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눈에 띄는 정동영… 치밀한 준비로 청문회 주도- 박홍두// 경향, 2011-08-18 23:57:08

눈에 띄는 정동영… 치밀한 준비로 청문회 주도

ㆍ심상정 “놀라운 변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58)의 ‘역투’가 18일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뿜어져 나왔다.

오전 질의부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0)을 향해 강한 눈길을 줬다. 그가 질의할 때마다 조 회장은 시선을 피했다. 정 최고위원은 “나를 똑바로 보고 얘기하라. 읽지 말고 보고 답변하라”며 압박했다.

조 회장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던 정 최고위원은 동영상 한 편을 틀었다. 2003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곽재규 한진중공업 조합원 등의 장례식 영상과 유가족들의 오열이 담긴 영상이었다.

김진숙 위원과 통화 시도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18일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상영이 끝난 뒤 정 최고위원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는지 울먹였다. 그는 “이분들이 바로 증인(조남호 회장)이 죽인 사람이다. 회장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얘기해봐라”고 따져 물었다. 조 회장도 기세에서부터 눌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225일째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청문회장에서 전화로 연결했다. 방송기자 출신인 그가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 사람(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조남호 증인 손에 달렸다”며 휴대전화를 마이크 앞에 갖다댔다. 한나라당 환노위 의원들은 즉각 “뭐하는 짓이냐, 쇼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정 최고위원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목숨을 걸고 크레인에 올라간 김씨를 왜 두려워하느냐. 뭐가 그렇게 두렵나”며 호통쳤다. 결국 10분간의 정회 사태로 이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올해 초 국회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긴 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매달려왔다. 그는 주변에 “재수할 때도 밤샘을 한 적이 없는데 한진중공업만 가면 밤을 새운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청문회 직전엔 “정치 생명을 모두 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정 최고위원이 노동·복지 문제에 천착하는 것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현장인 부산을 10차례 이상 찾아가 김 지도위원과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뛰었다. 희망버스에 올라탔고, 반값 등록금 집회에 가서 머리채를 잡히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스팔트 투쟁가’인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은 “저렇게 달라질 수 있나”며 놀라워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1-08-18 22:00:50수정 : 2011-08-18 23: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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