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일 대구 강연을 끝으로 2년 가까이 진행해온 '청춘콘서트'를 끝마쳤다. 안 원장은 당분간 대중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학교 일에 집중할 뜻을 비쳤다.
그는 이날 강연 시작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학원뿐만 아니라 연구소 일도 하고 있고 벌여놓은 일들이 많다"며 "학교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어금버금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선 "여론조사에 관심 없다. 추석 지나면 (여론조사가) 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가 이날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38.8%의 지지율로 박근혜 전 대표의 45.9%를 바짝 추격했다.
그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에 대한 소감을 묻자 "당혹스러운 느낌"이라며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뒤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이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경북대에서 진행된 이날 '마지막 청춘콘서트'엔 2500명의 청중이 몰려 대강당을 빼곡히 채웠다. 대부분 20대였다. 2000명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았고 나머지는 1시간 가까이 400m 남짓 줄을 선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촛불집회 때도 꿈쩍하지 않던 이 지역 20대가 이렇게 많이 몰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대담식 강연 형태로 진행돼 온 '청춘콘서트'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안철수 원장이 미국 유학 시절 눈여겨봤던 한 강연 형태를 '수입'한 것으로, 박경철 원장은 안 원장이 점찍어 영입한 파트너다. 이날 마지막 강연에서 그는 "젊은이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젊은이들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를 불어넣는 게 그동안 '청춘콘서트'를 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애초 안 원장은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2009년 10월 이화여대 첫 강연에서 박경철 원장이 매달 전국의 지방대 위주로 개최할 것을 제안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그 뒤 법륜 스님, 조국 서울대 교수, 윤여준 전 장관, 연예인 김제동, 김여진씨 등 초대손님과 함께 여는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올여름엔 여름방학을 맞아 횟수를 특별히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횟수를 늘려도 인터넷으로만 받는 예약은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마감됐고, 매번 좌석은 물론 복도와 바닥까지 메울 정도로 2000~5000명의 청중이 몰려들었다.
전문가들은 '청춘콘서트'의 폭발적 인기가 젊은층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젊은층이 바라는 새로운 리더십은, 권위보다 자유, 일방보다는 쌍방 소통, 논리보다는 감성"이라며 "자유롭고 서로 소통을 중시하며 감성적인 측면이 '청춘콘서트'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춘콘서트'가 "사회적 소외감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젊은이들에게 다가와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정말 뼈아프게 반성해야 하고, 지식인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대구/박주희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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