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그라운드 제로’ 신축공사 한창

9·11 테러 10주년을 앞둔 요즘, 무너진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는 마치 유명 관광지처럼 북적인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뉴요커들은 그라운드 제로를 굳이 찾지 않았고, 호기심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도 카메라를 꺼내들기 조심스러워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젠 신축건물이 올라가는 그라운드 제로를 배경으로 미소를 띄고 가족사진을 찍는 풍경이 흔해졌다. 신축공사가 한창인 그라운드 제로와 미 연방우체국 건물 사이의 좁다란 인도는 인파로 가득 찼다.

폐허로 변했던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선 건물의 층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 부지에는 모두 6개의 건물과 추모공원, 공연장, 전시장 등이 들어선다. 현재 완성된 건물은 2006년 완공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입주해 있는 '7(세븐) 월드트레이드센터' 뿐이다. 여섯번째 빌딩이지만, 미국인들이 악마의 숫자로 여기는 '6' 대신 행운의 숫자인 '7'을 붙였다. 1~5번 센터는 2012년 말 완공될 104층 높이의 '1(원)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하나씩 완공된다. 원 월드트레이드센터는 78층까지 올라갔다. 이 건물은 미국이 독립한 해인 1776년을 상징해 높이를 1776피트(541m)로 맞췄다. 원 월드트레이드센터 벽면에는 성조기와 함께 "절대 잊지 말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 두 개가 들어선다. 물이 벽면을 따라 비스듬하게 추모 연못으로 떨어지고, 연못 벽 위에 2983명의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붙여진다. 알파벳순이 아닌, 희생자 중 친한 사람들을 가까운 곳에 모아놓은 배열이다. 두 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기념관 및 박물관이 들어서 전체적으로 추모 공원이 조성된다. 추모공원은 9·11 테러 10주년 기념식에 맞춰 개장된다.

그라운드 제로가 있는 로어 맨해튼은 그동안 9·11 테러와 금융위기로 인근 월스트리트까지 침체에 빠져 오랫동안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으나, 최근 다시 활기를 띄는 분위기다. 뉴요커들은 새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테러의 상징'이 아닌, '뉴욕의 부활'을 알리는 건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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