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8

[기자수첩]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 버릇될라- 최석진// 아시아투데이, 2011-08-18, 19:48


[기자수첩]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 버릇될라
 최석진 법조팀장
[아시아투데이=최석진 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엿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각 ‘투표참가’와 ‘나쁜투표 거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소득 하위 50% 학생으로 무상급식 대상을 제한하는 ‘서울시 안’이나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시의회 안’ 중 어느 것이 더 국내 현실에 부합하고 장래를 내다볼 때도 옳은 선택인가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처럼 각각의 주장에 나름의 이유가 있고 국민들의 여론도 갈리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 등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서울시 주민들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상과 제안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오 시장이 게임의 룰을 깼다는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시의회가 의결한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시의회가 다시 재의결하자 대법원에 제소까지 한 상태다.
여기까지가 법이 허용한 절차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주민투표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인 오 시장의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국가로 치면 마치 국회가 의결한 법률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다시 재의결하자 국민투표로 물어보자고 하는 꼴이다.
직권으로 주민투표에 붙이려면 시의회 의원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 때문에 주민들의 자발적 청구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이번 주민투표를 오 시장이 주도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최근에는 시장 ‘직’을 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대부분의 민주국가처럼 간접민주제, 즉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아주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바로 헌법 개정의 경우(헌법 130조)와 외교 국방 등 국가 주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헌법 72조), 그리고 법률에서 정한 주민투표가 그것이다.
지난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다가 200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집권자가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은 법이 정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복지 포퓰리즘’을 막겠다고 나선 오 시장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보다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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