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2억원 전달'이란 치명적 악재를 맞아 휘청거린 29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문제로 언성을 높였다. 계파별 유불리 계산과 주도권 경쟁이 뒤섞인 주류, 비주류의 충돌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취재진이 지켜보는 공개된 자리였다.
손학규 대표는 전날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고심 끝에 내린 (사퇴) 결단인 것은 알지만, 다시 생각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천정배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자 정동영 최고위원이 곧바로 언성을 높이며 "당에 후보들이 많은 것은 다행으로 봐야 한다. 단속하고 제어하려고 하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치받았다. 천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모욕감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퇴 번복을) 강요했다. 제왕적 총재도 이렇게 못한다"고 반발했다.
최고위는 전날 밤에도 이 문제로 언성을 높였다.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하루빨리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시작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10월6일 서울시장 후보등록 직전에 후보를 정하자며 서두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양쪽의 논리는 엇갈린다. 정 최고위원의 측근은 "손 대표 쪽 논리는 경선을 하지 말자는 것으로, 사실상 손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 쪽은 "비주류 논리는 사실상 조직선거를 하자는 것"이라며 "범야권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후보를 선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재야·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 전체와 시민·사회세력이 동시에 참여하는 경선을 하자는 의견이 있다.
양쪽이 나름의 논리를 대고 있지만 지도부에 대한 시선은 당 안에서도 차갑다. 한 당직자는 "어제오늘 상황을 보면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자기 정치만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손 대표가 물밑협의도 없이 천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만류한 것도 분란만 일으킨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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