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를 전후해 전군(全軍)에 김정은 대장의 명령인 '당 중앙군사위 명령 1호'를 내렸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이 명령은 "전군이 훈련을 중지하고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북한이 전군에 내린 명령은 우리 군 당국이 즉각 파악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명령을 놓칠 경우, 안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 사실도 우리 정보 당국이 즉각 파악해야 할 긴급 사안이지만, 군의 동향과 관련된 정보는 이보다 더 즉각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명령 하달이 이틀이 지난 뒤인 21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으나, 이 명령이 정확히 언제 내려졌고, 군 정보기관 등 우리 당국이 언제, 어떻게 이 내용을 파악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및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이 서로 엇갈리면서 의문을 키우고 있다.
①북의 전군 복귀 명령, 언제 파악했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국은 이 명령이 내려진 당일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감청 등을 통해 북한군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북한군의 명령을 놓고선 말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당국은 어떻게 북한의 명령 하달을 파악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당 중앙군사위 명령 1호' 정보는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로 분류돼 수집방법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수정보는 보통 무선교신을 가로챈 통신감청 정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명령 하달과 같은 중요 사안은 감청이 가능한 무전 대신 광케이블 등을 이용한 유선(有線)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정보(휴민트·Humint)와 통신감청 정보 등을 종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광케이블 등을 이용한 유선 통신은 감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급 부대 사이의 연락은 무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부분 정보가 취득된 이후, 우리의 휴민트를 통해 이 정보를 최종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북한의 전군 명령 하달 사실은 북한이 명령을 하달한 직후보다는 상당 시간이 흐른 뒤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②정보 해석에도 어려움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이 북한군의 전군 명령을 파악한 것 자체가 크게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 명령이 '김정은의 첫 명령'이라는 해석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 명령은 '당 중앙군사위' 명의로 내려졌다. 그리고 이 명령은 북한의 19일 낮 12시 김정일 사망 발표를 전후해 하달됐다.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북한 함경남도 동해안에서 KN-02 단거리 지대지(地對地)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실시했고, 오후에도 1발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상부의 철수명령을 받고 허둥지둥 철수하기도 했다. 현재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은 김정일이다. 북한 발표대로 김정일이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했다면, 이 명령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게 된 김정은의 첫 명령이 되는 셈이다. 이 의미를 해석해내는 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③"광케이블이 감청의 최대 적(敵)"
정보 소식통들은 지난 10년간 북한이 우리 군보다 통신보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대부분의 말단부대까지 광케이블을 깔아 놓았다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통신감청 부대장을 지낸 한철용 예비역 육군소장은 "북한군은 보통 중대급 부대와 DMZ(비무장지대)내 GP(최전방 소초)까지 광케이블을 깔아놓고 있어 보통 대대급까지 광케이블이 깔려 있는 우리 군에 비해 통신보안 조치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 휴민트(HUMINT)
'휴먼'과 '인텔리전스'의 합성어인 휴민트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을 뜻한다. 감청 등 신호 분석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긴트(SIGINT)와 함께 정보 수집의 양대 수단으로 꼽힌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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