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은 본인의 결심에 의해 13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상임고문이지만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은 없었다. 한 전 총리 불출마를 이날 아침에야 알게 된 손학규 대표는 "안타깝다"고 딱 한마디를 했다.
불출마 선언 배경은 백원우 의원이 대신 읽은 선언문에 잘 드러나 있다. "국민들이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정치권의 '변화'와 2012년 정권교체"라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자신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이 나섬으로써, 정치권, 특히 야권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럼으로써 2012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에게 0.6%포인트(2만6천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황창화 전 총리실 정무수석비서관은 "한 전 총리는 처음부터 출마를 원하지 않았는데 당 중진들이 강하게 출마를 요청해 추석 이후로 결정을 미루고 고민했던 것"이라며 "'전보다 좋은 환경이고 승리할 수 있는 좋은 분들이 있다'는 것이 한 전 총리의 말씀"이라고 전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르면 10월 중순께 선고가 예상되는 재판 일정도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2년 동안 재판을 받느라고 매우 지쳐 있는 상태"라며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서는 것이 당을 위해 최선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당에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그는 "민주당의 혁신, 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 그리고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인은 "모든 길을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백의종군부터 당 대표 출마까지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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