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러시아, 동북아 ‘G2 양강체제’ 견제 나서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서유럽과의 군사적 대결 해소와 협력에 치중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선 중국의 최대 지분을 인정해주던 것과는 달리 '동방 진출'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은 8일 러시아가 최신형 핵잠수함인 '유리 돌고루키'를 올해 안에 태평양함대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지난 6일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집회에서 "(유리 돌고루키의) 시운전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연말까지는 태평양함대에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리 돌고루키는 러시아가 1990년대 들어 개발을 시작해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건조된 전략 핵잠수함으로, 노후한 델타 3, 4급 핵잠수함을 대체하고자 만든 '보레이'(북풍)급이다. 톤수나 전장 등이 미국의 주력 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과 맞먹으며, 향후 태평양함대에 추가로 3척이 더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압수형 원자로 2기로 기동되는 이 잠수함은 발사 뒤에도 수심과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사실상 전세계를 공격권에 둘 수 있는 사정거리 8000~1만㎞급인 탄도미사일 '불라바'(철퇴)를 탑재할 수 있다. 태평양을 군사적으로 독점했던 미국이나, 아시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중국으로선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도 러시아가 최신 핵잠수함을 태평양에 배치하는 것은 "노후 잠수함을 교체해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유지·향상시키는 한편,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항하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태평양 쪽에 최신형 전략 핵잠수함을 배치한 것은, 그간 군사·외교적으로 유럽 안정화 정책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경제성장에 힘입은 중국이 군사 확장에 나서면서 이 지역의 세력 판도가 양강(G2)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1월 연해주 콤소몰스크 공군기지에서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 T-50의 처녀비행을 실시하고, 새 우주기지 건설에 착수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동북아시아에서 한-미, 미-일 연합훈련에 맞서 중국과 군사협력을 하는 한편, 이달 초엔 동해와 괌 등에서 미국, 일본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한과도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 중단된 해상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 지역의 이해 당사자들과 골고루 관계를 맺어, 북-중 밀착과 한-미-일 동맹 강화로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고 일종의 균형추 구실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정애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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