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3

[사설] '金正日 사망' 긴급상황서 보인 정부와 野黨의 자세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 "북한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라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려 한 것이고, 북도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해)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한 것에 대해 긍정 평가한다"면서 "통합민주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초당(超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조의(弔意)를 표시했다.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과거 북이 김 전 대통령과 현 회장의 남편 정몽헌 전 회장 장례 때 조문왔던 데 대한 답례 형식으로 조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그 밖의 개별적인 조문은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정부 방침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김영삼 정부가 조의 표시도 않고, 일체의 조문을 불허했던 것에 비해선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침은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국민정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면서, 미국과도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당 열성 지지층은 정부 방침보다 조문 허용범위를 훨씬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부 야당 지도부는 이런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 원혜영 대표가 전날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정부보다는 반걸음 앞서 가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제안한 것도 이런 야권 기류에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별도 조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고, 국회도 안보문제는 정부 방침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 이 제안을 거부했다. 원 대표가 거리와 트위터로부터 들려오는 야권 지지층 목소리만 생각했더라면 정부와 박 위원장을 향해 좀더 많은 요구조건을 내놨을지도 모른다. 원 대표는 현재와 같은 긴급 상황에선 정부 조치가 어느 정도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미국과도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17년 전 김일성 사망 때 조문 파동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났을 때 상황이 그랬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야당의 입장을 수용하고 미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친 방침을 내놓고, 야당도 그런 정부 방침을 지지해 준다면 그 방침엔 큰 힘이 실리게 된다. 김정일 사망이란 긴급 상황에서 보여준 정부와 야당의 자세를 보면서 국민들은 조금은 안도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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