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31

[사설] ‘류우익 통일부’, 기존 정책기조부터 철저히 성찰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개각을 통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측근인 류우익 전 주중대사로 교체했다. 현 장관의 교체는 때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현 장관은 재임기간 내내 비현실적인 대북 강경론만 고집하다가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나라 안팎의 복잡한 사정을 고려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래 북한 자멸론에 기대 대북 교류협력을 줄여왔고,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에는 전면적인 압박과 봉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고립되긴커녕 중국·러시아 등과 정상외교를 통해 나름대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한편 미국과도 대화 흐름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오히려 남쪽 정부의 처지만 옹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야4당이 현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마저 교체를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보수층 내에서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현 장관 노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상당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현 장관을 대통령 특보로 발령하고, 청와대가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거듭 설명하는 것은 이를 의식한 결과다. 결국 이번 장관 교체는 전임자를 더 끌고 갈 수도 없고 근본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틈새를 찾아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권 임기말이 다가오면서 성과에 대한 초조감도 작용했으리라 보인다.

류우익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첫 대통령실장과 중국 주재 대사를 지냈다. 대북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관련 철학이 있는지 알려진 바도 없다. 다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정권의 성패에 대한 나름의 책임의식을 지녔고 실용주의 지향이 강하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류 후보자는 뭐가 되든 손에 잡히는 성과를 단기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보수층의 정치적 요구도 놓치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 등은 이런 맥락에서 우선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장기적 전망 위에서 단기적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왕의 정책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성찰 없이 꼼수를 동원해 일회성 성과를 만들어보려 시도한다면 그런 발상은 오래가지 않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9일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이 결국 파탄에 이른 것이 단적인 예다. 통일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남북한 사이에 신뢰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이 남북 양쪽에서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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