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테러혐의로 11만9044명 체포 ‘미국 편’ 아니면 ‘적’ 세계 갈라

2001년 9·11테러는 이후 10년간 지구촌 전체를 바꿔놓았다.

'테러와의 전쟁'은 전세계를 "미국 편이 아니면 적"(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놓았다. 창설 이후 처음으로 집단자위권 규정(동맹조약 제5조)을 발동한 나토 회원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40여개국이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동참해야 했다.

테러는 사람들의 일상과 의식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알카에다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 무슬림들은 위축됐고,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적대감이 기승을 부렸다. 인권과 자유는 한순간에 테러방지법의 볼모가 됐다.

지난 10년간 '테러' 혐의로 체포된 사람만 11만9044명, 이 중 3만5117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AP)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전세계 66개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 등 탐사취재로 집계한 것으로, 9·11테러 이전보다 10배나 급증한 수치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나라들까지 합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2934명이 체포돼 256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9·11 이후 대다수 나라들은 대테러 법규를 신설하거나 크게 강화했다. 미국과 서방은 재정지원까지 해가며 각국에 테러 대응책 강화를 촉구했다. 일부 국가에선 집권세력이 대테러 법규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중국에서만 7000여명이 테러리즘 혐의로 구금됐고, 터키에선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가들이 테러 혐의로 대거 기소됐다. 아랍 지역에선 대다수 독재정권들이 반테러법을 근거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다가 '아랍의 봄'이라는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서구 시민사회와 이슬람권 일부에선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이슬람문화센터의 이맘(무슬림 공동체 지도자)인 샴시 알리는 "무슬림 사회가 지금도 가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 감정)에 맞닥뜨리긴 하지만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최근 뉴욕 지방신문 에"우리(무슬림)는 도전을 받을수록 우리 몫을 다하고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고 말했다. 뉴욕시민 모하마드 만수르(47)도 "9·11테러 이후 한동안 우리 무슬림들은 말과 태도를 무척 조심해야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근심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했다.

'테러와의 전쟁' 10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군은 지난 5월 알카에다 창설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내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알카에다 2인자인 아티야 아브드 라흐만이 피살됐다. 이라크와 아프간을 침공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전쟁터에서 발을 빼려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제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세계인의 미국에 대한 반감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중국 젊은이 뤄 루시(24)는 지난 7일 에 "미국이 국내 위기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간 ) 전쟁을 시작했다고 본다"며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10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무슬림을 향한 의심의 눈길도 여전하다. 미국의 여성언론인 쥬니브 압도는 최근 뉴욕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 무슬림들은 불행하게도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항상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테러와 그 후폭풍이 인류에 남긴 깊은 상처와 균열을 치유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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