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1

[문화 칼럼]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한다 / 김상수

국가공동체가 위난에 빠져 있다. 요망하고 간사한 삿된 기운이 나라 전체를 좀먹고 있다. 자기들만의 욕망을 위해 자기들 좋을 대로만 세상을 해석하는 사견(邪見)에 찬 '권력집단'은 거짓과 은폐와 속임수로 기만적인 언어인 사어(邪語)로 일관하고 있다. 4대강을 죽이면서도 '살린다'고, 누가 봐도 필연적으로는 옳지 못한 일을 사명(邪命)으로, 바르지 못한 사업(邪業)을 정책이니 국책이니 하면서 국가를 일대 위기로 몰아넣는다. 툭하면 국가의 합법적인 폭력수단인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의 의사를 노골적으로 강제·억압하고 일련의 거짓을 숨기기 위해 엄청난 홍보비 등 직간접 국고 낭비를 일삼는다. 이명박 자신이 나쁜 기운으로 꽉 찬 지경인 오늘 현실이다. 서울시장 하다가 사퇴한 오세훈도 정도 차이지 바로 이 형국이었다. 사퇴의 형식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권력욕의 수작과 꼼수에 시민들이 그를 시장 자리에서 내친 것이다.

차기 서울시장에게 충심으로 권고한다. 그 자리는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국가 수도 서울의 훼손을 이제 정지시켜야 한다. 시장은 시정 원칙을 바르게 세우고 공공성에 헌신해야 한다. 전시행정을 걷어내고, 우리 사회에 없는 창의성이라는 자원을 크게 일깨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위조된 문화가 아닌 창조적 문화를 일으키는 도시로 전환시켜야 한다.

차기 시장 업무의 일의(一義)는 한강을 되살리는 것이다. 전두환이 치적이라고 콘크리트로 양안을 처바른 한강은 산소가 부족해 자연정화 작용은 멈춘 지 오래고 오염물이 퇴적되어 물은 썩었다. 한강의 자연 침식과 퇴적 지형을 되돌리는 급선무가 잠실수중보와 김포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일이다. 나는 노무현 집권 2년차 시절 잠시 국무조정실에 있을 때 광복 60주년 사업 일환으로 한강 생태복원사업을 제안한 일이 있다. 8·15 기념식 때 독재시대 대표적인 개발 실패 사례인 한강 수중보와 양안 콘크리트를 폭파시켜 강을 해방시키고 국토를 해방시키는 것에서 광복 60년을 실천하자는 제안이었지만 당시 집권세력은 이해가 부족했다. 급기야 이명박의 등장으로 더 거꾸로 강물을 죽이는 22개 보 설치와 무리한 준설로 전국의 강을 한강처럼 만들자며 4대강 파괴를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콘크리트에 갇혀 물이 고여 썩는 비정상적인 한강을 자연 복원시키는 노력은 펌프로 물을 퍼 올리는 강제 물순환 방식의 거대 인공어항인 청계천을 자연하천으로 되살리는 일과 이어진다.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사업이란 그 실상은 가짜 생태복원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답답한 고가도로를 확 걷어내고 도심에 물이 흐르는 껍데기 현상만 보고도 환호를 보냈고 가짜 생태복원 청계천 조경공사는 이명박의 치적 공사로 분칠 회자됐고 이명박 신화는 부풀려 가공됐다.

그리고 광화문 세종로다. 이 정권 들어서서 갑자기 광화문에 대왕 세종을 모욕하는 황금색 덩어리 동상이 들어서고 수령 100년 된 나무들이 사라졌다. 광화문 광장과 인근 도로와 인도는 죄다 보도블록 밑에까지 시멘트로 마감해 물이 흘러들 여지조차 없앴다. 광화문에 툭하면 홍수난리가 나 침수를 걱정한다. 내리는 빗물과 흐르는 물을 강제하겠다는 저 무지는 하수구를 자꾸 더 크게 늘려서 물의 하수처리로 홍수에 맞서겠다는 어리석음이다. 다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 도시 여기저기에 물을 담아낼 수 있게 해야 하고 땅속으로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

쿠데타 권력 이래로 무지와 영악함의 혼합체인 기괴한 권력의 등장으로 인한 폐해는 끝이 없다. 분수에 맞지 않는 직위를 가지고 있으면 재앙이다. 다가오는 10월26일,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누가 제대로 된 시장으로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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