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일 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대해 "이제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정치권이 이를 발전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안철수 교수를 보면서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이 정치권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앞서가고 있다. 변화 욕구가 안 교수를 통해 나온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안풍'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패널의 질문은 '(이 대통령이) 격주 라디오 연설 등으로 소통을 자주 하면서도 청춘콘서트 몇 차례 한 안철수 교수보다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느냐'는 것이었으나, 이 대통령은 "그렇게 비교하는 건 적합하지 않고 경우가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관련해 "서울시장을 해보니까 정치와 별로 관련이 없더라"며 "일을 해본 사람이 (시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의 역할과 중앙 정치의 역할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시장은 시민 편안하게 해주고, 서울이라는 세계 일류도시의 수준에 맞는 인물이 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여당이 법인세·소득세 추가 감세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서는 "감세는 세계 모든 나라의 추세이고 감세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감세, 경제 정책은 헌법이 아니라 적시에 유연하게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유예하도록 당정이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엔 물가난과 전세난 등을 반영한 듯 경제 분야 질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물가 대책에 대한 질문에서는 "가장 걱정되는 건 금년에 흉작이고 계절도 지난 고춧값"이라며 "김장철이 되면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 관세를 줄여서 싸게 들여오도록 농협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도 배추 파동이 나서 배추 가격을 매일 체크한다. 열흘 전 한 포기 4300원이었는데 어제는 3300원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고추를 싸게 팔면 농민들은 이중 고충 아니냐'는 질문에 "우선 급한 것은 소비자 쪽이고, 농가는 보상 체계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또 가계대출, 전세대란 해법과 관련해 "지금 2%의 낮은 이율로 어려운 사람에게 대출하게 하고 있다"며 "집은 투자 개념에서 주거 목적으로 가는 것이 틀림없는 만큼, 소형아파트를 많이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딱딱한 질문'이 이어지자 "추석이라 좀 푸근한 질문을 할 줄 알았더니…"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취업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에게 "이 사람 잘 지켜보라"고 한 것을 정 회장이 "잘해주라"는 뜻으로 오해해 이 대통령이 초고속 승진했다는 최근 '위키리크스' 내용도 화제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나중에 알고 보니 입사 뒤 5년 동안 매달 회사에서 동태 보고를 중앙정보부에 했더라"며 "정주영 회장이 재벌 총수인데 제대로 알아들었겠죠. 누가 재밌는 얘기를 한 모양"이라고 웃었다.
이날 대담은 오종남 서울대 교수, 홍성걸 국민대 교수 등 패널 4명이 나서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밤 10시부터 80분 동안 진행됐다.
황준범 안창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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