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9

'거북이' 김병만, 화려하게 비상하다! (인터뷰)- 배국남// 마이데일리, 2011-08-04.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요즘 말로 그는 분명 대세다. 그의 맹활약은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넘나들며 전방위에서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환호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대중과 유명 스타의 찬사가 이어진다.

“김병만씨는 말로는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긴 시간동안 자신만의 개그를 완성했고 지금은 꽃을 피워 큰 감동을 주는 개그맨이 됐다. 개그도 재미있어서 좋지만 그만의 인생이 담겨 있어 좋다.”(김소원 SBS 아나운서) “김병만씨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늘 열심히 하고 노력으로 하나 하나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다”(피겨스타 김연아) 

대중은 김병만 앞에 ‘웃음의 달인’‘작은 거인’‘슬랩스틱 코미디의 1인자’‘이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등 극찬의 수식어를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59Cm 단신에 가진 것 없어 늘 기죽어 살았던 시골 아이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내성적이 됐다. 어느 날 우연히 던진 말에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너무 좋아 개그맨으로 꿈을 정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개그맨이 되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건물철거, 신문배달, 보조출연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개그맨 시험에 올인 했다. 하지만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그리고 2002년 꿈에도 그리던 개그맨이 됐지만 출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연출자가 알아주지 않아도 방송출연 기회가 주어주지 않아도 늘 웃길 준비를 했다. 동료 개그맨들이 방송에 나가 웃음을 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에도 무대 뒷편에서 웃음의 무기들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일용직 노동까지 하며 도전한 개그맨 시험에서 7번, 대학입시에서 6번 떨어졌다. 개그맨이 되서도 신선함이 없다는 이유로 괄시받고 PD가 지나가며 인사해도 누군지 몰라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개그맨은 나의 전부였고 존재의미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라는 김병만의 말에서 치열함과 처절함마저 배어 나온다. 

드디어 김병만의 화려한 날갯짓이 시작됐다. KBS‘개그 콘서트’한 코너‘달인’이다. 2007년 12월 2분짜리 브리지 코너로 시작해 이제‘개콘’의 최고 인기코너로 자리 잡은 ‘달인’에서 김병만은 오랜 세월 준비했던 웃음의 무기들을 펼치고 있다. “‘달인’을 ‘개콘’ 최고의 코너로 꼽는다. 한 사람의 파워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꾸준히 진화해오는 과정이 대단하다. ‘달인’은 김병만 밖에 할수 없는 코너다.”‘개콘’서수민PD의 말처럼 김병만은 트램펄린의 달인, 추위를 못 느끼는 오한의 달인, 흡입의 달인, 몸 그림의 달인, 링 위의 달인, 미각을 못 느끼는 달인, 잠수의 달인 등 상상을 초월한 묘기를 보이면서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개인기와 관객반응과 상황에 따른 기막힌 애드립,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 등 매회 달라지는 ‘달인’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단순히 뛰어난 개인기와 코믹 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매회 고도의 육체적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달인’ 아이템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위해 온몸을 던지는 김병만의 노력과 피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고 인기 코너로 평가받는 ‘달인’은 김병만에 의한, 김병만을 위한, 김병만의 코너라는 말이 나온다. 

“‘달인’은 별 볼 일 없는 제 인생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매회 아이템 선정에서 훈련, 그리고 구성 등 힘들지만 즐겁게 임합니다. 부상 마저도 즐겁습니다. 매회 웃음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달인’을 합니다”라고 말하는 김병만의 몸에 난 멍자욱을 보면서 ‘달인’은 선물이 아닌 김병만 자신이 치열한 피땀으로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병만의 웃음을 위한 지난한 몸짓은 요즘 세계적인 피겨스타 김연아와 함께 하는 SBS ‘키스 앤 크라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평발이라는 단점과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악조건에서도 지독한 연습으로 감동을 줬다. 김병만은 첫 번째 경연에서 인대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자 파트너와 놀라운 호흡으로 멋진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기를 끝내고 심사평을 듣는 순간 김병만은심사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릎을 꿇은 채 심사평을 들었다. 김병만은 “난 정말 꾀병 같은 건 부리기 싫다. 너무 너무 죄송한데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연기할 땐 모르지만 연기가 끝나면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 온다”고 말해 시청자도 울리고 김연아도 울렸다. 

김병만은 이처럼 지독한 연습과 노력, 선천적인 몸개그와 뛰어난 운동감각,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웃음의 포인트를 가장 잘 잡는 예능인으로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코믹 연기력을 갖춘 이시대의 최고의 광대로 우뚝 섰다. 특히 ‘달인’‘개그스타’‘코미쇼 희희낙락’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며 배삼룡 이주일 심형래 뒤를 잇는 이시대 최고의 슬랩스틱 코미디언으로 자리 잡았다. 

“온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 채래 채플린이나 배삼룡 이주일 선생님 같은 분들은 나와서 모습만 보여주고도 웃음을 준다. 소란스러운 술집에 켜진 TV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채플린 배삼룡 이주일 같은 훌륭한 코미디언은 그 몸짓만으로 웃음을 주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희극인이 되고 싶다.” 

천부적인 예능감, 뛰어난 연기력, 출중한 슬랩스틱과 개인기 등을 바탕으로 김병만은 이제 코미디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광고, 일본 코미디 방송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 항상 ‘나는 희극인이다’라는 다짐을 합니다.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을 웃기는 희극인으로서 자세와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겁니다. ‘스타 김병만’이라는 말보다 ‘코미디언 김병만’이라는 표현이 저는 훨씬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김병만은 정말 웃음을 선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정말 개그맨을 위해 달려온 시간 아버지에게 불효를 많이 했다. 아버지께서 치매를 앓고 계시는데 가족을 알아보지 못 하신다.내가 찾아가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쳐다보기만 하신다. 상을 타고 코미디언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을 모른다. 아버지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내 코미디 연기로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

김병만의 가슴의 상채기를 보면서 ‘희극 주인공(코미디언)들은 명백히 엉덩이를 차기보다는 채이고 몽둥이로 때리기 보다는 얻어맞으며, 크림파이를 던지기 보다는 얻어맞는 자들이다. 즉 그들은 박해 받는 자들이다. 세계는 그들을 박해한다. 그들에게 있을 수 있는 모든 불행이 일어난다. 그들은 불운과 악운을 자초한다. 만일 바로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보고 웃지 않는다면 그들의 고통은 동정 받고 슬픈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희극배우들이 있어 웃음을 웃을 수 있고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할 수 있다. 희극배우들은 정화(淨化)의 신이다’라는 ‘스타’의 저자 애드가 모랭의 글이 떠오른다. 김병만은 자신의 고통마저 숨기고 대중에게 건강한 그리고 감동을 주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저는 거북이입니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를지언정 쉬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빨리 움직이면 말입니다.”이같이 지난 36년의 삶의 방식을 정리한 김병만은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다. 내가 코미디언으로 걷는 길이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다고. 힘들겠지만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를 보면 즐거운 생각이 나도 웃음이 나는 그런 희극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을 펼쳐보였다. 

김병만을 보면서 거북이가 포기하지 않는 우직한 태도로 경주에서 토끼를 이긴 것처럼 단점과 좌절에 굴하지 않고 장점으로 승화하려는 태도로 그리고 매순간 목숨 바치듯 최선을 다하는 치열함과 열정으로 최고 스타가 된 인간승리의 진한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거북이 김병만이 화려하게 비상을 하고 있음도 절감한다.(도로교통공단의 ‘신호동’8월호에 게재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땀과 노력으로 우리시대의 최고의 개그맨으로 우뚝 선 김병만. 사진=SBS, KBS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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