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몸조심 행보 당에 도움 안 된다” | ||||||||||||
한나라당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스스로 위험 부담을 지면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경선할 ‘대안’이 튀어나오기를 기대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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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정권 내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사진)이 7월18일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됐다.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략 수립과 여론조사 같은 핵심 구실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 소장을 만나 정국 전망과 여연의 향후 역할을 물었다. 인터뷰는 7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중책을 맡으셨다. 앞으로 여의도연구소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전임자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여연이 제 기능을 못했다. 정책·전략기획·조사가 기본 기능인데, 조사 분야만 주로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 전략기획이나 정책기획에서 특히 내년 총선의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특별히 과욕을 부리지는 않고, ‘정두언이 하면 좀 다르다’ 정도 평가를 받으면 최선이다. 새 소장이 지명된 다음 날 여연에서 새 ‘비전’을 발표했다.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해도 신임 소장의 감수는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6개월 이상 작업을 해서 마무리한 건데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그런지 당 대표도 안 오고, 박희태 국회의장도 안 나왔더라. 박 의장은 짐작건대 ‘좌클릭’ 한다니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인데, 이게 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건 좌클릭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시대는 변했는데 10년 전 옷을 입고 있으면 얼마나 어색한가.
복지예산 확대, 무상보육 실시 같은 ‘비전’의 주요 내용에는 동의하는가? 그렇다(That’s OK). 나성린 위원장이 주관했는데 전통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개인의 소신을 굽히면서 대의를 위해 많이 양보했다. 잘됐다고 본다. 세금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사회보장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비전’은 나왔고, 다음 스텝은 뭔가? 8~11월 넉 달 동안 승부를 내야 한다. 12월에는 예비 후보들이 등록을 하니까 시간이 없다. 빨리 전열을 정비해서 정책적으로 친서민 이미지를 굳혀야 한다. 내년 총선의 핵심 변수가 무엇이라고 보나? 야권은 단일화가 관건이고, 한나라당은 반MB 정서 극복이다. 반MB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리더십이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가 불출마하거나 비례대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해서 실망했다.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여건이 어려워지는 거다. 박 전 대표는 지역 주민과의 ‘신뢰’를 출마 이유로 들었다. 그분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당을 위해) 본인의 신뢰를 양보할 수는 없나?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했는데, 동의하나?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충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면 굳이 틀린 말은 아니다. 박 전 대표 스스로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자기가 자기와 경쟁을 하더라도. 자기가 스스로 위험 부담을 지면서 가야 하는 거지, 그렇게 조심조심 가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제2, 제3의 주자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이게 한나라당의 답답한 현실이다. 그런 기회와 대안이 튀어나올 수 있느냐 아니냐가 재집권 가능성과 연관되어 있다. 경쟁자들이 나와서 국민의 시선을 끌면서 흥행해야 하고, 박 전 대표도 그 흥행 속에서 후보가 되어야 집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나 김문수 지사 등의 대권 움직임이 나쁘진 않겠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더 분발해야 한다. 저 정도로는 안 된다. 단체장 자리에 있다는 게 한계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자리 때문에 주자 소리 듣는 건데 그것을 활용해서 더 분발해줘야 한다. 김문수 지사는 지금처럼 이승만·박정희 타령만 하다가는 지지율이 올라가기 힘들다. 오세훈 시장 역시 무상급식 같은 마이너한 문제에 집착하면 벽을 뛰어넘기 힘들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도약하려는 것 아닌가? 솔직히 지금은 타이밍이 지났다. 무상급식 싸움이 ‘주냐 안 주냐’도 아니고, ‘100을 줄 거냐 50을 줄 거냐’ 이건데, 오십보백보로 싸우려니 피곤한 거다. 지나간 이슈로 싸우려니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면 오 시장을 도와야 한다는 쪽이던데? 전쟁이 나면, 원튼 원하지 않든 가서 싸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방선거와 잇따른 재·보선 패배로 한나라당에 위기론이 팽배하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결국 대통령의 구실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 같은 민심이면 선거하기 너무 힘들다. 군사독재 정권도 6·29 한 방에 국민을 감동시켜서 재집권하지 않았나. 우리 대통령도 재집권을 위해 얼마든지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가 성장 위주였고 기업 우선으로 온 게 사실인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안 맞다.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온 건 잘못이다. 이제 안정 위주로 가고 서민 위주로 가겠다”라고 하면 국민이 “대통령이 이제야 민심을 알아주는구나, 우리가 심한 것도 있었지”라고 하게 되는 거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걸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여당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아무리 겸허하게 해봤자 별 효과가 없다. 국민은 대통령만 보고 정부를 평가한다. 이게 진짜 솔직한 얘기다. 대통령이 안 하니까 박 전 대표 같은 분이라도 나서서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거다.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는 걸까? 대통령은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시더라. 좋은 면만 보고 들으니 그런 것 같다. 열 명이 다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다. 한 명이라도 아니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주위에 한 명도 없는 거 같다. 어느 분이 가셔도 그게 청와대의 한계인 것 같다. 그래서 당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닌가? 새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국정 주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인사에 대해 말도 못하고. 지금이라도 철회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와서 철회하면 대통령이 뭐가 되나? 그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소장파가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문제 제기를 한 게 문제 제기 없이 지나간 것과 큰 차이가 났다. 그나마 청와대가 (설득하려고) 백방으로 뛰지 않았나. 안 그랬으면 다음 인사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다. 우리는 만날 그런 악역만 담당하고 산다. 어쨌거나 앞으로 민심에 안 맞는 인사나 정책이 나오면 당에서 당연히 거부하는 등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따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없나? 없다. 임태희 실장은 얘기하면 다 알아듣고 그런다고 하는데, 전혀 딜리버리(전달)가 안 된다.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홍 대표는 한나라당스럽지 않아서 대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면 한나라당스럽지 않게 하는 게 본인의 정체성이다. 물론 청와대의 설득이나 강한 포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뛰어넘어야 지도자지, 주저앉으면 지도자가 아니다.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초점을 대통령이 아니라 당원과 유권자, 국민에게 둬야 한다. 당과 청와대 사이가 너무 시끄럽지 않을까? 아니. 전혀. 도리 없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 총선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도리가 없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긴가? 차별화가 아니라 대통령이 맞춰주면 된다. 6·29도 했는데. 대통령은 충분히 유연성을 가진 분이다? 그분이 유연해서 여기까지 온 것인데 대통령이 되신 이후에 권위적으로 된 거다. 민주당은 총선 후보나 주요 당직 선거 때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앞서가는 건데 기술적인 문제가 검증이 안 되어서 위험하다. 기술적으로 앞선 쪽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한나라당도 인터넷 투표 처음 실시했을 때 원희룡 의원이 2등 했었잖나. 민주당이 시행착오를 먼저 해주면 우리는 좋다(웃음). 전략·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총선을 좌우하지 않을까? 다들 말을 아끼고 있는데 사실 ‘물갈이’가 굉장히 중요하다. 신선한 사람, 답답한 보수가 아니라 ‘쿨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인사를 영입해야 국민이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된다. 문제는 이것을 할 만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크다. 박 전 대표는 경선 트라우마가 큰 것 같다. 내가 볼 땐 지금 별 걱정도 없는데. 당을 흔들어가면서 끌고 나가도 될 듯한데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위험분자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웃음). 합리적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교체 지수 같은 것도 있고. 지난 총선 때 공천 파동이 난 것도 자의적이어서다. 따라서 전략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도 정교한 방식이 필요하다. 신한국당 시절에 김현철씨가 주도해 전면적인 물갈이를 했는데, 공천으로 위기를 돌파한 사례다. 그게 YS 같은 리더십이 있어서 가능했다. 내친김에 총선 출마하지 말고 그거나 해볼까? 이건 자기를 버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진심인가? 절박감을 느끼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는 거다. 굉장히 낙관적인 나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왜 한가하게 다니는지 모르겠다. 홍준표 대표가 MB는 정치를 못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그렇다. 우리 국민이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 분야가 두 개 있다. 교육은 온 국민이 전문가이고, 또 하나는 정치다. 하지만 둘 다 자질과 소양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 사실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배치하는 자리다. 가장 전형을 보여준 게 레이건인데, 적재적소에 사람을 임명해서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지 밤 12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심이 노무현 정권 말기 때처럼 안 좋은 게 사실이다. 그만큼 공보다 과가 많다는 것이다. 과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하고 ‘여러분 뜻에 따르겠다’는 자세만 보여주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어때야 할까?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 손은 이미 떠났다.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 보면 모르나? 원희룡이 4등 하는 거 보면 알지. |
2011-08-08
“박근혜 몸조심 행보 당에 도움 안 된다”- 시사인 이숙이, 202호,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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