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세운 애플이 지난 2분기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업체 자리에 올랐지만, 정작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애플과 협력업체 사이에 수익성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제조·납품하는 폭스콘을 소유한 대만의 홍하이정밀산업은 최근 매출 6399억 대만달러(23조2007억원)와 영업이익 129억 대만달러(4721억원)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23%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2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에 그쳤다. 특히 아이폰을 직접 제조하는 폭스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억4260만달러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76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애플이 지난 2분기 중 20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해 매출 157억달러, 영업이익 32억5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린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2분기 중 애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에 견줘 각각 61%, 78%나 늘어났다.
애플과의 거래에서 '아이폰 수혜'를 경험하는 못한 건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이폰4에 플래시메모리, 디(D)램, 어플리케이션구동칩 등 모두 45.68달러어치를 공급해 전체 부품값 178달러에서 2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엘지(LG)디스플레이도 단일 부품으로는 최고가인 38.5달러짜리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3조75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고, 엘지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4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국내 증시에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사실만으로도 '아이폰 수혜주'로 주가가 뛰어오르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국내 전자업체 임원은 "애플이 장기간 대량으로 공급계약을 맺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파트너인 건 맞지만, 알려진 것처럼 이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아이폰 판매수익의 대부분은 제품을 설계한 애플 몫으로 돌아가고,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하드웨어 업체에겐 지극히 일부만 돌아간다는 얘기다.
손민선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애플의 모델은 스스로는 제품을 제조하지 않고 다양한 나라의 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일종의 글로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이라며 "애플과 협력업체들의 수익성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애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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