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때 문제의 이 당은 한 재벌한테서 15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긁어냈다. 149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거대 야당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검은 뭉칫돈을 받은 것이었다. 하수인은 깔끔하게 차려입은 변호사 양반이었다. 백주대낮 공공장소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실은 2.5t짜리 트럭이 여봐란듯이 인수인계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트럭떼기'라고 불렀다. 배춧잎처럼 시퍼런 만원짜리 때문에 '배춧잎 차떼기'라고도 비웃었다.
그 당은 화려한 과거를 자랑한다. 1997년에는 국세청까지 동원해 물의를 일으켰다. '세풍'사건이었다. 국세청 차장을 동원해 여러 재벌가로부터 거액의 불법자금을 그러모았다. 꼬리가 잡히자 주범들은 국외로 빠져나갔다. '트럭떼기'사건이 일어났을 때까지도 그들은 무사하셨다. 이 모양이니 힘만 있다면야 누가 법을 두려워하랴.
그래서 재벌은 될성부른 싹에만 매달린다. 그들은 불법 자금 사건의 자발적 공범인 셈이다. '트럭떼기'가 있었던 시절, 문제의 당사에는 최소 1000억원의 불법자금이 모여들었단다. 재계 1위는 112억원어치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을 갖다 바쳤다. 그것을 월간지 모양으로 잘도 꾸몄다. '책떼기'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2등이 서러운 자동차 재벌은 승용차 트렁크에 돈다발을 꽉 채워 그대로 주고받았다. '차떼기'란 표현이 태어난 이유다. 시민들은 이상하고 기발한 불법행위에 배꼽을 쥐고 웃었다.
차떼기 당은 살아남았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그들은 제2의 창당을 다짐했지만 몽땅 빈말이었다. 그래도 차떼기 당에 대한 지지와 성원은 변함이 없다. 잘 배우고 잘산다는 사람일수록 이 당만 밀어준다. 이런 줄 잘 아는 전직 대통령은 차떼기 사건 때 일갈하셨다. "1000억원이 넘는 안풍, 세풍도 이겨냈는데 단합하면 이쯤은 극복할 수 있다." 디도스 공격사건에 청와대 전화? 까짓것, 차떼기 당에 무슨 문제 되랴.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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