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사설] 이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안철수 현상’ 해석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며 "정치권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젯밤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발언이다. 매사를 자기 편리할 대로 해석하고 엉뚱하게 갖다 붙이는 게 이 대통령의 특기라지만 이번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

우선 이 대통령이 정치권을 탓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안철수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사생결단식 대결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환멸이라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이 대통령이다. 오기와 독선의 정치, 일방통행식 정치, 좌우 편가르기야말로 우리 정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한 결정적 계기가 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만 해도 이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말할 형편이 못 된다. '청와대 배후설'은 그만두고라도 기회 있을 때마다 '보편적 복지 망국론'을 펼치며 여론몰이를 한 게 이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 탓'을 하니 듣는 사람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이 대통령은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을 하기에 앞서 현 정권에 대한 안 교수의 통렬한 지적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며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런 뼈아픈 지적은 외면한 채 이날 대담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바빴다. 보편적 복지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표를 얻기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폄하했고, 차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행정이나 일을 해본 사람이 (서울시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로 선거 개입 의도를 내비쳤다. 모두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행위다.

안철수 돌풍의 원인을 놓고 많은 사람이 안 교수의 소통하는 자세, 헌신성, 진정성 등을 말한다. 이런 진실한 삶의 향기가 있기에 똑같은 이야기라도 안 교수가 하는 말에는 국민이 환호한다고 해석한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친서민'이니 '공생발전'이니 하는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도 국민이 시큰둥한 것은 이 대통령에게는 그런 미덕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추석맞이 대담은 안철수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가장 생생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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