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8

‘욕쟁이’ 세종과 함께 푸는 ‘추리게임 구조’에 흠뻑

사극 가 화제다. 의 작가 김영현과 박상연이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도 드라마 애호가들의 입을 달싹거리게 했다. 장태유 피디의 연출력도 미더웠다. 24부작의 반환점을 돈 지금,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칭찬도 나온다.

'이제,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

젊은 아들 이도는 아버지 이방원의 죽음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걸음새로 그렇게 읊조린다. 이방원 없는 천하. 이제는 꿈꿀 수 있다.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젊은 세종의 야심. 그 꿈을 요약하는 말이 '뿌리 깊은 나무'일 것이다.

는 조선 4대 임금 세종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엿본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박제화된 성군 세종의 이미지를 '우라질'과 '제기랄'을 입에 달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욕쟁이 임금의 면모로 '인간화'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종(송중기-한석규)을 축으로 세종을 아비의 원수로 알고 암살을 도모하는 천민 출신 관원 강채윤(장혁), 세종의 한글 자모 창안을 돕는 '천재 궁녀' 소이(신세경), 삼봉 정도전의 조카요 왕권 견제 신권세력인 밀본파의 지도자인 정기준(윤제문)까지, 주요 배우들의 흠잡기 어려운 연기력 덕분만도 아니다. 이 드라마 '이야기 얼개'의 매력을 두 작가의 종전 작품들과 견줘가며 가늠해 보자.

■ '멘토-멘티' 성장의 방정식 김영현의 드라마엔 반드시 나오는 것. 고품질과 시청률, 두 토끼를 잡을 줄 아는 이 작가의 에도 있고, 박상연이 함께한 과 에도 있는 것은 바로 멘토(조언자, 스승)다. 주인공(멘티)을 자극하여 그를 성장하게 하는 멘토 캐릭터들은 '멘토의 시대'라는 요즘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

의 장금이(이영애)에겐 인생과 요리의 스승 한 상궁(양미경)이 있었으며, 의 선덕(이요원)에겐 미실(고현정)이, 의 세종에겐 아버지 태종과 밀본 두목 정기준이 그 소임을 한다.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는 뭐니 뭐니 해도 한 인물의 성장담, 영웅적인 성공담이다. 과 은 그 완결판이었기에 40%에 이르는 시청률을 올렸다. 1세대 멘토 한 상궁이 스승형 멘토였다면, 2세대 미실은 선덕의 스승이자 선덕을 가로막는 악역까지 겸했다. 선덕은 적과 싸우면서 배우고 적을 넘어선다.

에선 '아버지 극복'으로까지 진화했다. 유년기 세종을 압도했던 또 한명의 멘토, '왕권은 견제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밀본파 지도자 정기준을 성인 세종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후반전을 남긴 이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다.

■ '지식사극' 게임이야, 드라마야? 는 세종이 한글 반포에 '성공'하기까지 6개월쯤의 시간을 포착했다. 집현전 학사들이 연달아 죽어나가는 가운데 무협활극을 버무리며, 그 연쇄살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오리무중이던 각 인물의 비밀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시청자는 물론 각각의 등장인물로 하여금 그 비밀의 퍼즐을 함께 풀도록 강요하는 고밀도 추리 사극이라 할 수 있다.

살인사건의 원인이 세종의 어떤 '은밀한 일', 곧 한글 창안에 있음을 알고 나면, 그 일을 막으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조정 대신 중에 밀본파는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여기에 우리말을 적을 글자가 없던 때에 자음과 모음을 상상한다는 것의 놀라움, 한글의 원리와 살인사건의 지식 퍼즐을 뒤섞은 반전이 곳곳에 탑재됐다.

나무가 나라라면, 뿌리는 무엇인가. 왕권 강화 명분은 같았지만 무력을 그 '뿌리'로 삼았던 태종과 그에 반발하는 세종의 대결. 백성을 뿌리로 보고 말과 설득의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왕권 견제기구 의정부를 약화시키고 친위기구 집현전을 양성했던 세종과 그에 맞서는 신권론의 밀본세력. 다시, '양반놈'들은 다 똑같다며 세종의 백성 뿌리론을 일축하는 천민 출신 강채윤이 맞선다. 이것이 정도전-세종-태종, 다시 밀본파-세종-강채윤의 물고 물리는 삼각 긴장구도를 형성한다.

에서 선덕이 미실 세력이 제기한 과제를 하나씩 풀고 자기 입지를 업그레이드해갔듯이, 에선 주인공들이 하나씩 상대 인물들의 비밀을 풀며 점점 사건의 실체에 근접한다. 이 방식은 10~20대가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의 기본 포맷을 닮았다. 는 10~20대 시청자 비중이 19%에 이른다. 여느 사극보다 높다.

장 피디는 "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밀본파의 철학은 독재적 임금을 상상할 때 설득력 있다"며 "앞으로 세종의 한글 반포를 막으려는 밀본파의 본격 반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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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상담앱] ‘달인’ 성공의 비결은 ‘실패’

"어어어~ 어엇!"

지난 9일 오후 1시30분, (KBS) 대기실 밖 복도에서 그는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위태롭게 두 팔을 휘저으며 균형을 잡다가 이내 옆에 있는 사람을 붙들고 말았다. 그의 눈빛은 사막에 떨어진 어린 왕자처럼 기묘했다. 그를 (실제로) 처음 본 청춘 인터뷰어 이윤영·화강윤·이혜주씨는 그 기묘한 분위기에 깜박 속았다. '정말 팬'이라더니만 파란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복도를 왔다갔다 하며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눈앞의 사나이가 개그맨 김병만(35)씨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채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가 4년 동안 이끌어온 '달인' 코너의 마지막 녹화날이었다. 기자들이 몰려왔고, 달인은 침착했다. "아프리카에 다녀오느라 연습이 부족해서 큰일"이라더니 '마지막 달인 아이템'인 외발자전거를 타고 위태위태, 그러나 정확하게 '청춘상담앱' 인터뷰 장소인 대기실로 일행을 안내했다. 문 밖의 기자들과 '대치'한 채로 인터뷰는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사다리 타기 달인, 연습 땐 안되더니…

이윤영 오늘이 '달인' 코너 마지막 녹화날이라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 놀랐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김병만 4년 동안 '달인'을 해오면서 연말마다 "여기까지가 아닐까" 고민했어요. 소재 고갈 때문이 아니라 반응이 좋을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새해에는 새 코너로 인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후배들의 새 코너에 대한 반응도 좋고 해서 지금이 그만두기 제일 좋을 때라고 생각했죠.

화강윤 '달인'은 볼 때마다 재밌고 뭐랄까, 힘이 나는 느낌이에요.

김병만 제가 하는 거지만 저도 다시 보면 힘이 나요. 한번은 '달인' 멤버들이 모여 처음부터 끝까지 쫙 보면서 한참 웃은 적도 있어요. 우리도 즐기며 했는데 끝내려니 시원섭섭해요.

이혜주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소화해야 하니 힘들었을 듯합니다. '달인'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연습했던 종목은 어떤 거였어요?

김병만 4년 동안 힘들지 않았어요. 행복했죠. 연습을 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게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관객 반응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그런 면에서 그동안 늘 관객들이 제 땀을 인정해 주시고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 박수쳐 주셨으니 행복했죠. 힘들었던 연습을 굳이 꼽자면 오늘, 외발자전거가 힘드네요. 연습도 부족해서 이따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실제 녹화가 시작되자 그는 외발자전거와 혼연일체가 되어 무대를 누볐다. 마지막에 넘어지고서는 능청스럽게 마지막회를 맞아 절을 하는 것이라고 우겼다.)

화강윤 그런데 이 '달인'이라는 코너 특성이 실제 무대 위에서 도전할 때 성공할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잖아요. 떨리진 않으세요?

김병만 '사다리 타기의 달인'을 연기할 때였어요. 연습 때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하다가 리허설 때 꿀렁대는 무대 위에서 하니 계속 사다리째로 그냥 넘어가더라고요. 피디가 "이건 안 될 것 같다"며 내려오라고 할 정도였죠. 근데 녹화 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니 갑자기 되는 거예요. 식탁보 빼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연습 때는 잘 안되던 양동이 올려놓고 식탁보 빼기를 한번에 성공하고서는 우리 모두 놀라워하니까 그 모습에 관객들도 놀라다 웃었죠.

화강윤 그렇게 아슬아슬한 무대를 어떻게 즐기며 할 수가 있죠?

김병만 달인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어요.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저를 무대 울렁증에 도망가는 사람으로 만들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뒤로는 여유가 생겼죠.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경우,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고 올라갑니다.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관객이 놀라지 않을 수 있도록, 실패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대비를 하는 거예요.

이혜주 실제로 예전에는 무대 울렁증이 심했다면서요?

김병만 네, 무대 공포증을 깨려고 스무살 때부터 극단에서 4년 동안 연극을 했어요. 그때는 무대 위에 올라가면 늘 "완벽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늘 극도로 긴장했죠. 그땐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자기 자신을 깰 수 있는지 잘 몰랐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무대에서 침착해진다는 것이 뭔지 알 수가 없었죠.

"못할 수도 있다"로 무대 울렁증 극복

이혜주 저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데 무대 울렁증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김병만 어느 순간에 내가 아닌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긴장하고 떨고 있으면 그걸 보는 관객은 어떨까. 관객들도 저 사람 긴장했구나, 실수하면 어쩌나 불안하겠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관객의 속마음을 내가 대신 말해주자, 생각했죠. '달인'을 보면 제가 그러잖아요? 위험해 보이는 묘기 도전할 때 "실수하고 다쳐도 제가 다쳐요. 그렇게 보지 마세요"라는 식으로요. 그럼 관객도 긴장을 풀고 저도 더 침착해지는 거죠.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내 대사만이 아니라 상대 대사까지 외워야 편안해질 수 있는 거죠. 자기만 보지 않고 시야를 넓혀 보게 해주는 것, '달인'이 제게 준 선물이기도 해요.

화강윤 그럼에도 무대에서 웃기지 못했을 때, 관객 반응이 예상과 다를 때는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세요?

김병만 무대에서 못 웃겼을 때는 솔직하게 "아, 웃기려고 대사했는데 못 웃겼네" 하고 말해요. 솔직하고 침착하자, 이게 제 신조죠. 유치한 대사에 객석에서 "어~" 소리가 나오면 "나 그런 소리 들으려고 나온 거 아니에요, 나 농담하는 사람 아니고 달인으로 나온 거예요" 이렇게 넘기기도 하고요. 요즘 어쩌다 보니 여기저기 강연도 종종 다니게 되는데요. 강연을 하다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또 솔직하게 말해요. 저는 기승전결 제대로 못 배워서 진짜 실력있는 강연자들처럼 매끄럽지 못하다, 말하다가 엉뚱한 얘기로 빠지면 알아서들 정리해서 가려 자시라. 만약에 제가 진짜 잘하는 강연자 따라하려고 한다면 주최 쪽에서도 굳이 나를 부를 이유가 없을 거 아니에요? 나는 그냥 나, 김병만처럼 하자,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 강연하다 막히면 텀블링도 하죠.

이윤영 최근에는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야생에서 생존하는 법을 보여주셨는데,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김병만 실은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라 몸 상태가 좀 안 좋아요. 야생동물이 많아 잘 때도 긴장을 하고 지내다 보니 몸이 많이 상한 것 같아요. 한국에 오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3주 뒤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이윤영 아프리카에서도 '침착'이 통하던가요?

김병만 정글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니까 보아뱀도 맨손으로 잡게 되더라고요. 보아뱀이 눈앞에 딱 나타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보아뱀은 독이 없더라고요. 만에 하나 자기가 독이 있으면 지가 공격을 하겠지, 뱀이 내 손을 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내가 손 빼는 속도가 더 빠르겠지, 생각했죠. 그래서 뱀 꼬리를 잡았더니 뱀이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누르고 잡았죠. 아, 이 뱀은 성격이 온순하구나, 했죠.

화강윤 너무 아슬아슬하게 들리는데요.

김병만 그렇다고 제가 목숨을 내놓고 하는 건 아닙니다. 도전을 하기 전에 충분히 관찰하고 노하우를 터득한 다음에 행동해요. 이번에 정글에서도 40m 높이의 나무에 올라가는 미션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동료들한테는 하지 말라고 하고 저는 했죠. 저는 침착할 자신이 있으니까 한 거예요. 일단 올라가기 전에 원주민들이 나무 타는 모습을 계속 관찰했죠. 원주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올라가더라고요. 보니까 짚고, 딛고, 보고 이렇게 순서와 박자가 있더라고요. 진짜 달인 같다고 평가받은 '외줄타기'를 할 때도 그랬어요. 고수의 묘기를 관찰하며 급소를 찾으려고 노력하죠. 어떻게 가느다란 줄 위에서 편안해질까, 관찰하다 보면 고수가 발목에 힘을 빼고 호흡을 가라앉히는 모습이 보여요. 포인트를 찾고 그 비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죠.

간절히 원하면 비법이 보인다

화강윤 관찰력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김병만 남들 잘하는 공부는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일본어를 배우는데 잘되는 걸 보면 예전엔 정말 하기 싫어해서 공부를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데 예전에 공부를 안 해서인가 공부 안 한 '한' 같은 것이 있어요. 현재 건축공학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올해 논문 쓰고 졸업해야죠. 자식 낳아도 공부시킬 것 같고요.

이혜주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김병만 그게 참,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어릴 때 춤을 추면 엄마가 박수쳐 주시고, 나무 위에 올라가면 친구들이 박수쳐 주고, 웃기면 웃어 주고…. 이걸 좋아하다 보니 이쪽으로 오게 됐죠. 직접적인 계기라면 스무살 때 텔레비전을 보는데 학교 다닐 때 라이벌처럼 친구들을 웃겼던 한 친구가 대학생이 되어서 캠퍼스를 돌며 찍던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예요.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불끈 치솟았죠. 그때부터 16년이네요.

이윤영 자서전을 보니 오디션도 숱하게 낙방하고 생활고에도 시달리셨던데요.

김병만 서울예대만 6년을 내리 떨어졌고 개그맨 시험은 8번이나 떨어졌어요. 무대 울렁증이 있다 보니 매번 준비해 간 것의 20~30%만 보여주고 내려와서는 답답해서 울고 그랬죠. 연습 때는 잘되다가 무대 위에 서면 몸이 움직이질 않으니 눈물만 나더라고요. 식당에 들어가 주머니 속의 1500원을 만지작거리며 1500원짜리 열무냉면 진짜 먹고 싶다, 생각하다가 그러면 차비 500원이 없어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구나, 하며 돌아서던 나날이었죠.

이윤영 그런데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니 자서전에 표현하신 그대로 '거북이'네요. 원동력은 뭐였을까요?

김병만 남들이 좋은 거라고 권해줘서 시작한 게 아니고 진짜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 그래요. 개그맨이 정 안되겠으면 미술팀, 기술팀, 청원경찰로라도 어떻게든 방송국 안에 들어만 가자, 돌아서라도 들어가자, 이렇게 생각했을 정도죠.

이윤영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 이른바 '스펙'을 갖추느라 정신이 없어요. 젊은이들이 모두 달인이 되어야 할까요?

김병만 정말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이 멀게 느껴지더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그 비법을 찾아보려 노력하세요. 핵심을 찾으면 사실 별것도 아닌데 '달인' 같아 보이려고, 결과만 빨리 얻으려고 하니 조급해지죠. 남이 좋아하는 일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화강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나요?

김병만 상대를 생각하세요. 무대에 섰다면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거예요. 드라마 볼 때 생각해보세요. 배우가 눈에 힘주고 있으면 시청자들도 눈에 힘이 들어가요. 내가 불안해하면 관객도 불안한 거고요. 웃기려는 사람이 편안해야지, 조마조마 걱정하고 있으면 그게 다 관객 눈에 보여요. 편안하고 솔직하게 하세요. 내가 편안해야 남을 웃길 수 있어요.

화강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병만 저한테 다가올 기회를 잡아 그때마다 "저놈은 참 열심히 해"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개그든 연기든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자 늘 준비하며 살려고 합니다. 진행·정리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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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는 법, 아시나요?

평소 노력과 성실함의 표본인 '달인' 김병만의 팬이었기 때문일까. 인터뷰 하루 전날은 들떠서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인터뷰 당일 아침에 들려왔다. '달인' 코너의 폐지. 우려와 걱정으로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달인' 김병만과의 첫 만남은 그 걱정을 한 방에 날릴 만큼 웃긴(?)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선보일 외발자전거를 연습하고 있었고, 우리가 보이지도 않는 듯 무심하게 자전거를 타고서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곳이 우리가 인터뷰를 할 장소였다. 그 모습을 보고 유쾌하게 웃어야지,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일 수는 없었다.

촬영차 갔던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았고, 무대 연습을 아직 많이 하지 못했다며 조금은 초조하고 피곤해하는 모습의 '달인'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금세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그는 유행에 맞춘다기보다 자신의 특성을 꾸준히 연마하고 또 추구하는 사람 같았다.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지만, 그 속에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또 자신감 같은 것이 있었다. 늘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진정한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

외줄을 타려고, 외줄을 잘 타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배우는 '달인' 김병만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외줄을 잘 타려고만 전전긍긍하는 우리는 삶을 즐기고 능력도 터득하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진정한 달인이 되려면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재치 있고 흥이 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달인' 김병만 선생에게 무한의 박수를! 이윤영

침착한 무대, 나도 따르리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자신의 '도전'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뜨거운 청춘! 무대에 설 때마다 지금, 이 순간 무대에 서 있는 자신보다도, 자신을 봐주고 응원해주는 관객의 마음을 생각하며 '침착한' 무대를 만든다는 김병만 선배. 그런 침착함과 솔직함이 그의 도전을 단순한 도전이 아닌, 웃음과 감동을 주는 '뜨거운 도전'으로 만들었다. 김병만 선배님의 도전 속에는 무모함이 아닌 세심함이 있으며,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뿜어져 나오는, '김병만'만의 유쾌한 열정이 묻어 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니, 어쩌면 결코 포기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만큼 좋아하는 자신의 일을 찾는 것. 이 어렵고도 너무나 명쾌한 목표를 항상 안고 산다면, 나를 포함한 이 시대의 많은 청춘들도 분명 자신만의 '뜨거운 도전'을 해내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혜주

눈빛으로 열정을 뿜는 사람

아마 16년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면 뭐든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인이 되는 길은 나에게 무모하고 불안한 길이다. 나의 재능과 열정에 대한 불신, 다른 친구들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나를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잡고 늘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선택은 갈팡질팡,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오디션에 숱하게 떨어져도 다시 도전한 김병만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삶은 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는 그의 열정의 원동력이었고, 누가 뭐라고 해도 그 환호의 순간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몇번을 넘어지든 간에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에서는 빛이 났다. 새카만 낯에 피곤한 표정에서도 그의 눈빛 속에는 아이같이 빛나는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말이 아닌 눈빛으로, 열정이란 말의 진짜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화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