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조남호 저격수로 '빛난' 정동영의 눈물- 정웅재// 민중의 소리, 2011-08-19, 14:04:46



조남호 저격수로 '빛난' 정동영의 눈물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ㅣ 입력 2011-08-19 12:46:32 / 수정 2011-08-19 14:04:46

눈물 흘리는 정동영 최고위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청문회가 열린 1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눈물 흘리며 있다. ⓒ김철수 기자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오전 질의에서 정동영 의원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김주익 지회장, 곽재규 조합원, 박창수 위원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아냐"고 물었다. 모두 한진중공업 조합원으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고공농성 등을 하다 숨지거나 의문사를 당한 한진의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조남호 회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청문회장에서 2003년 김주익 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의 장례식 영상을 보여준 후, 정동영 의원은 "이 분들은 증인이 죽인 사람이다. 이 사람들이 원래 죽을 운명이었냐. 증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아이들의 아빠로 살아있을 사람이다. 유족에게 한 번이라도 사과했냐"라며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한 말씀해보라"고 말했다. 

조남호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동영 의원은 "증인,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기업을 왜 합니까? 사람 죽이지 말라고요. 해고는 살인입니다. 증인은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서 해고가 무엇인지 몰라도 해고는 살인입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익을, 곽재규를, 박창수를 아는 이들 가슴 먹먹하게 한 질의

가슴속에 맺힌 것을 뱉어내는 듯 했다. 눈에는 눈물도 고였다. 정 의원의 질의는 김주익을, 곽재규를, 박창수를 아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9일로 226일째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조남호 회장이 이들을 모른다고 했을 때 크게 절망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기자도 정동영 의원의 질의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2003년 초짜 기자 시절, 그해는 유독 분신하고, 죽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곽재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세원테크 이해남 등. 당시 사회부에 있으면서 창원으로, 부산으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취재하고 다녔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는 며칠을 노동자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이 준비한 동영상을 보면서, 질의를 들으며, 당시 만났던 노동자들의 깊은 주름이, 굳은살 박힌 거친 손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정동영 의원의 질의가 전파를 탄 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십건의 댓글이 달렸다. 정동영 의원이 처음 노동쪽 이슈에 천착할 때 "쇼 아니냐", "얼마나 가겠냐"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를 지켜 본 한 네티즌은 "처음엔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쇼라고 했을지라도 그 쇼가 계속 이어져 오늘 같은 청문회까지 이끌어낸다면 더 이상 쇼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정 의원의 오랜 고생이 진심에 기초한 행동이었음을 믿는다. 사람이 쇼로 일년이고 이년이고 계속하긴 웬만한 결심이 없으면 어렵다. 그는 확실히 민중의 편, 진보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좌초하지 말고 그 결심 계속 간다면 더 큰 신뢰를 얻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청문회가 열린 1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곽재규 열사 사진을 보여주면 질의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알리지 않고 신경 쓰는 노동현안도 많아"

정동영 의원의 이날 청문회 질의는 그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소통하고 호흡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평가다. 정 의원은 한진에 집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지 않고 다니는 노동 일정도 많다"고 한다. 

올 봄 부당하게 해고당한 고신대 청소용역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구속돼 있는 한상균 지부장의 가족 면회를 주선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한나라당 환노위원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청문회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한진중공업 가족들을 만나면서 "여러분들을 위한 퀵서비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거였다. 그는 "힘 닿는데까지 청문회 성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18일 청문회에서 핵심 쟁점인 정리해고 문제에 있어서 조남호 회장은 "무급휴직 수용 불가", "정리해고 철회도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었다. 

정동영 의원은 1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나쁜투표거부 서울시당 대책위 연석회의에서 "어제 조남호 회장의 정리해고 부당성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할 것 없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부당하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재벌 총수의 독단적 황제경영의 행태 속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끝까지 거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면서 "어제 청문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 버렸다. 민주당이 주축이 되고 야5당이 결합해 2차 청문회, 그리고 정기국회의 국정조사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 30면 | 입력시간: 2011-08-19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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