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3

[아침 햇발]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경제민주화 / 정영무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무엇인가, 내년 대선에 과연 출마할 것인가?

명절 이후 높아질 것으로 예고된 경제고통지수가 안철수를 추석 상머리의 화제에 올렸다. 대선 얘기에 본인은 손사래 쳤지만 짐작은 간다. 그는 일을 선택할 때 의미, 열정과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기준 삼고,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선 해석이 다양하다. 삶의 이력이 말해주듯 신실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많은 이들이 평가한다. 다만 정치권에 폭탄 투하하듯 큰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실체에 대한 평가는 갈리거나 유보적이다. 반짝 거품이니 정치 쇼라는 가벼운 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인물과 정당, 신념과 현실 사이엔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정치의 프레임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티파티처럼 강력한 소셜네트워크가 뒷받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말대로 리더십은 대중이 리더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경영자라고 해서, 언행일치의 좋은 덕성을 가졌다고 해서 정치적 지지로 직결되란 법은 없다. 안철수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경제민주화의 열망을 체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사 출신 경영자로서 그는 산업 생태계의 공생과 공멸에 대해 엄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미래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다. 거기에 안철수의 융합적 실행력과 확장성에 대한 믿음이 정치적 지지로 이어진 바탕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동시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기득권이 과보호되고 룰이 무시되는게 큰 문제라고 한다. 그는 우리 기업구조를 곧잘 삼성동물원, 엘지동물원, 에스케이동물원에 비유한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불공정 계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결국 몸담았던 동물원에서 죽어나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약탈적 행위를 막아 중소기업·벤처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가꿔야 미래가 있다는 게 그의 핵심 메시지다. 불공정 행위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자고 한다.

일자리도 사업기회도 빼곡해진 현실에서 안철수의 진단은 그 어떤 정치인이나 학자보다도 호소력이 있다. 대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흐르면 중견·중소기업이 고사해 대기업 리스크가 되레 짐이 된다. 승자가 독식하고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는 활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한 위기감에 공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정부 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것이 그를 정치 영역으로 내몬 요인이다.

기회의 균등, 분배의 균등, 참여의 균등이라는 경제민주화의 세 차원에서 안철수는 첫 번째인 기회의 균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분배의 균등과 참여의 균등은 기업경영에서 실천하고 있다. 누구나 구애받지 않고 시장에 참여해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출발점이자 효율성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기회의 균등은 분배의 균등이 뒷받침될 때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복지와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라는 두 축이 필요조건이다. 우리 경제는 양적 성장 단계는 이미 지났다. 혁신과 효율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747 공약'의 경험에서 나온 상식이다. 안철수가 정치를 할 건가 하는 것보다 그를 통해 확인된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주목해야 할 핵심이다.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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