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이 들어와서 앰뷸런스가 지나가듯 비상 경고등이 웽웽 울리고 있죠."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3일 안철수 돌풍 이후 10·26 서울시장 보선과 내년 총선ㆍ대선을 맞이해야 하는 한나라당의 처지를 빨간불이 들어온 비상상황으로 묘사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선 전망에 대해 "한나라당 안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온도 차이가 있지만 저는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편"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살기가 너무 팍팍해서 그 심판은 결국 집권여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철수 현상에 대해 "정치에 대한 불신, 기성 정당에 대한 환멸,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겹치면서 안철수 교수의 태풍현상이 있지 않았느냐"고 진단하고 "이런 것을 봤을 때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의 근본적 배경으로 "50%의 지지율이 넘는 인물이 5%의 인물에게 흔쾌히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감동을 받는 것같다"고 풀이했다.
"기존의 정치권에서의 기득권, 그리고 어쩌면 달린 식솔이 없으니까 그렇게 흔쾌히 홀가분하게 던질 수 있겠지만 그런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바이러스 백신 무료배포, 대기업 독식 비판과 분노 등 안철수 교수의 공적 헌신을 했던 모습의 연장선에서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기존에 자기 계산적인, 자기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계산적으로 쇼한다고 했을텐데 안철수 교수는 매우 정치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탈정치와 감동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인물에 대해 얼마나 갈증이 있었는가에 대해 기성 정치인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기성정치의 문법으로 안철수 현상을 보고 있다고 원 최고위원은 한탄했다.
"안철수 교수가 움직이는 문법은 기성의 정당 정치와 다르다. 계산법도 다르다. 안철수식의 탈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상에 문제가 드러나서, 기업경영의 문제가 드러나서 (거품이)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네티즌들이 한심하다고, 바이러스와 백신을 검증하겠다는 거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 아니냐"
그는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 "(안철수 현상이) 거품이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겠냐는 흠집내기 식의 대처를 해가고 있는데 이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데 스스로 눈 감고 귀 막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고 "이것은 현실에 대한 역사인식이 너무 없기 때문에 심하게 말하면 자기 시야가 가려져 있는 사람이 단체를 이끌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고 있는 배우를 볼 게 아니라 어둠 속에서 무대를 향한 열망과 분노와 감동을 봐야한다"면서 "그 에너지는 국민들이 만든 것이지 안철수 개인이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제가 놀랐던 것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안철수가 최고 화제라는 것"이라며 "몇몇 아는 강남 아주머니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안철수가 우리 자녀 교육의 롤모델인데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도 안철수를 찍겠다는 것을 보고 이거 간단치 않구나, 인터넷에서는 태풍이 다 불었는데 한나라당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잘 모른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안철수 교수의 대권주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나무는 가만이 있으려고 하나 바람이 놔두지 않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안철수 교수 자신도 국민들이 보여준 열망적인 지지와 자신의 몸무게에 대해 어리둥절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앞으로 1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미니시리즈 5부작중 1부작만 본 상태로 아역배우 안철수를 봤다면 3부, 4부에서 어떤 배역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원순 희망제작 상임이사에 대해서도 "진보 보수를 떠나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정책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준비된 서울시장 후보"라고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라는 시민정책 제안운동을 주도하면서 실제로 박원순 변호사의 주도로 국회에서 입법을 맺은 정책들도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단체장과 의원들을 배출하기 위한 시장학교, 이런 것들을 직접 주도하고 운용해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는 오히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좌파들과 손을 잡고 일했다는 점에서는 진보인사임에는 틀림없지만 박원순이라는 인물 자체는 실무 위주의 실용적이고 온건한 사람으로 구체적인 정책내용으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생활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김황식 총리 차출론에 대해서도 "정권심판론을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최고위원 출마문제에 대해서는 "인기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후보"라고 전제하면서도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할 때 '거룩한 성전이다', '오세훈을 계백장군 만들면 안된다'고 가장 강경한 입장에서 싸웠고, 그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신중론과 회의론이 있다"면서 부정적 생각을 내비쳤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선거운동 문제에 대해서는 "안철수 태풍은 박근혜 대세론이 붕괴됐다는 위기의 시작"이라며 "그동안의 소극적인 방관적 태도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슈퍼스타 케이로 보면 자신에게 마이크가 돌아온 것이며 그렇게 보면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현상에는 복지확대가 담겨있다. 복지 이전에 공정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후속 조처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대기업 이익이 600조 정도 쌓여 있는데 중소기업이 내수사업, 청년 실업자들에게 이런 것이 돌지 않는다. 이 부분에 시장경제의 1차적인 분배가 공정하게 나와야 한다. 국가에게 받는 복지에 의존할 게 아니라 일자리, 노동을 통해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는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합의, 여기에 따른 보수와 진보의 타협, 어떻게 만들어낼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복지정책의 공감대를 찾아서 합의점을 찾아 대화하고 타협하는 진정한 공존의 타협정치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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