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3

MB ‘자발성’ 강조에 총수들 돌아가며 ‘공생발전’ 맞장구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제시했던 '공생발전'을 위한 행보에 들어갔다. 첫 발걸음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이었다.

이 대통령은 31일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를 열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고,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정부의 힘만으로 되지 않고, 기업이 앞장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경제의 강자인 대기업들이 스스로를 위해 공생발전에 나서지 않으면, 결국 대기업한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것은 2008년 4월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의 '자발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법이나 규정, 제도를 갖고 하는 것보다 자발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시대적 요구가 왔을 때 역시 총수가 앞장서야 한다"며 "총수들께서 직접 관심을 가져주시면 빨리 전파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생발전은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적절한 균형 위에 공존한다는 것으로, 기업적 차원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대기업의 협력이 없다면 공생발전은 당연히 헛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대기업 총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공생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2, 3차 협력업체 육성과 체계적 지원을 강화해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엘지는 공생발전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공생발전과 관련해 저희는 주로 사회적 기업을 통해 실천을 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지에스그룹 회장)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공생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우리 기업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골목 상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유통단계 축소와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물가를 잡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공생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말을 이어가자,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공생발전 화두에 적극 공감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경련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전경련이 향후 50년 동안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달라"며 전경련의 새로운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 간담회는 '말의 성찬'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복지 포퓰리즘' 발언 등 대기업의 '보수적 체질'은 여전한 상황이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사회적 강자에 대한 '설득'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날 대기업 총수들도 원칙적인 발언에 머물렀을 뿐, 실제 구체적 행동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이날 점심 도시락을 함께 먹고 진행된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30분 정도 넘게 이어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진지했고, 잔잔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초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국민에게 공생발전의 취지를 다시 한번 설명할 예정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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