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결국 35m 높이의 크레인에서 이번 한가위를 보냈다. 그는 지난 설날을 크레인 위에서 보낼 때만 하더라도 추석까지 여기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응원하는 시민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고 하지만, 민족의 명절인 추석마저 크레인에서 보내게 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추석 전에 실낱같은 타결의 기대를 갖게 했으나 회사 쪽의 무성의로 결렬됐다. 노조는 해고자 실업급여 지급 만료 기간이 내년 3월이란 점에 착안해 '정리해고는 인정하되 6개월 후 복직안'을 내놓고 물밑 협상을 벌였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해온 노조로서는 사태 해결을 위해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크게 양보한 안을 제시한 것이다. 아쉽게도 사쪽은 이마저 거부해 노사 협상은 중단되고 말았다.
사쪽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정리해고 후 3년 내 복직이라는 안을 제시했다가 복직 시점을 2년으로 줄인 수정안을 내놨다. 사쪽은 정상화 근거를 연 매출 1조5000억원, 수주 15만t 등으로 제시했지만 막연한 복직 시점 외에는 정리해고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노조 쪽에서 회사 쪽이 문제를 풀 의지는 없고 버티기만 하고 있다고 항변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한진중공업 노사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며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청문회에서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었으며, 회사 쪽이 주장한 어려움은 경영진 탓이 큰데도 정리해고를 통해 그 책임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야4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한나라당은 국정조사에 동참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부산지역 한나라당 부산시당 및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한 데 이어 상경 농성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그러한 절박한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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