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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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에서 누가 불리할까 [2011.08.30. 제876호]
김보협
[표지이야기] 갑자기 떠오른 대선 전초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선거 3연패에 갈짓자 복지정책 한나라당이 통합·연대 시험대 오른 야권보다 불리해
»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틀 만인 8월26일 사퇴했다. 주민투표 강행이나 시장 사퇴로 인한 혼란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상급식은 과잉 복지, 복지 확대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21 박승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시장은 8월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난다"며 "대한민국 복지 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개표 조건인 33.3%에 미달하는 결과(25.7%)가 나온 지 이틀,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이로써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힘겹게 재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이번 투표율만큼의 임기만을 채우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선거하고 싶지 않았던 홍준표

당초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만류했고, 8월24일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사실상 승리했다"고 자평하며 오 시장의 사퇴를 말렸다. 8월24일 최종 투표율이 나온 직후 오 시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청와대의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등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시장으로서는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언론에는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그의 솔직한 심경이 보도됐다. 투표일 다음날도 한나라당 지도부에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오 시장은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초등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하는 데 반대했고, 이를 막는 것을 '구국의 결단'으로 여겼다. 시장직을 걸면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믿었는데 오판이었다. "밥 안 준다고 우는 아이는 봤어도 밥 안 주겠다고 우는 어른은 처음 봤다"는 비아냥까지 들은 마당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자신의 약속마저 가벼이 여기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보태진다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그는 판단한 것 같다. 오 시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갈등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라는 것도 통감했다"고 말했다. 사퇴 회견임에도 출마 선언 같은 느낌을 주는 대목이었다. 오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 당협위원장 회의 공개석상에서 홍준표 대표는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를 중시하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로 오세훈은 끝났다"고 쐐기를 박았다.


여권 지도부의 만류가 오 시장의 '소신'을 꺾을 수 없었던 데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국회의원은 사직할 때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의 허가 등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만 보내면 그만이다. 시장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만두는 것은 쉽다.

»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추가돼 10·26 재·보궐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최고위원. 사진공동취재단

오 시장의 사퇴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에 커다란 돌발 변수가 생겨 여야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당초 10월26일로 예정된 재보선은 서울 양천구청장, 부산 동구청장을 포함한 기초단체장 8곳, 광역의원 7곳, 기초의원 12곳 등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규모의 선거였다. 그런데 서울시장 보선이 추가돼 판이 커졌다. 지난 4·27 재보선이 선거일에 임박해 강원도지사가 추가되고, 경기 분당을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하며 정치적 비중이 커진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의 대선의 경우 대선 1년 전부터 대략의 선거 구도가 짜이고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일찍 부각돼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데 비하면, 올해는 주요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의 폭과 속도가 덜했다. 그런데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돼 뜨뜻미지근했던 대선 열기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여야 모두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큰 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다.

전체적인 구도 면에서 보면 여야 가운데 누가 유리한지 분명치 않다. 그런데 비슷한 질문임에도 "누가 불리한가"라고 물음을 바꾸면 상대적으로 명료해진다. 한나라당이다.

'선거의 여왕'을 시험에 들게 하고

우선, 안정적인 구도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30%를 유지하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더 높은 40% 안팎으로 여야 통틀어 경쟁 상대가 없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다. 이 지지율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아무 일 없이 그대로 이어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았겠지만, 박 전 대표 처지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의고사'를 치르게 됐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고 주민들이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정이 다르다.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선거처럼 뛰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전 대표의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찍힐 수 있다.

»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추가돼 10·26 재·보궐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 민주당의 천정배 최고위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에 속한다. 한겨레 김명진

한나라당이 불리한 둘째 근거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올 4·27 재보선, 그리고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까지 굵직한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3연패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 연장선 위에서 치러진다. 복지라는 주요 이슈도 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복지 의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발은 엉켜 있는 상태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보육을 추진하겠다며 그보다 예산이 적게 드는 서울의 무상급식은 반대했다. 또 경기도를 포함해 자신들이 집권한 영남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서울만은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며 대안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적 무상급식안을 내놓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무상급식을 포함한 복지 의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텐데, 한나라당은 두 달여 만에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 수 있을까.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의 태도를 고수해도, 견해를 뒤집어도 각각의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셋째 근거는, 전임 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에 더해 주민투표에 보궐선거까지 잦은 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를 물을 유권자에게 할 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략 200억원을 썼고, 이어 열리는 보궐선거에 300억원을 쓰게 된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지원비용 700억원의 예산을 아끼려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두 번의 선거에 500억원을 쓰게 된 셈이다. 주민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25.7%가 대부분 오 시장을 지지하고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반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식 수준의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 정책이 주민투표를 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오 시장이 시장직을 연계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그리고 보궐선거의 원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등에 관해 말이다. 청와대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 시장의 조기 사퇴를 만류하며 내년 4월에 총선과 동시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선호했음에도, 서울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과 지역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 상당수가 '10월 보선'으로 기운 이유는 '오세훈 효과'를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한나라당이 불리해 보이는 마지막 근거는 '필승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과 경쟁했던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이 있다. 원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 당시 '차기 총선 불출마' 약속이 오해를 빚자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정 변경'을 이유로 거둬들이기 힘든 상태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원 최고위원과의 단일화에서 이겼고 지난 두 차례의 전당대회에서 상위권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내세울 '업적'이 별로 없다는 평이 많다. 오세훈 시장도 국회 경력은 짧았다. 초선에 불과했지만 정치 개혁과 정당 개혁을 위해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온 경력이 있었고,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 일선에서 사라지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나·원 최고위원 외에 3선의 권영세 의원과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여의도연구소장)도 거론되지만 당내에서 비중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서 국무총리 출신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외부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나온다.

야권연대도 크나큰 시험에 들어

한나라당이 10월 재보선을 얼마나 비관적으로 전망하는지는 의원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스윙효과'를 언급했다. 그네처럼 한쪽으로 쏠리면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편으로 쏠린다는 것인데, 10월 보선에서 지면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며 4월 총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소장파 의원 사이에서는 초선인 홍정욱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어차피 불리한 선거인 만큼 지더라도 출마자나 당에 큰 손해가 없는 후보가 낫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 4월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거물급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후보로 나서자 초선 비례대표 여성의원으로 맞불을 놓자던 홍준표 대표의 주장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이 불리한 요소가 많은 만큼 뒤집으면 야권이 유리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최대 화두는 통합과 연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을 만들려고 진통을 거듭하며 협상 중이며, 민주당과는 후보 단일화 혹은 지분 협상을 통한 연대를 계획 중이다. 진보정당까지 포괄하는 민주진보 세력의 통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9월6일 출범하는 시민정치운동단체인 '혁신과 통합'은 한나라당과의 1대1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통합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통합이든 연대든 이견을 좁히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갈 정치 일정표를 가지고 있던 야권에도, 오는 10월 보선은 달갑지 않은 돌발 변수다. 통합 혹은 연대의 대상이 되는 정치세력들이 모두 동의할 만한 야권의 단일후보가 있으면 모르지만, 야당들이 갈등하고 각 정당 내부에서 후보가 난립해 경쟁하면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권의 통합·연대 흐름과 역행하는 방향이다.

민주당에서는 8월25일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한길 고문, 추미애·박영선 의원,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계안 전 의원 등 10여 명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진보정당에서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민주노동당)과 노회찬 전 대표(진보신당)가 후보군에 속한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민주당 바깥 범야권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는 평이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0.6%포인트 차이로 패한 바 있고 그 무렵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시작된 불법 정치자금 관련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출신인 추미애 의원과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박영선 정책위원장도 민주당 내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야권의 어느 후보도 '필승 카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나마 야권에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인천과 경남 등에서 정책협약을 통한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한 경험이 있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방식에는 이견이 있지만 한나라당과의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희망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 야권통합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서로 간에 부족한 신뢰를 쌓고 통합의 기운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논쟁 촉발한 오세훈 효과

어쨌든 '전직' 서울시장 오세훈에 의해 주사위는 던져졌다. 홍준표 대표의 '뒷담화'를 종합하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제안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오세훈의, 오세훈에 의한 원맨쇼였다는 것인데 오세훈을 위한 것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한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수백억원을 허투루 썼다는 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구도를 전면적 복지와 단계적 복지로 바꿔 논쟁 구도를 왜곡했다는 점을 빼면 그의 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시민의 삶을 위한 복지 의제를 둘러싼 대논쟁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논쟁을 건강하게만 한다면 복지, 재정, 세금, 부의 재분배 등을 의제로 여러 정치세력이 논쟁하는, 최소한 출신 지역을 놓고 볼썽사납게 다투는 것보다는 격조 있는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서서히 그 문이 열리고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주민투표 참여는 한나라당 지지?
"2~3% 이상은 반대표로 보아야"

25.7%, 215만9095명.

8월24일 열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 투표한 사람의 수다. 이틀 뒤인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10·26 보궐선거로 바빠진 여야 모두 이 묘한 숫자를 해석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한 당에서 같은 밥을 먹는 식구들끼리도 '자뻑'과 '자학' 사이를 오간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사실상 승리"라는 '명언'의 근거는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서울 국회의원 의석 48개 가운데 한나라당이 40개를 석권한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서울 평균 득표율을 웃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도 25.7의 숫자에 의미를 보태며 내년 총선에서 이번 투표율이 자신의 득표율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권영세 의원은 "이번 주민투표 총투표수 215만9095표는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얻은 208만6127표를 상회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 비춰볼 때 의미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반면 이를 한나라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확인한 것이라며 '보수의 한계'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주민투표 이후 트위터에 "우리 사회에 보수가 얼마나 취약한지, 이른바 진보가 얼마나 강력한지 나타났다"고 적었다. 민주당 쪽에서도 예상치(20% 초반)를 뛰어넘는 숫자를 총선 득표율로 환산하며 긴장하는 쪽과 "한나라당의 최대치여서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갈려 한나라당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25.7%에 '숨어 있는 2인치'는 없을까. 투표의 선택지가 오세훈 시장 쪽의 의도대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소득에 따른 '선별적 무상급식안'을 반대하려고, 혹은 개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편적 무상급식안'에 찬성하려고 투표한 사람들 말이다. 투표를 통해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실천하겠다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25.7%, 215만9천여 명을 모두 한나라당 지지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고아무개(42)씨는 "야당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주민투표 대응 방안을 논의할 때부터 내년 대선까지를 고려하면 정면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며 "투표 거부 전략이 투표 무관심층에 편하게 묻어가는 듯해 내키지 않아 내 생각과 가까운 쪽에 투표를 했는데, 투표한 사람 모두를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 지지자인 것처럼 여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표 최저선인 33.3%를 넘지 못해 고씨 같은 소신파가 얼마인지 알 방법이 없다.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조선일보>가 8월28일치에 보도한 긴급 여론조사의 행간에 숨어 있다.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8월25일 19살 이상 서울시민 500명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투표 참가자의 85.4%가 '단계적 실시'를, 8.2%가 '전면적 실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10.4%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 조사로 추정할 때 8~10%가량은 한나라당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겨레>에서 "25.7% 투표율 중에 최소 2~3%포인트 이상은 한나라당을 반대하러 간 사람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23% 안팎이어서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10%를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로 환산하면 2.5%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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