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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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리해고 부당성 확인한 한진중공업 청문회
한겨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타당성을 따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어제 열렸다. 의원들은 그를 상대로 노동자 172명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는지, 해고 과정에서 회피 노력은 충분했는지, 정리해고를 철회할 생각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조 회장은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수그렸지만, "정리해고는 불가피했고 철회하기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진중공업의 주식배당이나 임원 임금 인상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라며 이재용 한진중 사장에게 답변을 돌렸다. 심지어는 자신이 한진중공업 지배주주가 아니며, 한진홀딩스를 통해 한진중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책임회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통해 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없었으며, 회사 쪽이 주장한 어려움은 경영진 탓이 큰데도 정리해고를 통해 그 책임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2007~2009년 3년 동안 14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0년 51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회사 내 조선·플랜트 부문 영업이익률은 13.7%(1497억원)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난 것은 별내에너지 인수와 서울 베르시움 오피스텔 사건의 패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막대한 영업외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또 필리핀 수비크조선소가 31척의 배를 수주하는 동안 영도조선소는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고 호소하지만, 한 영업팀이 양쪽 조선소 수주를 담당하고 있어 의도적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짙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삼성·현대 등이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한진중공업은 무리한 해외투자 등으로 실업자를 양산했으니 실패한 경영자 아니냐'고 묻자 조 회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처럼 경영진 책임이 큰 상황에서도 지난해 한진중 임원 급여는 37%나 증가한 반면, 노동자 임금은 6.5% 줄었다. 노동자가 희생을 감수하는 동안 조 회장 등은 배를 불린 셈이다. 그리고 결국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번 청문회는 조 회장의 해명을 듣고 면죄부를 주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확인시키는 여러 사실이 드러난 만큼, 한나라당과 정부는 정리해고 철회를 전제로 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조 회장에게 압박해야 한다. 그것만이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와 공생발전을 보여주는 길이다. 조 회장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노동계와 대화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기사등록 : 2011-08-18 오후 06: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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