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카다피 “리비아 안 떠난다”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아직 리비아 안의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다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카다피는 8일 시리아의 텔레비전 방송으로 내보낸 육성 메시지에서 "내가 니제르로 피신했다는 최근 보도는 적들의 심리전이자 거짓말"이라며 "나는 결코 조상의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건재를 과시했다. 앞서 5일 250여대의 카다피군 장갑차 행렬이 리비아의 남서쪽 인접국인 니제르 국경을 넘었는데, 서방의 일부 외신과 소식통들은 카다피가 이 행렬에 포함돼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카다피는 "그들은 우리의 사기를 꺾으려 하지만, 우리는 트리폴리와 리비아 도처에서 쥐떼(반군)와 용병(나토군)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방송은 이라크의 전 수니파 의원으로 시리아에 망명중인 미샨 주부리가 운영하는 매체다. 카다피는 지난 1일에도 이 방송을 통한 음성 메시지에서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며 추종세력들에게 게릴라 항전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카다피와 연락이 닿는 거의 유일한 외부인물로 알려진 주부리는 8일 (AFP)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현재 리비아에 있다"며 "그는 두려워하지 않으며, 정복자들에 맞서 싸우다 기꺼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와 나토는 리비아의 인접국들에게 카다피 세력에 대한 국경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진 크레츠 주리비아 미국 대사는 7일 "카다피의 가족이 리비아 안팎에서 자유롭게 지내도록 놔두는 것은 리비아의 새 정부에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접국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BBC) 방송에 "우리는 너무나 넓은 국경 지대를 봉쇄할 방법이 없다"며 리비아 반군과 서방의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바줌 외무장관은 또 "니제르로 넘어오는 카다피 추종자들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니제르에 자유롭게 머물거나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해, 카다피 쪽에 망명처나 경유지를 제공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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