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31

[사설] 민주당의 ‘서울시장 통합후보 구상’, 실천이 문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민주당에서 심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보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등 내홍이 심각하다.

민주당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등도 쉽지 않은 일인데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표의 성격이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태 등 투표 환경도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지금의 민주당 모습을 보면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겸허한 성찰도, 선거국면을 제대로 이끌어갈 리더십도 부족해 보인다.

우선 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설 기미를 보이는 것부터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는 것을 딱히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후보 난립은 유권자들의 눈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민주당 후보군에 필요한 것은 절제와 겸손,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이다.

민주당의 내홍은 기본적으로 비주류 쪽이 '지도부가 시간을 끌다가 후보를 경선 없이 추대하거나 외부 인사를 전략 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하루빨리 후보 공천 방침과 일정,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 이런 의구심을 잠재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손 대표가 어제 야당과 시민사회 세력이 참여하는 '통합후보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야권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통합 단일 경선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되 차선책으로 각 당이 개별 경선을 치른 뒤 후보를 단일화하는 이른바 '투 트랙' 방식을 병행 추진한다는 등 나름대로 괜찮은 발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계획을 힘있게 추진할 동력이 야권, 특히 민주당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벌써 비주류 쪽에서는 당내 후보 선출 방식과 관련해 "무늬만 경선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의 협상도 산 넘어 산인데 당내 합의마저 안 된다면 계획을 성공적으로 진척시키기 어렵다.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손 대표의 지도력은 이제 결정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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