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2

[사설] 대선 불출마로 주민투표 정당성 얻어지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이런 선언을 하고 나선 이유는 자명하다. 주민투표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서울시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주민투표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데도 유권자들의 관심은 매우 시들한 편이다. 주민투표의 정당성부터 논란거리인데다 수해와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주민투표는 시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투표율 미달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우려한 오 시장이 유권자 관심끌기용으로 내놓은 고육지책이 바로 대선 불출마 선언이다. 이번 선언은 또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탐탁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온 한나라당 친박계의 도움을 받으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오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이런 선택을 대단한 결단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의 눈에서 보면 아주 뜬금없어 보인다. 우선 그의 대선 출마 여부는 유권자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다. 오 시장의 대선 후보 지지도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박근혜 의원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그나마 최근에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해봤자 별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인데 대선 포기를 큰 결단인 양하고 있으니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정치적 노림수로 여겨온 쪽도 내년 대선이 아니라 차차기를 겨냥한 정치적 입지 굳히기로 보는 쪽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정치적 디딤돌로 삼으려는 오 시장의 야심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정당성을 결여한 주민투표의 본질적 문제점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발의 단계에서부터 주민 서명, 투표 문안에 이르기까지 온통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특히 주민투표 대상이 처음에는 무상급식 '찬반' 투표였다가 뒤에는 무상급식의 '방안'에 대한 선택으로, 나중에는 '지원 범위'로 바뀐 것은 주민투표 자체가 원천적으로 성립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엉터리 주민투표를 그대로 실시했다가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상황이다. 오 시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대선 불출마 선언이 아니라 주민투표 포기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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