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정치 In & Out] 정동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전창훈// 부산일보, 2011-08-19 [10:44:00]

[정치 In & Out] 정동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그는 왜 바뀌었을까
전창훈 기자  다른기사보기
   
"사람이 이렇게 확 바뀔 수가 있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무상복지, 햇볕정책, 재벌개혁, 한진중공업 사태 등 여-야, 보수-진보 간 해법이 갈리는 의제에서 어김없이 맨 '왼쪽' 노선에 서 있다. '폼 좀 잡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그는 근래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가장 많이 다녀간 정치인이고, 지난 15일 한 거리 집회에서는 보수단체 회원으로부터 머리채를 잡히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18일 한진중 청문회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쳐 반향을 일으켰다.

한진중·재벌 개혁… 
잇따른 진보 행보 

"지금대로 인정해야" 
"시류 영합한 변신" 
정치권 반응 대조적

열린우리당 시절 개혁-실용 논쟁에서 '실용파'를 이끌던 몇년 전 그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진보' 행보는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 뒤 당으로 복귀하면서 본격화됐다. 복귀 이후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며 당의 진보 색채 강화를 줄곧 주장해왔고, 최근에는 재벌개혁을 당 강령에 넣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민주당 보다는 오히려 민노당·진보신당 노선에 더 가깝다. 실제 요즘은 민주당 보다는 진보 양당 인사들과 더 자주 접촉하는 모습이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그는 지난해 당권 도전에 나설 당시 "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라는 반성문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용산참사'가 사상과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의 측근은 "두 사건을 계기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절감했고,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의원의 현장 정치에 대해서도 "사건의 의제화·정치화·입법화라는 목표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막힘없이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매끄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는 아직도 그의 변신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는 2007년 당시만 해도 열린우리당 내 '실용파'의 리더로 이념적으론 중도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그는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는 어느 신문의 정치 성향 조사를 인용하며 "노무현 후보는 과격하다"며 스스로를 중도에 놓기도 했다.

당내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민주당 당직자는 "한진중 사태를 이 정도 끌고 온 것은 정 의원이 역할의 컸다"며 "현재는 현재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했으나, 또 다른 인사는 "정 의원은 항상 시류에 영합하는 정치를 해왔다. 정치 일정과 경쟁상대를 고려한 전략적 변신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의원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
 | 10면 | 입력시간: 2011-08-19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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