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2

곽쪽 “7억원 지급 합의한 적 없다”박쪽 “곽 측근 사당동 오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일했던 측근들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주장하는 '7억원 지급 약속'은 인척 관계인 양쪽 실무자 사이에 오간 '사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의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막판 '돈 협상'의 실체는 무엇일까.

■ 돈 약속 있었나? 곽 교육감 쪽은 지난해 5월18일 서울 사당동 한 찻집에서 진행된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양쪽 실무자들이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근거로 박 교수가 돈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곽 교육감 쪽은 지난해 10월께 박 교수가 강력하게 보상을 요구하자, 사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협상 실무자 사이에 술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그때 곽 교육감이 조사를 해보라고 한 뒤 측근들이 수소문하다가 곽 교육감 쪽 실무자 ㄱ씨로부터 그런 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때 선거 비용 보전과 관련된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곽 교육감 쪽에서도 증언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ㄱ씨가 선거 비용 보전을 위해 돈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이 말을 갖고 박 교수 쪽 실무자 ㄴ씨가 박 교수가 사퇴를 하도록 설득했고, 박 교수는 이를 근거로 나중에 돈을 요구한 것 같다는 게 당시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 당시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지난 28일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하던 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ㄱ씨를 만나 물어보니 '합의가 없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29일 와의 통화에서도 "돈 얘기는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교수 쪽의 실무자 ㄴ씨도 ㄱ씨와 선거 비용 보전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사당동 협상 때 ㄱ씨는 오지도 않았고, 험악한 분위기에서 협상이 결렬된 뒤 다시 만나 협상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협상 결렬 다음날인 19일 오전 7~8시 사이에 박 교수가 전화를 해와 '선거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단일화를 성사시키라'고 해서 전날 만난 협상 대표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며 "어렵사리 ㄱ씨와 통화가 되어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으로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 뒤 ㄱ씨가 협상 대표인 ㅊ교수를 불렀고, ㄴ씨를 포함한 3명이 동석한 자리에서 막판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ㄴ씨는 "그 자리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했다"며 "돈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협상을 위한 게 아니었고 내가 박 교수 쪽의 경제적인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전달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술자리 얘기는 아마도 단일화 협상이 모두 끝난 뒤, 자축하는 뒤풀이 자리에서 잘해보자는 취지로 박 교수의 경제적인 상황을 공유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ㄱ씨와 ㄴ씨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를 대가로 한 금전수수가 구체적으로 얘기됐고, 그 내용이 박 교수에게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사실을 곽 교육감이 알고 있었으리라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 약속 안 했다면 돈은 왜 줬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든 두 실무자 사이의 술자리에서든, 돈 약속이 없었다면 왜 곽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을까.

곽 교육감의 한 측근은 "곽 교육감은 당시 상대 후보에게 1.2%차로 이겼기 때문에, 박 교수와 단일화가 안 됐으면 당선이 안 됐을 거라는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박 교수의 어려운 사정이 안타까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박 교수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점에 대해서는 박 교수 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20억원 가까운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일화를 한 뒤 선거유세 차량 계약의 위약금을 물어주는 과정에서도 계약자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박 교수의 선거를 도왔던 한 지인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돈이 없어서 몇백만원 하는 선거사무실 임대료도 못 낼 지경이었다"며 "돈을 빌려주기로 했던 사람이 선거판이 돌아가는 걸 보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돈을 안 빌려주는 일도 있었고, 여러모로 자금 융통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곽 교육감이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이를 맡은 강 교수가 박 교수를 도와주자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강 교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곽 교육감이 그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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