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왜냐면] ‘국토 디지털화’를 해야 하는 이유 / 송용섭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곳곳에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채의 가옥이 물에 잠겼다. 복구에 드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복구 과정에서 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이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가옥이 산사태로 쓸려가거나 둑이 무너져 논밭이 잘려나가는 경우 지적도대로 복원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지적 재조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토해양부 엔지오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갖게 된 상식에 따르면 그렇다. 우선 측량 기준점이 소실되거나 망실되면 멀리 있는 다른 기준점을 가지고 다시 측량해야 하는데, 이때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경계가 다른 '지적 불부합지'가 많아 내 땅, 네 땅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수해를 당한 주민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수십년 동안 살아온 땅의 재산권을 지키는 것이 어렵게 된다. 필자의 지인도 이번 물난리로 이와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 몇 년 전부터 조그마한 축산농장을 하고 있는데, 이번 폭우로 선간판이 그만 옆 농장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옆집에서 선간판이 서 있던 자리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며 난리를 피웠단다. 하는 수 없이 자기 돈으로 경계측량을 실시했고, 측량 결과 간판을 세웠던 땅의 임자를 확인했지만, 며칠 동안 낭비한 시간, 돈, 감정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필자에게 하소연했다.

만약 우리나라 지적도가 수치좌표로 정확하게 등록되어 있다면 이런 분쟁과 낭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측량하더라도 그 측량값에 오차가 없고, 분쟁의 근본 원인인 지적 불부합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00여년 전 일본이 대나무 줄자, 연필, 평판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든 종이 지적도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런 지적도에 근거해 집을 짓고 길을 내다 보니 분쟁이 빈발하고 불필요한 행정력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적 불부합지가 전체 필지(3700만)의 15%나 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소송 비용이 연간 38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적 불부합지는 매년 늘어나고, 지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전국을 정확한 수치좌표로 등록하는 '국토 디지털화'가 시급하다. 각종 재해·재난에 따른 국민의 재산권을 지키는 것은 물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또 정보기술(IT) 강국에 걸맞은 토지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기에 더이상 지연해서는 안 된다. 늦춰질수록 국민과 국가에 돌아오는 피해만 커질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