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0

김정남, 올초 김정은 인정김정철, 정치 영향력 미약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전망하는 주요 관건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대체할 세력이 존재하느냐 여부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노동당 당 대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정은의 잠재적 위협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북의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과 군 내부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향해 반기를 들 가능성이다.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5개 기관 명의로 발표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을 보면 당과 군이 김 부위원장을 '위대한 계승자', '탁월한 영도자'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권력승계 기간이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매우 짧다. 지난해 9월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된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유훈통치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권력승계 기간이 3~4년 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김정일 위원장은 장장 30년 동안 등극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가 체계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한다. 김 부위원장 선임 뿐 아니라 당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위원 선임 등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당 체제를 복원시켜 '김정일 이후'를 대비하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배층 내부에서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낮게 본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권력투쟁을 벌였다가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지난해 9월 당 대회에서 체계를 복원하고 인사를 단행해 당을 통해 군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이 정상화된 것으로 본다"며 "북한 내부 논리는 수령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권력실세들이 자기 이익을 계산한다면 권력투쟁을 벌이다가 같이 망하는 길보다는 김정은을 앞세우고 당과 군의 집단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혈통' 내부에서의 대체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태다.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은 2001년 가짜 여권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산 뒤 권력으로부터 멀어졌고, 10여년 이상 중국 마카오 등 북한 바깥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올 1월 일본 과의 인터뷰에서 세습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후계자 김정은이)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해서 주민생활을 윤택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주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후계자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남이나 김정철은 현재로선 김정은의 대항마로서의 위상과 세력이 전혀 없다"며 "김정남은 김평일 폴란드 주재 대사(김정일 위원장의 이복 동생)처럼 외국에 거주할 테고 김정철은 국내에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제의 또다른 잠재적 위협은 북한 인민들의 조직적인 저항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가능성을 낮게 본다. 시장이 열리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는 등 과거와 달라지기는 했지만 조직적 구심력과 매개체, 역사적 경험이 없는 데다 저항 의식이 성장하지 않은 점을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저항은 가장 어려운 조건보다는 조금 나아지려는 기미가 보이고 일정하게 통제가 약화되고 저항의 경험이 축적될 때 발생한다"며 "역설적이지만 탈북자가 늘고 있는 점도 저항의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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