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2

[이사람] “화려함에 풍성함 더해져 지금이 절정”

"지금이 절정기인 것 같아요. 보통 성악가가 나이 들면 고음을 상쾌하게 내기가 어려운데, 저는 오히려 고음이 화려해지고 중음과 저음도 풍성해졌어요. 몇 년 안에 모차르트 오페라 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어요. 저를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곡이죠."

소프라노 조수미(49)씨가 국제 무대 데뷔 25돌을 맞았다. 세계 각지로 연주 여행을 다니며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살았던 그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투영해 라는 제목의 기념음반을 선보였다. 오는 9월24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대규모 파크 콘서트도 연다.

조씨는 아직도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의 데뷔 무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갓 졸업한 그때, 유명 국제콩쿠르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아직은 새파란 신인에 불과했다. 당시 그의 데뷔는 현지 오페라계에서 꽤나 큰 이슈였다. 아시아 출신 성악가가 이탈리아 5대 오페라극장에서 '이탈리아의 국민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주역을 맡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생에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어요. 진짜 큰 사건은 데뷔 무대 뒤 찾아왔죠."

당시 객석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명지휘자 카라얀의 보좌관은 곧장 카라얀에게 전화를 걸어 "이 한국 소녀의 노래를 당장 들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카라얀은 '신이 내린 목소리',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라고 극찬하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의 오스카 역으로 발탁했다. 정작 카라얀은 공연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에 발탁된 조씨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 런던 코번트 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극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오페라 무대라는 바다에 막 떨어졌을 때는 이런 기회가 내게 왔다는 게 신기했을 뿐 어떤 여행이 펼쳐질지 몰랐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세상은 놀라운 곳이고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조씨는 "그런 내 모습을 보헤미안에 비유해 이번 기념음반을 '집시' 콘셉트로 꾸몄다"고 했다. 오페라 아리아와 더불어 집시 음악을 처음 시도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넓은 잔디밭에서 펼쳐질 기념음악회를 두고 그는 "조수미 공연을 보고 싶어도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못 본다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엔 넓은 야외무대에서 하려 한다"며 "가족과 함께 돗자리 깔고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음악을 즐기는 낭만적인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