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1

미국 극비 무기가 이란 장난감 된 사연

미국 극비 무기가 이란 장난감 된 사연

sisainlive.com 이란 핵 개발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의혹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1월8일 발표한 보고서 때문이다. IAEA는 15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신뢰할 만한 첩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란이 컴퓨터를 활용해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으며, 핵무기 구성장치들의 성능을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거 심증뿐이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한층 명확히 하는 내용이다. IAEA가 이란 핵무기 의혹에 대해 직접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AEA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공식적으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되는 것은 IAEA가 물증까지도 확보했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AEA도 "광범위한 첩보를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IAEA는 이번 보고서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한 셈이다.

유엔안보리 제재안보다 훨씬 강도 높아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는가 하면 이란의 주 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강도 제재안을 꺼내들었다.

이번 제재안은 종전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나왔던 대(對)이란 제재안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21일 이란이 핵 개발을 지속하는 한 국제사회가 이란을 압박하고 고립시킬 것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란 제재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영국 정부도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21일부터 영국 기업들은 이란 중앙은행 등 모든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다. 유럽 국가들도 이란에 대한 제재 확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 나라가 이처럼 이란에 대한 초강력 경제 제재에 들어간 것은 이란 수입원의 70%를 차지하는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 압박하기 위함이다.

이란은 서방세계의 이 같은 경제 제재 조처에 크게 반발했다. 서방 은행과의 거래가 끊기면 이란 기업의 석유 수출길이 막히고 수입도 줄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 발표 직후 이란 측은 "핵 기술은 핵연료 개발을 위한 것이지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IAEA 주재 이란 대사도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처에 반발한 이란의 과격 시위대가 11월29일 영국 대사관을 습격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 이란 청년 수십 명이 난입해 "영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여왕 초상화까지 훼손했다. 영국 외교관 단지에도 시위대가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영국 대사관 직원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영국 정부는 이란 경찰이 적극 저지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이 사건 배후에 이란 정부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필 영국 대사관이 표적이 된 것은 IAEA 보고서로 인한 추가 경제 제재에서 영국이 가장 먼저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사건의 여파는 컸다. 피해 당사자인 영국은 대사관 습격 사건 직후 테헤란에 있는 자국 외교관 전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한편 런던에 있는 이란 대사관에도 즉각 폐쇄를 통보했다. 유엔안보리도 긴급 성명을 발표해 "안보리 회원국은 이란 시위대에 의한 영국 대사관 공격 사태를 강력히 비난한다"라고 밝혔다. 독일, 스웨덴 등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논의를 막 시작하려던 나라들도 이란에 등을 돌렸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두둔했던 러시아조차 "이번 사태는 일반적으로 국제법 규범에 반하는 행동이다"라면서 이란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테헤란 공관을 철수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일부 철없는 학생들이 저지른 짓이며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버티던 이란도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이란의 보수 강경 성직자인 아흐마드 카타미는 <걸프 뉴스> 인터뷰에서 "외국 공관 습격은 불법이며 상대국을 침략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관련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 본을 방문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 또한 이란 주재 독일 대사관 철수를 검토 중인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정찰기 격추로 곤혹스러워진 미국

그런데 경제 제재와 영국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국제적 고립 속에 놓여 있던 이란이 다시 승기를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월4일 이란군이 자국 동부 지역에서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란 영토에서 미국 CIA 소속의 RQ-170 미국 무인기를 이란군이 격추해 기체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RQ-170 무인기는 아직 사진조차 공개된 적이 없는 미국 공군의 극비 최신기이다. 관측이 잘 안 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감시하고 정찰하는 무인기로 2009년부터 아프간에 배치돼 있다(X-마스에 공습 개시? 세계가 떤다 기사 참조).

문제는 이 RQ-170기 표면에 적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미군이 개발한 특수 코팅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군의 B-2 폭격기와 더불어 미군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로, 미국이 기술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핵심 사항이다. 추락한 이 무인기의 잔해로 인해 미국의 핵심 기술이 이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이란이 만약 스텔스(은폐) 기술에 몰입 중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이 잔해를 넘기면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워싱턴 포스트>도 "RQ-170이 (격추당한 것이) 맞다면 이는 미국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이란과 그 동맹국에는 미국의 최신 무기 기술을 파악하는 더없이 유용한 소재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란은 12월8일 국영 IRIB TV를 통해 RQ-170 기체를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역공에 나섰다. 이란 외교부는 미군 무인정찰기가 이란 영공을 침입, 비밀 정탐을 한 것은 국제협정 위반이라며 "불법 행위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한다"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이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하는 국가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란의 핵 개발 의지는 더욱 확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12월17~18일 양일로 예정된 IAEA의 이란 핵 개발 관련 이사회를 앞두고 이란 대학가에서는 IAEA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이란이 IAEA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AEA의 이란 핵 개발 보고서가 오히려 이란의 보수 강경파를 단결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한 이 문제가 당분간 세계 안보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Original Page: http://t.co/9xHTAS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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