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5

서버 차단·전자투표 방해… 사무총국 ‘쿠데타 시도’ 의혹<세계일보>

서버 차단·전자투표 방해… 사무총국 ‘쿠데타 시도’ 의혹<세계일보>

통합진보 당권파 최후까지 ‘꼼수’

5·12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로 코너에 몰린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마지막 저항선은 장원섭 전 사무총장이었다.

장 전 총장은 14일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해임됐다. 그는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공식 사퇴한다”는 ‘퇴임의 변’을 남겼다.

그는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와 부의장 유시민 공동대표의 온라인 토론회 서버를 차단한 데 이어 중앙위 전자투표를 불허해 ‘하극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당권파가 쿠데타를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장 전 총장은 전날 당 공동대표의 인터넷 토론회를 차단하면서 “사무총국에 공식적인 통보나 협조 요청 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적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앙위 의장인 심 대표에 대해선 “의장으로서 지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권파의 논리를 사무총장이 그대로 주장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당권파의 5·13 쿠데타’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당권파의 속셈은 지속적 회의 방해로 당 중앙위를 무산시킨 뒤 지도부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당권파인 장 총장 체제로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다음달 1일 국회가 개원하면 원내대표를 선출해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을 운영하는 체제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장 전 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총무실은 당 회계·재정·당원 관리을 맡은 핵심부서다. 2008년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가 다른 정파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지분을 나눠 통합할 때에도 사무부총장 자리는 정파별로 배분했지만, 총무실 회계·재정 부문은 그대로 유지됐다.

비당권파에서는 혁신의 대상으로 총무실을 지목하고 있다. 경기동부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로 있던 기획사 CNP전략그룹이 당의 홍보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었던 것도 당권파가 총무실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총무실은 또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 경험이 없었던 A사와 수의계약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부실경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 전 총장은 사퇴했지만 여전히 총무실은 당권파에 맡겨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동부 출신으로 알려진 백승우 사무부총장이 총무실의 실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사무부총장의 부인은 경기동부 출신의 김미희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이날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당선자 등과 함께 중앙위 전자회의 효력과 공동대표단 권한을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입력 2012.05.14 18:53:07, 수정 2012.05.14 23:21:05
 

2012-05-14

친노 미운 오리새끼서 진보개혁 선봉… 유시민 다시 뜬다

통합진보당 당권파 내에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손을 잡은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는 자성이 흘러 나온다. 유 전 대표를 얕잡아 보다 정파의 정치적 몰락까지 초래하고 말았다는 뒤늦은 후회도 있다. 당권파는 당초 국민참여당계 경선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이 당권파 비례대표 후보로 불똥이 튄 데 대해서도 '유시민의 기획 쿠데타'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 비당권파 회견
통합진보당 유시민(오른쪽부터)·심상정·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퇴진에 앞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자투표를 비롯한 중앙위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전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위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때 입은 부상으로 목에 깁스를 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창당으로 통합 주체들의 지분 배정에 따라 2대 주주였던 유시민 공동대표는 창당 5개월 만인 14일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유 전 대표는 통진당의 총선비례 대표 부정선거를 통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재부각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당권파 폭력 사태로 인해 정치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유 전 대표는 이날 당권파를 작심하고 공격했다. 그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권력을 쥐고 있던 분들이 대선 후보든 당 대표든 하고 싶다면 같이 해 주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해 왔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서로 변하기로 약속하고 통합을 해서 합법적이고 대중적인 정당으로 가기로 합의했지만 그분들을 지켜본 결과 이분들과 힘을 합쳐 파당을 짓게 되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당권파의 실세이자 당권거래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도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단순히 정치적인 욕심이든 이권이든 뭐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당권은 못 놓겠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꼭 국회에 보내야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의사결정기관의 결정을 다 막아야 된다,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이렇게 판단하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한때 미운 오리새끼였다.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때 민주당 당권파로부터 분열주의자로 낙인찍혔고 친노 진영의 분열이라는 비판 속에 지난해 1월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다. 그가 정계 입문 후 갈아탄 당적도 개혁국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무소속-국민참여당에 이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분열주의자 이미지가 강해 민주당 등 기성 야권의 비토가 적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치러진 지난해 4·27 보궐선거에서 패배했고, 앞서 2010년에는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졌다. 적어도 대선후보군에서는 멀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 그가 강성 운동권 세력이 득세해 온 '호랑이 굴'을 쇄신하는 모습으로 정치적 재기를 이뤘다는 평가이다. 머릿수만 앞세우며 패권주의라는 자가당착에 빠진 당권파가 유 전 대표를 얕본 게 자충수라는 지적도 있다. 유 전 대표 역시 경기동부연합의 자주파(NL) 운동권 못지않은 강성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인물과 사상'에서 정치인 유시민에 대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스트"라고 규정한 바 있다. 자신의 '개혁 열망'을 잣대로 '속도'의 문제를 '본질'의 문제로 탈바꿈시켜 낙인 정치와 선동 정치를 구사한다고 평가했었다. 유 전 대표 스스로도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의 대담집인 '미래의 진보'에서 "이정희보다 훨씬 마키아벨리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이자 대중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인 유시민'이 정파 프레임에 갇힌 '무능'한 NL 운동권을 쳐낸 '정치적 사화'로 보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통진당은 민노당 자주파와 국민참여당(유시민), 민중민주(PD)계의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노회찬)가 55대30대15의 지분으로 한 살림을 꾸린 정치적 연합체다. 정치 철학과 문화가 다른 세 정파는 4·11 총선을 통한 세력 확장이라는 정치적 실리가 유일한 결합 명분이었다.

통진당 사태의 이면에 담긴 최대의 아이러니는 유 전 대표와 연합해 당권파 숙청에 나선 심상정 전 공동대표가 당초 유 전 대표와의 통합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참여당과의 통합을 강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원했던 세력이 다름아닌 지금의 당권파였다는 점이다.

유·심 두 전 공동대표는 1959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78학번 동기다. 정통 PD로 NL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심 전 대표는 유 전 대표가 NL 당권파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예견하고 있었다. '유시민과 당권파의 전쟁'은 어느 한쪽의 백기 투항이나 당이 쪼개지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지지대] 봉변당하면 부쩍 크는 유시민

[지지대] 봉변당하면 부쩍 크는 유시민
2012년 05월 15일 (화)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 4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연합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선다. 11시 5분, 박관용 의장이 경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단상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섰고 국회경비들이 진입했다. 한명숙 의원이 들려나가고, 임채정 의원이 끌려나가고…. 11시 22분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됐다. 국회 로비에 내동댕이 처진 유시민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허리띠는 끊어졌고 속옷이 삐져나와 있었다. ▶시

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의 입이 불을 뿜었다. "욕 들어가면서 4년 국회의원 하고 두 달 남은 의원들이 4년 남은 대통령을 쫓아낸다는 건 총 칼 없는 쿠데타입니다. 이재오 의원께서는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진다. 탄핵안 반드시 가결시켜야 한다'고 하셨고, 최병렬 대표께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대통령 선거를 할지 개헌을 할지가 결정 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권력찬탈 음모입니다.". 유시민의 독설은 탄핵 역풍의 논리가 됐고 그의 큰 정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8년이 흐른 2012년 5월 12일 오후 9시 41분 킨텍스 회의장. 통합진보당 심상정 대표가 "강령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했다. 그 순간 100여 명이 단상으로 난입했다. 당권파 당원과 대학생들이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 얻어맞고 옷이 찢어졌다. 심 대표는 구둣발에 짓밟혔고, 이를 말리던 유 대표도 여러 차례 얻어맞고 안경까지 날아갔다. 9시 45분, 현장을 빠져나가는 유 대표의 모습은 8년 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틀 뒤인 14일. 역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의 입이 다시 불을 뿜었다. "(당권파들이) 매우 잘 준비하고 현장에서 아주 조직적으로 지휘해서 폭력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국회에 보내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당의 모든 의사결정기관의 의사결정을 다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당원들의 주장처럼)악착같이 이 당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8년 만에 다시 보는 데자뷰다. 봉변당할 때마다 불을 뿜는 유시민의 입. 그 입이 또다시 폭력 정국 뒤의 주도권을 틀어쥐는 쪽으로 가는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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