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법관'에서 하루만에 '조폭'으로 평가바꾼 트위터
news.chosun.com | Nov 30th -0001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최종 판결을 담당한 대법원 2부 주심 판사의 실명(이상훈 대법관)을 방송에서 처음 거론한 것은 19일 오후 1시. 다음날이 되자 '이상훈 대법관'은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올랐고, 재판을 앞둔 20·21일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트위터에 오르내렸다.
나꼼수 팀이 맨 처음 방송에서 이 대법관에 대해 "훌륭하신 분"이라고 말했고, 이어 트위터에도 이 대법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 전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heybuba'는 "이상훈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고, 'roksta10'는 "이상훈 대법관님은 소신을 가지고 판결하실 듯. 좋은 결과 바래요"라고 적었다. '좋은 분', '개념 법관' 등의 표현도 나왔다.
그러나 22일 오전 10시30분, 대법원이 정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여론은 180도 달라졌다.
'hoongkildong'는 "이상훈 대법관은 주먹을 무기 삼아 흡혈하는 조폭 깡패와 동일! 니 더러운 얼굴에 침을 뱉어주마"라고 폭언을 했고, 'sarabolle'는 이 대법관이 "정봉주 의원 유죄 판결로 법치의 존엄성, 법관의 양심을 버리고 '수꼴법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고 조롱했다. 욕설이 섞인 원색적 비난도 쏟아졌다.
동일 인물이 판결 전후로 말을 바꾼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Maestro365' 20일 "이상훈 대법관은 훌륭한 분입니다. 참여정부때 사법개혁 주도하셨고 강기갑 의원 무죄 선고, PD수첩 2심 무죄 선고하셨던 개념 법관"이라고 칭송했지만, 판결이 내려지자 원래의 트윗을 지운 뒤 "사법부는 역시 그 나물에 그 밥..MB의 법무팀일 뿐이었다"고 비난했다.
koko8790는 판결 전 "오늘 정봉주 재판의 주심은 이상훈 대법관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상훈 대법관의 소신과 철학을 믿습니다"라고 했다가 몇 분만에 "대한민국 법이 사망한 날!! 오늘부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신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quickkorea'는 20일 "이상훈 대법관님의 치적을 높이 찬양하며, 그분의 상식과 양심으로 (정봉주) 의원님은 계속 달리 실 것입니다"라고 썼지만, 22일에는 '국민들 가슴에 염장치고 불지른 대법원의 꼼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악인'에서 '진정한 법조인'된 사례도
트위터 여론이 단 하나의 사건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경우 판결 하나로 '나쁜 사람'이 됐다가 다음 판결로 '좋은 사람'이 된 케이스.
그는 지난 7월 "상대 후보에게 선의(善意)로 2억원을 줬다"고 주장하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곽 전 교육감의)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때 역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즉각 달아올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은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판사입니다. 잊지 맙시다. 김환수!", "김환수를 빨리 민간인으로 환수시켜야", "이런 악인(惡人)을 잊지 말자"고 적었다.
타깃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sara*****'는 "영장담당 판사 김환수, 경북 대구에 고대 출신, 꼼꼼하지 않나요? 사법정의, 그런 거 없어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완전히 다른 지역출신에 다른 대학을 졸업했지만, 유언비어는 급속히 퍼졌다. 일부 네티즌은 '소망교회는 안 다니나'라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惡人)'으로 분류됐던 김 부장판사는 넉 달 만에 '진정한 법조인'이 됐다.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나와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때린 혐의로 체포된 김모(5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김씨의 행위가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참된 법관'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김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을 올리면서 "MB '엄벌 지시'에 맞선 법관의 소신"면서 "참된 사법관이 있다는 것은 서민에게 큰 위안"이라고 적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법관이 판결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며, 판결에 대한 비판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한 건 한 건 판결할 때마다 평가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것을 보면 웃음 밖에 안 나온다"며 "자기들 마음에 들면 훌륭하다고 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안 훌륭하다고 하는 식인데,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Original Page: http://t.co/ODtnj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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