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쿄전력과 도호쿠전력 관내의 대규모 전력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발령한 '전력사용 제한령'을 다음달 9일까지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애초 9월22일까지 전력 사용을 제한할 예정이었으나, 기온이 떨어져 냉방수요가 줄어들자 더는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일정을 2주 앞당겼다. 이에 따라 일본은 54기의 원자로 가운데 최대 41기가 멈춰선 가운데도 우려했던 '전력대란' 없이 여름을 넘기게 됐다.
실제 일본 9개 전력회사의 모든 전력 공급지역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사용률이 90%를 약간 넘는 데 그치는 등 전력공급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전력부족으로 인한 별다른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초 도쿄 등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전력 관내가 전력공급 사정이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됐었다. 후쿠시마 제1·2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0기가 사고로 모두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도쿄전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력 위기'에 대처했다. 우선, 노후화돼 운전을 중단하고 있던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화력발전소 1·2호기를 재운전하는 한편, 터빈 발전기를 확충해 전력생산을 보충했다. 그래도 공급량이 수요에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일본 정부가 계약전력 500kW 이상의 대용량 사용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보다 소비를 15%를 줄이도록 명령했다. 가정이나 소규모 전력사용가에게도 15%의 절전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력사용 제한령으로 지난 7월 도쿄전력 공장 등 관내 대규모 사용자들의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7월에 견줘 10.5% 줄어드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력사용제한령과 함께 적극적인 절전운동을 벌인 결과 도쿄전력 관내의 전력수급은 매우 원활했다. 올 들어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18일 오후 2시 전력 사용량은 4936만㎾로, 전력예비율이 9.6%에 이르렀다. 한국의 경우에도 지난 여름 전력예비율은 10%안팎이었다.
오나가와 원전의 운전 중단 등으로 전력공급이 크게 줄어 관내에 전력사용제한령이 내려진 도호쿠전력에서도 지난 18일의 최대 전력 사용률이 92.48%였다. 간 나오토 총리의 하마오카 원전 4, 5호기의 운전중단 요구를 받아들인 주부전력, 원전 11기 가운데 4기가 멈춰선 간사이전력도 전력예비율이 10% 밑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이 5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멈춰도 나머지 화력·수력발전 등으로 여름 최대전력소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전력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여유전력을 융통하는 관계인 도쿄전력과 도호쿠전력이 한꺼번에 지진해일의 타격을 크게 입은 점이 전력사용제한령을 불가피하게 했던 셈이다. 쉽지는 않지만 원전 의존도를 낮춘 사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본의 여름이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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