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안철수 현상'과 서울시장 자격을 두고 했던 발언이 정치권에서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일 밤 대담에서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올 것이 왔다"고 말했고, 서울시장에 대해선 "일을 해본 사람이 좋다"며 '자격론'을 피력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제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기존 정치권을 비판한 대목에 대해선 여야 모두 "이 대통령부터 성찰하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자기 성찰이나 반성 없이 물가와 민생 문제를 남의 탓, 세계 경제 탓으로만 돌리는 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안철수 현상에 대한 정치권의 성찰이 필요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며 "엠비노믹스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완전히 국정에 실패했는데, 이 대통령은 사돈 남 말하듯 하지 말고 대통령 먼저 국민과 소통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반격했다.
여당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한 친 박 성향 의원은 "국민이 청와대 정책에 대해 많은 불신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안철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청와대 스스로 돌아보고 자성하는 자세를 가지면서 동시에 정치권에 주문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안철수 현상'을 두고 "올 것이 왔다"며 마치 반색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선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안풍'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것을 보고 2007년 대선 후보 당시부터 쌓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앙금이 무의식중에 표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좌파의 정치쇼'라는 여당의 공식 논평과 정반대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최고위원을 배제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기준에서 '일을 해본 사람'은 기업인, 대학총장, 행정관료 등의 범주여서 정치인은 빠지기 때문이다. 한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에서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지 잘 아는 마당에 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것은 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최고위원은 9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대통령이) 원칙적인 말씀을 하신 것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상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공정한 선거관리에 전념해줄 것을 엄중 촉구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이지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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