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0

[조한욱의 서양사람] 독일과 일본

독일과 일본은 세계대전에서 같이 패배를 경험한 뒤 눈부시게 발전하여 경제대국이 됐다. 하나 그 두 나라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상반된다. 과거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탓이다. 일본이 비난받는 것은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동반자로 공존하려면 최소한 과거의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성노리개로 징발되어 씻기지 않을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그들은 돈 벌려고 스스로 갔다는 망언을 늘어놓는다. 잊힐 때쯤 되면 신사참배와 독도 영유권에 대해 도를 넘는 주장을 펼친다.

그에 비해 독일의 자세는 바람직하다. 유대인을 비롯한 인종 학살은 독일인의 양심에 그늘을 드리웠다. 그에 대한 최초의 설명은 히틀러 같은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독일의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했다. 에카르트 케어는 독일 기업가들의 이윤 추구와 군부 정책이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 나치의 등장이 우발적이 아님을 밝혔다. 한스 울리히 벨러는 군국주의의 성장이 독일사에 자리할 수밖에 없던 구조적 정황을 설명했다. 오늘날 독일의 '일상생활의 역사가'들은 히틀러의 등장에 대해 독일 국민 대다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인들이 3S 정책에 파묻혀 나치의 등장을 방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임을 의연히 감당하는 자세는 빌리 브란트 이후 독일 총리들마다 취임하면서 유대인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피해국들도 그 진정성을 받아들여 용서했고, 협력 관계가 이루어진다. 일본은 교과서로 역사 왜곡을 계속하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양심적 역사서술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하한다. 하긴 우리의 정치계·학계·언론계·연예계에도 그들의 논조에 찬동하는 이들이 소리를 높이니, 그들에겐 자국의 양심적 역사서술이 자학일 것이다. 그런데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이렇게 제국주의 국가를 옹호해주는 일이 있을까?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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