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5

[시민편집인의 눈] ‘부러진 화살’은 언론을 쏘았다

"판사의 일차 임무는 피고의 말을 듣는 것이다." 괴테의 에 나오는 말인데 그게 그렇게도 실천하기 어려운가? 동서고금에 얼마나 많은 피고가 재판관의 독단적 재판 진행에 피눈물을 흘렸을까? 설날 집 근처 영화관에서 을 보고 나서 떠오른 감상이다. 석궁 사건의 발단이 바로 거기 있었다. 테러를 당했다는 판사에 대한 증인 채택과 혈흔 검증만이라도 재판부가 받아들였더라면, 김명호 교수가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간단할 것 같은 피고의 요청은 애초부터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었다. 판사 사회와 사법체제, 크게 보면 한국의 기득권층 전체를 상대로 벌인 싸움이었던 탓이다. 동업자 심리와 전관예우, 권위주의 등이 만연한 사법부의 부조리를 바로 그 사법체제를 통해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에 이어 이 뜨면서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사법개혁 이슈화의 주역이 돼야 할 주류 언론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를 포함한 언론이 그런 현실을 제때 제대로 보도하고 의제 설정에 나섰더라면, 영화 없이도 일찌감치 시대적 이슈가 됐을 것이고, 소설과 르포가 출간되고 나서야 영화를 찍는 일도 없었을 터이다.

공지영은 인화학교 사건의 법정 풍경을 스케치한 인턴기자의 기사 한 줄을 보고 오랜 취재 끝에 를 썼다. 을 쓴 서형 작가는 김명호 교수를 포함한 1500명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20년간 혼자 법을 공부하며 법원과 싸워온 할머니 이야기를 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그들이 기자 역할을 다하는 동안, 훈련받은 기성 언론의 수백명 기자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기성 언론은 그런 사법피해자들을 검찰이나 법원이 내놓은 보도자료만 보고 '상습무고범'등으로 보도한 적도 많았다.

영화 을 보면 기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언론의 도움을 받자는 변호사 말에 피고는 "기자들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라"며 불신을 드러낸다. 정지영 감독도 시사회에서 "열심히 취재하던 모 신문사 기자가 '정말 죄송하다' 말하고 안 나타났다"고 전했다.

언론의 소극적 태도는 영화 개봉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 내용이나 양쪽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칠 뿐 무엇이 진실인지 파헤치려는 노력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는 인터넷판에만 싣는 '하니only' 기사로 김명호 교수 인터뷰를 내보냈지만, 박홍우 판사, 아파트 경비원, 박훈 변호사 등을 만나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부러진 화살'의 행방 등을 추적하는 기사는 없었다.

진실을 알려면 이제 신문이 아니라 영화를 봐야 하나? 영화는 매체 특성상 각색과 과장으로 충격파를 가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파헤치는 데 한계가 있다. 언론은 취재보도라는 수단이 있고 의제 설정에 따라서는 재심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 않은가?

내의에 묻은 피가 판사 것이 맞느냐는 쟁점은 혈흔 검증을 해보면 지금이라도 명쾌해질 수 있다. 영화의 감동을 현실에서 확인하기 위해 당시 재판기록들을 일일이 검색해 들어가니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재판장이 "옷감에 있는 혈흔하고 대조할 피가 어디 있어요"라고 반문하자, 김명호 교수는 "박홍우 몸에 있죠"라고 대답한다. 재판장이 혈흔검증 신청을 거부했을 때 박훈 변호사의 반박은 웃지 못할 코미디다. "그러면 박홍우씨 뒤를 따라다니며 담배 피운 거라든가 침 뱉은 거라든가 그런 것들을 수거할 권한을 주시든지요."

언론보도의 또 하나 문제는 사법개혁 관련 담론활동이 사법부가 아니라 주로 검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은 국민이 동의한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부른 데 이어, 한명숙 전 총리,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미네르바 등을 무리하게 기소함으로써 권력의 시녀 노릇에 충직했다.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를 비롯한 진보언론은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하면서 검찰을 비판했다(1월13일 사설 등).

그러나 법원한테도 정권 말기에 이르도록 소송 진행을 늦춘 데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늑장 무죄판결은 불법행위의 원상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칼춤에 당했지만 법원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재판에서까지 법규 좋아하는 법원이 소송촉진특례법 21조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1심은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4개월 안에 선고하게 돼 있다.

법원의 이런 행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충분한 위협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재판이 직업이 아닌 일반인들은 권리 회복은커녕 그 과정에서 미네르바처럼 정신병을 얻어 파멸해간다. 김근태씨에 대해서도 당시 판사가 고문의 증거보전을 받아들이고 무죄 선고를 했더라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같은 비극은 반복되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면서 법원은 300억 원을 횡령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19일 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계속 관용을 베풀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권위주의는 이들의 직급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는 데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고법 부장판사만 돼도 차관급이고, 법무부와 검찰에는 차관급이 54명이나 있다. 법무부는 주요 국장도 차관급이어서 부처 간 회의 때 아랫사람을 내보내는 버릇이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올려준 건데 노무현 대통령이 되돌리려 했지만 반대에 부닥쳐 실패했다. 법조청사들을 보면 권위주의가 하늘을 찌른다. 검찰청사가 법원청사와 똑같은 높이로 지어진 것도 꼴불견이지만, 우러러보기도 힘든 두 건물의 위용에, 불려 들어가는 국민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법원장 등을 선출하고, 사법절차의 일익을 담당하는 국민참여 재판은 언제까지 딴 나라 얘기로 남아야 하나?

소설 에서는 법관이 가발을 쓰지 않고 법복도 입지 않는다. 권위주의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판결이 공정하면 권위는 따라붙는 법. 자신도 법률가였던 토머스 모어는 영국의 사법 현실을 그렇게 풍자했다. 한국 언론은 언제까지 사법개혁의 과제를 소설가와 영화인, 수많은 사법피해자에게 맡겨둘 셈인가?

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매월 마지막 수요일치 신문에 실리는 '시민편집인의 눈'은 시민편집인실의 지면 감시 결과를 공개하고 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시민편집인실과 독자센터 등에 들어오는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온라인(www.hani.co.kr)에서 각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중계합니다.

또 '사실 확인'난은 오보나 단순 사실관계의 오류 체크를 독자에게 맡긴다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오류를 잡아내 시민편집인실로 보내주시면 한 편을 뽑아 소개하겠습니다. 뽑힌 독자께는 한겨레신문사가 발행하는 중 한 잡지의 6개월 구독권을 드립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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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찬성이라는 KTX 민영화 설문 받아보니…

지난 12월 중순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가 찾아왔다. 전문가와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고속철도에 대한 표적집단면접을 하는데, 내가 그 표적에 들어간 거였다. 그는 발주처를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연구원이라고 했다. 질문은 뻔한 답을 요구했다. '케이티엑스(KTX) 서비스에 만족하느냐', '왜 계속 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느냐', '요금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경영을 효율화하면 어떻겠느냐'….

그와 만난 뒤 마음 한켠의 꺼림칙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보름쯤 뒤 국토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속철도 운영사업의 분할 민영화 계획을 느닷없이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토부 쪽은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7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민영화 추진 근거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국토부의 구색 맞추기에 본의 아니게 동원된 셈이다. 황당하고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국토부의 케이티엑스 민영화 구상은 독특하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기존 민자사업과는 구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주려는 사업은 2015년에 개통하는 서울 수서역~부산·목포역 구간의 케이티엑스 운영권이다. 그래서 경부·호남선 고속철도 운영서비스를 놓고 철도공사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체제에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우선 비용구조가 민간사업자한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경쟁체제 이후에도 철도공사는 국민의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해 적자 노선과 차량을 유지해야 하고, 기반시설 투자비나 유지보수비도 일부 떠맡는다. 반면에 민간사업자는 오로지 코레일 운영만 한다. 선로와 역사 같은 기반시설 투자 부담이 전혀 없다. 차량도 철도관리공단에서 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30년 동안 정부가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위험부담도 거의 없다. 손실이 나면 사업권만 반납하고 털면 된다. 한마디로 완벽한 특혜사업이다.

국토부는 케이티엑스 민간 운영에 따른 요금 인하 효과를 강조한다. 교통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철도공사보다 최대 20%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국토부의 주장이나 교통연구원의 예측은 뻥튀기일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일단 저질러 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발뺌한 사례가 많다. 예컨대 인천공항철도 사업을 들 수 있다.

공항철도는 현대건설과 동부건설 등 민자컨소시엄이 2007년 3월 개통해 운영하다 적자 누적으로 정부가 2009년 11월 철도공사에 떠넘겼다. 민자컨소시엄이 운영하던 공항철도는 승객 수와 수입이 애초 예측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부실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진 사람? 아직 한 명도 없다.

국토부의 민영화 예찬론은 상습적이다. 본질은 늘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국유화'였다. 이번에도 온갖 궤변을 들이밀고 꼼수를 펼치며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론의 반발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사업자 선정을 끝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법과 제도로 국토부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절차는 간단하다. 현행 철도사업법에 따라 국토부가 민간기업에 운송사업 면허증만 발급하면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는 끝난다. 국토부의 폭주와 난폭운전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에도 기승을 부릴 것 같다. 지금 승객들은 다소 느리더라도 이정표가 확실한 안전운전을 바라는데…. 나라도 한마디 해야겠다. 그래, 봄날은 온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유레카] ‘신기록 제조기’ 국회의장 / 김이택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법률상 권한이 가장 막강했던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신시대였다. 1973년 국회법이 전면 개정돼 상임위와 의석의 배정은 물론 의사일정을 맘대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까지 모두 국회의장에게 줬다. 대통령의 충실한 거수기 노릇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화로 국회 기능이 정상화하면서부터 의장의 권한을 대폭 줄여 대부분 교섭단체 대표나 국회 운영위와 '협의'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국회의장은 여전히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일 뿐 아니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권한과 경호권 발동 등 질서유지권도 갖고 있다.

민주화 이후 국회의 위상은 전에 비해 높아졌으나, 여야의 대결정치가 계속되는 바람에 의장은 '날치기'의 악역을 떠맡는 일이 많았다.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래 어제까지 모두 23건의 국회의장 불신임안이나 사퇴촉구 결의안이 제출됐다고 한다. 역대 국회의장이 모두 22명이니 한 사람당 한 번꼴로 사퇴 요구에 몰린 셈이다.

박희태 현 의장은 여러 부문에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재임중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첫 의장일 뿐 아니라 의장 부속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여야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사퇴요구를 받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박 의장이 엊그제 귀국하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관련설을 부인했다.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돈봉투 살포 여부에 대해선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고 발뺌했다. 검찰에서 부인하면 책임질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전략이니, 결국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얘기다.

이러다 혹시 여야 의원들에 의해 국회의장이 쫓겨나는 새 기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세계의 창] 지도자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대니 로드릭

세계경제는 국제공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저성장과 높은 부채 외에도 여러 내부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이들이 국제적인 원칙을 세우거나 다른 나라들을 자기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기는 이제 가능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으로,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강자들은 국가 주권과 외국의 내정불간섭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흥 강자들은 국제적인 원칙을 따르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 이런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들은 다자간 국제기구들에 투자하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다.

결과적으로 국제적 리더십과 협력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하게 될 것이며, 국제환경의 다양성과 정책적 자율성을 인정하라는 빗발치는 요구에 발맞춰 국제규칙들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20개국(G20),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마치 더 많은 규칙, 개별 국가정책에 대한 더 많은 통제 등이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전인 양 나서고 있다.

교과서적인 원론으로 돌아가면 '보완성의 원칙'(중앙 권력은 지방 조직이 효율적으로 못하는 기능만을 수행한다는 원칙)이 글로벌 통제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조율해야 할 문제와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극단에는 국경을 넘어도 아무런 부작용이 전파되지 않는 국내 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교육정책은 어떤 국제적인 협약도 필요없고 국내 정책입안자들이 정하면 된다. 또 한 극단에는 '국제적인 공통 관심사'와 연관된 정책들이 있다.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정책에도 영향을 받는 문제들이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전형적인 예다. 이런 문제를 각국의 결정에만 맡긴다면 각국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맡아야 할 몫을 무시하기 십상이어서 국제규칙을 세워야 한다.

이런 양극단 사이에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두가지 다른 유형의 정책이 있다. 첫째로는 '근린 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치르는 비용 덕분에 경제적 이익을 얻는 국가들이 사용하는 정책이다. 국제 자원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는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근린 궁핍화 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용을 떠넘기면서 자신들은 이익을 누리게 만들기 때문에 국제적인 수준에서 규제돼야 한다.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는 중국의 통화정책이나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 등은 국제적인 규제를 더 받아야 한다.

근린 궁핍화 정책은 반드시 이른바 '자기 궁핍화'(beggar thyself) 정책과는 구별돼야 한다. 자기 궁핍화 정책에 따르는 비용은 대부분 자국에서 떠안게 되지만 일부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업보조금이나 유전자조작식품 금지 등은 아마 다른 나라에 일부 비용을 전가하게 되겠지만, 그 나라들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정책은 분배문제 해결이나 국민건강 증진 등을 목적으로, 경제적인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집행된다. 자기 궁핍화 정책의 경우 국제규제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정책이 다양한 만큼 국제적인 대응도 다양해져야 한다. 요즘은 국제사회의 정치적 자본이 무역이나 금융규제 따위의 '자기 궁핍화' 정책을 조율하는 데 너무 많이 낭비되고 있다. 반면에 거시경제 불균형 따위의 '근린 궁핍화' 정책을 조화시키는 것에는 충분한 정치적 자본이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과 협력이 부족한 지금,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의 방향을 잘못 잡거나 야망이 지나치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임범의 노천카페 ] ‘부러진 화살’

을 봤다. 자기 사건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쐈다는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명호 교수 사건을 다룬 영화다. 항소심 결심 재판 장면이 놀라웠다. 재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사실심리를 마치고 구형까지 하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변호인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나왔으니 증인신문도 다시 하고 혈흔 감정도 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재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각한다.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변호인의 조리 있는 반박에 이따금씩 "내가 너무 세게 가나?" 하는 듯 움찔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구형까지 몰고 가면서 결국 사건에 대한 자기 예단을 드러내고 만다.(재판장은 문성근이 연기했는데, 정치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이 배우는 보수적인 역을 참 잘 연기한다.) 피고인은 퇴정하고, 방청석에선 달걀이 날아오고, 재판장은 감치명령을 내리고….

실제로 그날 법정에서 오간 말들을 반영했다는 영화의 대사엔 디테일이 꽉 차 있었고, 한국 법정의 권위주의적인 단면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여주면서 별도의 자기 해석이나 주장을 달지 않은 채, 피고인의 말을 따라간다. 꽉 찬 디테일들을 다듬어 '우리 사법부는 이게 문제야'라며, 영화의 주장을 세공해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사실관계가 다 보여주는데 달리 주장을 달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부지불식간에 영화가 실제 이 사건의 피고인과 한편이 돼버리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즉, 실제 인물에게 흠집이 생기면 영화도 흠집이 생기고 마는, 달리 말해 영화 외적 요인으로부터 영화가 독립해 있을 수 있는 영화적, 미학적 여지가 적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트위터에선 김명호 교수 사건의 판사가 진보적인 사람이었네, 그럼 그 사람도 문제네, 그게 아니네 하는 말들이 오가고, 영화가 얼마만큼 실제 재판을 각색했느냐를 두고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차피 허구인 영화를 두고 얼마만큼 각색했느냐에 관객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재현된 허구의 세계와 그 안에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얼마나 개연성 있고 설득력 있느냐를 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분리되지 않고 있다. 거꾸로 그럼으로 해서 큰 힘을 받는다. 관객이 몰리고, 논란도 커진다. 불과 3년 전에 유죄 확정된 판결이 엉터리 재판에 기초한 것이라고, 억울한 사람이 옥살이했다고 말하는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데 논란이 안 일어난다면 그게 또 이상한 일 아닌가.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분노는 미학적으로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사법부는 이 영화가 제기한 재판의 쟁점을 별도로 정리한 문건을 만들었으나 언론에는 배포하지 않고, 대신 해당 재판들의 판결문을 돌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진화가 될까. 관객들이 느낀 의혹, 혹은 분노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설명 혹은 해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자꾸만 이 영화의 항소심 결심 재판 장면이 떠오른다. 증거 채택도, 판결도 판사가 알아서 할 테니 나중에 판결문만 보라는 식의, 소통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권위주의적 재판! 김 교수 사건의 판결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이 이거였다. "저렇게 하면 판결 아무리 잘해도 승복 못 시킬 거다. 피고인뿐 아니라 방청객, 관객, 국민 모두를." 독재정권 시절엔 강압으로 승복시켰지만, 이제는 소통 없이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을 대하는 사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부의 대국민 소통능력을 시험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아침 햇발] 기자를 믿지마 / 정재권

설 연휴에 영화 을 봤다. 사법부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에다 적은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2위가 당연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했고, 정지영 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났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사법부에 '똥침'을 날렸다. 그런데도 다른 관객들처럼 후련함을 만끽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영화와 관련된 한 사람과 영화 속 대사 한마디 때문이었다.

먼저 한 사람, 서형 작가. 영화 제작자들이 엔딩 크레디트에서 각별히 고마움을 표시한 이다. 그는 영화의 소재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 사건과 재판 과정을 다룬 책 을 2009년 6월에 낸 여성 르포작가다. '서형'은 필명으로, 영화 개봉 뒤에야 그는 얼굴을 드러냈다.

작가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인터뷰가 자신의 일이라고 소개한다. 우리나라 3대 권력기관(청와대, 국회, 대법원) 앞의 1인시위자들을 인터뷰하다 김 교수의 사연을 접했다. 인권 사각지대의 장애 학생들을 다룬 영화 와 견주면 소설 를 쓴 작가 공지영에 해당될 사람이 그다.

서형과는 작은 인연이 있다. 책이 나오기 전인 2009년 초, 그는 내게 전화를 걸어와 책 쓰는 일에 도움을 청했다. 2008년 석궁 사건을 주제로 내가 쓴 글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취재한 다른 기자를 소개해 준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뭔가 의심스럽고 찜찜한 구석이 있었지만, 전화를 받을 무렵 석궁 사건은 내게 '완료형'이자 '과거형'일 뿐이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 석궁 사건은 영화를 통해 둔중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귓전을 때린 주인공의 한마디 "기자들을 너무 믿지마". 영화에는 김 교수 사건을 취재하는 한 열성 여기자를 비롯해 많은 기자들이 등장한다. '요즘도 이런 기자가 있나' 싶을 만큼 여기자는 집요하게 사건을 쫓는다. 하지만 결국 다른 출입처로 전출된다. 그의 부서장은 전출 이유를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의 방영을 자신하지만 결론은 방영 보류다. 영화에서 언론은 사법부 판단 너머에 있을지 모르는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는 존재가 더 이상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주인공은 변호사와 가족에게 "기자들을 너무 믿지 마"라고 소리친다.

영화 밖의 현실은 김 교수의 외침과 다르다고 반박하기 어렵다. 확실히 지금 '제도권 언론'은 영화 속 언론과 흡사하다. 사법부든,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힘 있는 자'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해 있다. 김 교수처럼 외롭게 정의로운 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비비케이(BBK) 사건'이나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리'처럼 사법부가 판단을 내렸지만 실체가 여전히 흐릿한 의혹은 많다. 이런 사건의 진실을 언론이 추적하지 못한다면 그 역할은 또다른 서형이나 공지영, 정지영이 맡게 될 게 뻔하다.

흔히들 언론이 위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언론의 외부 환경이 거론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언론이 정보와 진실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지만 '낡은 언론'의 위기의 싹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더 크게 자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언론은 문제의식과 도전정신을 잃고 있다. 언론사는 이익이 우선인 기업을 닮아가고, 언론인은 월급쟁이 생활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은 이런 언론에 더는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이 겨냥한 것은 일그러진 대한민국 사법부만이 아니다. 제 본분을 잃은 언론과 언론인 또한 과녁이다. 나를 포함해.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중앙시평] ‘돈봉투’ 사회

[중앙시평] '돈봉투' 사회

by MSN, joongang.joinsmsn.com
November 30th -0001 박태준 전 포철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준 금일봉으로 북아현동 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도 그랬다. 부패하지 않고는 봉급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금일봉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다. 최근 황병태씨는 그의 저서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박 대통령이 그에게 AID차관 독촉을 위해 워싱턴 장기출장을 명했을 때 금일봉을 주어 번듯한 호텔에 투숙하고 그곳 사람들을 괜찮은 식당에 초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부출장비 규모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금일봉은 박 대통령의 용인술과 국가통치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금일봉으로 그는 사람과 당과 국가를 다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 역시 그의 금일봉을 받아보지 않은 측근은 없다고 한다. 측근뿐 아니라 유력인사, 여론주도층들도 직접 혹은 그의 참모들을 통해 금일봉을 받았으며 전군지휘관, 여당 당료, 주요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하사금이라는 이름으로 봉투가 전달되었다고 한다. 노태우 대통령은 최근 그의 회고록에서 처음에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막상 집권을 해보니 '살필 데'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대는 잘 모르겠으나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와서 이 금일봉이 확실히 없어졌다. 필자는 첫 2년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일했으나 그로부터 금일봉을 받은 적도, 대신 전달해본 적도 없다. 다른 수석 보좌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적 동력은 '보상체계'다. 이 보상체계에 따라 그 사회의 인재의 흐름이 결정되고 일에 대한 열성과 충성도가 달라진다. 높은 보상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모이고 성과급이 높으면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후진사회일수록 이 보상체계가 투명하지 않다. 겉으로 보이는 보상체계와 보이지 않는 보상체계가 다른 것이다. 그만큼 부패가 깊고 법의 보편적 적용이 어렵게 된다. 법의 징계를 받는 사람들은 운이 없어 그렇다고 믿는다. 보상체계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상의 비중이 높다.

 지금 정당들이 외쳐대는 쇄신이나 검찰 수사로 돈봉투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돈봉투의 관행은 우리 사회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려면 결국 우리 사회의 전반적 시스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아직 돈봉투 관행을 우리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라 생각하고 있다. 박정희의 용인술과 국가경영을 칭송하고 노무현의 아마추어리즘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금일봉과 정경유착, 권력기관의 사적 도구화의 폐해를 함께 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늘 양면성이 있다. 어느 한 면만 보아서는 냉정한 평가도, 문제의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봉투사회는 세계화와 민주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일과성 캠페인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치자금법, 정당조직과 운영방식, 공직자의 보수체계, 나아가 정치시스템 등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봉투 없이도 정당이 잘 운영되고 당정협조가 원활하며 공직자들이 그들의 지위와 노력에 상응하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직업관료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장관의 보수가 대기업 부장 수준도 안 된다. 30년을 주요 국가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을 희생하기를 국가가 요구하며 동시에 국가에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오늘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부정의 유혹에 흔들리고 봉투의 관행에 젖도록 방조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어 부정을 독점하고 당료·관료들에게 배분해 이들의 실질적 보수를 높이고 충성을 유도했다. 이것이 사라진 후 행정·사법·입법부의 공직자들은 사기업·산하기관·변호인·'스폰서'의 후원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되었다. 이들의 공무처리가 국가의 이해가 아닌 사적 이해에 좌우되는 사회는 오히려 대통령의 금일봉에 의한 사회보다 더 위험하고 부패한 사회다.

 돈봉투 관행을 없애려면 우리 사회의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 제도를 개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위에서 부정을 엄격히 처벌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이 진정 쇄신을 원한다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사진을 돌리기보다 총선과 대선에서 전반적인 국가시스템 개혁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 계획을 용기 있게 제시하기 바란다. 국민들이 세금을 더 걷더라도 정치인과 공직자들을 국민의 공복으로 부리는 것이 이들이 기업과 돈 있는 자들의 이해에 의해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Original Page: http://t.co/4P9Jj9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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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FTA서한의 진실 이번엔 밝혀지나

김현종(사진)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2007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 쪽에서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관련 외교서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러한 외교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오석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김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3월21일 증인신문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한의 존재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김 전 본부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서한을 언급했고 그 서한의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기에 직접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10년 12월에 펴낸 에서 2007년 6월 미국 행정부로부터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약속받는 과정을 생생하게 밝혔다. 전문직 비자란 건축사·엔지니어·회계사 등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미국 비자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이 비자쿼터를 따로 배정받았다. 2007년 6월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식 서명이 끝난 뒤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도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1만500개)보다 더 많은 숫자를 받아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이후 말을 바꿔 "두 나라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외교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민변이 지난해 5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고 재판부가 김현종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김 전 본부장은 같은 해 8월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사장으로서) 긴급히 해외출장을 떠나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신 양국이 교환한 '한국이 전문직 비자 쿼터를 취득하도록 협조하겠다'는 외교서한의 사본을 서면으로 공개했다.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그 누구도 서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며 외교서한의 존재를 계속 부인했고, 재판부는 결국 김 전 본부장을 3월에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퇴임한 상태라 이번에는 증인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김 전 본부장은 현재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내의 한 대형 로펌으로 옮긴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해당 로펌은 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문재인 “검찰, 어디서 배운 못된 버릇?”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이 지난 19일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가 곽노현 교육감이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도 "화성인 판결"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 이사장은 이런 검찰의 태도에 대해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은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하면 그만! 기자회견으로 법원 판결 비난하는 것은 어디서 나온 못된 버릇? 외국에선 법정모욕죄 적용할지도 모를 일. 대법원이 엄중경고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문 이사장은 또 "검찰의 상소남용 폐단이 심각한 차제에 검찰의 항소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곽 교육감 석방 대환영!"이라며 "아쉬움은 왜 진작 보석하지 않았을까? 직무수행이 절실한 현직 교육감의 벌금형 사안에 대한 보석불허에 숨겨진 법원의 비겁함!"이라고 법원의 구속 재판 방침을 비판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펴낸 에서도 한국 검찰 권력의 실태를 들추고, 검찰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 digitalnews@hani.co.kr

홍준표 “MB 덕에 의원 되고 탈당 요구하다니…”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비상대책위가 이명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고 친이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한탄과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요즘 정치판을 보면 한나라당은 5년전 열린우리당 같고 민주당은 5년전 한나라당 같습니다"라며 "쓰레기, 곁가지도 주워 모아 통합에 나서는 민주당과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입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4년전 엠비의 대선 바람으로 쉽게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이제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주민의 선택을 받을 생각을 해야지 엠비와 절연 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믿어 줄까요? 엠비의 공과를 안고 지금부터라도 잘해야지요"라며 비대위의 이대통령 탈탕요구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