지와 거리가 너무 멀다. 미디어렙은 방송과 광고의 직접 연결 차단이 근본 목적인데, '조·중·동 종편'에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는 것은 이 대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게다가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을 40%까지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광고 직거래의 길을 터주는 것과 같다. 특정 방송사가 40%나 지분을 보유한 미디어렙은 이 방송사의 '광고국'과 다를 바 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종편은 영업에 날개를 달아 여론시장을 더욱 보수화시킬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게 뻔하다.

민주당의 고충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온갖 특혜와 편법으로 종편을 탄생시킨 한나라당이 배 째라 식으로 버티는 상황에서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을 경우 무법천지가 될 방송 광고시장을 염려했을 것이다. 당장 어려움에 빠질 종교방송 등 군소매체의 처지, 의 미디어렙 강행으로 빚어질 지상파의 공공성 파괴 등도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되새겨야 할 것이 바로 원칙이다. 미디어렙법안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의 근본 원인은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괴물 종편'의 탄생에 있다. 지상파가 독자적인 미디어렙을 만들려는 것이나, 군소매체의 위기 등은 모두 여기에서 파생됐다. 따라서 종편 특혜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혼란을 정리하는 올바른 길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해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볼 때 진정성과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미디어렙법안을 둘러싸고 철학과 비전의 부재를 여실히 노출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법안 처리 시한을 조금 늦추더라도 그 내용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입법 공백 해소와 광고시장 혼란 방지가 시급하다고, 후환이 남을 게 분명한 잘못된 법안을 만들어선 안 된다.

[편집국에서] 드래곤 볼 / 유강문

은 '만화의 전설'이다. 손오공이 용신을 불러내기 위해 7개의 구슬을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 이 일본 만화는 손오공처럼 마술을 부렸다. 1984년부터 1995년까지 만화잡지에 연재되는 동안 일주일에 653만부까지 팔려나갔다. 단행본으로 나와선 최초로 판매부수 1억권을 돌파했다. 24개국에서 팔린 것을 더하면 2억권이 넘는다. 그 무렵 한국에선 해적판이 난무했다. 어쩌면 대학생 시절 자취방에서 본 것도 그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틀리거나 빠진 글자가 없는 말풍선이 드물었으니….

전설이 다시 깨어날 줄이야! 라는 책으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얼마 전 2012년의 소비 트렌드를 읽는 열쇳말로 '드래곤 볼'을 제시했다. 십이간지에 해당하는 동물로 그해의 소비 트렌드를 설명해온 김 교수가 내년 임진년이 용의 해라는 데 착안해 내놓은 말이다. 진정성, 순수함, 주목, 인격화, 세대공감, 마이너, 여백, 자생, 차선책, 위기관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연결했단다. 설명서에는 "역동의 2012년 누가 흑룡의 여의주를 가질 것인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흑룡의 도래를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임진년의 '임'은 흑을 의미하고, '진'은 용을 가리키는데, 이런 조합은 60년을 기다려야 찾아온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손님을 끄는 기회로 삼는 듯한데, 몇몇 호사가들은 경고음을 날리는 모양이다. 흑룡의 해였던 1592년엔 왜란이 있었고, 1952년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으니 내년에도 나라를 뒤흔들 변고가 생길 것이라나. 어느 때건 미래의 불길함을 경고하지 않는 이가 없었겠느냐만, 경제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는 현실이 겹치니 심상찮다.

공교롭게도 학자들의 예측 또한 비슷하다. 나라 안팎의 내로라하는 연구소들의 새해 전망을 보면 위기, 저성장, 불황 같은 불길한 단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국제적으론 선진국과 신흥국의 분쟁, 달러와 유로의 위기, 금융자본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론 수출 둔화, 내수 부진, 재정 악화, 물가 불안 등 악재란 악재가 모두 고개를 내민다. 게다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권력구조가 바뀐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셈이다.

북한은 그런 불확실성의 모든 요소를 안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의 진로는 인간의 예측력을 시험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고, 불안정의 기미가 보일 때마다 격렬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북한의 좌표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야말로 불확실성으로 상징되는 흑룡의 해, 용신을 불러내는 드래곤 볼인 셈이다.

김정일 시대는 북한을 다루려는 이들에겐 좌절의 연속이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외교를 지휘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부시 집권 8년 내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분열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이냐, 대결을 통한 정권교체냐의 대립이 끝없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그런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 인정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배경에서 출발한다.

북한이란 드래곤 볼을 찾아가는 모험에 김 교수의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설득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설득과 공감을 얻는 바탕은 진정성이다. 이것이 '진정성을 전하라'를 새해 트렌드의 첫번째로 꼽는 이유다." 북한을 움직이려면 먼저 진심을 전하라는 얘기다. 트렌디하게!

유강문 경제·국제 에디터 moon@hani.co.kr



[정석구 칼럼] 남북관계 개선할 마지막 기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조문 정국'이 어제 영결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와의 관계 정립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로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꽉 막힌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남북관계에 족쇄를 채워왔던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를 푸는 것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지지 세력인 보수층들의 반발뿐 아니라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는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의 인정 여부다. 정부는 김정일 사망에 대해 사실상 조의 표명을 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힘으로써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시켰다. 이는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문제는 사안의 성격상 어떤 선택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다. 북한에 무슨 정권이 들어설 것인지는 우리의 의지가 반영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우리가 인정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실제 정권으로서 작동하게 된다. 현실로 존재하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는 어떤 대화와 협력도 불가능하다. 김정은 체제 인정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 헤어나기 힘든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비핵·개방·3000'(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을 대북정책 기조로 내걸고 북한 체제 변화를 시도했지만 남는 건 남북관계 파탄뿐이었다. 그런데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다간 임기 말까지 지금 같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의 나이가 20대밖에 안 돼 곧 무너질 것이라는 식의 '북한 붕괴론'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저 하나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남북관계에 최대 걸림돌인 천안함·연평도 사건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두 사건의 성격상 분리해서 대응하는 게 낫다고 본다. 연평도 사건은 명백하게 북한이 우리 영토 안에 포격을 가해 우리 군인과 주민이 희생된 참사다. 북한도 포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 만큼 북한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천안함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46명이나 되는 우리 군인이 희생된 참혹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북한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도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또 애꿎은 사병들만 희생되고 관련된 지휘관들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아직도 뭔가 더 밝혀져야 할 '미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계속 북한의 사과를 고집한다면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풀기 어렵다.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못박기는 했지만 이를 현명하게 에둘러가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당분간 이를 거론하지 않고 묻어두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남북관계 개선에 상징적인 사안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사과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북한에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우리 정부로서는 당연한 조처다. 북한도 현대그룹을 통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 당국 간 사과나 안전 보장 약속은 아니었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생각이 있었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계속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금강산 관광을 통해 현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붕괴론'에 입각해 북한의 목줄을 죄겠다는 의도다. 이제는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협력과 대화를 사실상 모두 중단시켰다.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김정일 사망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마지막 기회다.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2011-12-28

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 William Pesek

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 William Pesek

by William Pesek, bloomberg.com
July 26th 2009 2:00 PM

July 27 (Bloomberg) -- Hats off to officials in Seoul.

South Korea's ability to expand at the fastest pace in almost six years is some of the best news Asia has had in a long while. It's a sign that even with the $14 trillion U.S. economy in chaos, Asia is beating the odds and holding its own.

For now, at least. The region can't be complacent for two reasons. One, increased spending and low interest rates are fine for the moment, yet they don't replace a return of global demand. Two, loose policies may be doing more to fuel bubbles that merely provide the illusion of economic recovery, leaving Asia even more vulnerable to further problems in markets.

The 2.3 percent growth Korea generated in the second quarter dovetails with optimism that East Asia's rebound from the global crisis may be "V-shaped," not U-shaped or W-shaped. The Asian Development Bank said just that in a report last week. It recommended that central bankers retain expansionary monetary policies even as risks to recovery dissipate.

That's just what worries me, and China is a case in point.

Mark Matthews, Asia-Pacific strategist at Fox-Pitt Kelton in Hong Kong, isn't exaggerating when he calls China "a bubble in the making." His concern is that massive stimulus efforts are "being misallocated into equities, something the authorities cannot be happy to see."

Surging Stocks

Headlines about China's booming equity markets may score points with investors and consumers. It's not a long-term cure- all for what ails Asia's second-biggest economy. Surging stocks don't get China any closer to reducing its reliance on exports. They're also largely supported by government largess funded by debt -- something that can't be sustained over time.

It's an Asia-wide phenomenon. Signs of life in the region's economies are compliments of massive stimulus efforts that will become less potent as time goes. That will put the onus on central banks to trim interest rates to support markets. Again, this is a short-term fix, not a long-term solution. It will only lead to new asset bubbles that look like economic growth.

In a sense, optimism about a V-shaped recovery in Asia is becoming a bubble all its own.

China State Construction Engineering Corp., for example, owes Beijing a debt of gratitude. The government's stimulus efforts paved the way for State Construction to raise $7.3 billion in Shanghai last week. It was the world's biggest initial public offering in 16 months, and its success is among the reasons Asian equities had a great week.

Spending Surge

In Korea, Samsung Electronics Co. on Friday joined exporters Hyundai Motor Co. and LG Electronics Inc. in reporting profit surged last quarter, helped by demand fed by $2.2 trillion in stimulus worldwide and a weaker currency. The question is, are investors responding to a real rebound in Asian growth or the illusion of recovery fueled by public spending?

The MSCI Asia Pacific Index has rallied 53 percent from a five-year low on March 9 amid optimism governments around the world will revive the global economy. What investors are missing is that once the high from those actions wears off, there may not be enough largess in the pipeline to offer stimulus-addicted investors another fix.

That's not to detract from Korea's success in riding out the global recession. Eight months ago, traders were wondering if Korea's debt exposure would have Asia's fourth-biggest economy going the way of Iceland. Today the speculation is over whether the Bank of Korea will be among the first major Asian central banks to begin raising interest rates.

U.S. Consumer

Yet Asia's economies are still too much about the U.S. consumer. As long as U.S. unemployment keeps climbing, Asia's outlook will remain uncertain. Even a China bull like Jim Rogers, chairman of Rogers Holdings in Singapore, will admit that it's "impossible" for Asian economies to decouple from the U.S. and Europe anytime soon given their relative sizes.

That really makes you wonder about the speed with which markets are advancing. Stocks in Shanghai are up 85 percent this year. They're up 83 percent in Jakarta, 61 percent in Mumbai, 51 percent in Taiwan, 43 percent in Singapore, 41 percent in Manila, 40 percent in Bangkok, 39 percent in Hong Kong and 35 percent in Seoul.

Such moves have many wondering why stocks in Tokyo appear to be lagging. Perhaps the 7.4 percent rise in the Nikkei 225 Stock Average this year is more reflective of Asian reality than the region's other bourses.

The need to retool economies away from exports toward domestic demand has never been greater. The Dow Jones Industrial Average being above 9,000 doesn't alter the basic calculus. Confidence among U.S. consumers fell in July for the first time in five months as mounting unemployment and stagnant wages shook households. That's what matters to Asia, not buoyant stocks.

The global crisis will eventually end and Asians will return to task of upgrading economies and raising living standards. We're not there yet, and hopes markets can continue heading for the stratosphere won't be supported by realities on the ground.

(William Pesek is a Bloomberg News columnist. The opinions expressed are his own.)

To contact the writer of this column: William Pesek in Tokyo at wpesek@bloomberg.net

To contact the editor responsible for this column: James Greiff at jgreiff@bloomber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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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논쟁 맞수에서 복지국가 ‘동지’로

재벌 논쟁 맞수에서 복지국가 '동지'로

m.sisainlive.com | Nov 30th -0001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재벌개혁(해체)론'과 '사회-재벌 대타협론'이 대립한다. 재벌개혁론의 대표 주자로는, 참여연대를 기반으로 활동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홍종학 경원대 교수 등이다. 사회-재벌 대타협론자는 대안연대의 이찬근 인천대 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등이다.

대체로 노동권과 분배에 친화적인 이 지식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은, 재벌의 이중성 때문일 터이다. 재벌이라는 특수한 '기업집단 모델'이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에 일정하게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병철·정주영·박태준 등 카리스마 넘치는 총수들이 국가의 특혜적 금융 지원에 기반해 자동차·반도체·철강 같은 당시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 모험적인 투자를 했고 성공을 거뒀다. 이런 성공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경영권 안정'. 당시 한국에서는 대기업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었고(특히 외국인), 이는 누구도 총수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재벌 가문은 강력한 경제 권력을 기반으로 사익을 추구하는가 하면 각종 특혜와 정경 유착의 원흉이기도 했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맨 왼쪽부터)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경제 시스템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핵심은 '자본시장의 자유화 및 개방'이었다. 결국 해외 금융자본이 한국 대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면서 경영권까지 가질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이다. '기업 그 자체'가 월스트리트가 주도하는 '금융 장사'의 상품이 되는 것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의 합리적 핵심이다. 산하 기업 주식 중 극소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전횡하던 총수들로서는 계열사 주식 거래가 자유화되는 경우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당시 한국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권력을 위협하는 (경제) 민주주의 성격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재벌 논쟁이 복지국가 논의로 수렴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대기업을 총수의 전횡에서 해방시키는 데 방점을 찍으며 재벌개혁 운동에 나섰다. 이에 반해 대안연대는 재벌개혁 운동이 해외 자본에게 국내 대기업을 넘기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데 착목했다. 그래서 재벌 가문이 궁지에 몰린 틈을 타서 '경영권 안정'과 '투자·고용·세금' 등을 교환하자는 대타협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양측의 견해가 수렴되어가는 경향은 흥미롭다. 김상조 교수의 경제개혁연구소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 업적을 쌓으며 '기업집단법'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유종일 교수와 홍종학 교수는 이전의 재벌개혁론에 복지국가의 문제의식을 담았다. 대안연대 측의 이찬근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라 할 금융경제학을 탐구하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재벌의 금융투자자화'에 우려를 표시하며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회사 기회 유용' 등 재벌의 불법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재벌 가문과 계열사의 세금(소득세와 법인세)을 대폭 인상해서 복지국가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재벌 논쟁이 복지국가 논의로 수렴되면서 한층 고도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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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사건 다시 수면 위로 '시한폭탄' 되나

BBK사건 다시 수면 위로 '시한폭탄' 되나

media.daum.net | Nov 30th -0001 정봉주 수감… 김경준 가짜편지 작성자 고소… 美법원서 투자금 반환 소송…

정봉주(51) 전 의원이 26일 수감되면서 4년 전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 사건이 재차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건에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던 정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이 BBK 주가 조작 및 횡령의 주범으로 판단했던 김경준(45ㆍ수감 중)씨의 기획입국설과 관련된 고소 사건을 검찰이 여전히 수사 중인데다, 김씨가 미국 법원에서도 투자금 반환 소송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이 사건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BBK 사건은 코스닥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주가 조작 사건이었지만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폭발적인 사안이 됐다.

이 대통령이 한때 김씨와 동업관계였고 김씨 가족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씨가 투자자문사인 BBK 자금으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과 횡령을 주도한 사건이 터지자 이 대통령이 가담했거나 자금을 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구나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던 자동차부품회사 ㈜다스를 이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사건의 파장은 더 커졌다.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의혹이 눈덩이처럼 제기된 상태에서 김씨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07년 11월 전격 귀국하자 BBK 사건은 대선을 판가름할 핵심 이슈가 되는 듯했다.

검찰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 특수부 검사들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대선을 2주 앞둔 그 해 12월5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명박 후보가 옵셔널벤처스의 투자금을 제공하거나 주가 조작으로 인한 이익을 편취한 증거가 없으며, 김씨와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BBK 사건은 김씨의 단독범행이며, 당시 이 후보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검찰의 기소 사실을 인정해 2009년 5월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법적으로 정리가 됐고, BBK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BBK 사건은 점차 잊혀져 갔지만, 미국에서는 BBK 여진이 계속됐다. 옵셔널벤처스 주주들이 김씨와 누나 에리카 김(47)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한데다, 다스도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단순 민사소송이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와 다스의 반환 요청에 차별적으로 응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법원에서 승소한 옵셔널벤처스 쪽에는 배상하지 않는 대신, 1심에서 패소한 다스에는 140억원을 반환했다. 돈을 돌려받은 다스는 즉시 항소심 소송을 취하했고 미 연방법원도 김씨와 다스 사이의 소 취하를 승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다스와 김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옵셔널벤처스 측은 "다스가 받은 돈은 김경준이 스위스 은행에 숨겨놓았던 재산"이라며 "다스와 옵셔널벤처스가 모두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다스에게만 돈을 지급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BBK 사건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준씨가 자신에 대한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 작성자 신명(50)씨와 그의 친형 신경화(53ㆍ수감 중)씨를 최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신명씨가 "편지 작성을 사주한 배후에 여권 실세는 물론, 대통령 친인척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씨는 "신명 형제가 가짜 편지를 만들어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이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과정에서 편지 작성의 배후가 드러날 수도 있는 만큼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후가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검찰은 4년 전 BBK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이 사건을 배당해 수사 중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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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vs 유시민, ‘삼성과 재벌 문제’

이정희 vs 유시민, '삼성과 재벌 문제'

m.sisainlive.com | Nov 30th -0001

쟁점 2:삼성과 재벌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기업과 재벌에 휘둘리면서 결국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적 약자의 인권이 유린됐다고 진보 진영은 비판해왔다. 참여정부는 특히 삼성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유시민 대표는 재벌의 일탈적 행위에 대해 좀 더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이정희 대표의 지적에 100% 동의했다. 단 방법론에서 두 사람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유시민:'참여정부가 삼성이랑 친하다.' 그런 이야기를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모르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재벌들이 헌법 위에 있는 것은 맞아요. 제가 보궐선거 때 울산에 민주노동당 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갔습니다. 한 번은 현대중공업 문 앞에서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아무 반응이 없어요. 보통 웃고 손 흔들고 하는데 아무도 안 그래요. 그래서 주위 분들에게 이상하다고 했더니 관리자들이 보고 있을까봐 손을 못 흔든다는 겁니다. 노동자들이 주권자인데, 어떻게 관리 직원들을 동원해 공장 앞에서 정치적 표현을 못하게 합니까? 이게 왕국이지 뭐가 왕국이에요? 국가의 일반 의지가, 돈 많은 재벌이 사유물로 하고 있는 공장 안에도 적용되어야 공화국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화국이라는 말이 부끄럽지요. 그런 면에서 참여정부는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랬을까? 우선 삼성 돈을 받으면 안 됩니다. 삼성뿐만 아니라 어떤 재벌 그룹으로부터도 돈을 받으면 안 돼요. 국가 권력을 장악해서 정의·자유·평등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면 유착해선 안 돼요. 재벌들이 장래성이 보이는 법조인·정치인들에게 '스폰서'를 한다고 하지요. 유망주라도 자신의 스폰서 위에 올라설 수는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정치적 자위, 그러니까 자기 보호 차원에서 공화국의 정신을 지켜야 합니다.

ⓒ삼성그룹 제공

사회:그런데 두 분은 모두 유망한 정치인이거나 변호사셨는데 (재벌이) 왜 접근을 안 했을까요?

이정희:둘 다 별로 유망하지 않았나보죠.(웃음)

사회: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시민:노 대통령의 말은 좌절감의 산물입니다. 그 당시의 텍스트를 보면 다르게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되지는 않고, 국민은 원망하고, 그럼 고용이라도 늘려야겠다, 그래서 재벌에 머리를 숙이고 도와달라고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도와주지는 않고. 좌절을 느꼈을 겁니다.

이정희:그럴 때 쓰라고 헌법 119조 2항(일명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긴 한데요, 한편으로는 만약 개헌이 된다면 가장 위태로운 조항이 119조 2항이라고 생각해요. 그 동안 헌법재판소는 사유재산권을 대단히 옹호하는 방식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에 충분히 경제를 규제하고 조정할 권한이 있는데도, 경제 주체들로서는 사유재산권 문제를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을 포함해서 민주 정부 10년을 보면, 초법적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에서 해야 하는데, 사법부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힌 거지요. 유시민:말씀하시는 걸 듣다보니 역시 이 대표님은 법률가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꼭 그렇게만 생각지 않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고, 초법적인 건 안 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다른 건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백혈병 사망자가 나왔다고 하면요, 정상 국가라면 국립보건원이나 노동부에서 조사가 들어가야 맞습니다. 조사해서 사용자 책임이 있으면 행정 조처도 하고 피해자들이 소송해서 보상을 받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국가가 안 하면서 약자들에게 알아서 소송해라,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 낸 사람에게만 적용이 되는 게 정상이 아니거든요. 그동안 국가 권력의 사용에서 리버럴(자유주의자)들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을 합니다. 합법적 절차에 따른 개입에 너무 집중하지 않았나. 숨이 넘어가는데 언제 그런 것들을 기다리겠습니까?

사회:유 대표께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주의자인데, 지금 말씀은 다소 과격하게 들립니다.

유시민:저는 자유주의 정치제도의 기본 틀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의 무제한의 자유라는 것은 결국 경제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수탈로 이어집니다. 경제적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면 결국 약자의 자유가 유린됩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볼 때 자유주의적 정치 제도를 채택한 모든 나라는 정치적 자유주의가 성숙함에 따라서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는 쪽으로 움직여왔습니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제약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있지요. 이 점에 관해서는 저는 우리 헌법에 이미 일정한 합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정희:진보적 대기업 정책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는 것도 미신입니다. 이게 사실이려면 반대의 논리, 즉 대기업을 밀어주면 경제성장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벌 대기업들은 약탈적인 경제구조 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과실을 챙겨왔습니다.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급한 현안이 됐지요. 이명박 정부조차 초과이익 공유제나 동반 성장,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단계에서 재벌 대기업의 약탈적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우리 경제가 조화는 물론 더 이상의 성장도 어렵다는 것을 이미 그들도 깨닫고 있습니다.

사회:진보 세력이 집권할 경우 재벌 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말씀해주십시오.

유시민:돈을 버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잘 지켰고, 돈을 번 만큼 세금을 내면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재벌이 법 위에 있는 것만은 안 된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재벌을 해체할 거냐?'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체하고 싶어도 해체할 합법적 수단이 정부에는 없습니다. 다만 재벌 총수도 자식이 여럿이고, 경영권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상속세를 납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재벌 총수 일가의 소유 지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현대그룹처럼 자식이 너무 많아서 계열 분리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불법 상속, 편법 상속, 탈법 상속을 통해서 대물림을 하는 경우입니다. 경영 능력은 유전된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 3세에게 회사를 물려줌으로써 그 회사도 멍들고 국민경제도 멍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우회 상속이라든가 편법·불법 증여라든가 이런 것을 막을 수 있게 법 제도를 정비하고, 세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이정희:재벌 대기업들에 대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첫 번째로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입니다. 전체 법인세 감면 혜택에서 50% 이상을 이른바 재벌 대기업이 받고 있거든요. 두 번째는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리해고의 요건이 굉장히 완화됐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재벌 대기업은 많은 조세 감면과 국가의 정책적인 직접 지원, 그리고 환율과 금리 정책에 따른 간접 지원을 받은 결과로 성장해왔습니다. 따라서 설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라면, 자기 책임에 맞게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정리해고의 요건은 매우 까다로워야 정상입니다. 그동안 완화되어왔던 해고의 요건은 다시 엄격했던 때로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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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창조적 파괴 필요…MB정부와 차별화 해야”

27일 서울 종로구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미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H. 프랭크 교수가 쓴 'The Darwin Economy(다윈 경제학)'가 읽다만 채로 놓여 있었다. 적자생존의 정글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경제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된 김종인 전 의원의 생각의 일단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시장경제만으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이 이런 인식을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면서 "한나라당 깃발을 내려서 안 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우리같은 사람을 불러들였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인식을 했다고 본다"며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자신했다.

-비대위 참여를 놓고 고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박근혜 위원장과 최근에 만난 적은 없고 전화 통화만 몇 번 했다. 현 상황을 봤을 때 한국사회가 그동안 성과를 제대로 유지·발전시켜 조화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그래도 한나라당 자체가 변모를 해서 박 위원장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좋지 않겠나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특히 다음 5년은 동북아 정세변화와 세계 경제 변화에 중요한 시기다. 이때 나라가 안정적이고 조화를 갖추지 않으면 발전하기 힘들지 않겠나 생각한다. 내가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몰라도 한나라당의 근본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는데 (박 위원장이) 그걸 하겠다고 하니 조력할 생각이다."

-비대위원으로서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한나라당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서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올해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어느 측면에서는 늦은 감도 있지만, 이걸 뼈저리게 느끼면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 내용은 뭔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이걸 체험하고도 아무런 반성 없이 가면 정당이 존립하기 어렵다. 어떻게 변화하느냐? 최근 통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5%, '미래에 희망이 안 보인다'는 응답이 58%였다. 이것이 정부의 통계다. 이러한 국민 의식을 정치가 제대로 인식 못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갈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체제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인데 시장경제로만은 해결 못 한다. 시장경제로 보완할 수 없는 영역은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그 인식이 결여돼 왔다. 그런 측면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국민이 따라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창조적 파괴'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인식의 변화 뿐 아니라 조직 변화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조직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유권자는 소비자다. 소비자가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상품에 반응을 안 보이면 바꿀 수밖에 없는 거다. 기업이 창조적 파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정당은 국민의 변화와 욕구에 따라가야 한다."

-당 인물 교체는 어떻게 보나?

"창조적 파괴는 기본적인 것을 다 바꿔야 한다는 거다. 상품을 바꾼다면 인물도 상품 속에 포함된다. 국민이 원하는 인물로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당내 쇄신파는 당명 개정 등 창당을 주장하는데.

"창조적 파괴와 그런 것이 괴리되지 않는다."

-박근혜 위원장은 재창당이나 당명 개명에 부정적이지 않나?

"재창당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으니 박 위원장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돼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어떻게 비대위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왔는지에 대해 철저히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쿵저러쿵하면 희망이 없다."

-박 위원장이 복지 등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방향이 맞나?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개념적 복지만 강조했다. 실제로 나온 것은 없다. 아직은 박 위원장이 맘대로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정확하게 얘기해 줘야 한다. 지난 4년간 정부가 국민과는 괴리된 정책을 내놔서 지금의 상황이 초래됐다. 그걸 뼈저리게 반성하면 답이 나온다."

-현 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당연한 얘기다. 지금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거다. 야당도 새롭게, 한나라당도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에 있다. 갈등구조의 사회를 제대로 수습해서 조화를 이루면서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희망을 국민에게 투영시킬 때 정당으로서 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나라당내에는 당의 변화에 대해 '당을 흔든다, 깃발 내리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깃발을 내렸는데 (또 내려서)안 될 이유가 뭐냐. 우리나라 정당 역사를 보면 당명을 얼마나 바꿨나. 그것(반대 의견)은 그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생존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기득권을 버릴 생각이 없으면 비상대책위를 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위원장에게 그런 생각을 확인했나?

"박 위원장도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후 초기에는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이 용납하지 않기에 자신이 전면에 서고, 비대위를 꾸려 외부인사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분명한 사람이다. 나는 한국사회 흐름을 50년 가까이 관찰해온 사람이다. 예측하면 그렇게 꼭 갔다. 그러니 우리같은 사람을 불러들였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인식을 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뭐하러 참여 하겠나. 나는 이 나이에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박 위원장도 여기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국가 통치능력이 확인된다. 따라서 지금이 시험대다. 박 위원장도 안이하게 하면 안 된다. 긴장 속에서 조화롭게 끌고나갈 수 있다고 봤기에 나도 (비대위원을) 승낙한 것이다."

-여러 대선주자들 가운데 하필 박근혜 위원장을 돕기로 한 이유는 뭔가?

"박 위원장의 기본적 장점은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지난번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의 태도와는 지금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전세계가 다 신자유주의에 매몰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통용 안 되는 시기가 됐다. 거기에 박 위원장 본인이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

또, 박 위원장은 어느 기득권 세력과 연결돼 있지 않고 자유스럽다. 상황 인식만 정확히 해서 그 방향으로 가면 한국사회를 조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야권에도 몸담은 적이 있고, 지금도 여야 모두의 영입 대상인데 왜 한나라당을 택했나?

"나는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나라를 잘 끌고 갈 수 있는 판단이 있는 사람을 미력하나마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점에서는 이것저것 구애 받지 않는다."

-재벌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에 긴장한다는 얘기도 있다.

"긴장할 필요 없다. 내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현실로 보면 재벌도 하나의 현실로 돼 있다. 그들 영향력이 큰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도 바꿔야 할 것이, 무한한 탐욕만 부려서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그 사람들 존재 자체도 언젠가는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정책 조율에서 자기들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게 본인들이나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증세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증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는데.

"박 위원장이 세제에 확고한 인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양극화 문제에 세제가 일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 정책이 잘 돼야 한다. 정부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클 필요는 없지만 나름대로 작지만 강해야 한다. 모든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우위에 있어야 한다. 경제권력이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우위에 서야 한다. 세제 문제는 전반적으로 논의하면 박 위원장과 다 해결할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 안 나왔으니 그에 대해 언급하거나 평가할 게 없다. 다만 안철수 현상은 개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도권 정당이 국민이 느끼는 상황을 외면하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옹호하니까 나온 것이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초호화 엘리트 인선”…‘반MB 노선’ 평가도

박근혜 위원장 체제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정식 출범했다. 당 안팎에선 탈정치적인 전문가 위주로 비대위가 꾸려진 것을 두고 박 위원장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당 안에선 박 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을 통해 '반이명박 노선'을 드러냈다는 평이 나왔다. 김종인 전 수석은 재벌 개혁론자로 알려져 있고, 이상돈 교수는 "비비케이(BBK)는 정권 태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고, 4대강은 최악의 폭정이자 자체가 의혹"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왔다.

친이·친박계를 배제한 채 김세연·주광덕 의원 등 '주변부' 의원들을 기용해 그동안 당을 움직여왔던 세력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과외봉사단체 대표인 26살의 이준석씨와 39살의 김세연 의원은 취약한 2040세대를 고려한 인선인 것 같다.

정치권에선 이번 비대위 구성으로 박 위원장의 1인 지배체제가 공고하게 됐다는 평이 많다. 한 서울 의원은 "비대위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기술이 필요한데 마치 박 위원장의 대선 자문교수단 같다"고 평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치적으론) 아마추어리즘"이라며 "어차피 박 전 대표가 다 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박 위원장의 권력집중을 강화시키고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으로서 운영될 것"이라고 썼다. 일부에선 비대위원들이 대부분 '고분고분한 양떼' 같다는 말도 나왔다.

참여한 외부인사들의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이상돈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정무특보를 했고, 조동성 서울대 교수 역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중동 방문을 주선하는 등 정치권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수석은 민정당에서 2차례, 민자당과 민주당에서 1차례씩 모두 4차례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했다.

화려한 학력을 갖춘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초호화 엘리트 인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 전재희 의원은 "서민을 대표할 분이 들어왔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김정은, 남쪽 조문단 깍듯한 대접

조문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7일 "순수 조문 차원의 방북이었고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따로 면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방북을 수행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많은 인파가 있어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별도 면담할 수 없었다. 40~50분 이상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면담했다"며 "여사(이 이사장)께서 김 부위원장에게 위로의 말씀을 했고 김 부위원장은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도 "애도 표시만 했고 별도 얘기는 없었다. 따로 만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어 "오늘 오전에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면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면담에서 이 여사는 '6·15, 10·4 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해 세 분(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다른 북쪽 인사와의 면담 여부에 대해 "어제 오찬, 만찬, 오늘 조찬까지 현대 쪽 일행과 따로 했고 북쪽 인사들은 한 분도 참여 안 했다"며 "순수한 조문으로 국한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평양을) 떠날 때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웅을 나와 잠깐 만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방북이 순수한 조문 차원이었지만, 김정은 부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6·15와 10·4의 계승을 언급해,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눈에 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두 분이 가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남북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양쪽이 조심스럽게 접근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쪽은 조문단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나와 이 이사장의 귀환을 영접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조문단을 백화원초대소에서 영접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김정은 대장 동지가 6·15 때와 똑같은 대우로 모시라고 지시해 (김 전 대통령 부부가 묵었던) 백화원초대소 101호를 똑같이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김영남 상임부위원장, 김양건 비서, 원동연 부부장 등 모두가 김정은 부위원장을 '대장 동지'로 불렀으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당과 국가 최고영도자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높이 받들고 김정일 장군의 위업을 완성하는 데 결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가 안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의 은 이날 김정은 부위원장이 26일 저녁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조문하는 두 사람 일행을 깍듯이 맞이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는 이희호 이사장이 조문할 때 두 손으로 이 이사장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였으며, 이 이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현 회장의 경우에도 두 손으로 손을 잡고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통일부는 26일 북쪽 통행검사소에서 조문단 일행을 맞은 북쪽 인사가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이 아니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등 10여명이었다고 바로잡았다.

김규원, 파주/임인택 기자 che@hani.co.kr

[한겨레 프리즘] 정봉주 수감은 불의다 / 김종철

선거를 흔히 '총 안 든 전쟁'이라고 한다. 정권의 향배를 놓고 다투는 대통령 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하다. 2007년 대선도 예외가 아니어서 싸우는 과정에 서로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 검찰이 대선과 관련해 기소한 정치인은 여야 각 2명씩이었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대변인과 '공작정치분쇄 투쟁위원장'을 각각 맡았던 진수희, 박계동 당시 의원이었다. 청와대의 정치공작설을 주장한 대가였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통합당의 전신)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선대위 대변인과 '이명박 주가조작사건 진상규명대책단장'을 각각 지냈던 김현미, 정봉주 당시 의원이었다. 도곡동 땅과 다스,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사법 심판의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진수희 의원 사건은 1심의 600만원 벌금형으로 종결됐으며, 박계동 의원 건은 아예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 기소됐다. 둘 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여서 선거 출마에 아무런 걸림돌도 없다. 게다가 그 후 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18대 총선 공천에 탈락한 박 전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정치적 보상이 두둑이 주어졌다.

반면에 김현미 전 의원은 1심과 2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1심에서 3심까지 줄곧 징역 1년형을 받아 대선이 끝난 지 4년 만인 지난 26일 수감됐다. 김 전 의원은 그동안 사면복권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늑장 재판으로 사면 시기조차 놓친 정 전 의원은 출마길도 막혔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을 당한 셈이다.

검찰이나 법원 등 법 전문가들은 죄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도 당연하다고 설명할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의 죄명은 형법상의 명예훼손이고, 민주당 쪽 인사는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죄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4명이 한 일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양쪽 다 자기 후보를 위해 상대 진영을 '말'로 공격한 정치 행위였다. 비슷한 행위를 했는데도 누구는 솜방망이 벌금형으로 끝나고 누구는 감옥까지 간다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발언의 신빙성이나 논리적 타당성 면에서 보면 정 전 의원이 진 의원보다 오히려 앞선다. 진 의원이 말한 '정치공작을 위한 청와대 바깥 사무실'의 존재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정 전 의원이 말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케이와 다스 의혹 등은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통령 본인도 비비케이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사법부가 검찰처럼 정치권력의 영향을 짙게 받거나 눈치를 본다고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법원이 사회 일반의 평균적인 판단이나 상식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적인 형평성도 외면한 채 자기 앞에 올라온 개별 사건에만 충실해서는 법의 목적인 정의 실현은커녕 사회적 불신만 키울 뿐이다.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따지고 보면 법원은 정 전 의원의 경우 개별 사건에 충실하지도 않았다. 김현미 전 의원의 경우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의 명품시계 발언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비비케이나 다스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일한 사건이었던 만큼 최근 판례만 꼼꼼히 확인했더라도 1년 징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실형은 민주주의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말이 없이는 여론과 공론이 생길 수 없고, 결국 민주주의는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공직자나 공직 후보자에 대한 합리적인 의혹 제기와 비판을 제약하고서는 민주정치를 구현해 갈 수 없다.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삼성물산·한전 ‘ISD 불똥’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와 체결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의 국외 사업이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이 되기는 처음이다.

27일 캐나다 정부와 삼성물산 등의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 등은 지난해 1월 70억 캐나다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2016년까지 총 2500㎿ 규모의 세계 최대 풍력·태양광 발전 및 생산 복합단지를 온타리오주에 건설해 20년간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현지 부품과 노동력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조건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여 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려는 주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이에 미국 텍사스주의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메사(MESA)파워그룹은 지난 7월6일 캐나다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보내 "일부 재생에너지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그린에너지법의 발전차액제도(Feed-in Tariff)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위반해 손해배상금 7억7500만 캐나다달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메사파워는 "주정부는 일부 지역의 송전설비를 사용할 우선권을 삼성물산 등에 보장했는데 그 계약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삼성물산에 대한 특혜로 제3국 투자자와의 차별을 금지한 최혜국 대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고용 창출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주정부의 정책이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는 중재의향서를 보내고 90일 뒤 투자자-국가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데, 메사파워는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발전차액제도란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해서 생산한 전력을 일반 전력보다 최고 20배 높은 값으로 사들이는 온타리오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제도를 말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할 때 25% 이상의 현지 생산 부품과 노동력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물산 등은 풍력 블레이드와 타워, 태양광 인버터 등의 설비를 현지에서 생산·조달할 수 있도록 지멘스와 시에스(CS)윈드 공장을 온타리오주에 유치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1-12-27

새집 절반이 단독·연립… 아파트 신화 흔들

중견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지난 6월 서울 화곡동에 새로 지은 101㎡(30평)형 빌라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분양가는 2억3000만원. 주변 4~5년 된 아파트 전세금(4억~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처음엔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는데 매물도 없고 가격도 1년 전보다 20~30%나 올라 포기했다"면서 "어차피 집값이 안 오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맘 편하게 싼값에 내 집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굳이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는 '탈(脫)아파트족'이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 개발을 시작으로 20여년간 독주 체제를 굳혔던 아파트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당장 올해 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공급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말까지 아파트 외 주택 건설 실적은 17만798가구로 2002년(27만707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실적과 비교해도 55%나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주택 건설 실적에서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47.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 10년간 평균(29%)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도 올해 분양 물량이 작년보다 25% 늘었다"면서 "이를 포함하면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로는 절반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외 주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아파트 전성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트가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으로 아파트는 818만 가구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1~2인 가구가 이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상황에서 더 이상 3~4인 가구를 기반으로 하는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에 질린 수요자들이 땅콩주택, 한옥 등 '나만의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도 번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세난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주택 경기가 침체되고 전세난이 확산되면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틈새 상품으로 부각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택은 집값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최근 전세 수요자의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정부가 각종 임대 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매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하룡 기자 you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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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숨은 실세 4인방, 4大 감시기구 장악

김정은 시대 북한에는 김경희·장성택 부부 외에 감시기구를 장악한 '실세 4인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 수석 부부장과 리명수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그들이다. 이 중 우동측·김경옥·김정각 등 3명은 김정은 시대 최고 권력기관으로 떠오른 중앙군사위 멤버다. 현역 북한군 대장인 리명수도 향후 중앙군사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이 4명을 통해 체제 감시기구부터 완전 장악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주민 통제기구부터 장악

김정은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뒤 공안(公安) 및 주민통제를 담당하던 국방위 행정국에서 '후계 수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자' 책봉식을 치른 작년 9월 당 대표자회 전후로 국가안전보위부(반체제 인사 색출)·인민보안부(주민 감시)·조직지도부(간부 감시)·총정치국(군 감시) 등 '4대 감시기구' 수장(首長)을 측근들로 물갈이했다.

5만여 명의 보위부원을 거느린 우동측 보위부 수석 부부장은 "김정일·정은 앞에서 '충성 맹세'를 했다"고 한다. 그는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보위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김일성대 출신으로 2009년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진급한 지 1년 만인 작년 4월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작년 9월 당 중앙군사위 멤버로도 뽑혔다.

우리의 경찰청장 격인 리명수(대장) 인민보안부장은 총참모부 작전국장 출신이다. 2007년 공안 기관을 관할하는 국방위 행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9년 초 김정은의 후계 수업을 맡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4월 23만여 명의 보안원(경찰)을 지휘하는 인민보안부장에 올랐다. 현재 보위부와 보안부는 '김정은 후견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중앙군사위원 겸직)이 총괄한다.

조직지도부는 당·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감찰을 전담한다. 김정일은 1972년 당 조직비서·조직지도부장을 맡으며 당 조직부터 장악했다. 반면 김정은은 자기 사람들을 제1부부장으로 기용했다. 당(黨) 간부에 대한 인사·감찰권을 가진 리룡하 제1부부장은 "김정일이 60~70년대 조직지도부에서 후계 수업을 받을 때 같이 근무했던 인물"(고위탈북자)로 알려져 있다. 군(軍) 간부 감찰권을 가진 김경옥 제1부부장은 작년 9월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으며 중앙군사위원이 됐다. 리룡하와 김경옥은 작년 5월 의문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한 리제강 제1부부장과 작년 4월 심장마비로 죽은 리용철 제1부부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제강과 리용철은 장성택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 내 김정은 반대파 색출을 담당하는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중앙군사위원 겸직)은 일찌감치 리영호 총참모장(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직)과 함께 '신(新) 군부'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주민 통제 고삐 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4대 감시기구를 동원해 주민 통제의 고삐부터 단단히 죄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현재 북한 당국은 각종 소문이 유통되는 시장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활기를 찾았던 장마당이 다시 위축되면서 쌀값 등 생필품 가격이 최근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요즘 (북한) 내부와 전화 통화가 잘 안 된다"며 "대규모 검열팀이 각 지방에 파견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일 사후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11~12월 북한은 우동측 보위부 수석 부부장과 주상성 당시 인민보안부장을 잇달아 베이징에 보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당시 중국측과 탈북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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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사람 처음 만난 김정은… 北의 2가지 계산은 '햇볕'과 '교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26일 방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10분도 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남한 사회에 크게 보면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지원해 달라는 메시지

우리측 인사가 김정은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여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영부인 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나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정치·경제 분야에서 남북한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인 셈이다. 김정은은 두 사람에게 예우를 해줌으로써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쌀(포용정책)'과 '달러(금강산 관광 재개)'를 달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햇볕정책으로 되돌려 놓기를 바란다는 희망 섞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화하기를 희망한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으로서 6·15공동선언과 남북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남한 사회 교란하겠다는 뜻도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도 '도덕적 한계와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대(大)국상에 대한 태도가 자기들의 인륜적 한계와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척도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는 "김정은은 남측의 정치계와 경제계에서 명망 있는 두 사람을 아버지의 빈소에서 만남으로써 자신의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날 만남은 남·남 갈등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김정일에 대한 조문을 두 사람으로 한정한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 내에서 조문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이들과의 만남을 북한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남한의 조문단을 만나는 것은 매우 효과가 있다"며 "김정은이 어리고 경험이 짧다는 주변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들에게 "깊은 사의(謝意)를 표하였다"고 전했을 뿐, 김정은의 구체적인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짧은 시간 내에 우리 정부를 향한 모종의 메시지를 언급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희호 "남북관계 개선 도움되길"

북측은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의 숙소를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 마련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2002년 9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공보실장은 "북측이 이 여사 일행을 백화원초대소에 모신 것은 최고의 예우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개성에서 리종혁(75)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통일전선부 부부장이기도 한 리종혁은 월북 작가 리기영(1984년 사망)의 아들로 김정일과는 김일성종합대학 동기 동창이다.

이희호 여사는 이날 오전 8시 홍업·홍걸씨, 큰며느리, 장손 등 일가족 5명과 주치의와 경호원 등 수행원 8명을 대동하고 도라산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검은색 외투에 스카프를 두른 채 차에서 내린 이 여사는 양쪽에서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올랐다. 귀빈실에서 현 회장과 함께 출·입경 수속 절차를 설명받은 이 여사는 8시 17분 포토라인 앞에 섰다.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은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 여사의 방북 소감문을 대독했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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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북한 동포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

북한전문가나 학자, 위정자, 정치단체들은 요즘 입만 열었다 하면 북한 김정은 체제의 조기(早期)안정을 거론한다. 안정이 깨질까 봐 안달이 난 모양새다. 여·야 정치인은 말할 것 없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신년사에서 김정일 사후(死後)의 북한체제 안정을 바라는 언급을 할 것으로 보도됐다. 마치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우리의 중대 관심사라도 된 듯하다.

미국과 중국도 연일 한반도의 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은 김정일 후계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공산당 정치국원 전원이 베이징의 김정일 빈소를 찾는 등 큰 제스처를 쓰고 있다. 중국이 그러는 것은 동맹국이니 그렇다 치고 미국마저 김정일 사후 사태와 관련, 한반도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발언을 했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죽이 맞는 것 같다.

이들이 김정은 체제 안정을 내세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언필칭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기조 유지를 위해서란다. 북한의 후계체제에 혼선이 생기거나 권력투쟁 또는 정치불안이 상당기간 계속되는 경우, 그것이 북한 내의 강경파를 자극해 남쪽을 향해 무력행사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근거 없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북한의 정치불안이 한국의 대북 강경파에게 어떤 '호기(好機)'로 작용할 경우도 그들 안정 희구 세력이나 안정론자들에게 구실을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밖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안정'을 내세우는 것이 정작 북한 안(內)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고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김정일의 퇴장이 북한 체제에 변화를 가져와 김씨(金氏) 세습과 장기독재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기대하는 대다수 인민들에게 '김정은 체제 안정론'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일 것이다. 김정은의 세습을 확고히 뒷받침해주고 북한 유일지배체제의 안정을 도모해주려는 한국과 주변국의 발 빠른 움직임은 그들에게 모처럼 찾아온 '가능성'을 앗아가는 처사다.

특히 북한 당국의 엄중한 감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 은밀히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북한판 민주화세력, 즉 지식인·학생·시장(市場)세력에게 주변국의 '김정은 지지'는 북한 당국의 탄압 못지않은 '배신'일 것이다. 한국 내의 친북·종북 세력이 김씨왕조의 세습과 29살짜리 '대장'의 독재를 지지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민주화세력, 정부당국자, 일부 시민단체들까지 덩달아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떠들어대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전통(?) 있는 민주화세력이 북한의 세습독재와 반민주를 옹호하는 이 아이러니는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한국적 퍼즐이다.

안정론의 배후에 김정일 사후체제에 우리가 우호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 어떤 기회주의적 접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표시함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대남관계에서 유화적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치자. 저들은 이미 남쪽의 조문 태도를 봐서 대남관계를 조절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선의(善意)'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김정은이 전략적이고 전향적인 사고력을 가졌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조문 문제에 융통성을 보여 대북관계를 우호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국가이성(理性)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전략적 사고와 국가이성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5000만 우리 국민의 안전보장이고 그 다음이 2500만 북한동포며 인권, 자유, 인간다운 삶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적절한 것은 관망하는 자세다. 섣불리 무엇을 예단하거나 어떤 것을 주문할 필요가 없다. 아첨은 더더욱 역겹다. 북한 권력체제가 어느 쪽으로 귀결될지 지켜보면서 우리의 대응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 경제기조, 대외정책 등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를 보고 그 타당성을 검증한 연후에 무슨 주장을 해도 늦지 않다. 북한에 변화가 오더라도 우리가 지레 패배주의로 갈 필요는 없다. 결정적 시기에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생기려면 우리로서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투자'와 '희생'을 감내하는 각오와 용기 없이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북한의 체제에 변화가 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의 안정과 안전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는 안목과 인내가 절실한 때다.

우리가 북(北)의 변화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할망정 '안정' 운운하면서 북한 내의 자생적 변화의 움직임과 자유를 향한 인민의 몸부림을 무력화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발 '안정론'이 평화론인 양 위장하지 말 것이며 우리 국민도 그것에 덩달아 춤추지 말았으면 한다.

/김대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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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소비·카드빚 억제할 '체크카드' 늘릴 대책을

정부는 26일 앞으로는 만 20세가 넘고, 소득이 부채 원리금 상환액보다 많고, 신용등급이 1~6등급인 성인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연말 세금 정산 때 결제 즉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을 현재 25%에서 30%로 높여주고, 이 카드를 많이 쓰는 사람은 개인 신용등급 산정 때 우대할 방침이다.

9월 말 현재 발급된 국내 신용카드 수는 1억2000만장으로 1인당(경제활동인구 기준) 5장꼴이다. 재벌 그룹과 금융지주회사가 운영하는 20개 카드회사가 과당경쟁을 벌인 결과다. 이 때문에 자기 수입은 생각지 않고 일단 쓰고 보자는 과소비로 흘러가고, 걸핏하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에 기대는 풍조 때문에 가계 부채 총액이 1000조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신용카드 남발(濫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면 신용카드 회사가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 젊은 층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무더기로 신용 불량자를 찍어내는 걸 막아야 한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기존 카드 사용이 중지되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기존 카드 빚을 갚아나가는 식의 '카드 돌려 막기'도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카드 결제 관행을 현재 신용카드 중심에서 체크카드·직불카드 등 직불형(直拂型) 중심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직불형 카드는 통장에 들어있는 예금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과소비와 카드 빚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카드회사들은 직불형 카드는 수수료 수입이 적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통해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직불형 카드 보급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직불형 카드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체크카드 결제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카드회사들이 직불형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발급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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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정 2011 10大 뉴스ㅡ국제] 3·11 대지진… 일본의 안전·원전신화도 무너져 외

■3·11 대지진… 일본의 안전·원전신화도 무너져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는 일본의 안전 신화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파제와 내진 설계도 자연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다. 사망 1만5843명에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람이 3469명이나 된다. 사고가 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일본 전역에서 검출되는 등 원전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독일 등 전 세계에 '탈(脫)원전'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매뉴얼에만 집착하는 일본 정부의 허술한 재난 구호시스템이 도마에 올랐지만 재난 현장에서조차 줄을 서는 시민정신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카다피 죽고, 무바라크·벤 알리 쫓겨나… '아랍의 봄'

1월 4일 튀니지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촉발된 시민혁명이 장기 독재와 부패로 점철된 아랍권 전역을 휩쓸었다. 23년 독재자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을 시작으로 30년 장기 집권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2월), 리비아를 42년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8월)가 차례로 축출됐다. 리비아에선 8개월여간 내전이 계속됐지만 카다피도 나토(NATO)의 지원을 받은 시민군에 의해 10월 23일 사살됐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11월 권력 이양안에 서명했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스發 재정위기에… 유럽,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지난해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EU(유럽연합)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재정 위기가 올 한해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11월 4일 그리스 파판드레우 총리 사임, 11월 12일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 11월 20일 스페인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 참패 등 남유럽 국가의 정권 교체가 도미노처럼 뒤따랐다. 위기 해법을 놓고 EU 국가가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불똥이 튀었고,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을 묶어서 '돼지들(PIGS)'이라 불렀던 프랑스와 영국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美, 9·11테러 10년 만에 오사마 빈 라덴 응징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1957~2011)이 지난 5월 2일 새벽(현지시각)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해군 특수부대를 이 은신처에 침투시키는 '제로니모'작전을 지난 4월 지시했고, 대원들은 40분에 걸친 총격전 끝에 그와 조직원 4명을 사살했다.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갑부 출신으로 2001년 9·11테러, 1998년 케냐·탄자니아 주재 미대사관 폭탄 테러 등을 배후 조종해 미국 정부의 추적을 받았고 최소 52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스티브 잡스 사망… '21세기의 다빈치'를 잃다

스티브 잡스(56) 애플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7년간의 췌장암 투병 끝에 10월 5일 세상을 떠났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일궈낸 그의 성공 행진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입양아 출신에 대학을 중퇴하고 만년에는 암 투병까지 했던 인생 역정과 맞물려 더 극적이었다. 그는 개인용컴퓨터(PC) 대중화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아이패드 출시를 통해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새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잡스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혁신가를 잃었다"고 말했다.
■월街서 불붙은 反자본주의 시위, 세계 80여개국 번져

'우리는 99%! 탐욕의 1%를 비난한다!'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 월가(街) 주코티공원에 모인 시위대가 부(富)의 독점을 비난하며 지난 9월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의 상주 시위를 시작했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이름은 캐나다의 소비자운동 단체 '애드버스터스'의 블로그 글에서 따왔다. 직장 없는 일부 젊은이들의 불만 표출로 여겨졌던 집회는 전 세계 80여개국 900여개 도시로 퍼졌고 시민단체와 노조도 합류했다. '지도자 없는 집회'를 표방했던 시위대는 그러나 리더십과 구체적 요구사항이 부족해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노르웨이 '악마'에 160여명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7월 22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폭약이 담긴 화물차를 터뜨린 데 이어 오슬로 북서쪽의 휴양지 우토야 섬에서 열린 노동당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76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했다. 반(反)이슬람주의와 다문화정책 폐기를 명분으로 내건 브레이빅은 자신의 행위를 '의거'라고 주장했다. 시민 15만명은 오슬로 시청 앞 광장에 장미를 들고 나와 희생자를 추모했고 얀스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악마가 한 인간을 죽일 수는 있지만 인류를 패퇴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처만 남기고… 이라크의 美軍, 8년 만에 집으로

지난 15일 이라크의 미군기지에서 미군의 지휘기를 내리는 행사가 열렸다. 2003년 3월 시작된 이라크전이 8년9개월 만에 공식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전쟁 초기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는 끝내 찾지 못해 '정당성'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약탈과 폭탄 테러, 저항세력의 대대적 공격, 민간인 희생으로 전쟁은 미국과 이라크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겼다. 미군 철군 이후 이라크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미군 4487명을 포함, 총 1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베일 벗는 '神의 입자' 힉스, 우주탄생 비밀 풀리나

인류가 '신(神)의 입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지난 13일 "우주 탄생 직후를 재현한 가속기 충돌실험에서 '힉스(Higgs)'의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이루는 12개 기본입자는 모두 발견됐지만, 이들에게 질량을 부여한 존재로 가정돼 '신의 입자'로 불려온 힉스는 지금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힉스가 발견되면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CERN은 아직 실험의 오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완전한 '힉스 발견' 여부는 내년 하반기에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中, 항모 시험항해에 美는 중국 포위… 남중국海 대치

해양대국 건설에 나선 중국과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미국은 올해 남중국해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중국은 첫 항공모함 시험 항해에 나서는 등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남중국해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고, 미국은 싱가포르·필리핀·태국에 군사력을 확대 배치할 계획을 세우며 '중국 포위'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1일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나자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가 수치 여사를 면담하는 등 전 세계 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경제권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양국의 신경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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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정 2011 10大 뉴스ㅡ국내] 김정일 사망, 29세 후계자 김정은… 北은 어디로 외

■김정일 사망, 29세 후계자 김정은… 北은 어디로

북한은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달리는 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회복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독재자의 사망 시기와 장소는 아직 논란이 있다. 북한은 그의 3남 김정은(29)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위대한 영도자' '혁명 위업의 계승자'로 추켜세우며 3대 세습 왕조 출범을 공식화했다. 김정은은 곧 최고사령관과 당 총비서직에 추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체제보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동북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안철수 돌풍'에 한 방 맞은 정당정치, 쇄신 바람

정치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를 검토하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그는 단숨에 여론조사 1위에 올라섰고,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한 후에는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했다. 여야는 '안철수 현상'이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자인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고, 민주당은 친노(親盧) 세력과 시민단체와 합쳐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다. 내년 총·대선은 87년 대통령직선제 이후 정치 지형을 새로 결정지을 중요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한국, EU와 FTA 이어 미국과도 비준… 아시아 최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양국 정부 간 FTA 체결 이후 4년 5개월 만인 지난 11월 22일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트린 가운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 상·하원은 10월 중순 통과시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미국과 FTA를 체결한 첫 아시아 국가가 됐고, 전 세계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기준)의 60%와 무관세로 교역하게 됐다. 양국 정부는 하위법령 정비와 협의를 거쳐 내년 초 발효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야당은 여전히 한·미 FTA를 무효화하고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짜점심에 무릎꿇은 오세훈… 서울시, 박원순 체제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70%를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1월 6일 무상급식 조례를 공포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에 반발해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면서 무상급식 문제는 여야 간 복지 논쟁을 상징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8월 24일 실시된 주민투표는 야당의 투표 거부운동으로 유효투표율 33.3%에 미치지 못하는 25.7%의 투표율을 기록, 개표를 하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은 사퇴했고, 10·26 보궐선거로 이어졌다. 박원순 신임 시장은 10월 27일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예산 집행안에 서명했다.
■무역 규모 1조달러 돌파 대한민국, 세계 수출 No.7

12월 5일 한국의 연간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5156억달러, 수입 4860억달러였다. 세계에서 9번째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수출 규모가 1948년엔 케냐·카메룬의 절반 수준인 1900만달러로 세계 100위였지만 60여년 만에 세계 7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1960년대부터 경제 개발을 추진한 결과 1974년 무역 100억달러, 1988년 무역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 규모가 급증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악한 금융 비리, 수십만 저축은행 예금자 울려

올해 모두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생겼다. 예금이 묶인 수십만명의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고,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해보니 부산저축은행 한 곳의 부실 규모만 9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 비리사건으로 남게 됐다. 검찰이 기소한 저축은행 관련자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총 139명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전·현직 간부들이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평창의 '무한도전' 두 번 눈물 닦고 위대한 승리

7월 7일 0시 18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 123차 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이 "평창!"을 외쳤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이룬 꿈이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2014년 러시아 소치에 잇달아 패했던 평창은 이번엔 유효투표 95표 중 63표를 얻어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쳤다. 한국은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일본에 이어 동·하계올림픽,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를 모두 개최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 불사조 석 선장, 영웅의 탄생

1월 21일 새벽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특수전여단(UDT/SEAL) 요원들을 투입했다. 이른바 '아덴만의 여명'작전. 총격전 끝에 장병들은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체포했으며 선원 21명을 구출했다. 이로 인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가라앉았던 군(軍)과 국민의 사기가 높아졌다. 군 작전을 도운 석해균 선장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회복 후 국제해사기구(INO)의 '용감한 선원상'을 받았다. 해적들은 국내로 압송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에서 무기징역까지 확정됐다.
■세계가 반한 K팝, 유럽·南美서도 "오빠 사랑해요"

올해 세계 시장을 강타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대중가요, 'K팝'이었다. '겨울연가' '대장금'등 드라마 한류의 바통을 이은 10·20대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중동·미국·남미까지 진출했다. 소녀시대, 카라, 2PM, 샤이니, 2NE1, 빅뱅,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JYJ 등은 세계무대에서 콘서트 행진을 이어갔고 각국의 앨범 판매 차트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했다. 유튜브에는 500만건 이상의 K팝 동영상이 올랐다. 미국·유럽·중남미 팬들은 자국에서 K팝 콘서트를 열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서울 할퀸 100년 만의 폭우… 재난관리 실태에 경종

지난 7월 시간당 100~200㎜의 비가 전국 곳곳에서 며칠간 쏟아지면서 산사태 등 대규모 피해가 났다. 100년 만의 폭우였다. 특히 7월 27일 폭우로 서울 각 지역이 침수됐고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토사(土砂)가 주변 아파트와 주택가를 덮쳐 16명이 숨졌다. 단순한 천재(天災)가 아니라 서초구청 직원들이 사고 전 산림청 경고 문자메시지를 간과하는 등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는 5조원을 들여 재난관리 개선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당시 폭우로 전국에서 7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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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스로도 의문 가지면서 '틀림없다' '확인됐다' 단정 표현"

1·2·3심 재판에서 정봉주(51) 전 의원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직선거법(250조) 위반죄다. 검찰은 명예훼손죄도 적용해 기소했으나 2008년 1심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고소를 취소하면서, 재판에서 적용할 수 없게 됐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선거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검찰이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이 유포한 허위 사실로 기소한 것은 네 가지 대목이다.

김경준씨의 변호인이던 박수종 변호사가 사임한 이유를 정 전 의원이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거나 구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는 부분이 첫째이고, 이명박 후보의 측근이던 김백준씨는 '주가조작'에 개입한 일이 없는데도 "김백준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한 게 둘째다. 정 전 의원은 또 "김백준은 김경준과 허위 결별했고, 이명박 후보가 BBK와 관련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검찰이 BBK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를 입수한 적이 없는데도, 고의로 메모를 숨긴 것처럼 발표해 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법원은 1·2·3심에서 이 네 가지 혐의 모두 정 전 의원이 유죄라고 판결했다.

선거법이든 형법의 명예훼손죄든 허위 사실 유포자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또 일반적으로 '소문이 그렇다더라' '누가 그런 의혹을 제기하더라'는 식의 구체성 없는 표현은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의원이 이런 '형사 면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1·2·3심 판결문에서 밝혔다. 법원은 "(정 전 의원) 본인도 자기가 의혹을 제기한 사안들에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도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틀림없다' '확인됐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선 정 전 의원 측근들이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또 정 전 의원의 행위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誤導)하고 공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항수 기자 hang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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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盧(한명숙·문성근)·시민단체(이학영·박용진) 등 약진… 손학규계(이인영·김부겸·박영선)·호남(박지원·이강래) 출신 善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끌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의 당 대표 후보가 한명숙·박지원·문성근·이인영·김부겸·박영선·이강래·이학영·박용진 후보 등 9명으로 압축됐다. 26일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 결과 15명의 출마자 중 신기남·이종걸·우제창·김태랑·김기식·김영술 후보 등 6명이 탈락했다.

민주통합당은 내년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9명의 컷오프 통과자 중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민노당·시민단체 출신은 통과… 신기남·이종걸은 탈락

당 선관위는 이날 득표 순위는 공개하지 않고 예비 경선 통과자 9명의 이름만 발표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사람은 이학영·박용진 후보다. 두 후보 모두 입당한 지 며칠 안 된 사람들이다. 시민통합당 쪽 중앙위원들(300명)이 문성근 후보와 함께 이들 두 명을 지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59)는 지난 30여년간 한국YMCA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 활동을 해온 'YMCA의 대부'로 통한다. 출마 후보 중 가장 젊은 박 후보(40)는 민노당 대변인 출신으로 특별한 지지세력 없이 예선의 벽을 뛰어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김기식 후보는 시민통합당 출신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

가장 큰 '이변'은 8년 전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었던 정동영 전 최고위원계의 퇴조다.

열린우리당 당의장까지 지낸 신기남 후보와 정동영계가 유일하게 지지했던 이종걸 후보가 낙마한 것이다. 친노(親盧)그룹은 한명숙·문성근 후보를 무난히 당선시켰고, 이인영·김부겸·박영선 등 친손학규계 후보도 컷오프를 통과했다. 박지원·이강래 두 호남 출신도 본선에 진출, 전통 지지층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등은 한명숙 후보가 차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옛 민주당 쪽 중앙위원(462명)들로부터 250표가량, 시민통합당 쪽에서도 100표 이상 얻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 박지원·문성근·이인영·김부겸 후보 등이 상위권에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투표에는 중앙위원 762명 중 729명이 참석, 95.7%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행사장에는 투표권이 없는 일반 당원도 상당수 참석해 붐볐다. 민주당 관계자는 "10년 전에 여의도를 떠난 사람들까지 눈에 띈다"며 "통합으로 경선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했다.

◇한명숙 대세론 유지될까

다음 달 15일 치러지는 본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한명숙 대세론'의 유지 여부다.

한 후보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의 기본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의 원칙을 배웠다"며 "두 사람의 정신을 담아낼 그릇이 바로 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력 경쟁자인 박지원 후보는 '친노 견제론'을 내세워 한 후보 대세론에 도전하고 있다. 박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합쳐져야 민주통합당의 미래가 있다"며 "어느 한 세력이 당권을 장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인영·김부겸 후보는 "20~40대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면 당의 얼굴부터 바꿔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60대 후반인 한 후보와 박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6명에 친노 및 시민단체 출신이 몇 명이나 들어갈지도 관심사다. 지도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손학규·문재인·정동영·정세균 등 대선 주자들의 당내 입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본경선은 대의원 30%, 당원·일반시민 70%의 비율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현장 또는 휴대전화 투표로 치러진다. 민주당은 28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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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은 우리 아이처럼 평범했다

'무인도에 갈 때 꼭 데리고 가고 싶은 친구는?'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생 김모(14)군과 가해 학생 중 1명인 서모(14)군은 지난 4월 학교에서 실시한 교우도 조사에서 서로의 이름을 적었다. 2학년이 되고 한 달쯤 뒤였으니, 함께 온라인게임을 시작한 때였다. 이후 2학기가 되면서 우모(14)군이 끼었고, 셋은 남들이 보기에 참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 김군은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서군과 우군은 현재 학교로부터 '등교정지 10일' 처분을 받은 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 내내 서군과 우군은 담담한 표정이었고 "그저 장난으로 그랬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대부분의 폭행과 가혹행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물고문', '라디오 줄 목에 감아 끌기' 등 도가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고 있다. 경찰은 "3∼4차례 조사했는데 아직까지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중간 중간 눈물을 흘린 적은 있지만 이조차 경찰서 분위기가 무섭고 부모님 앞에서 부끄럽고 해서 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군이 남긴 유서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충격적 폭행·가혹행위 사실이 밝혀진 두 가해 중학생은 평소 너무나도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게 주변 진술이다.

성적은 35명쯤 되는 학급에서 15∼20등가량 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다녔고, 헤어스타일도 불량 학생들과는 달리 평범했다. 학교에서 벌을 받은 기록도 없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복도에서 무릎 꿇고 벌 받은 적 한번 없었고, 부모조차 '우리 애가 정말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며 믿지 못할 만큼 조용한 아이들이었다"며 "겉으로는 평범했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고 제어하지 못해 일이 커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기록부에 서군은 '활동적이지 않고 조용함', 우군은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과 집중력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올 3월과 9월에 있은 교내 학교폭력 위험 진단 조사에서도 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구교육청은 "두 학생의 출신 초등학교에도 확인해 봤는데 모두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둘 다 키는 170㎝가량으로 비슷하고 체격은 서군이 조금 야윈 편, 우군은 보통이었다. 숨진 김군은 키는 약 2㎝ 정도 작았지만 오히려 덩치는 제일 컸다.

가정 형편도 모두 중산층에 속했다. 서군은 폐기물처리업체 직원인 아버지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어머니, 초등학생인 남동생과 대구 수성구의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다. 우군의 아버지는 직업군인이고 어머니는 방문교사로 일한다. 숨진 김군 집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여동생(초등학생)이 1명 있다. 둘 모두 특별한 운동을 배우거나 학원을 다니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평범한 아이들이 어른도 흉내내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교육 현장과 전문가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 모 중학교 교사 김모(39)씨는 "현재 중학교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정학·퇴학 등 강한 처벌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자기 잘못의 정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교사들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모 중학교 교사 선모(34)씨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애들이 욕설이나 거친 행동을 할 때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실제 교사에게 욕을 해도 못 들은 척 지나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형제 수가 적은 가족 환경, 컴퓨터·스마트폰 등 개인적인 놀이문화가 요즘 아이들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고, 이 때문에 가정에서는 훈육이 불가능한 상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아이들은 일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잠재된 폭력성이 나타나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결국 이번 가해·피해 학생의 상황은 요즘 아이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최재훈 기자 acrob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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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피해 학생이 전학가는 이상한 현실… 가해 학생을 격리해야

경기도 용인의 N중학교를 휴학 중인 중2 A(14)양은 자주 손을 씻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씻어 손이 부르트는데도 손 씻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증세는 작년 같은 반 학생 14명이 A양에게 "너는 더럽다"고 괴롭힌 이후에 생겼다. 친구들에게 '씨XX' '재수 없어' '죽어버려'라는 말을 듣거나, 손이나 슬리퍼로 맞기도 했다. 급우들은 A양이 먹는 밥에 침을 뱉었다.

이런 집단 따돌림과 폭력이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계속되자, A양은 점점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일이 잦았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A양은 화장실에서 집단 구타를 당한 뒤부터는 학교에 못 가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외상 후(後)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A양에게 못할 짓을 한 가해자들에게 학교에서 내린 처벌이라곤 화장실 청소 같은 '교내 봉사' 수준에 그쳤다. A양 어머니는 "내 자식은 가해 학생들한테 보복당할까 봐 학교에도 못 가고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내 애를 괴롭힌 학생들은 버젓이 학교에 다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해 학생은 학교에 남고, 피해 학생은 전학 가고

왕따(집단 괴롭힘) 피해 학생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정신병을 앓거나 자살까지 선택하는 반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들은 자기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깨닫지도 못한다.

현재 왕따를 포함해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에겐 전학, 10일 이내 출석 정지, 학급 교체, 특별 교육, 사회봉사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고등학생은 법적으로는 퇴학도 가능하지만, 퇴학은 거의 사문화(死文化)된 상태이며,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은 제도적으로 퇴학이 불가능하다.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강제 전학 보내는 경우도 드물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피해 학생이 보복이 두려워 전학을 가는 일이 많다. 학교폭력예방센터 박경숙 실장은 "보통 왕따 사건 피해자는 1명이지만 가해자는 여러 명일 때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가해자보다 피해자 1명이 전학 가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 과감히 퇴학·전학시켜야

왕따 사건은 가해 학생 처벌은커녕 진실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교 측이 학교 명예 등을 고려해 사건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왕따 현상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가해 학생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가해 학생을 전학시키려면 가해 학생 부모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가 판단해 문제 학생은 강제 전학을 시키자는 제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사고를 치고도 학교에 남아 제2, 제3의 왕따 희생자를 만들고 있다"며 "피해자가 원하면 가해 학생을 무조건 전학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감혜림 기자 k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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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코패스형 학교폭력과 고통 불감증

라디오 전깃줄로 목을 묶어 끌고 다니며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하고,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머리를 처박으려 하고, 문구용 칼로 팔목을 긋고, 라이터 불로 몸을 지지고, 목검으로 두들겨패고…. 나치 수용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실은 우리 아이들이 급우에게 저지른 짓이다.

2~3개월간 시달리던 학생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도 인간성을 짓밟고 평생 안고 살아갈 상처를 입히고, 끝내는 자살로 내모는 차별·따돌림·폭력이 학교에선 일어나고 있다. 피해학생의 80~90%가 보복이 무서워 침묵할 뿐이다. 상담자의 30%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하니, 그 끔찍함을 짐작할 만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은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매년 두 차례씩 학교폭력 피해 조사를 실시하고, 상담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내놓은 것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 임기응변 속에서 피해학생이 구호 요청 신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은 악화됐고, 설사 신호를 해도 주위에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주변의 무감각은 깊어졌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걱정스럽고, 앞으로 이들이 끌어갈 우리 사회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여론의 화살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학교폭력을 진실로 근절하려면 중등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사이코패스 하면 유영철·강호순 등을 떠올리지만,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제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사이코패스를 의심해야 한다. 이들의 특징은 타인의 고통 불감증에 사고의 마비다. 잔인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학교폭력의 특징도 다르지 않다.

학교가 이런 병증을 키운 것은 경쟁지상주의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성적만이 지고지선으로 추앙되다 보니, 다른 친구의 삶과 고통을 느끼고 헤아리는 감수성과 공감 능력은 무시당한다. 탈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일상화되고 정당화된다. 경쟁지상주의 교육이 사이코패스형 학교폭력의 온상이 되는 셈이다. 아우슈비츠의 기획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가장 큰 죄는 이웃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반성하지 않는 사유, 사고의 무능력이라고 했던 한나 아렌트의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 학교는 뜻하지 않게도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다.

[2030 잠금해제] 청년은 ‘박수부대’가 아니다 / 홍명교

올해는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으로 얼룩진 한해였다. 북아프리카 민중봉기로 시작된 혁명의 기운은 유럽 남부에선 긴축재정에 맞선 총파업으로 이어졌고, 영국에선 가난한 청년들의 봉기와 공공노동자 총파업이 뉴스를 장식했다.

또한 지난가을 뉴욕 월가 점거시위는 세계적 이슈가 되어 미국 전역의 대학가와 도심을 휩쓸었다. 심지어 은 '시위자'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까지 했으니, 2011년이 얼마나 격동적인 저항의 한해였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우리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 오른 김진숙씨의 싸움과 '희망버스'를 통해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시민 연대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직도 시인 송경동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실천해온 많은 노동자들은 철창 안에 갇혀 있고, 유성기업을 비롯해 많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다.

이 와중에 민중들의 삶이 위급해질 것이 빤히 보임에도 여당은 날치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되었다"는 정권의 수사가 오직 저 1%의 재벌들한테만 적용되는 것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불법자금 의혹부터 시작해 선관위 디도스 해킹까지 엠비(MB) 정권은 그간 여느 정권이 보인 레임덕 시기의 도덕적 해이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통합'이라는 열쇳말로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는 야권의 정치세력들, 그리고 현 정권에 대해 감성적 불만을 안고 있는 중산층과 386세대는 '반엠비'를 시대의 '상식'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늘날 우리를 위태롭게 하는 문제들 모두가 '엠비 때문'이므로, "상식으로 뭉쳐,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상식은 "착하게 살자"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당장 자유무역협정만 해도 '착한 에프티에이'와 '나쁜 에프티에이'가 있다고 믿는다면, 자본에 의한 착취나 정권의 탄압에도 선악이 나뉘어 있다고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오래된 상식'이 바로 오늘날 위기의 세계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믿음이다. 한 사회가 도덕적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믿기 때문에 상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체제 자체의 모순을 의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념의 종언이 선포된 소련 붕괴 후부터 이상을 포기하고 '빨리 늙기'를 선택한 세대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오래된 믿음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누가 대통령을 하든 우리의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그 흔한 회의와 냉소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보수든 진보든, 1 대 99로 양극화되는 지금의 잔인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유력 정치인들이 현 시스템의 근본적 모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사실은 결국 이들이 '말잔치 정치'를 되풀이할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바로 가장 많이 빼앗기며 혹한에 떨고 있는 노동자와 청년 자신이다. 여전히 공론장에서 회자되는 '청년'이라는 주어는 청년들 자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서민들이나 청년들이 자신의 박수부대가 되어주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투표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저 낡고 반지성적인 상식을 털어내고, 현실 자체를 바꾸기 위한 발본적인 비판과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홍명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3학년

2011-12-26

[사설] '再建 노무현당', 제주기지·FTA 반대 설명 있어야

민주당과 친노(親盧)가 재결합한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이 26일 실시된다. 이날 9명의 당권주자를 추린 뒤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선출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친노 쪽 한명숙 전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역시 친노인 배우 문성근씨도 선두권(先頭圈)에 있다. 또 당 통합 과정에 대해 여러 문제 제기를 했던 김대중 계열은 대부분 하위권(下位圈)에 처져 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의 출범은 '재건(再建) 노무현당'의 정계 귀환(歸還)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충남지사는 2007년 12월 대선 직후 "친노라고 불려온 우리는 폐족(廢族)"이라며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을 뜻한다. 그랬던 친노가 작년 지방선거 때 충남·강원·경남지사를 배출했고, 이번엔 제1야당 지도부를 거머쥐어 재집권에 도전하고 있다.

친노 진영의 이런 부활은 그들이 옛 잘못을 용서받고 그걸 토대로 정치의 새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이 국민의 공감(共感)과는 담을 쌓고 산 세월이었기에 "지금보단 차라리 그때가 나았던 것 같다"는 요즘 분위기 덕분이다.

자기가 잘해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한 덕에 되살아나곤 하는 것이 한국 정치가 가진 큰 특징이긴 하다. 그렇다곤 해도 친노 스스로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할 처지'라고 했다가 정치권에 돌아오려면 '그때 그 죄과'에 대해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몇 마디 언급하는 게 순서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2개의 국정조사와 4개의 특별검사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국민도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또 있다. 수상한 돈 '600만달러+α'가 노 전 대통령 일가족과 측근에게 전달된 배경, 그 돈의 용처를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으로 급작스레 덮게 된 박연차 비자금 수사 내용 역시 궁금하다. 노무현 세력이 다시 정치를 하려면 자기네들이 받들어 모시던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그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입장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이 임기 중 "진보진영의 개방 반대 예측은 모두 틀렸다"며 한·미 FTA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2007년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부지로 결정됐을 때 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요소"라고 했다. 그렇다면 친노 진영이 대선주자로 밀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노무현 정부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사과하고, 노 전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했던 사람들이 FTA를 '매국'이라 부르는 데 대한 친노의 입장 설명이 필요하다.

친노가 스스로 폐족이라 부른 지 4년 만에 정치무대로 금의환향하겠다면 최소한 절차는 밟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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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중문화부가 뽑았다, 14개 부문 패러디상] '최우수 연기상' 서태지·이지아

2011년 한 해도 대중문화계는 뜨거웠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스타로 우뚝 선 인물이 있는 반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된 이들도 있다. 본지 대중문화부가 좋은 일·나쁜 일 두루 아울러 14개의 가상 '패러디상'을 만들어 방송·가요·영화계의 화제가 된 인물(혹은 작품)을 선정했다. 수상자 여러분, 레드카펫·트로피·상금은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최우수 연기상: 서태지·이지아

대한민국 연예사(史)에 이들처럼 '발칙하고 경이로운' 연기력을 선보인 이가 또 있을까. 무려 14년간 결혼·이혼을 감쪽같이 속인 서태지·이지아가 단연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1990년대 '문화대통령'이 평범한 10대 소녀팬을 만나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결국 진흙탕 같은 이혼 소송이 알려지면서 '블랙 코미디'로 끝났다.

납세의무 홍보상: 강호동

'예능 천하장사'에게 '국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분노는 밭다리로도 들배지기로도 메칠 수 없는 상대였다. 지난 9월 세금 수억여원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강호동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잠정 은퇴했다. 역설적으로 납세 의무에 대한 국민 정서가 얼마나 민감한지 알려준 사건.

작은 고추가 맵다상: 김병만

키 158.7㎝. 다들 그를 '작다'고 하지만 김병만은 올해 누구보다 크게 활약했다. 아무 맛도 못 느끼는 '설태 선생', 한 자세로만 살아온 '죽돌 선생' 등. KBS '개그콘서트' 달인에선 260여개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배꼽을 훔쳤고, 다른 방송사의 예능 프로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노력'으로 사람을 웃기고 '연습'으로 사람을 울리는 독보적인 개그 장르 창시자.

나 홀로 연기상: '7광구'의 괴물

100억여원을 들여 만든 국내 최초 3D블록버스터 '7광구'. 정작 관객 반응은 싸늘했다. 안성기, 하지원, 오지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연기가 워낙 어색해 웃음도 긴장감도 주지 못했던 것. 112분 러닝타임 동안 홀로 영화에 녹아든 것은 100% CG로 만든 '괴물'뿐이었다. 촉수를 휘두르고 불에 타고 물에 빠지며 고군분투 영화를 이끌어간 괴물을 '나홀로 연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비행(飛行)소녀상: 한예슬

톱탤런트 한예슬은 8월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촬영을 이틀 연속 펑크낸 뒤 돌연 LA로 떠났다. 방송사와 제작사측에서 '소송' 얘기까지 나온 뒤한예슬은 LA 도착 24시간도 안 돼 서울로 돌아와 방송사에 사과하고 드라마에 복귀했다. 한예슬은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 탓을 했지만 여론은 그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노익장상: 그대를 사랑합니다 주연배우들

'그대를 사랑합니다'('그대사')의 주연 이순재(76) 윤소정(67) 송재호(72) 김수미(60) 등과 최근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를 낸 신성일(74) 사이의 경합이 치열했다. '그대사'는 청춘 톱스타 한 명 없이 163만명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신성일은 과거 불륜 상대의 낙태 사실까지 밝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결국 '아름다운 노년'을 보여준 '그대사' 출연진에게 상이 돌아가게 됐다.

'이 빌어먹을' 연기력상: 한석규

1990년대 인기 정점에 서 있었던 배우. '이중간첩' '주홍글씨' 등 영화 흥행 실패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지만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수시로 "빌어먹을" "지랄"을 외치는, 날카롭고 불안한 '인간 세종대왕'을 완벽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신(新)경영인상: 심형래 감독

정부가 '신(新)지식인'으로 선정했던 심형래 감독의 독창적인(?) 경영방식이 드러났다. 자신의 영화사 직원 43명의 임금·퇴직금을 체불했는가 하면 회삿돈을 횡령해 도박을 하고 성(性)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신지식인보다 신경영인감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상: 임재범·박정현·김범수

가수 임재범·박정현·김범수는 올해 MBC '나는 가수다'를 만나면서 뒤늦게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됐다. 오랜 기간 은둔자로 지냈던 임재범은 폭발적인 열창으로, 박정현은 빼어난 기교와 귀여운 무대매너로, '외모'가 문제였다는 김범수는 그만의 가창력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산 예가 됐다.

타인의 취향상: 장근석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 못 이룬 게 있다. 다름 아닌 '코리아 프린스'! 한류의 대세가 된 뒤 주연한 '너는 펫'이 관객 54만명을 모은 채 싱겁게 막을 내렸다. '한국 누님'들의 남다른 취향 탓일까? '근짱(일본에서의 애칭)'은 아직은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 '타인의 취향'인 모양이다.

말폭탄상: 최효종

입만 뻥긋해도 '빵빵' 터졌던 남자. KBS '개그콘서트―애매한 것 정해주는 남자'에서 "결혼 축의금 적정금액은 봄·가을 결혼성수기 땐 3만원, 비수기 땐 5만원"과 같은 어록으로 주목받던 그는 '사마귀 유치원'에선 한 발 더 나간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당 수뇌부와 친해져 공천을 받고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돼요." 이 때문에 무소속 강용석 의원에게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까지 했다.

명의(名醫)상: 임성한

임성한 작가는 SBS '신기생뎐'을 통해 '신개념 서스펜스 메디컬 드라마'를 선보였다. 극적 맥락과 관계없이 아수라(임혁)가 갑자기 귀신에 씌어 눈에서 레이저를 쏠 때 시청자들은 '원래 SF였느냐'고 갸우뚱했고, 아수라가 투시력으로 가사 도우미 몸에서 간암을 발견하고 '당장 수술하라'고 외칠 땐 '의학 드라마까지?'라고 했다.

외강내유(外强內柔)상: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는 국내에서 관객 1만명을 겨우 동원했지만 해외영화제만 갔다 하면 상을 받아왔다.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대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등 상 받은 영화제만 16개나 된다. 국내에선 다소 미약했지만 해외에서 창대한 성과를 거뒀으니 '외강내유상'을 준다.

외국어영역 만점상: '최종병기 활'의 류승룡

745만명 관객을 동원한 올해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 '최종병기 활'. 청나라 장군 역의 배우 류승룡에게 어려웠던 것은 말 타는 일도 산 타는 일도 아닌 만주어(滿洲語) 대사였다. "시니 기순 아달리 주군 어무 이누(너의 말대로 길은 한 곳이다)" 등의 대사를 하기 위해 만주어 전문가에게 과외까지 받았다. 청룡영화제는 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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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조문 방명록 8권 다 뒤져… 김정일 조문 주장한 그들은 없었다"

故서정우 하사 母 김오복씨

최근 밤새 뒤척인다는 어머니

자식같은 병사엔 무관심하더니 악당 죽음엔 조문이 도리라 해

北 도발로 상처입은 국민 먼저 보살피는게 정치 아닌가

"조문이란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애도하는 표현인데 김정일에게 그런 용어를 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작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아들 고(故) 서정우 하사를 잃은 어머니 김오복(51)씨는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조문이란 말이 나올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다"며 "외국 정상이 사망하면 당연히 예의상 조문해야겠지만 김정일은 우리에게 온갖 만행을 저지른 장본인이다. 유가족을 떠나 국민 입장에서 조문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사는 김씨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다. 김씨는 "아들이 죽어 감정에만 치우쳤다고 (나를) 판단하지 말라"며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9일 저녁 아들의 미니홈피에 편지를 남겼다.

"하늘에 있는 아들과 대화하고 싶었어요. 김정일이 조금만 빨리 죽었다면 아들도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한 아들 영혼이 기뻐할 것 같아 처음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습니다."

김씨는 "아들이 이승에서 못 이룬 꿈 저승에서 꼭 이루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21일 퇴근한 김씨는 두꺼운 (아들 빈소) 조문 방명록 8권을 일일이 뒤졌다고 했다. 명단을 확인하는 데 5시간이 걸렸다. 일부 야당 정치인 중 작년 연평도 포격 후 조문이나 애도를 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유독 "김정일 조문이 도리"라고 주장한 게 화가 나서라고 했다.

김씨는 "도리라는 말이 뭔지 사전을 찾았더니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이라고 나오더라"며 "자식 같은 병사들이 무참히 희생당할 땐 무관심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던 사람들이 그 '악당'의 죽음엔 안타까워하는 게 사람 도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두 번째로 이런 내용을 아들 미니홈피에 남겼다.

김씨는 최근 뒤척이며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전 5시쯤엔 신문을 읽다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홈페이지에 감사 편지를 쓰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희생자 사과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조문은 안 된다'는 말에 무척 감사했어요. 지난달 연평도 포격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는 정치인들 참석이 저조했어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정치권이 떠들썩해서였던가 봐요. 그런데도 박근혜 위원장은 현장에서 폭우를 맞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아들 잃은 어머니 입장에서 어떻게든 감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김씨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글을 올리자) '한나라당이 시켜서 글을 올렸느냐'고 묻는 네티즌이 있어 황당했다"며 "이렇게 못 믿을 사회가 됐나 싶어 씁쓸했다"고 했다.

고 서정우 하사는 중·고교 시절 눈 내린 성탄절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하고 외쳤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라 아들이 더 보고 싶다는 김씨는 "지난 24일 아들이 안장된 국립현충원에 가 그냥 하염없이 울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이 말만은 꼭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남북 대화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국민을 먼저 보살피는 게 정치의 우선이 아닐까요."

故민평기 상사 母 윤청자씨

"천안함 유족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

"대통령 부인(이희호 여사)이 조문(弔問) 간다는 소릴 듣고 속이 뒤집혀서 병원에 다녀왔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분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유가족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고, 애도한다는 말 한마디 건넨 적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8)씨는 25일 "내 자식을 죽인 김정일은 내겐 원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차가운 서해 바닷속에서 숨져간 아들을 잊을 수 없는 어머니에게 김정일은 원수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원수가 죽어서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그는 "저 원수가 언제 죽나 했는데, 드디어 죽어서 속이 조금 후련해지나 했더니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조문을 간다고 하네요"라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했다.

윤씨는 작년 6월 아들의 사망 보상금 1억원과 성금을 합친 돈 1억898만8000원을 "적은 돈이지만 무기 구입에 사용해 우리 영토·영해에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써달라"며 국가에 내놓았다. 해군은 윤씨의 성금을 받아 초계함 기관총을 구입했다.

윤씨는 "천안함의 생때같은 아들 46명이 죽었을 때는 김정일 소행인지 확실치 않다고 헛소리를 하더니, 이제는 조문까지 하겠다는 거냐"면서 "천안함 희생자 가족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대전현충원에 천안함 46용사 가족 50여명이 모였다"면서 "한 유족이 '김정일이 죽었으니까 샴페인이라도 마시자'고 해서 현충원에서 샴페인을 마셨다"고 했다.

충남 부여에 사는 윤씨의 남편 민병성(72)씨는 아들이 희생되고 나서 홧김에 술로 날을 지새우다 암에 걸렸다. 그동안 수술을 두 차례나 하고 항암 치료를 계속하고 있지만 병세는 호전될 기미가 없다고 했다. 윤씨는 "영감님도 김정일 죽었단 소리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더니 조문 소리에 말을 잃고 한숨만 푹푹 내쉰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powerbok@chosun.com
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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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민주당 돌아온 이해찬… 대통령만들기 세번째?

이해찬(59·사진)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으로 4년 만에 민주당에 복귀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기획통', 노무현 정부의 '책임총리'로 불렸다. 이 고문은 13대 평민당 국회의원(관악을)으로 국회에 들어와 현 민주통합당 계열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로 지난 정권 10년 동안 권력의 핵심에 섰다. 그러나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한나라당 출신이 당 대표를 맡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며 탈당했다.

그렇다고 정치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친노 세력의 구심점 역활을 하면서 재기를 모색해 왔고, 올 들어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야권 통합 추진 모임인 '혁신과 통합'을 주도했다.

이 고문은 당 복귀와 함께 민주당 한반도안정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친노계에서는 이 고문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며 "선거전략가로 알려진 그가 김대중·노무현에 이어 세 번째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고문 자신은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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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로 부산 상륙작전… 與, 朴風(박근혜 바람)과 물갈이로 방어작전

[野 "내년 총선 10석 이상 목표"]

조경태·김영춘·최인호·전재수 등

친노 인사들 대거 뛰어들어

안철수·박원순·조국 지원도 기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져온 부산에 야권의 대규모 상륙 선단이 뜨고 있다. 벌써 지역구별 출마자 라인업이 짜여가고 있으며, 유력 인사 설득작업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 진보계열과의 선거 연대를 통해 10명 이상을 당선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김정길 전 전 행자부장관은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출마를 선언한다. 사상구에 출마하는 문 이사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다. 문성근 대표는 노사모 대표 출신임을 내세워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수차례 출마했던 북·강서을에 도전한다. 김 전 장관은 작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44.6%를 얻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진을에 도전한다.

민주통합당에선 세 사람의 이름을 묶어 '문성길'로 부르며, 부산 선거의 아이콘으로 띄우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부산에서 '야당 신드롬'을 일으킬 선봉대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사하을)과 김영춘 전 의원(부산진갑),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사하갑),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남을), 전재수 전 청와대 2부속실장(북·강서갑) 등 친노 인사들도 대거 뛰어들었다. 여기에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부산남갑에 나서기로 했고, 박영진 전 경남경찰청장과 민홍철 전 육군 법무감이 김해갑에서 준비하는 등 관료 출신들의 합류도 눈에 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각각 해수부장관을 했던 김성진 한경대 총장과 오거돈 해양대 총장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인 김석준 부산대 교수(해운대·기장을) 등 진보계열 출마자들과의 교통정리도 관심거리다.

야당의 부산 공략은 과거처럼 유력 인사의 단기필마가 아니라 선단을 띄우듯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의 강한 '반(反)한나라당' 정서 및 높은 현역 교체지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문 이사장 외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이 지역 출신들이 직·간접 지원에 나서면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김두관 경남지사도 적극 나설 태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이 지역에서 선전했다"며 "야권 내 PK 지역의 상징적 인물들이 대거 나서는 만큼 10석 이상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與 "교두보 절대 허락 못한다"]

김형오·현기환·장제원 불출마

저축은행 구제법 연내 통과시키기로

부산·대구 아우를 신공항 대책 준비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과 상당수 주변 지역구가 야권(野圈)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몇 의석이라도 빼앗기면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 '박근혜 바람'과 인물 쇄신, 저축은행 보상법 같은 '달래기 정책' 카드 등을 총동원해서 조기에 불을 끄겠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측 의원들은 "부산에서 민주당에 교두보 1~2개를 허락하게 되면 이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10석 이상을 빼앗기는 것 이상의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집권을 위해서는 부산 전투에서 반드시 완승(完勝)을 거둬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준비하는 첫째 전략이 대대적인 쇄신 공천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미 당내 불출마 선언을 주도하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8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초선인 현기환(부산 사하갑)·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지역구를 내놓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인근인 경남 양산의 박희태 국회의장도 불출마 선언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산 지역 한 중진 의원은 "부산 의원은 누구든 불출마 또는 교체 대상이라는 각오"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 바꾼다'는 작전은 아니다. 친박 핵심 의원은 "문성근씨가 대중성을 무기 삼아 어떤 지역구에 나온다고 하면 그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인물, 예를 들면 '외지(外地)인' 대 '고향 인물' 구도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럴 때는 반드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부산 의원들은 "친이·친박이 화합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공천"도 주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부산 민심이 흔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부산저축은행과 동남권 신공항 대책도 준비 중이다. 이달 중에는 국회에서 '저축은행피해구제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한 중진 의원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아우를 수 있는 신공항 계획도 지금 준비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26 재·보선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보여준 '박근혜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재·보선 초반에 '열세' 기미를 보이던 부산 동구청장과 경남 함양군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인선과 정기국회를 마치면 적극적으로 지방 순회에 들어갈 계획이며, 부산 지역 주민과 우선적으로 소통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 기자 vegaa@chosun.com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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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政靑회의 취소시킨 朴… 친박선 당정회의 폐지론도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으로 당·정(黨·政) 관계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당초 2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에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자 여권은 회의 자체를 일단 취소했다. 박 위원장과 친박은 '이명박 대통령과 인위적인 단절을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당·정·청 회의 취소를 "'박근혜 한나라당'이 지난 4년간 이어져온 당·정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정·청 회의 취소되기까지

지난 23일 밤 정부는 박 위원장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당에 제안했다. 26일 잡혀있던 해양경찰 지원 당정 협의를 확대 개편해 김황식 총리와 하금열 대통령실장,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해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부수 법안 등 각종 쟁점 사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박 위원장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봤지만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도 안 된 상태에서 박 위원장이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절의 뜻을 그날 밤 바로 전했다. 그래서 26일 회의는 박 위원장이 빠지는 대신, 황우여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25일 오전엔 당·정은 협의를 통해 "26일 회의는 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취업활동수당 신설,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 등 당에서 요구했던 '박근혜 예산'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데 박 위원장이 빠져버리니 논의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정부는 당의 복지 예산 증액 요구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원래 예정대로 박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면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일단 회의 자체를 없던 일로 했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MB와 당정 관계 구상은?

이런 상황은 홍준표 전 대표 때 시작됐던 친박 측의 '수정예산 편성에 준하는 복지 예산 확대'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친박 측은 서민층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 예산 확대를 '이명박 정부와 정책 차별화'의 중심에 놓았고 박 위원장의 전면 등장 이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원 인선 이후 체제가 갖춰지면 그런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예산과 정책 문제를 넘어 박 위원장 측에선 좀 더 근본적인 당·정 관계 재정립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친박 중진은 최근 박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이 대통령과 만나는 정례 회동이나 당·정 회의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중진은 "이 정부의 지난 4년 동안 당·정 관계는 청와대와 정부 요구를 당에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당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머물러 왔다"며 "박 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이 이 관행을 답습해선 안 되며, 당·정 회의 자체를 없애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는 총선·대선이 예정된 만큼 정부가 이젠 국회의 창구로 여당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여와 야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 중진은 전했다. 어찌됐든 지난 4년과 같은 방식으로 당·정 관계를 이끌어 갈 수도 없다는 게 친박 쪽 분위기다. 한 의원은 "당·정 관계 재설정 문제가 자칫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수평적 협력 관계로 만드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당·정 관계 고민의 핵심은 결국 '이 대통령과 관계 설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최근 이재오 의원 등 친이 핵심까지 안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친박 최경환 의원은 "박 위원장은 다소 마찰이 있더라도 정부와 협의를 통해 관철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앞으로 당·정은 오히려 더 자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변화를 보여주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오늘 비대위 위원 발표할듯

한편 박 위원장은 이르면 26일쯤 당내·외 인사 10여명이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비대위원을 임명하게 될 상임전국위원회를 "27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조의준 기자 joyjune@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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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송경동을 석방하자 / 금태섭

올해 가장 기쁜 뉴스를 꼽는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역시 김진숙씨가 309일 만에 무사히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온 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던 줄다리기가 끝나고 지상에 선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격을 안겨주었다.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며 까마득한 높이에서 농성을 벌이던 김진숙의 존재는 사람들의 가슴을 찌르는 못과 같은 것이었다. 8년 전 똑같은 이유로 크레인에 올라갔던 김주익씨의 죽음을 생각할 때 비극적인 결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면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다. 희망버스가 생겨났던 것이다. 전국에서 스스로 지갑을 털어서 비용을 내고 모인 사람들이 크레인 아래 서서 응원을 보냈다. 더이상 외면당한 채 외롭게 목숨을 끊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19대로 시작한 1차 희망버스는 2차, 3차로 이어졌고 결국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름 그대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희망버스를 만든 것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그러나 어려운 고비마다 사람들을 격려하고 무모한 꿈을 현실로 만든 한 시인의 공이 잊혀서도 안 될 것이다. 바로 송경동이다. 그러면 우리는 올해 가장 기쁜 소식을 가져다준 그를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진숙은 내려왔지만 한진중공업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극화,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선거의 해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어떤 정당이나 인물도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년 대선에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는 바로 생존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정치를 보자. 최근 몇년간 주요 선거에서 투표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절망에 빠져 거리로 나오는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과반수에 이르는 유권자는 믿을만한 정치세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법은 더하다. 사회의 실제 상황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법조문 해석에만 매달려 있다.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면 명예훼손으로 기소당하고 거리로 나서면 집시법이 앞을 가로막는다. 최근 판례가 약간 변했지만, 오랜 동안 우리 사회에서 파업은 그 자체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누가 우리 사회에서 법이 국민들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노사자율'이라는 기만적 구호를 내세워 희망버스를 절망버스라고 불렀던 주류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인의 상상력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기존의 논리와 고집에 얽매여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이제 경쟁과 다툼으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혔다. 송경동이 희망버스를 통해서 말하려 한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그런 제안을 기존의 법조문으로 재단해서 감옥에 보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나온 그의 책 제목은 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노래하는 시인을 잡아가둔 채 이 해를 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