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7

[아침 햇발] 일본을 지키는 제주 해군기지? / 한승동

"가난뱅이는 계속 가난뱅이로 남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거야.

세상사 다 그런 거지. 누구나 알고 있어."

지난 13일 에 칼럼 '분노의 시대'를 쓴 로저 코언은 레너드 코언이 부른 의 일절을 인용하며 말했다. 영국 및 유럽 시위사태 배경엔 서방 젊은이 다섯 중 하나가 일자리도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헤매는 암담한 현실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정작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돈놀음을 설계하고 조종해온 금융업자들은 멀쩡하다.

하지만 미국의 유사 패권체제, 아니 서방 패권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전 제국들처럼 폭력적 종말은 아니지만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다. 성장과 일자리와 흥분과 가능성의 세계는 비서방으로 옮겨 갔다. 그럼에도 서방이나 비서방이나 각기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는 매한가지다.

그 전날 은 대국들 패권경쟁으로 제주도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는 얘기를 크게 실었다. 지난 3월, 엘런 타우셔 미국 국무부 차관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미국 동아시아 지역 미사일방어(MD) 체제와의 통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저고도 미사일방어 체제를 확대하도록 한국에 요구했다. 매사추세츠공대 미사일방어 전문가 시어도어 포스털은 "제주도는 일본 방어에 이상적인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제주 기지 배치 이지스함들이 한국·일본으로 가는 중국의 탄도탄미사일들을 막아주며, 특히 일본을 중국·북한 미사일로부터 지켜줄 거라고 한 사람은 몬터레이 국제문제연구소 군축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다. 이들은 그러나 한국은 별로 그 덕을 못 볼 거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들은 진행 고도가 낮아 남쪽 요격체제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9년 미 국방부 보고서도 같은 얘길 했다. 그러니까 전문가들 얘기가 옳다면, 제주기지 건설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일본 지키기다. 적어도 미국인들이 제주 기지를 얘기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게 일본 방어라는 건 분명하다. 우리 당국이야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겠지만,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설계의 이지스체제와 무기들을 장착한 세종대왕함은 미-일 동맹군과의 합동군사작전에 그대로 투입될 수 있다. 타우셔 차관 얘기도 한·일 함정의 미사일 요격 성능을 더 향상시키라는 거였다.

율곡함과 서애 유성룡함도 같은 KDX-3(KD-3)급 이지스함들이다. 대당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지스함들은 미사일방어 체제의 핵심 요소다. 당국은 제주 기지 건설은 미국과 무관하며 세종대왕함에 탑재하는 건 미사일방어용 SM-3 미사일 체제가 아닌 SM-2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 해군이 도입한다는 SM-6 장사정 미사일은 미사일방어용으로도 쓸 수 있다. SM-6은 북의 대류권 통과 저고도 미사일들에 대해서는 성층권 통과 탄도탄미사일 요격용으로 특화된 SM-3보다 오히려 더 유리하단다.

독도가 리앙쿠르암이 되고 다케시마가 된 건 일본과 결탁한 미국 덕이 컸다. 동해, 한국해가 일본해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지배를 위해 일본의 조선 병탄을 보장해줬던 미국은 일제 패전 뒤에도 전범국 일본을 살리고 한반도를 분단했다. 한국은 그들의 동아시아 핵심 파트너 일본 방어를 위한 기지였을 뿐이다. 그 덕에 일본은 아직도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었고, 독도는 일본 땅이며, A급 전범도 잘못한 것 없다는 파렴치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미-일 유착은 레너드 코언의 야유처럼, 부자들이 계속 부자로 남기 위한 전략이다. 그들이 설계한 세계가 지금 무너져내리고 있지만 그들은 금융업자들처럼 아직 멀쩡하고, 분단 반쪽인 우리는 어리석게도 여전히 그들에게 모든 걸 기대고 있다.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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