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0

[한겨레 기사돌려보기]교양은 ‘마음속의 셀프 아카데미’

교양은 '마음속의 셀프 아카데미'
정여울의 청소년인문학
한겨레
» 정여울 문학평론가
요새 부쩍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 또는 '교양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이 내게는 '당신은 도대체 왜 사는가'처럼 대답하기 어려운 화두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은 교양과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는 것 같다. 아무런 실용적 이점을 찾을 수 없는 인문학이 도대체 비전공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어려운 질문 앞에서 매번 쩔쩔매던 나는 최근 마음 깊은 곳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소박한 대답을 찾았다.

인문학, 또는 교양이 진정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면, 그것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라고. 내가 타인으로부터 '교양의 향기'를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때조차도 타인을 극진히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타인에게 최상급의 고통을 선사할 때도 많고, 별다른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이 누구보다도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때도 많다. 상식퀴즈로도 학벌로도 독서량으로도 교양의 정확한 분량을 측정할 수 없다. 교양은 교육수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식의 기쁨이다.

현대인은 교양 자체로부터 자연스레 샘솟는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는 교양 자체가 곧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토니오는 사교계 데뷔를 위한 춤동작을 배우면서 엄청난 중압감을 느낀다. 춤 하나 배우는데 왜 이렇게 배울 것이 많은지. 생소한 프랑스어는 물론 화려한 에티켓을 선보여야 하며 뭇사람들의 부담스런 시선까지 견뎌내야 한다. 그러느라 정작 '춤의 기쁨'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소녀의 시선에 당황한 나머지 남성의 춤동작이 아닌 여성의 춤동작을 선보인 토니오의 실수 앞에서 좌중은 포복절도한다.

이렇듯 타인의 시선에 봉사하는 교양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토니오는 수많은 문화적 충돌의 접경지대에서 매번 흔들린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최고급 엘리트들과의 교제 기회가 활짝 열려 있지만, 그는 그런 집단적 교양의 인프라에 사육당하는 것보다는 혼자만의 내면 탐구에 빠져 글쓰기와 글읽기에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 허영의 교양시장에서 토니오는 탈출하고 싶다. 그는 소설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슬픔에 빠지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가공해낸 기쁨으로 가득한 사교계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느낀다. 이렇듯 진정한 교양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기쁨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양은 이렇듯 학교나 사교계 같은 집단의 요구가 아닌 자기 내부의 열망으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속의 셀프 아카데미를 필요로 한다. '무엇을 암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방면의 지식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는 순간이 우리 안의 셀프 아카데미가 활짝 문을 여는 순간이다. 소개팅이나 면접시험에서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이 학문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야 할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시절 역사 과목의 높은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공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닫는 순간의 희열이다. 음악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사람이 슬픔에 빠졌을 때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디 한 장을 내밀 줄 아는 센스가 아닐까.

우리들의 셀프 아카데미에서 또 하나의 필수 과목은 바로 '자아탐구'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치명적인 콤플렉스나 아킬레스건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길도 함께 열린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학교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찾아보자.

예를 들면 실연당했을 때 슬픔을 견디는 법, 누군가를 증오할 때 그 분노를 극복하는 법,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함께 울어줄 이를 찾는 법,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진정 마음으로 울어줄 사람을 찾는 법. 이런 것들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교양이 아닐까. 교양은 액세서리도, 양념도, 인테리어 소품도 아니다. 교양이란 차라리 효모나 이스트를 닮은 것이 아닐까. 요리법에 따라 어떤 빵이나 과자가 될지 모르지만, 효모나 이스트가 없다면 향기로운 빵과 과자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교양은 아직 완성된 요리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소중한 빵을 구워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식의 재료다. 교양의 마지노선이 '타인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기술'이라면 교양의 클라이맥스는 '자신의 기쁨을 곧 타인의 기쁨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닐까. 문학평론가



기사등록 : 2011-09-09 오후 0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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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9

“국민들 새정치 갈망…범야 단일후보 소중”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55) 변호사는 8일 "대통합 정당이 탄생하면 나도 당연히 합류하겠지만, 안 되면 차선으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정당 체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민후보라는 위상과 함께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위상이 매우 소중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라는 공당의 여러가지 현실적 위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 의회의 80%를 차지하는 민주당과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안철수 신드롬'을 통해 확인된 변화의 욕구를 보면 정당 질서에 위기가 왔음을 알 수 있다"며 "기존 여의도 정치에 대한 식상함, 너무나 정쟁적인 모습, 갈등 해소가 아니라 진원지인 것에 대한 절망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된 협력 관계,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깨졌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직한 자세로 경청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후보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얼마든지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논의해 가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쓸데없이 정치쟁점화하면서 엄청난 경비가 낭비되고 파탄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오세훈 두 전직 서울시장은 토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외형적이고 전시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며 "서울시는 창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담판 이후 여론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 데 대해, "아직 선거가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서울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사람들 절망에 왜 몸 던지지 않느냐는 질문 많이 받았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제가 유리벽 너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적응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8일 만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자신의 모습이 여전히 어색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게 됐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거침이 없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만나고 결심을 전해들은 과정도 비교적 자세히 털어놨다. 인터뷰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지난 7일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 때 왜 면도를 안 하고 등장하셨나?

"깎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사람들을 만나느라 시간이 없었다. 당시엔 '이미지 메이킹'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사진 나간 뒤 전국에서 '제발 깎으라'는 요청이 어마어마하게 왔다.(웃음)"

-산에서 안 원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은 어떤 내용이었나?

"안 원장이 상당히 준비를 했고, 함께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상의는 해야겠다고 생각해, 마을로 내려와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썼다. '난 정말 몰랐다. 그런 생각이 있으면 사전에 조율할 수 있었을 텐데,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좀 걱정이 된다. 우리가 이야기 나눠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서로 신뢰와 존경의 관계는 무너지지 않도록 하자'고 적어 보냈다. 안 원장은 담백하고 간결한 사람이다. '동의한다. 어디서 뵐까'라고 답이 왔다. 그래서 장소 정하려고 몇 번 더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게 전부다."

-안 원장 만날 때 어떤 생각으로 나가셨나?

"사실, 안 원장 만날 때 (안 교수가 양보할)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생각했다. 박경철씨가 배석을 했다. 함께 오래 고민한 사람과 나왔길래 개인적으로는 '아, 힘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안 교수가 '정말 결심하셨습니까' 묻길래 내 생각을 쭉 설명드렸다. 그러고 몇 마디 더 오가다가 '제가 물러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끝났다. 정말 깜짝 놀랐다."

-시민운동 하시던 분이 왜 서울시장에 나서게 됐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과 협력관계,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깨졌다. 소통 부재와 독단 때문에 거버넌스의 목소리가 차단되고 굉장히 정치편향적이 됐다.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얼마든지 야당과 시민사회와 논의해가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게 쓸데없이 정치쟁점화되면서 어마어마한 경비가 낭비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의회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직한 자세로 경청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좀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계기는 없었나?

"제가 강연을 많이 하는데, 강연 때마다 사회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왜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천번 받았다. 또 '당신만 편하게 지내고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 왜 몸을 던지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많았다. 이번에 백두대간 종주를 하며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인생의 변화가 불가피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번 선거가 맞물렸다."

-'시장이 되면 이런 일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지?

"공약을 나열하기보다 시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갖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시정에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과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치단체 사이트에 시민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올렸을까'라며 시장이 계속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공무원들도 천편일률적 답변을 안 한다."

-엔지오(NGO) 출신이 시정을 잘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는데?

"엔지오는 늘 이상만 추구한다는 논리를 깨고 싶다. 희망제작소 활동 하면서 현실과 접목하려 노력해왔다. 반대로 행정은 현실적이기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행정도 이상과 꿈을 가져야 한다."

-시민후보를 지향하는가, 범야권 단일후보를 지향하는가?

"될 수만 있다면 범야권 단일후보 위상을 갖는 게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일반 정치인이었던 것도 아니고 정당인도 아니었다. 안 교수와 합의과정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기성 정치적 질서에 대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시민후보로서 그런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민주당 입당 요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민주당이라는 공당의 위치를 존중한다. 서울시정이 원만하려면 어쨌든 시의회의 80%를 차지하는 시의원과 관계를 만들지 않고 어떻게 가능하겠나. 또 제가 혼자 어떻게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조직과 싸우겠는가. 야권 통합 정당이 탄생하면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 설사 그런 정당이 못 만들어져도 저는 늘 차선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

"제가 돈이 없다. 출마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뭔가 돕고 싶다거나, 심지어 너무 좋은 공간의 상당 평수를 사무실로 내놓겠다는 제안도 왔다. 하지만 선거법을 보니 그게 안 되더라. 허용 범위 안에서 모금과 후원회를 할 것이고, 펀드도 모집할 것이다. 개인 한도를 정해서 펀드를 만들어 빌리면 필요한 경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어떻게 보시나?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직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니 검찰의 정치적 편향이 우려된다."

성한용 선임기자,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대선주자들 '안철수 신드롬' 대응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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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지역주의 극복 석패율제 도입하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석패율 제도를 적극 추진할 것"을 여당에 제의했다. 석패율 제도란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 후보 중에서 높은 득표율을 올리고도 떨어진 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구제하는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손 대표는 "중앙선관위에서 제출한 법안도 있고 여야 공히 지역주의 폐해를 염려하는 의원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어 여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이번 국회에서 이 제도를 채택해 다가오는 총선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 쪽 관계자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영남에서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도 손 대표 쪽에 석패율 제도에 대한 의지를 묻는 등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과 자유선진당 등 소수정당은 석패율제가 의석수가 많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만 유리한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호남과 영남만 대상으로 하면 다른 지역과의 차별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 대표는 또 "보편적 복지와 경제정의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며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납품단가 조정신청 등 강력한 징벌조치, 대·중소기업 이익 공동 향유 등을 제시했다.

손 대표가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 된 이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당내 경선 뒤 범야권 후보단일화

범야권 서울시장 통합후보는 각 정당의 당내 경선에서 이긴 후보들이 다음달 3일께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하는 최종 통합경선에서 겨루는 2단계 경선을 거쳐 선출될 전망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를 대표한 '혁신과 통합'은 8일 서울시장 후보등록일(10월6일) 전까지 '단일화 경선'을 통해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오는 25일 당원들만 참여하는 현장투표 결과 50%,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50%를 각각 반영해 서울시장 후보를 뽑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당원 대상 여론조사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14~15일 이틀간 당내 경선 후보등록을 받는다. 5명 이상이 등록할 경우 여론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신계륜 전 의원 등이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출마설이 계속 나왔던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한 전 총리를 돕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날 정세균 최고위원과 김영환·박병석, 원혜영 의원 등 당내 3선 이상 의원 1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명숙 전 총리가 후보로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한 전 총리를 직접 찾아가 이런 뜻을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전총리가 박원순 변호사와 양강 구도를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승부를 보여줄 수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재판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선당후사'의 자세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다음주 중에 서울시당 차원에서 경선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과 이상규 전 서울시장 후보가 후보로 거론된다. 국민참여당도 독자 후보를 내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민주당이 전체 의원들에 편지보낸 까닭은…

지난 6월 추천돼 9일 국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있는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이 막판 호소전에 돌입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헌법재판관의 경우에는 6년 만에 야당이 추천하는 유일한 기회"라며 "(여당 의원들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여야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천안함 관련 질의에 대한 조용환 후보자의 발언은 언론에 의해 잘못 보도됨으로 발생한 오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에 대한 설명으로, 한나라당 쪽이 처리를 미룬 배경이 이 오해 때문이란 인식이다.

속기록을 보면, 청문회장에선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천안함 폭침은 누가 한 겁니까? 본인의 확신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거듭 물었고, 조 후보자는 "정부에서 그렇게(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를 했고, 저도 그럴 거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온다. "두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고…"라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박 의원의 발언 내용이다. 민주당은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발언의 왜곡 재생산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합의에 따라 '권고적 당론'으로 의원들에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원들을 강제할 순 없는데다, 반대 기류도 상당해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외현 성연철 기자 oscar@hani.co.kr

대항마 김황식 차출? 그래도 인지도 나경원? 아니면 ‘제3의 인물’?

쇄신파 등서 '김총리론' 제기
본인은 "적절치 않아" 난색
'정부 심판론' 이어질까 우려

홍준표 대표와 당내 쇄신파, 친박근혜계 일부에서 김황식 총리 차출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전남 장성 출신이어서 서울의 호남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는 안정감, 도덕성, 능력있는 인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에 딱 맞는 인물이 김 총리"라며 "김 총리가 지금은 인지도가 낮지만, 막상 후보가 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선거 구도를 '이명박 정부 심판론'으로 만들어 불리하다는 당내 우려가 있다. 총리 차출에 따른 새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와, 패배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입을 타격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청와대도 부정적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가능성 없는 아이디어"라며 김 총리 차출론을 일축했다. 김 총리 본인도 8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적절치 않다"고 난색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김 총리는 '이명박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며 필승카드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 나의원 지지 높아
조직력·경험 '정면승부' 의견
주민투표때 "성전" 주장 부담

당내에서는 "결국 나경원 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가장 높다는 이유에서다. 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7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게 좋겠느냐'는 물음에 나 최고위원이 30.4%로 1위를 차지했다. 한 차례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두 차례 당 대표 경선 등을 통해 다져놓은 나름의 조직과 경험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한나라당 사람'이라는 정면승부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안에 좋은 분들이 많은데 매번 선거 때마다 당 밖에서 사람을 찾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볼지 염려된다"고 말해, 사실상 나 최고위원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나 최고위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성전"으로 지칭하며 적극 지지했던 점 등이 부담이다. 이 경우 '복지 확대'를 주장하며 주민투표를 비판한 박근혜 전 대표가 총력 지원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의원은 "그래도 돌고 돌아 나경원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본인 뜻과 무관하게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정두언 의원도 거명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 투입론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도 나섰던 김충환 의원은 이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안풍의 위력’

'안철수 돌풍'의 실체가 여론조사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아름다운 양보' 이후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염을 내뿜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7일 서울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41.5%의 지지를 얻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40.7%)와 오차범위 안에서 혼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46.9%) 대 손학규(30.3%)', '박근혜(49.8% ) 대 문재인(32.0%)에 견주면 박 전 대표에 대한 경쟁력이 월등하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6~7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안 원장(36.1%)은 박 전 대표(40.6%)와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였다.

안 원장의 위력은 서울시장 선거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에서도 드러난다. 안 원장이 손을 들어주기 전엔 5% 안팎에 머물던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안풍'을 타고 단숨에 선두에 올라섰다.

박 변호사는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19.8%로, 한명숙 전 총리(13.2%)와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2.6%)을 제쳤다. 나 최고위원과 양자대결에서도 49.9% 대 33.5%로 크게 앞섰다. 한 전 총리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야권 성향표가 박 변호사와 한 전 총리에게 분산되는데도 1위로 나타난 것이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박 변호사(19.2%), 한 전 총리(18.4%), 나 최고위원(18.3%) 순으로 나타났다. 나 최고위원과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절반이 넘는 지지율(51.1%)을 보였다. 김지연 이사는 "안 교수를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69.8%가 박 변호사에게, 18.4%가 나 최고위원에게 옮겨갔다"며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안 원장이 전통적 여야 대결 구도가 아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박 변호사의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지지율 유지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안풍의 위력’

'안철수 돌풍'의 실체가 여론조사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아름다운 양보' 이후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염을 내뿜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7일 서울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41.5%의 지지를 얻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40.7%)와 오차범위 안에서 혼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46.9%) 대 손학규(30.3%)', '박근혜(49.8% ) 대 문재인(32.0%)에 견주면 박 전 대표에 대한 경쟁력이 월등하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6~7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안 원장(36.1%)은 박 전 대표(40.6%)와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였다.

안 원장의 위력은 서울시장 선거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에서도 드러난다. 안 원장이 손을 들어주기 전엔 5% 안팎에 머물던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안풍'을 타고 단숨에 선두에 올라섰다.

박 변호사는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19.8%로, 한명숙 전 총리(13.2%)와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2.6%)을 제쳤다. 나 최고위원과 양자대결에서도 49.9% 대 33.5%로 크게 앞섰다. 한 전 총리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야권 성향표가 박 변호사와 한 전 총리에게 분산되는데도 1위로 나타난 것이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박 변호사(19.2%), 한 전 총리(18.4%), 나 최고위원(18.3%) 순으로 나타났다. 나 최고위원과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절반이 넘는 지지율(51.1%)을 보였다. 김지연 이사는 "안 교수를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69.8%가 박 변호사에게, 18.4%가 나 최고위원에게 옮겨갔다"며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안 원장이 전통적 여야 대결 구도가 아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박 변호사의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지지율 유지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대선주자들 ‘안철수 신드롬’ 대응 제각각

박근혜 속병 "병 발언 부적절…현장 자주 갈것"
정몽준 비판 "정파성 노출…분노정치는 부적절"
손학규 침묵 대선 경쟁자로 보는 언급 안해
문재인 환영 "기분 좋은 현상…힘 합쳤으면"



'안철수 현상'을 바라보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심경이 복잡하다. 단숨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온 그를 두고, "정치권 자성의 계기로 삼자"는 데 공감하면서도 경쟁자 또는 협력자로서 그의 위력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7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맞대결에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 8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지나가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미 민감한 속내를 드러내 버렸다"는 뒷말이 나왔다. 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지금부터는 박 전 대표가 땅에 발을 딛고 정면승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가능한 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 자주 다니려 한다"고 말해, 외부 행보를 늘려갈 것임을 내비쳤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파성이 노출됐다. 새로운 정치는 긍정적인 힘을 갖고 해야지 부정적인 실망과 분노만 갖고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앞으로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안 원장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안 원장에 대해 "한나라당 생각과 아주 일치하는 인물"이라고 말한 적 있다. 김 지사 쪽 관계자는 "김 지사는 공적 기여와 헌신을 많이 했다는 점 등에서 안 원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그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한 적 없다"고 전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철수 현상은 분명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여야 할 것 없이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대선 주자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한 적 없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야권통합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같이 하자"고 적극적인 태도다. 문 이사장은 지난 7일 부산에서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안철수 신드롬은 저로서는 아주 기분이 좋은 현상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며 "내년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안 원장과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원장의 대선 도전과 관련해 "본인이 결단할 문제지만 바람직한 일"이라며 "국민이 많이 좋아하고, 바르게 살아오고, 인격적으로나 능력 면에서 훌륭한 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하신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이지은 기자 jaybee@hani.co.kr

2011-09-08

[아침 햇발] 종북주의·종복주의·사대주의 / 한승동

일본 노다 요시히코 정권이 탈관료주의·정치중시 방략의 하나로 민주당이 없애버렸던 사무차관회의를 부활시켰다. 아울러 탈자민 노선의 상징으로 내걸었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도 사실상 폐기처분했다. 'A급 전범'이 전쟁범죄자가 아니라며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문제될 게 없다고 했고,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난징대학살은 허구라는 노다로선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겠다. 민주당의 퇴화, 자민당화가 완료단계에 들어갔다.

왜 일본 정치는 결국 거기로 되돌아가고 마는가? 화려한 성공 체험과 끈질긴 기억, 말하자면 청산하지 못한 과거 때문이다. 1853년 페리 제독의 '흑선' 출현 이후 일본 지배세력은 근대의 패자들인 영국·미국 등 서방 강자들 편에 붙어 그들의 대행자·공모자로 아시아 침탈에 편승해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삼았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근대 주역들은 초지일관 그 노선으로 매진했고, 나름 엄청나게 성공했다. 그 성공은 이웃 아시아 나라들에는 악몽이었지만, 그들은 패전 뒤에도 다시 미국이라는 최강자에게 붙었고 또 성공했다.

자민당의 몰락은 자민당 보수합동체제를 만든 미국 주도 전후체제 틀 자체가 냉전 붕괴로 흔들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탈서방·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세력이 한때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미국의 몰락은 그들의 예상보다 속도가 느렸고, 경쟁자 중국의 등장은 너무 빨랐다. 거기에다 장기불황과 전망 불투명한 초고령사회, 지진과 원전사고 재난 등이 일본의 친미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을 외치는 우파 주류는 지금 '제3의 개국'을 얘기하며 다시 한번 과거와 같은 성공을 안겨줄 마술램프의 지니를 불러내려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그나마 경제적 성공을 거둔 건 미-일 동맹체제에 포섭된 남쪽 반쪽뿐이다. 그 성공이 지속적인 분단과 소모적인 동족대결의 비극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성공일까?

사실상의 일-미-한 삼각 동맹체제하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한 세기 전부터 지속돼온 일본=성공, 한반도=실패 구도를 고착시킨 서방-일본 대행·공모체제를 21세기에도 지속·강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을, 중국 무서워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사대주의 발상이라 비난하는 세력들이 기세등등하다. 누가 사대주의자들인가? 일본을 최대 수혜자로, 한반도를 그 희생자로 만든 그 구도의 파기를 거부하면서, 그것의 유지·강화를 주도해온 미국에 모든 걸 맡기자는 자들이야말로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에만 집착해 민족 대다수를 불행에 빠뜨리는 사대주의 속물들이 아닌가.

영화 이 그리는 서인 세력의 인조반정과 그 비극적 귀결인 정묘·병자호란의 참화는 맹종적 사대주의가 나라와 백성을 어떻게 결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망해가는 명을 떠받들면서 새로 일어나는 청(후금)을 오랑캐라 멸시한 조선 소중화주의자들의 존명사대·향명배청의 사대주의는 결국 두 번의 전란을 불러 임진왜란으로 기운 조선의 몰락을 재촉했다. 명·청 교체기의 균형외교론자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와 반정 세력의 존명사대주의, 명 멸망 뒤에도 만동묘까지 만들어 명을 떠받든, 당시 급변하던 국제정세에 까막눈이면서 자신들 계급이익 보존에만 충실했던 송시열 등 서인-노론 지배세력의 시대착오적 북벌·사대주의. 영화 주인공 남이의 분노는 청의 야만적 침탈뿐만 아니라, 그 아버지가 아들을 통해 개성의 친구에게 전한 말이 암시하는 반정 세력의 무능과 탐욕과 존명사대주의까지 겨냥한 게 아닐까? 지금도 문제는 미국에 모든 걸 거는 종복적 사대주의 아닌가. 존미사대는 사대가 아닌가? sdhan@hani.co.kr



9월 9일 오늘의 트위트




[특파원 칼럼] 한-미 무상급식 비교 / 권태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학교에서 급식 관련 편지가 왔다. 무상급식을 받을 것인지, 할인급식을 받을 것인지, 제값 다 내고 급식을 받을 것인지 정하라는 것이다. 1~8인 가족 기준별로 무상급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연소득을 안내했다.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4만1348달러(약 4440만원) 미만이면 무상급식을 신청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워싱턴 디시(DC) 바로 옆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가구당 평균 연소득은 10만6785달러로, 미국에서도 소득이 매우 높은 곳이어서 무상급식 신청 학생이 그리 많진 않다.

무상급식을 원하면, 그냥 '무상급식을 원한다'고 체크만 하면 그뿐이다. 소득원 증명 등의 요구는 없다. 미국이 행정에서 어떨 때는 매우 깐깐하게 굴지만, 이럴 때는 또 그냥 믿어준다. 기록은 카운티 교육청 급식 담당국으로 가고, 그곳을 통해 행정이 집행돼 학교에선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잘 모른다. 또 무상급식 여부에 학생들이 별반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무상급식 받는 학생들도 이게 알려질까 가슴 졸이고 스스로 그늘지는 그런 문화는 없다. 학부모 모임에서 한 학부모가 대화 도중 "불경기로 남편 소득이 줄어 무상급식을 신청했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했고, 듣는 학부모들도 '그런가 보다' 하는 식이었다.

한국에서 일이 터질 때마다 미국 예를 찾아 비교해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여건과 생각이 너무 달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낄 때가 많다. 이젠 이슈가 멀리 가버렸지만, 한국에서 무상급식이 온 나라를 둘로 쪼갠 걸 미국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민투표를 한다. 큰 선거에 끼워 넣는다. 대통령, 주지사, 시장, 상·하원 의원, 주 검찰총장 등 기다란 후보 용지 밑에 '마리화나 합법화' 찬반을 묻는 용지가 들어 있는 식이다. 그래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처럼 182억원의 비용이 들진 않는다. 공화당 주장이 이겼다고 민주당 시장이 사퇴하지도, 투표 전에 "대선 출마 않겠다", "내 주장에 안 따르면 사퇴" 식의 생떼를 쓰는 건 미국인들은 더더욱 이해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시급한 사안에 비용을 들여 주민투표를 하기도 한다. 극히 예외적이다. 주민투표 실시 자체가 유권자들이 택한 의회를 통해 행정책임자가 해결하지 못해 "나, 리더십 없소"라고 선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부채 상한 증액 문제로 공화당 반대가 아무리 심해도 "오냐, 의회는 비켜라.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더라도 사전에 여론조사, 공청회 등을 통해 압도적 민의를 확인하기 전엔 하지 않는다. 이미 서울시교육감 선거, 시의회 조례 등을 통해 민의를 확인하고도 이를 거부하고, 33% 정도 투표율을 얻을지 말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요행수에 모험을 거는 것, 역시 미국인들은 도무지 이해 못할 것이다.

주민투표에 내 돈 들여야 한다면 자식 둘 대학 보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는 오세훈 시장은 했을까? 서울시장 보궐선거엔 또 얼마만큼의 시 재정이 더 들까? 무상급식이 크게 잘못된 것이고, 자신이 주장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더라도, 밀어붙이는 게 행정지도자가 할 일일까?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을 따르면 될 터인데, '내 임기 안에' 모든 걸 해치우려는 사람이 자꾸 늘어날까?

큰 상처 입은 사람을, 또 한번 몰아치는 건 잔인하다. 그러나 '제2의 오 시장'은 미국 아닌 한국에서도 더 이상 이해받지 말아야 할 것 같기에 '때린 데 또 때린다.' ho@hani.co.kr

[조한혜정 칼럼] 앞으로 47일, 소통의 축제를 즐기자

이럴 때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냥 역사가 맡긴 임무를 충실히 한 것이었다고 치면 될까? 어쨌든 그가 고맙다. 서울 시민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갑자기 활기찬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건사, 국면사, 그리고 장기 지속적 구조사라는 세 차원의 역동적 움직임이다. 아동 급식 문제로 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된 사건이 '폴트라인'(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이 되어 드디어 대규모 구조 변동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모양이다. '꾼'과 '쇼'만 만발한 정치계에 눈길 가는 것조차 아깝다던 청년들이, 정치를 보려면 텔레비전 역사드라마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던 중년의 시민들이 갑자기 시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치솟던 안철수씨가 가볍게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또 한번 이번 사건이 예사롭지 않은 것임을 확인시킨다.

시민들이 앞으로 47일 동안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소통의 축제라 생각한다. 후보들의 연속 텔레비전 토론회는 어떨까?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시장은 행정의 달인도, 올바른 정책을 강조하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새판을 짜기 시작할 사람을 원할 것이다. 그간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들이 시민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광화문 사거리에 무성한 은행나무가 사라지고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선 돌 화분과 분수와 설치 무대를 보면서 이런 것을 주민투표해야 하는 것 아닌지 되물은 시민이 있었다. 세계 어느 곳보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청년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젊은 문화작업자들이 마구 죽어가는 서울, 불야성처럼 불을 밝힌 에너지 낭비의 천국 서울, 시민이 기대하는 시장은 아마도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이는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가 무엇보다 소통과 네트워킹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보고 싶어할 것이다.

이때 네트워크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의 수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탁월함의 네트워크', 곧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들, 자신이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의 수일 것이다. 이때의 탁월함이란 상식, 자아 통합성, 소박함, 정직함, 차이에 대한 존중과 연대 등의 지향성과 관련되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후보가 얼마나 정치공학이 아닌 지역정치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지, 얼마만큼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울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싶어서 텔레비전 앞에 모여들 것이다. 누군가가 써준 원고를 읽지 않고 자기 생각을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동시에 그가 토론회에 데리고 올 참모가 누군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가 가장 신임하는 참모들을 통해 후보의 안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그가 앞으로 21세기의 공동체적 삶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에너지, 청년실업, 경제 회생, 사회 재생에 대해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언어화하고 있는지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선거에서 누가 되는지에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번 토론을 통해 서울시민들이 더욱 성숙해지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시민이고, 정치 역시 시민들의 몫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시민들은 정치가 '승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을 확인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지방자치, 서울이라는 곳을 하나의 소통공동체로 만들어가고, 냉소적인 시민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정치와 연결시켜내는 장이 열려야 할 때이다. 삶의 이야기가 가능한 시공간을 만들어낼 줄 아는 시장이 들어와 준다면, 서울시는 폴트라인으로 인한 지각변동을 통해 아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이다. 마침 아침에 지인이 박경리 선생님의 묘소 앞 비석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 돌에는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고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생명력 있는 서울, 앞으로 4년, 아니 47일간의 활기 있는 날의 시작을 기대해본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민주당 최고회의 연일 ‘고성’“돌멩이 옆으로 던지나” 천정배·정동영에 눈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다음날인 7일에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서울시장 경선을 둘러싼 고성이 오갔다. 최근 연일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서울시장 출마 뜻을 밝힌 천정배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와 당직자들을 몰아세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정동영 최고위원이 천 최고위원을 거드는 일이 반복된다. 당내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비주류 의원들조차도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천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국민참여경선으로 하겠다는 보고를 어제 봤다"며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경악하고 절망하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천 최고의 항의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휴…' 하는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지난 2일엔 "어제 정장선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당개혁특위 위원장직을 내놓는 게 어떠냐고 했다. 손 대표의 지시 아닌가"라고 대표를 겨냥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5일 회의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박원순 이런 분의 영입에 실패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집권하느냐"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정동영·천정배 두 최고위원은 민주당 안에서 먼저 경선을 해서 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통합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 당직자는 "지역의 당원들은 '어떻게 민주당이 제대로 된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당내 많은 이들이 두 최고위원의 이런 주장 이면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당내 소수파인 두 사람의 무리한 대선행보"라며 "지지율이 미미한 천 최고위원에겐 서울시장 보선이란 돌파구가 절실하고, 최근 현장 행보 속에 진보진영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정 최고위원에겐 진보 색채가 분명한 천 최고위원을 돕는 모양새가 필요해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주류 쪽은 두 최고위원의 행보를 '손학규 흔들기'로 바라본다.

문제제기의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안철수 돌풍'을 통해 기성 정치리더십에 대한 대중적 염증이 확인된 직후에, 국민에겐 계파논리에 함몰된 것으로 비치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그것도 취재진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민한테 보여선 안 될 추태"라며 "지혜를 모으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힘자랑하는 집단분열체제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민주당 울산시당 강연에서 "돌멩이를 앞으로 던져야 하는데 왜 옆으로 던지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박근혜 다시 찾아온 '한가위, 역전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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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51.1%…나경원 32.5%에 크게 앞서

 '적수가 없다.'

 서울시장 후보에 나설 예정인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양자 대결에서 크게 앞설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박 변호사는 나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와의 3자 대결에서도 무난히 승리하는 것으로 나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변호사는 51.1%의 지지를 얻은 반면 나 위원은 32.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 4일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는 나 위원과의 양자대결에서 36.3%의 지지율을 얻었었다. (나 위원은 37.3%)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당시에 비해 1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가 상당수 박 변호사로 옮아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나 위원과 한 전 통리와 3자 대결했을 때도 무난히 승리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가 에 의뢰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변호사는 33.8%, 나 위원은 28.8%, 한 전 총리는 20.3%의 지지율을 얻었다. 나 위원은 박 변호사와 한 전총리로 야권 성향의 표가 분산되더라도 1위를 하지 못하는 결과다.

 박 변호사는 여야 총 1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해 누구와 대결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박 변호사 19.2%, 한 전 총리 18.4%, 나 최고위원 18.3% 등의 결과가 나왔고 다음으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 6.2%,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4.1% 등의 순이었다.(리얼미터)

 한 전 총리의 경쟁력도 나 위원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와 나 위원의 양자 대결을 가상한 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46.5%, 나 최고위원은 40.5%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리얼미터)

 는 7일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RDD(Random Digit Dialing·임의번호 걸기) 방식을 이용해 실시했고 전화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는 6~7일 유효표본 천명을 추출해 전화면접조사방식을 취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디지털뉴스팀


‘안철수 돌풍’ 너머 그가 던진 ‘메시지’를 보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도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눌렀다. 안 원장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별일 아닌듯 말했지만, 8일 언론들은 일제히 "새로운 바람"의 등장을 주목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돌풍"이라고 표현되는 안 원장이 평소 던져온 메시지다. 서울시장 출마 검토 과정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확인된 인기로 기존 정치권은 이제야 비로소 그의 정치적 파괴력을 눈치챘지만, 그 동안 그가 던져온 메시지에 이미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의 기반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가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진행중인 '청춘 콘서트'와 여러 언론 인터뷰 등에서 거듭해 지적하는 것은 "서민, 특히 젊은 세대를 옥죄는 기득권층(대기업)의 횡포"다.

 

삼성 동물원에 갖힌 한국 사회 

 한국의 1등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동시에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위계적, 탈법적 경영의 대명사로도 이야기 되고 있는 삼성. 안 원장의 삼성에 대한 지적과 평가는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그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

 올 3월 와 한 인터뷰(한홍구·서해성의 '직설')에서 그는 "한국 경제가 '삼성 동물원'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이나 에스케이, 엘지는 자기들한테만 납품하도록 조건을 묶어버립니다. 한국 시장이 작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세계에서 십몇 위 되는 시장을 가졌는데, 그중 일부인 삼성동물원에 갇혀 있으니까 너무 작아지는 겁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들로 대변되는 기득권층들이 휘두르는 횡포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인터뷰 당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중소기업 상생과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라며 작심 비판을 해 사회적인 이슈가 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건 과실다툼이지 않습니까? 그 전에 불법부터 정리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요"라고 인터뷰에서 반문했다.

 그는 이와 같은 불공정 행태가 삼성에게도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애니콜 때문에 뒤늦게 들어온 아이폰' 사례와 관련해 "삼성한테 독이 됐죠. 기득권이 과보호되면 기득권에도 치명적인 독"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경남 창원에서 대학생·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열린 '청춘 콘서트'에서도 "(재벌들은) 욕심나면 가지려고 하는 갓난아이 같다"고 대기업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안 원장과 이 회장은 올 7월 한 취업누리집이 뽑은 '같이 일하고 싶은 CEO'를 묻는 설문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한 경영자이기도 하다. 응답 대학생의 41.2%가 안 원장을 꼽았고 이 회장은 16.5%의 응답을 얻었다.

 

말 잔치로 끝난 공정사회 

 재벌들이 시장의 규칙을 교란하고 있다면 이를 나서서 규제해야 하는 것은 마땅히 정부다. 안 원장이 보기에 현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 부분에도 역시 날선 비판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장이 불공정한데 정부가 감시자 역할을 못하고 있다.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뒷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을 화두로 던져온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말에 그치고 있다"는 게 안 원장의 평소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차원에서 칼을 뽑았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 AM아카데미' 강연에서 그는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이 나와서 말하는 거대 담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행법 틀에서 현장에서 불법이 이뤄지는 것만 적발해도 불법 행위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행하는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징벌적 배상제'와 같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안 원장은 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백신', 즉 지금 가장 시급한 처방으로 "정의"를 꼽았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는 평가에 걸맞게 보통 그가 언론 등과 나눈 이야기의 전반부는 정보통신기술(IT)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정"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상대적인 주목도가 적었지만 IT 벤처기업, 중소기업의 이야기로 진전되기 시작하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리고 이를 방조하는 정부 역할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 아이티산업의 문제는 첫째 대기업 위주, 둘째 하드웨어 위주, 셋째 정부든 기업이든 초단기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요.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수출액 비중이 너무 커서 그 회사가 기우뚱하면 한국 경제 자체가 충격파를 크게 받게 돼 있어요. 정부가 방조했죠."

 

청년들의 분노 

 불공정 사회의 피해는 상부에서 하부로 부조리의 '트리클다운 효과'(고소득층의 부를 키우면 혜택이 저소득층까지 흐를 것이라는 경제학 용어)를 가져온다. 안 원장이 주목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분노"다.

 안 원장은 과의 인터뷰에서 "분노한 20·30대가 투표장에 대거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들을 무관심하게 내버려둬서 고통을 당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많이 퍼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제가 접한 것은 전 국민의 조그만 샘플에 지나지 않지만 최소한 제가 접한 사람들은 다 그렇다. 전국 강의를 하면서 들어보면 그전에 별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그는 20~30대가 가장 존경하는 멘토다.

 그는 '불우한 청춘'과 '재벌의 횡포' 사이에 다음과 같이 다리를 놓는다. "대기업·공무원 일자리가 연간 최대 20만개이고 나머진 중소기업이나 창업인데, 대기업이 독점적 권리로 중소기업 이익을 빼앗고 창업의 새싹도 짓밟는 구조다. 결국 (젊은이) 200만명이 10 :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스펙만 쌓는 구조가 됐다." 지난달 12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한 '청춘 콘서트'에서 그가 한 말이다.

 와의 인터뷰에선 "이 정부 초기에 대기업들에 많은 지원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기대했던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의 인터뷰에서도 "대기업 일자리가 지금까지 200만개를 넘은 적이 없다"며 "(부족한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이 해야 되는데, 대기업들이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중소기업이) 이익을 못 내게 하니까 고용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결국 그가 한국 사회에 지금까지 던져온 메시지는 약육강식의 시장 질서를 만들어온 재벌과 대기업들,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염려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그의 발언에는 '규칙 없는 게임'에 대한 분노와 젊은 세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온 젊은이들의 절반은 운다"는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기득권층을 향해 던져왔다.

 그의 말은 또한 말뿐에 그치지 않고 소통이 뒷받침 되어 왔기 때문에 기존 정치인의 말과 다른 힘이 있다. 박경철, 김제동, 김여진씨 등 그가 멘토라고 말하는 그의 지지자들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SNS)로 대중과 수평적 소통을 계속 해온 이들이다.

 특히, '청춘 콘서트'의 지방 강연은 소통의 대표적 사례다. 안철수·박경철의 '지방 기 살리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 콘서트에 대해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의원 원장은 "배려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기성세대 중에 누군가는 당신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이라고 말했다.( 2010.6) 둘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는 계속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왔다. 같은 젊은층 안에서도 '또 다른 하위 계급'인 지방의 학생들은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다. "분과 초 단위로 쪼개 활동"한다는 안 원장과 박 원장은 그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소통으로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 셈이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관점은 지난 6일 박원순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밝힌 기자회견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맺은 말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제가 아닌 사회를 먼저 생각해 살아가는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아울러 경쟁에 시달려 지쳐가는 소중한 우리 미래 세대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겠습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시론] MBC가 사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 / 김형태

법조계 한구석에 이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재판에 이겼는데도 의뢰인인 (MBC)은 그 결과를 싹 무시하고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민형사 1·2·3심을 통해 여러 판사·검사·변호사들이 각자 자신의 논리를 동원해가며 재판에 매달렸는데 이번 사과방송 하나로 모두 의미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대법원 13인 전원합의체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정정·반론을 요구한 '피디수첩'의 7개 보도 중 △소의 특정위험물질이 7가지라는 보도는 분류기준에 따라 2가지일 수도 있으니 농수산식품부에 반론기회를 주어라 △한국인은 유전자 MM형이 94%여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니 정정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형사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문화방송은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 무색하게 이렇게 사과했다.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1.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과 2.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3.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 기획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됩니다. …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언론사의 책무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화방송을 대리해서 소송을 담당해온 변호사 입장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상대방이 할 이야기이지 내 의뢰인인 문화방송이 할 이야기인가.

대법원은 사과문이 주장하듯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관한 보도를 '허위'로 결론 내렸다는 식으로, 직접 판단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형사재판 1심에서는 모두 진실이라 판결했고, 민사재판 2심은 허위이지만 후속보도를 통해 일부 번역 실수 등이나 상황 변화를 정정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 2심은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관련 공무원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문화방송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소한 문화방송으로선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가 없었고 따라서 2심의 허위 여부 판단에 대해 다툴 방법이 없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한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우너 소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고 이런 이유로 미국도 최근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했다. 아레사 빈슨 역시 방송 시점에서는 미국에서도 인간광우병 의심 보도를 했다. 피디수첩 보도는 형사재판 1심이 판결하였듯이 전혀 허위가 아니다.

백보를 양보해 법으론 이겼어도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기능과 관련해선, 악의적이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흠결을 따지지 말라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알아야만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대해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거다. 대법원은 다른 사안에서는 또 이렇게 역설한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이나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무릇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의 생존에 필요한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대법원은 이번 사과방송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나에게 사건을 맡긴 문화방송과 이번 사과로 대법원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 문화방송은 서로 다른 존재인가.

박근혜, 기자에 “병 걸리셨어요?” 받아친 이유는?

8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날 "병 걸리셨어요?" 발언 파문과 관련해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기자들과 만나 "(전날) 제가 입장을 밝혔는데 (안철수 돌풍에 대한) 같은 질문을 또 하시더라. 그래서 농담으로 했는데 표현이 적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 따르면, 앞서 7일 오후 인천 남동구 고용센터를 방문한 박 전 대표는 '안철수 돌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여기까지 쫓아와서 그런 질문은…"이라며 말을 아끼고 센터장과 면담을 위해 센터 5층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센터장과의 면담 뒤에 주차장으로 내려왔는데 앞서 있었던 질문에 대해 모르는 한 지방지 기자가 비슷한 질문을 하자 "병 걸리셨어요? 정치 얘기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 복지 얘기 좀 하죠"라고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어제처럼 현장에 가서 이야기 나누고 현장 목소리 듣겠다"며 '현장 정치'의 폭을 늘릴 것을 예고했다. 또 전날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정치에 대해 국민이 바라는 바는 뻔하지 않는가. 실천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제 나름대로는 정치 신념을 가지고 쭉 해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장에 어떤 인물이 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서울시민이 바라는 후보가 제일 중요하다. 당이 심사숙고해야 할테고…"라고 말을 아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원희룡 “곳곳에 병 걸린 사람 많아서…”

'안철수 돌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열린 8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자중지란'의 형국이었다.

돌풍에 몸을 실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최고위원까지 제치고 있다는 이날 소식에도 불구하고 회의 초반 의원들은 "안철수"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먼저 입을 연 정몽준 전 대표는 "안철수 신드롬은 갑자기 나타났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국민들의 실망과 불만이 폭발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에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계파를 위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후 홍준표 대표 등이 다른 문제로 말을 돌렸으나 유승민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안철수' 논쟁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 최고위원은 "그간 우리 당이 노선을 갖고 혼란을 빚고있는 사이 안철수 교수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체험하고 있다"며 "최근 당 논평이 나오는 것을 봐도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신중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좌파 단일화 정치쇼"라고 논평한 김기현 대변인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본격적인 격론의 불을 지핀 것은 원희룡 최고위원이었다. 원 최고위원은 "2000년 이후에 대한민국 정치에는 몇 가지 법칙이 생겼다. 첫째, 낡은 것으로 규정된 세력은 결코 새로운 세력을 이길 수 없다. 둘째, 소인배정치는 결코 대인배의 감동정치를 이길 수 없다"라며 '안풍' 이후 한나라당의 행태와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 정치로 가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한 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참회록을 내놓아도 시원찮은데 해묵은 이념 타령을 갖고 신경질 부리는 모습에서 더 큰 위기를 본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에이급 태풍경보가 터졌을 때 방향을 어떻게 잡는지 구체적 과정과 형태는 모르겠지만 역사 화살표는 이미 국민들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중진인 김영선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지키고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모독적인 발언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안철수씨가 새 영역과 새 지도자상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서울시장 출마하면서 한나라당은 모두 나쁘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구태의연한 정치"라고 공격했다. 둘 사이에서 홍 대표가 "자기혁신은 중요하지만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별로 옳지 않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경필 최고위원이 "안철수 신드롬은 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치권이 만든 것"이라며 다시금 각성을 촉구하자, 홍 대표는 보통 이어지는 비공개회의를 미루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회의가 끝난 뒤 원 최고위원은 "곳곳에 병 걸린 사람이 많아서…"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이어지는 안 원장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물은 것을 빗댄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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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아무것도 안챙겨…평생 갈 신뢰”

"어제 참여연대 후원의 밤 행사에서 시민사회의 반가운 분들을 만났는데, 마치 저는 유리벽 너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적응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8일 만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정치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 자신의 모습이 여전히 어색하다고 표현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변화가 예상보다 크다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게 됐는지, 서울시장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는 거침이 없었다. 희망제작소를 통해 오랜 시간 지방자치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해왔다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출마선언 안팎 "수염은 정말 시간이 없어 못깎았다"

 

-7일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할 때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얼굴이어서 깜짝 놀랐다. 왜 면도를 안하셨나?

"당일 새벽에 서울 온 뒤 집에를 못들어갔다. 나도 깎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오자마자 사람들을 계속 만나느라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당시엔 보통 선거에 나서는 사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그런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고 등장했더니, 그야말로 전국에서 제발 '수염 깎으라'고 어마어마하게 요청이 왔다.(웃음) 물론 트위터 등에서는 '동네 치킨집 아저씨 같다'고 좋다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여러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3자 대결, 양자 대결 모두 압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가?

"산에서 내려온 지 며칠 안돼 이런 극적인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안철수 교수의 결정이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서로 출마 고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터졌고, 평소 서로 신뢰했던 사람들끼리 구태여 같이 나가서 경쟁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고 결정한 걸 높이 평가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선거 시작도 안됐는데 그 사이 얼마든지 큰 변화 있을 수 있어 방심하거나 자만하진 않는다. 한나라당 같은 거대 정당에서 이런 상황 묵과할리 없고 저쪽도 전략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어떤 정당인도 아닌 안 교수와 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것을 보면 결국 우리 국민과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나" 의견 많이 들어

-그동안 시민운동 하시던 분이 왜 서울시장을 하려고 마음을 굳혔나?

"사실은 제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게 참 꿈같기도 하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출마에 대한 많은 요구와 압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공직선거에 나서라는 요구였다. 그동안 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시민사회를 지키고 발전시켜 정부와 시민사회간에 균형된 협력관계, 또는 감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그런 균형이나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깨졌다. 정치가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거버넌스 시스템이 깨져버린 것이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희망제작소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역 활성화와 주민자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닥부터 바꿔볼까 고민했는데 현 정부 아래에서 그런 활동이 잘 안됐고, 방해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통부재와 독단 때문에 거버넌스의 목소리가 차단되고 굉장히 정치편향적이 됐다. 무상급식 문제만해도 얼마든지 야당과 시민사회와 논의해가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게 쓸데 없이 정치쟁점화 되면서 어마어마한 경비가 낭비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리더십이 아니라, 의회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직한 자세로 경청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큰 틀의 구상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계기는 없었나?

=제가 강연을 많이 하는데, 강연에서 사회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를 하면 '왜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천번도 더 받았다. 또 '당신만 편하게 지내고 정치 파탄과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 왜 몸을 던지지 않냐'는 문제제기도 많았다. 당장은 그런 질문을 외면했지만, 이번에 백두대간 종주를 하며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인생의 변화가 불가피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여러 사람들이 산으로 찾아와 이야기 했고, 마침 제 심경의 변화도 있던 시기와 겹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삶속 아이디어들이 시정에 전달되는 채널 구축할 것"

-산 중간중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직업을 바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제가 그동안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 직업을 많이 바꿨다. 지금 일하는 희망제작소는 5년이 됐는데, 이 정부에서 힘들었지만 거의 재정적으로 자립됐고, 지차체와 협력관계도 상당히 구축됐다. 저는 몇 년만에 한 번씩 외국에 가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제가 관여했던 조직이 저 없이도 돌아가는가에 대한 테스트의 성격도 있다. 최근 희망제작소 떠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주변에도 이야기했다. 그 다음엔 뭘할까 고민했는데, 저는 시민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경제라는 게 반드시 대기업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나 소기업 등 활성화하는 시민경제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블로그에 정치를 해볼까 하는 이야기는 쓸 수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서울시장 출마 제의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나갔으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훨씬 쉽게 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도 압력이 굉장했다. 휴가지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땐 결심을 못했다."

-서울시민들한테, '시장이 되면 이런 일을 하겠다'는 큰 틀의 윤곽이 잡혀있는가?

"구체적 공약이나 시정 개혁 방향 등은 이미 희망제작소를 통해 해왔던 일들이 있다. 시장학교와 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목민관 클럽을 꾸려 학습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저는 공약이나 구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약은 구호에 그친 적이 많았다. 공약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시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갖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이런 생각들이 시정에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과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야권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를 평가한다면?

"우리 사회가 20세기 시스템에서 21세기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두 분은 토건경제와 하드웨어 중심의 20세기에 머물렀다. 토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외형적이고 전시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부채문제가 심각해졌다. 고건 시장 때 8조원이던 부채가 이명박 시장 때 13조원, 오세훈 시장 때 25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시 재정 구체적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재정 건정성이 깨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이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수도이자 작은 공화국인데, 서울시를 개혁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면 다른 지역에 파급효과가 크다. 서울시의 여러 공기업과 시설공단의 방만함에 대해서도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패러다임의 변화다.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워와 사람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청계천이나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보여주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민후보를 지향하는가 범야권 단일후보를 지향하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상의할 것이고, 또 우리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저는 기본적으로 야권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될 수만 있다면 범야권 단일후보 위상을 갖는 게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일반 정치인이었던 것도 아니고 정당인도 아니었다. 안 교수와 합의과정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기성 정치적 질서에 대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시민후보로서 그런 것들도 반영할 수 있는 염원을 담아내는 것도 놓치기 어렵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성 정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 정당체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헌법적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 등을 통해 확인된 변화 욕구를 보면, 그런 정당질서에 위기가 왔음을 알 수 있다. 기존 여의도 정치의 식상함과 너무나 정쟁적인 모습과, 갈등 해소의 해소가 아니라 진원지인 것에 대한 절망이다. 저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야권 통합정당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기대를 반영한 정당이 탄생하면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

설사 그런 정당이 못 만들어져도 저는 늘 차선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야권의 맏형격인 민주당이라든지, 또는 당세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중요성 갖고 있는 다른 야권정당이라도 얼마든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정당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아들딸 자원봉사요원으로 보내주신다는 분들도…선거법에 걸려"

-선거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연구하고 있다. 제가 돈이 없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선거비용은 가능한 줄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출마 소식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뭔가 돕고 싶다거나, 심지어 너무 좋은 공간의 상당 평수를 사무실로 내놓겠다거나 자기 아들딸을 자원봉사요원으로 보내주시겠다고 한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선거법을 보니 그게 안되더라. 이런 선거법은 참 문제라고 본다. 선거가 자발적 참여와 축제 분위기로 돼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인데, 허용 범위 안에서 모금과 후원회를 할 것이고, 또 하나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만든 펀드가 있는데, 이는 차원이 다른 것이더라. 나중에 갚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 한도를 정해서 펀드를 만들어 빌리면 제가 필요한 정도의 경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거 과정 자체도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경로로,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고민 중이다."

-다른 진보정당과 접촉이나 앞으로 만날 일정이 있나?

"평소 아는 분들이기도 하고, 이런 상황을 상의도 드릴 겸 어제 고 이소선 여사 노제 때 심상정, 노회찬 두 분은 만났다. 다른 분들도 연락이 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내 사정도 있고 그 분들에게 누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런 것들 때문에 그분들도 일부러 안만나시기는 것 같다."

-선거가 시작되면 철저한 검증이 시작될 텐데 자신이 있나?

"자신있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라면 당연히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각오하고 있다. 다만 왜곡이라든지, 벌써 트위터 등엔 '안철수 효과'를 깎아내리려는 말들이 돌기도 하더라. 언론의 공정한 검증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철수 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은…"

-산에서 안철수 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은 어떤 내용이었나. 양보하라는 내용이라는 말도 떠돈다.

"사실 저도 어려운 결심을 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안 교수 출마 검토 소식이 들리더라. 안 교수가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 적어도 상의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교수와는 이메일을 오랫동안 주고받은 사이였고, 내가 주로 부탁하는 입장이었다.(웃음) 산을 타다가 며칠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와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썼는데, 메일은 '난 정말 몰랐다. 그런 생각이 있으면 사전에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의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좀 걱정이 되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 나눠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서로 신뢰와 존경의 관계는 무너지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안 교수는 담백하고 간결한 사람인데, 제가 너댓줄을 (이메일로) 보냈더니 '동의한다. 어디서 뵐까'라고 답이 왔다. 그래서 장소 정하려고 몇 번 더 주고받고 했다. 그게 전부다."

-안 교수 만날 때 어떤 생각으로 나가셨나?

"사실, 안교수 만날 때 (안 교수가 양보할)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자리에 나갔더니 박경철 원장이 배석을 했다. 그 분들 함께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니 개인적으로는 '아, 힘들 수도 있겠구나. 두 사람만의 진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안 교수가 '정말 결심하셨습니까' 묻길래 내 생각을 쭉 설명드렸다. 그러고 몇 마디 더 오가다가 그냥 '제가 물러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가 끝났다. 정말 깜짝 놀랐다. 안 교수가 양보를 통해 뭘 가져가려고 했으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을 텐데, 뭘 가져가려고 양보한 게 아니니 상당히 많은 것을 얻으신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 교수에게 부채감이 생기기도 하고 평생 갈 신뢰가 생기기도 했다."

-곽노현 교육감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

"사건 내용은 잘 모르겠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직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니 검찰의 오버라고 생각된다."

석진환 기자 soufl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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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사돌려보기][성한용 칼럼] 한나라당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성한용 칼럼] 한나라당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한겨레 성한용 기자기자블로그
»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건을 터뜨린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판을 크게 키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스타일을 구긴 사람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다. 외골수 정치인 셋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을 벼랑 아래로 힘차게 밀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에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세 사람의 인기 때문일까?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안에는 이명박, 오세훈, 홍준표만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있다.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이 있고, 정두언·정태근 의원도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종종 다른 목소리를 낸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오세훈 전 시장,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웠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쳤지만 한나라당의 패배로 해석되지 않는 것은 이들 비주류의 존재 때문이다.

지난 3~4년 동안 언론은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늘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 된다.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자체 치유 능력을 갖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선거는 주로 한나라당과 야당이 치렀지만, 정치 현안이나 정책 현안을 둘러싼 대치 전선은 '이명박 대 박근혜' 또는 '이명박 대 소장파'로 갈렸다. 한나라당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으니, 진짜 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존재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혼합해야 합니다. 주택·의료와 같이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는 선택적 복지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해당하는 보육·교육·노인 대책은 보편적 복지로 하되, 소득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세개혁과 불요불급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리는 예산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논리가 차분하다.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설이나 추석 때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장귀연의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 정원오의 <복지국가>, 이런 책들이다. 가끔 그의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다.

"복지와 관련된 철학과 노선을 정립하는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관련된 우리 당의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에게 끌려다니는 우를 범했다. 경기도가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남경필 최고위원의 29일 발언이다.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서울시가 경기도처럼 시·도의회와 타협해 무상급식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고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다.

<손자병법>에 '상산의 뱀'이 나온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공격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공격한다.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공격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상산의 뱀'을 닮았다. 1970~80년대 일본 바둑계를 휘어잡은 중국계 린하이펑의 별명은 '이중허리'였다. 형세가 기울어 패색이 짙은 판을 뒤집는 데 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중허리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1990년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해서 탄생한 민자당의 후신이다. 영남 패권주의와 보수주의가 일체화된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수호신'이다. 10년의 공백을 훌쩍 건너뛰고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거의 다시 장악했다. 그런 정당 안에 '비주류'나 '소장파'라는 이름으로 합리성과 유연성을 갖춘 세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분간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은 뭘 하고 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서울시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질서 질서'를 외치며 만류하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의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때마침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도 터졌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기사등록 : 2011-08-29 오후 0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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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사돌려보기]“한국정치 혁신…반미 발언 반복…그래도 FTA 체결”
미국, 노무현 향한 ‘애증’

"한국정치 혁신…반미 발언 반복…그래도 FTA 체결"
미국, 노무현 향한 '애증'
위키리크스 미 대사관발 전문
한겨레 이용인 기자기자블로그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 등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을 빚었던 참여정부에 대한 당시 미국 쪽의 평가는 어떨까?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문들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및 참여정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애증'이 뒤섞여 있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혹평 일변도는 아니었다.

우선, 노 대통령의 국내 업적에 대한 평가는 대북정책이나 한-미 관계보다는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었다. 노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25일치 주한 미 대사관의 전문을 보면, "노 대통령을 폄하했던 사람들조차도 인정하듯이 그의 집권기간 동안 중요한 성과가 있었다"며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3개 기관의 권력남용 관행이 "노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극적으로 쇠퇴했다는 점은 일치된 견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역주의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영향력이 훨씬 줄었다고 지적했다.

전문은 노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를 혁신하고 사심없이 정치개혁을 추진했다며, "이는 숭고하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였다"고 평가했다. 전문은 "특히 많은 한국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그의 개인적 스타일로 (목표 달성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한 듯, 전문은 요약본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을 과거의 인물들, 특히 동시대인보다는 역사가들이 더 후한 평가를 내렸던 트루먼 대통령과 비교하며 위안을 삼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선 좀더 냉소적이다. 미 대사관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의 방미를 앞두고 2007년 11월30일 "백 실장이 한-미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 백 실장 등이 각별한 노력을 한 것에 대해 미국 쪽에 감사의 뜻을 밝혀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지난 4~5년 동안 (한국 정부와의) 대화 과정과 노 대통령의 반복되는 반미적 발언으로 인한 상처에 비춰보면 (요청이) 무리해 보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사관 쪽은 "(노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전시작전권 이양을 포함해 방위동맹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며 그러한 노력에 감사를 표시할 만하다고 본국에 건의했다.

또 전작권 이양과 관련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2007년 12월24일 유종하 전 외무장관(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팀과 만난 자리에서 2012년 전작권 이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전작권 이양을 "주권 회복"이라고 특징지은 점을 싫어했다고 밝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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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1-09-07 오후 08:29:34 기사수정 : 2011-09-07 오후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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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안철수 vs 박원순, 주간경향, 2011-09-06, 12:26


 안철수와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태풍의 눈입니다.
 주간경향 지난 호를 통해 두 사람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2008년 주간경향이 선정한 '21세기 상징 인물'에 포함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진 / 김석구 기자


안철수 교수는 지난 8월 첫째주에 발간된 주간경향 937호의 표지인물이었습니다. 한 독자는 "
우리 시대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 그가 있어 내일이 기대된다."는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기득권층,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공멸” (937호)

사진 / 연합뉴스


 “역사적으로 봐도 기득권이 과보호되고 권력층이 부패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층 간의 이동이 단절됐을 때 거의 예외 없이 나라가 망하더라고요. 그런데 기득권은 그걸 깨닫지를 못하죠.  
이대로 놔두면 거의 공멸하는 길밖에 없으니까 앞으로 우리 전체를 위해서는 기득권도 제발 정신 차리고 시민이나 중소기업도 다 같이 문제인식을 하고 공감을 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건의해서 바꾸어 나가는 주체가 돼야 될 것 같습니다.”
“대기업에 대해서 잘못된 점을 비판하면 색깔논쟁으로 몰고 가는, 그런 굉장히 비열한 프레임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고 너무 어처구니없어 반박의 가치조차 없는 논리더라고요.” 

"나는 욕망에 충실할 뿐이다" (937호)
"나는 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23년 동안 한국 언론에 나의 행적이 전부 나와 있다. 발언도 많다. 한 번도 말을 뒤집거나 하지 않았다. 참고 살거나 주위 시선을 의식하거나 꾸미면서 무슨 일을 했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못 버텼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 자문위원 하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한다. 자리 욕심만 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세상 사는 게 너무 편하다.” 


안 교수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은 안 교수를 "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정의, 공정, 사회적 기여라는 기업관"을 가진 기업가로 평가합니다.

[박경철의 눈] 안철수가 존경받는 이유 (941호)

"안철수 연구소의 현금 동원력으로 충분히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안연구소는 소프트웨어사업이라는 외길을 갔다. 문어발 확장과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어지간하면 회장 명함을 달곤 하는 일반 기업가의 길과 달랐던 것이다."

2009년 주간경향 845호를 보겠습니다. 당시 안 교수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 겸손함과 진정성으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받고 있었습니다.

2009년의 안철수 교수 / 김석구 기자

[이종탁이 만난 사람] "토목공사보다 SW산업, 강조해도 소용없네요" (845호)

“정부는 IT산업을 IT 자체로 보지 않고 다른 산업을 받쳐주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삼성 같은 대기업이 잘 굴러가면 그 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IT 업체들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거죠. 하지만 저는 IT가 아직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확장해 나갈 부문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좀 아쉽습니다.”

 "영재에 대한 시각은 부모와 학교, 정부가 서로 달라야 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제 자식이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 혼자 잘먹고 잘살게 하는 게 목표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학교와 정부는 그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영재교육은 정의도 없고 목표도 없습니다. 정부가 영재학생 혼자 잘살게 하는 교육에 국민세금을 쏟아 붓는다면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죠.”





2001년 안철수연구소에서 / 박민규 기자
3년 전 주간경향은 안철수 교수를 가수 서태지와 더불어 '20세기 말 나타난 21세기의 상징'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20세기 말 나타난 21세기 상징 서태지와 안철수 (792호)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수 서태지와 안철수 의장은 이미 1990년대에 21세기적인 상징이 무엇인지 보여준 인물”(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 교수)
“안 의장은 한 가지 전문성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것을 시도했다. 이런 것이 21세기적 인물이 추구하는 성공적인 삶의 조건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는 평소 웹2.0이 정보의 생산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탈권위를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의장은 이처럼 세상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가 오기 전에 앞서 나가고자 노력했다”






 박원순 변호사. 주간경향이 '위클리 경향'이던 시절인 2009년 6월 단독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사찰 사실을 폭로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박 변호사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직접 시장실을 찾아가 시장 급여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도록 설득한 사람이 바로 박 변호사입니다. 이후에도 서울시장 시절 이 대통령을 꾸준히 만나 서울숲 등 생태 문제에 대해 자문을 해줬다고 합니다.

사진 / 김석구 기자

 

"희망제작소 사업, 국정원 개입으로 무산"  (830호)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면서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10~20년간 쌓아온 민주적 가치를 일거에 허물어뜨리는 거예요.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결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 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권위적이며 편향적이며 갈등 유발적인 정권의 행태 때문이지요. 따라서 매듭지은 자가 푸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 크게 결단하고 폭넓게 수용해야 합니다.”

"
지금 시민단체는 단체와 관계맺는 기업의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입나다.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곳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명백한 민간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에요."

(이후 사건의 진행상황은 미운 시민단체 떡 하나 덜 준다 (832호)와 박원순 변호사 손배소 사건의 전말(844호)를 참조하세요)


주간경향 기사가 나간 이후 정부는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명의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향신문과 '이상돈-김호기의 대화'를 진행한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
특정한 공직자도 아니고 정부가 자연인으로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명예훼손 소송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 고 말했습니다.

이상돈 "박원순 손배소, 표현의 자유 제약" (845호)

한편, 3년 전 주간경향은 박원순 변호사를 사회분야에서 21세기를 상징한 인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김대진 기자


"박원순의 명함에는 직함이 없다. 단지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사회변혁가)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리는, 변혁하려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박 상임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NGO와 정부, 기업의 경계가 없는 세상”이라면서 “그런 세상은 사회적 대안이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인 2006년, 당시에도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 출신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유인경 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변호사는 정치 입문에 관한 입장과 '소셜 디자이너'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희망은 희망을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여요" (699호) 

 
2006년 희망제작소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유인경 선임기자 / 김세구 기자

“저는 정치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정치적 언동을 하지도 않는데 언론에서 그렇게 몰아가는 것 같아요. 지난 (2004년) 총선 때는 제가 정치자금을 모은다는 소문도 났더군요. 또 언젠가 술자리에서 황석영 선생이 취중에 저보고 ‘홍길동이 간 율도국의 대통령’이란 말씀도 하시더군요. (중략) 저는 현재 실무자로 신나게 일하는 것이 제 자리라고 생각해요.”
“정치를 하면 잘할 자신이 있어요. 지금 제가 하는 일들도 정치죠. 국민의 지지와 신뢰 속에서 세상을 더 좋게 바꿔 가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는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너무 많으니 그들 세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제가 변호사 시절엔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운동을 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고, 참여연대 시절엔 ‘아름다운 재단’은 계획도 없었어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 또 희망은 희망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보인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