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이동걸 칼럼] 성공한 CEO, 실패한 대통령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되리라는 2007년의 선거 실험은 실패로 끝나 가는 것 같다. 747공약, 일자리 300만개는 진즉에 공염불이 되었고, 물가 불안과 서민생활 피폐, 대학 등록금 부담과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저축은행 사태와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배곯리면서 재벌기업 배불리기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최근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을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왜곡된 시각. '부패했지만 유능한' 것으로 믿었던 이명박 후보는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결론날 것 같다.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이나 같을 것이라고 국민들이 오판을 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시이오로서의 자신의 성공 경험에 스스로 노예가 된 이명박 대통령의 편견과 오만이 합해진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실패는 반복될 것이다.

기업의 시이오는 이익을 놓고 다른 기업과 적대적, 배타적 경쟁관계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한다. 기업은 좀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권모술수와 배신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가의 시이오는 국민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과의 소통, 설득을 통해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적대적 상대로 보았던 것 같다. "청와대 뒷산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했다"고 하고는 다음 순간 '공권력을 동원한 보복'을 하여 다시는 국민들이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제압하려 했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냐"고도 했다. 배신과 권모술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를 보고 신뢰가 쌓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이오였던 박정희 독재 시절은 권위주의적 상명하달식 사회였고, 특히 황제경영을 하는 재벌그룹에서는 회장님의 신임만 받으면 되니 아래로 부하들은 회장님의 명령을 받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진 듯하다. 그러니 국민들도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조직 정도로 취급하여 국민들의 원성을 쌓았다. 회장님께 자기 실적을 과대포장해서 보고하듯이, 무엇이든 잘된 것 같으면 내가 한 것이거나 내 아이디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의 탓을 한다. 국민들의 눈에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에 있을 때 정부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었고, 그래서 을의 비애를 잘 안다고 주장하면서 관료체제의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정부와 재벌기업 간의 관계는 갑을관계라기보다는 유착관계이고, 가장 심각한 갑을관계는 원청 건설회사와 중소 하도급 건설업체 간의 관계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재벌 건설사의 시이오로서 가장 잔인한 갑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남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만 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재벌기업의 시이오로서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한 시이오라는 자부심에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것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최면이기도 한 것 같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이명박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운영과 관련해서 자신이 비슷하게나마 해본 일이라고는 후하게 쳐줘도 1%가 안 될 테니 어쩌나. 국정운영이 잘될 리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이제 남은 임기 중에라도 국가 경영을 더 그르치지 않고 국가경제를 더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시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경영과 기업 경영은 다르고, 본인이 대통령으로서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것이 2차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부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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